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월간색소폰)안지인 기자=

삼청동의 좁은 길 어느 골목에 아늑히 들어앉은 <라끌레>. 삐걱삐걱 내려가는 나무 계단 소리는 마치 과거로 안내해 주는 주문 같다. 각자의 추억을 가지고 오르내렸을 나무 계단에는 세월이 묻어있다. <라끌레>는 프랑스어로 ‘열쇠ʼ라는 뜻이다. 어쩐지 비밀스러운 느낌이 드는 이 공간과 잘 맞는 이름이다.



​영감이 절로 떠오르는 편안한 공간
너무 모던한 느낌의 재즈바가 살짝 부담스럽다면 라끌레를 추천한다. 라끌레는 너무 편한 나머지 그 공간에 들어가는 즉시 나를 놓아두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세상과 단절된 느낌에 과거의 언저리에 두었던 기억들까지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두운 실내에 오직 테이블에만 조명이 비쳐, 모든 것을 잊고 음악감상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좋다.


매일 흘러나오는 라이브 재즈
라끌레는 매일 라이브로 재즈를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재즈 클럽 중 하나이다. 재즈클럽이라면 매일매일 라이브음악이 들려야 한다는 사장님의 신념 때문이다. 주로 젊은 연주자들이 연주하는데, 클럽의 빈티지한 정경과 묘한 세대의 어울림이 형성된다. 무대와 테이블이 가까워 연주자의 숨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다. 공연은 매일 저녁 8시 반에 시작되어 10시 반에 끝난다.

 

 

빈티지한 감성의 소품과 인테리어
라끌레가 주는 따뜻함은 나무로 이루어진 내부 인테리어의 몫도 있다. 손길이 자주 닿아 반들 거려진 테이블 앞에는 마치 비비킹이 시가를 들고 앉아 있을 것만 같은 가죽시트 의자가 놓여 있다. 주인장의 손길이 닿은 작은 소품들도 마치 전시되어 있는 것처럼 그 자리에 놓여 있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느껴질 정도.
가끔은 세상의 모든 게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 정지한 시간 속에서 오직 나만이 유유자적 거리를 누비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나를 감독하는 시간은 잠시 뒤로 두자. 그리고 라끌레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의 음 하나하나에 귀를 맡기고 와인의 향기와 치즈의 부드러움에 모든 감각기관을 맡겨보라. 당신은 어느새멈춰진 시간 속에 와있을 것이다.

 


글 | 안지인 기자

jii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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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ZZ CLUB] 재즈 향 가득한 비밀공간 '라 끌레(La 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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