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01(월)
 

 

사회적 기업 ㈜툴뮤직 정은현(43) 대표는 피아노연주자로 겸임교수이자 사업가다. 서울사이버대학교, 수원대학교, 명지대학교, 강원대학교, 안양대학교, 예원예술대학교, 안양예고에서 겸임교수와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취업 멘토이자 사회연대은행에서 창업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정은현 대표는 1년에 두 번 공연하는 음악인으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여러 일을 하고 있으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회사가 성장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정은현 대표를 ‘예술공작소툴’ 신사점에서 만났다. 코로나로 음악대학 입시와 더불어 음악대학 실기시험마저 비대면 영상촬영 제출로 대체되고 있다. 영상촬영을 위한 장소로 ‘예술공작소 툴’의 대여가 꾸준하다고 했다.

 

 

피아노 전공


정은현 대표는 7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중앙대학교 피아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매일 6시간 이상 연습하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양한 콩쿠르도 출전했죠. 학교에서 상위권이었지만, 그 외의 대회에서는 그렇지 못했어요. 다양한 음악을 접하기 위해 매주 1개씩 음반을 구매해서 들었습니다. 입대 전까지 음반구매로 지불한 금액이 300만원이더군요. 러시아 거장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의 음반을 듣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만큼 연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면서 연주자의 꿈을 접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았거든요.”

 

개인지도

 

정 대표는 2005년 1월 제대 후 경제활동으로 개인레슨과 조교를 한다. “피아노전공 대학생으로 개인레슨을 하고자 6개월 동안 거주지 인근에 벽보를 붙였어요. 남자 전공자에게 지도를 맡기는 부모님이 없었어요. 피아노는 여학생이 많이 배우고, 부모님은 남자 선생님보다 여자 선생님을 선호했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매주 벽보를 붙이며 학생을 기다렸죠. 처음으로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을 수업하게 됩니다. 주 2회 수업으로 6개월 지도했는데, 피아노 실력이 많이 향상됐어요. 개인 레슨을 시작하고 1년이 됐을 무렵 15명을 지도했습니다. 연말에 제자음악회를 대전 유성문화원을 대관해서 했습니다. 지도하는 학생뿐 아니라 학생의 친구와 지인들이 참석하며 홍보도 됐습니다. 예체능의 실력향상을 검증하는 것이 막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명확합니다. 매월 동영상을 촬영해서 아이들의 실력을 동영상으로 남겨두고, 아이들의 장점을 기록해서 부모님께 제공하며, 40명까지 지도했습니다.

 

2009년 졸업하고 피아노 교재를 만드는 곳에 근무했습니다. 정해진 근무시간과 지도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가정방문 대신 저의 집으로 수업 장소를 변경해야 했습니다. 수업 장소가 바뀌면 수업을 받지 않을 거 같아 모험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학생이 저한테 지도를 받았습니다. 지도하면서 가르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학생을 지도할 수 있게 된 비결을 묻자, 정은현 대표는 “학생과의 유대가 중요합니다. 아이들과 유대관계가 좋으면, 신뢰가 생겨서 저의 지도를 귀담아 듣습니다. 아이들의 연주 영상을 찍어서 아이에게 보여주면, 자신의 연주를 보고 무엇이 부족하고,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스스로 찾으면서 성장합니다.”라고 답했다.

 

 

250개 제안서


툴뮤직 정 대표는 대학교에서 조교로 3년 6개월 일하면서 많은 제안서를 썼다. 관공서와 홍보부서 등에 제출한 제안서가 250개. “지원 사업 공고를 보고,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곳에 제안하면서 많은 일을 경험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3년이 지났고, 저만의 콘텐츠가 없었습니다. 졸업 후 피아노 교재를 만드는 출판사에서 3개월 근무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퇴사 후 2009년 공연기획사 JCF를 창업했습니다. 클래식 공연을 기획하고 선보이는 일을 했어요. 현재 ‘툴뮤직’의 모태가 됐습니다. 클래식은 아름다운데, 표현 방식이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2시간 이상 앉아서 듣는 방식이 관객에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죠. ‘클래식 음악으로 재밌는 공연’을 해보고자 남성 피아니스트 그룹 'Why not?(와이 낫?)'을 만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4명이 음악 해설을 덧붙인 피아노 공연을 했습니다. 클래식 공연에서 관객과 소통하며 연주하고, 웃는 공연을 했습니다. 클래식도 관객과 즐기면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공연 비수기 때면 수입이 적어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습니다.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 가까스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그 당시 사무실이 없어서 한 달에 커피 값만 100만원을 썼죠. 그래서 임대료가 저렴한 전면유리로 된 곳을 구했어요. 겨울에외풍으로 고생하면서 공간의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음악연습실 ‘예술공작소툴’ 런칭


정은현 대표는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며, 공연이 없는 비수기를 견디지 못하면 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비수기를 견딜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러다 공간 대관 사업을 떠올렸다. “연주자는 연습, 레슨,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2011년 학교 후배가 원하던 피아노를 샀는데, 둘 곳이 없었어요. 3개월 동안 악기사에서 보관해줬는데, 앞으로 보관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후배와 음악가를 위한 공간을 직접 만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2011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음악연습실 ‘예술공작소 툴’을 운영하게 됩니다. 제가 가진 2천 만 원과 후배가 가진 2천 만 원, 총 4천 만 원으로 시작합니다. 저예산으로 지하에 첫 연습실을 직접 인테리어해서 오픈했습니다.”

