[Item Inside] 구민상의 마우스피스 맛보기 43
Tenor Saxophone Mouthpieces – Theo Wanne AMMA 9
스티브 잡스가 만든 사과폰 1세대는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후속 모델 출시를 거듭하며 14세대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에게 사과폰이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최초 1세대 폰에 쏟은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지금의 사과폰처럼 색소폰 마우스피스 회사로 우뚝 선 테오 와니 (Theo Wanne)가 있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첫 번째로 만든 마우스피스인 암마 (AMMA) 모델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제 테오의 첫 작품이 어떤 이유로 연주자에게 사랑받은 것인지 알아보자.
글| 구민상 색소포니스트
sax019@hanmail.net
우리나라에선 “디오 웨인”으로 더 많이 알려진 마우스피스 제작자 “테오 와니”는 이미 2019년 4월호에 테너 마우스피스 칼리 (Kali) 모델을 소개하며 언급한 적 있다. 오늘 소개하는 암마 (AMMA)라는 마우스피스는 테오 와니 (Theo Wanne)에게 의미 있는 모델이다. 유명한 연주자의 마우스피스를 다시 정교하게 다듬는 리페이싱 (Refacing)으로 유명하던 테오가 2004년 처음 직접 손으로 30개 정도 만든 마우스피스가 [암마]의 시작이었다. 이후 2005년 투자를 받아 2007년 테오는 그의 형 톰 와니 (Tom Wanne)와 함께 주식회사 Wanne, Inc. 등록과 함께 트루 라지 챔버 (True Large Chamber)를 포함한 5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이때 테오 와니의 이름을 걸고 첫 판매를 시작한 마우스피스가 바로 [암마] 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밀하지 못한 기계 작업으로 인해 직접 손으로 베플을 비롯한 여러 곳을 테오가 직접 깎아 마무리하는 생산방법이었으나 2009년부터 CAD 기술이 발전하여 더는 핸드 피니시 (Hand Finished)가 필요 없어져 오로지 CNC로 만들어졌다. 마우스피스는 금도금, 황동 및 빈티지 세 가지 마감을 선택할 수 있고 이후 2012년까지 제작되다가 후속 모델에게 자리를 내주며 단종되었다.
[암마]의 외관은 테오 와니의 마우스피스답게 아름다움을 넘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보인다. 제일 먼저 보이는 바디의 정 중앙에 테오 와니의 이니셜 W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 사진1 그 아래 생크에 있는 링 위쪽으로 테오 와니 본인의 이름인 [Theo Wanne]를 새겨 놓았다. - 사진 2 링 아래쪽에는 마우스피스의 모델명인 [AMMA] 가 있고 그 위 박스안에 마우스피스의 오프닝인 9호와 테오가 만든 마우스피스 고유 번호가 새겨있다. - 사진 3 사이드 레일 (Side rail)과 팁 레일 (Tip rail)은 상당히 얇고 고르게 만들어져 시선을 사로잡는다. - 사진 4 윗니가 닿는 바이트 플레이트 (Bite Plate)에는 테오 와니의 모든 마우스피스에 있는 로고가 음각되어 있어 누가 봐도 브랜드를 알 수 있고 마우스피스의 시각적인 고급스러움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다. - 사진 5 이제 마우스피스 성격을 보여주는 베플을 살펴보면 팁에서부터 짧고 매끄럽게 떨어지는 롤 오버 베플 (Rolled Over Baffle)로 재즈를 기반에 둔 전통적인 테너 색소폰 마우스피스 베플의 형상이다. - 사진 6 마우스피스의 안쪽을 보면 테오 와니의 특허인 동시에 독창적인 음색을 만들어 주는 요소 중 하나인 트루 라지 챔버 (True large chamber)가 엄첨 넓고 심지어 사이드 레일의 안쪽까지 확장해 넓혀놓은 것을 볼 수 있다. - 사진 7 테오가 만든 마우스피스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리버티 리가처 (Liberty ligature)라고 부르는 일체형 리가처로 바디 양 옆 하단에 홀을 뚫고 거기에 리가처를 연결하여 밸브를 돌려서 리드를 고정하는 방식이다. 리버티 리가처는 막상 써보면 마우스피스의 울림에 큰 저항을 만들지 않고 간단히 리드를 체결하여 편리함과 동시에 기능적인 우수함을 지녔다. 거기에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테오 와니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큰 부분을 담당한다. - 사진 8
[암마] 마우스피스에 리드를 결합하고 소리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편안해졌다. 역시 테오가 만든 모든 마우스피스의 편안한 컨트롤 능력은 첫 번째 작품인 바로 [암마]에서부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불어본 중음역은 중심이 단단해 연주를 시작하면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암마]와 비슷한 베플의 형상을 가진 마우스피스나 심지어 더 높은 미디움 이상의 베플을 가진 마우스피스와 다양하게 비교해보면 실제로 [암마]의 볼륨이 더 크고 아울러 소리 직진 효과가 더 강할 때도 있다. 그만큼 볼륨에 여유 있고 깔끔한 전달력을 가졌기에 많은 음악 장르에서 활용도가 넓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전통 테너 마우스피스에서 늘 비교가 되는 오토링크와 비교해보면 더 오픈된 (Open) 사운드에 살짝 밝은 음색을 보이지만 볼륨을 높이면 더 넓게 오픈되어 밝은 음색이 크게 강조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볼륨을 조금 낮추면 힘이 있고 단단하던 중심의 밀도가 살짝 옅어지며 편안하고 다른 악기의 소리에 함께 녹아드는 아름다운 음색이 된다. 마치 [암마] 마우스피스는 넓은 초원을 빠르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검은 흑마의 강한 모습과 아울러 달리기를 마치고 한가히 풀을 뜯는 여유로운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아무래도 소프라노나 알토 색소폰보다 상대적으로 테너 색소폰의 음역이 낮기에 같은 고음에서 느낌을 전달하는 표현력도 조금은 약해진다. 여기에 볼륨까지 만족스럽지 못하면 고음에서 답답함이 느껴지고 그 순간, 집중력이 분산되어 연주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긴다. 그러나 [암마]의 볼륨은 고음에서도 호흡을 밀어 넣으면 소리는 막힘없이 시원하게 쭉 뻗어나가 답답함을 느끼기 어렵다. 비슷한 마우스피스로 같은 라인의 솔로를 비교 연주해보면 확실히 [암마]의 솔로 라인이 관객에게 좀 더 또렷하게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같은 영화를 작은 사이즈의 TV로 시청하다가 55인치 이상 대형화면 TV로 보면 모든 것이 크고 선명하게 보여 감동이 더 커지는 효과와 비슷하다. 물론 소리의 직진성만을 이야기한다면 베플이 높은 하이 베플 마우스피스와 비교해 살짝 떨어지지만, 음의 선명도가 좋아 직진성에 대해 아쉬움은 적다. 그리고 볼륨이 크다고 하여 딱딱하거나 유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오해는 금물이다. 고음에서 유연성이 높아 연주자의 의도대로 부드럽고 매끄럽게 노래할 수 있다. 고음뿐만 아니고 더 높은 알티시모 (Altissimo)의 영역도 볼륨이 함몰되는 음 없이 편하게 올라가 알토 색소폰의 높은 고음 영역까지 쉽게 연주되어 만족감을 높인다.