 

현재는 5개의 ‘예술공작소 툴’ 지점과 아름다운 연주홀인 ‘로로스페이스’와 ‘우인아트홀’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툴뮤직 정은현 대표는 “연습실은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가정에서 연습과 레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연기획과 음반 제작

 

정 대표는 2012년 본격적으로 음악가들의 공연 기획과 음반 제작에 나섰다. 현재 툴뮤직은 매년 50~80건의 공연을 연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50여개의 앨범을 제작·유통했다.

 

“예술가에게 음반은 창작의 결과물이죠. 연주자는 자신의 창작물을 계속 만들어야 하고, 음반을 판매하고 홍보하는 것은 기획사의 역할입니다. 저는 글로벌 회사에 음반을 유통하고 싶었습니다. 유니버설뮤직에 매월 정해진 날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6개월 동안 이메일을 보냈고, 유니버설뮤직에서 연락이 왔고, 유통하게 됐습니다.”

 

현재 툴뮤직에 소속된 아티스트는 피아니스트 임효선, 박주영, 김은찬, 이훈, 배성연, 피아노 듀오 베리오자 전현주 & 전희진, 바리톤 석상근, 지휘자 최현이, 트럼페터 백향민, 색소포니스트 멜로우키친, 재즈드러머 양왕열, 탱고연주듀오 엘까미니또 등이 있다.

 

예술인 41%, 수입 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장기화로 전국의 전시,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예술인의 개인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다.

 

2021년 12월 31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예술 활동으로 벌어들인 개인 수입 평균은 755만 원이었다. 2017년 평균 1천281만 원보다 500만 원 이상 적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9∼11월 전국 17개 시도에서 활동하는 전업·겸업 예술인 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수입이 없는 경우'가 41.3%로 가장 많았고, '500만 원 미만' 28.3%, '1천만∼2천만 원 미만' 9.2% 등의 순이었다. 개인 수입이 1천2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전체 86.6%에 해당했다.

 

예술인들의 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작년 평균 작품 발표 횟수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7년(7.8회)보다 3.5회(48%)나 감소한 3.8회였다. 음악이 6.4회로 가장 많았고, 국악 5.8회, 방송연예 4.7회, 무용 4.1회로 뒤를 이었다. 사진 2.4회, 건축 2.5회, 공예 2.6회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진로를 고민하는 음대생을 위해

 

툴뮤직은 2019년 하반기에 2020년 상반기에 60곳의 공연 일정이 잡혀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든 공연이 취소되면서 모든 일이 없어졌다. “평소 제자들에게 진로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줬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음대생 진로 전략서〉를 출간했습니다. 음악전공자들의 진로를 다룬 책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음대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보통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은 전문 연주자, 학원이나 개인 레슨, 대학원 진학의 길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화 예술 기업에 취업하거나 음악 회사를 창업하는 등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음대생들도 취업과 관련해 직무실습을 할 수 있는 이론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응시 원서 종류와 사례, 작성법 등을 자세히 적었습니다.”

 

음대생의 취, 창업

 

툴뮤직 정은현 대표는 코로나로 공연할 무대가 없어지면서 대형 기획사도 지망생도 힘든 시기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클래식 강국으로 한국 음악가들이 60여 년간 세계 국제 콩쿠르에서 160번 이상 우승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음악가의 생계 문제는 심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0.1%의 전문 음악가가 아닌 99%의 음악 전공생에 주목했습니다. 유명 연주자가 아니면, 개인사업자로 음반을 발매해야 합니다. 학생을 가르치려면 개인교습소를 운영해야 하고, 사업자등록증을 발급 받아야 합니다. 개인 레슨도 자신이 마케팅을 할 수 있다면, 업체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 100% 수입을 얻을 수 있죠. 경제활동과 예술 활동을 별개로 생각하면 힘들어집니다. 연주만으로 충분한 수익이 안 된다면, 개인레슨이나 다른 경제활동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툴뮤직의 정은현 대표는 “코로나로 세상은 완전히 바뀌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고 누군가에게는 좌절일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여 나만의 가치와 계획을 수립하여 도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진로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과제입니다. 남이 아닌 결국 내가 좋아하고 끈기 있게 해낼 수 있는 일을 직접 경험하고 해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라며, “그게 결국 시간을 버리지 않고 본인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말했다. 툴뮤직은 코로나시대에 맞춰 〈찾아가는 소규모 음악회〉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며, 문화예술 취, 창업 자격증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간색소폰)박현주 기자= msp@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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