이제 [암마]의 저음을 보면 중음역과 마찬가지로 꽉 채워진 음색과 확실한 무게감이 실린 음색이 전달된다. 거기에 볼륨을 키우면 쉽게 주변을 압도하는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오고 동시에 동굴과 같이 어둡고 깊은 테너의 소리가 퍼져 나간다. 이미 중, 고음에서 검증된 편안한 조종성은 저음까지 이어져 더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만든다. 여기서 힘을 빼고 서브톤 (Sub Tone)을 만들어 보니 꽉 채워진 무게감이 순간 가벼워지며 풍성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안겨준다. 서브톤의 부드러움도 약한 효과부터 극한의 효과까지 여러 단계로 만들어 지는데 [암마]는 마치 빌딩의 지하 주차장을 내려갈 때 B1, 2층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쳐 지하 3층으로 바로 내려간 것처럼 순간 더 깊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색소폰 연주에서 소리 마지막 부분에 약간의 호흡을 남겨주면 잔향이 남아 듣는 이들에게 편안한 여운을 만들어 주는 기술이 있다. 이런 효과는 마우스피스에 따라 잔향이 짧게 남거나 불안정하게 뚝 끊기기도 하는데 [암마]는 큰 불편함 없이 호흡에 따라 쉽게 잔향을 남겨주는 여유마저 있다.
이미 테오 와니의 마우스피스를 접해본 구독자분들은 예상한 대로 이번 달의 주인공인 [암마]의 오프닝 호수는 9호지만 실제 체감은 8* 정도의 느낌으로 전해진다. 많은 데이터로 완성한 테오만의 페이싱 커브 (Facing Curve)가 주는 편안함의 결과이다. 그리고 옵션이긴 하지만 리드를 잡는 플레이트 (Plate) 역시 빈티지 (Vinted ), 티타늄 (Titanium), 스테인리스 (Stainless Steel), 구리 (Copper) 재질의 4가지가 있으니 본인의 성향에 맞게 골라 사용하면 약간의 도움이 된다. 빈티지는 따뜻하고 어두운 음색, 티타늄과 스테인레스 스틸은 강하고 밝은 음색 그리고 구리 압력판은 기본적인 셋팅으로 어두운 음색을 제공한다. 그러나 플레이트 교체만으로 음색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하는 분은 없으리라 믿는다. 단지 마우스피스 음색에서 본인이 원하는 방향성을 강조하거나 살짝 아쉬운 부분을 채워주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맞다. 마지막으로 동봉되어있는 두 개의 드라이버는 리버티 리가처의 위치 변화와 플레이트를 교체할 때 사용하는 전용 공구이고 리드 리플레이서 캡 (Reed Replacer Cap)은 리드를 보호하는 목적이 아닌 사용하지 않을 때 끼워 마우스피스의 팁을 보호하는 캡으로 활용도가 높다. - 사진 9
수많은 테너 빈티지 마우스피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테오가 만든 첫 번째 마우스피스 [암마]. 분명 재즈를 기반으로 만들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모든 스타일 (Style)의 음악에 잘 녹아드는 마법을 가졌다. 이 마우스피스는 매우 빠른 반응과 쉬운 컨트롤을 자랑하고 중간 정도의 밝은 음색을 가지고 있지만 테오의 "True Large Chamber"라 불리는 큰 사이즈의 챔버와 합쳐지며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따뜻하고 풍부하며 때론 꽉 찬 음색과 강력한 힘을 가진 새로운 차원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아쉽게도 이 멋진 작품이 이미 단종되어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암마] 마우스피스 이후에 만들어진 다양한 테너 색소폰의 음색에 새로운 길라잡이 역할을 했음에 박수를 보낸다.
<알립니다>
본지 9월호 책자에 실린 해당 코너의 메인 사진이 다음과 같이 잘못 편집되어 독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온라인 페이지의 첫 번째 사진이 이 기사의 본래 메인 사진이며, 책자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본지의 착오로 지난호 사진이 잘못 실렸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사진 A는 지난 8월호의 메인 사진으로, 이번 9월호 책자에 잘못 편집되었습니다.
이에 사진 B로 정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