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재즈앤모어색소폰 앙상블은 아마추어가 도전하기 힘들고 꺼려하는 장르인 재즈를 색소폰으로 연주하기 위하여 고된 연습의 시간들을 축적하였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그들의 거듭되는 연습과 꾸준한 기다림은 마침내 아마추어로서 조화로운 재즈 사운드를 표현해낸다. 더디지만 꾸준하게 광을 내듯 한 방향을 바라본 끈기로 일궈낸 감격스러운 결실이었다. 서로를 배려하며 자유로움으로 대변되는 재즈를 수용한 그들은 공연을 통해 황홀함을 느낀다. 이제 재즈앤모어에게 재즈를 제외하고는 음악과 인생을 논할 수 없다. 

 

 

파파재즈 그리고 재즈앤모어(Jazz and More)
신강균 지휘자가 이끄는 재즈앤모어색소폰 앙상블(이하 J.A.M)은 6년 전에 창단한 파파재즈색소폰 앙상블(이하 파파재즈)이 모체다. 남성 회원으로만 구성된 파파재즈가 해산될 즈음 장세호, 고대영 단원의 재즈를 배우고 싶어 하는 강한 열망을 신강균 지휘자가 모른 채 할 수 없어서, 여성 회원도 영입하여 3년 전 J.A.M을 새롭게 재창단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앙상블 단원들은 창단할 때부터 함께 했던 멤버가 대부분이라 관계가 돈독하고 서로를 깊이 이해한다.
신강균 지휘자에게는 외국의 거리를 거닐다 마주친 어떤 청년의 색소폰 연주가 엉망이었는데도 행인들이 즐겁게 들어 주고 호응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외국의 항구나 골목에서 현지인과 어우러져 자유롭게 재즈를 연주하고 거리에서 단원들과 버스킹하는 것이 그의 꿈. 연주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음악을 즐기는 J.A.M을 만들고 싶고 호의적인 분위기의 거리 공연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순탄하지 않은 길을 창단 때부터 함께 걷는 단원들
J.A.M은 8곡의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재즈에 익숙해지기를 택했다. 소리의 조화를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지만 더디더라도 연주 실력이 향상되는 느낌에 조금씩 재미를 붙였다. 그 결과 3년간 모든 멤버가 호흡을 맞춰가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색소폰에 입문한 사람들이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반주기에 의존하여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연주를 하다보면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조급한 마음에 연습을 해도 프로 연주자의 소리를 흉내내기에는 역부족이라 스스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즈는 공부해야할 내용이 많고 교감을 통해 연주하기 때문에 단원들은 서로 동기부여가 되어 함께 발전한다. J.A.M은 가장 젊은 층인 30대부터 최고령자인 70대까지 의료인, 건축설계사, 중소기업ceo, 대기업 임원, 회계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며 좋은 소리를 이끌어낸다.
고대영 단원은 멤버들과 연주의 목표가 같아 안정감을 느끼며 서로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인다고 한다. 그는 재즈를 연주할 수 있는 앙상블이 없기도 하고, 평생 연습해야하는 장르라고 생각하기에 J.A.M에서 굳건히 버텨왔다. 나이가 들어도 멤버들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재즈를 연주하고, 음악이 삶의 한 부분이 된 낭만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싶다고 한다.

어렵지만 치명적인 재즈의 매력
장세호 단원은 교회의 색소폰 동호회에서 신강균 지휘자에게 지도를 받다, 재즈 색소폰 앙상블을 창단한다는 이야기에 파파재즈의 원년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다. 흑인음악을 선호하여 재즈와 스윙을 자연스럽게 접했고, 앙상블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며 리듬과 곡의 이해를 습득하게 되었다. 그는 지휘자에게 ‘절제’에 대해 많이 배운다고 한다. 혼자 연주를 하게 되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지만 절제를 통해 듣는 사람들에게 부드러운 소리로 감동을 줄 수 있다. 합주를 하며 체득한 것은 독주를 할 때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 연주가 어려워 스트레스와 고통이 따르지만 소리가 좋을 때의 희열이 느껴지는 재즈가 좋다.
신강균 지휘자는 곡의 특성에 맞게 풍부한 표현이 가능하도록 단원들을 지도한다. 색소폰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를 1부터 100까지 세분화하여 낼 줄 알아야 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 정확하게 소리의 표현이 가능한 수준으로 가르친다.
채종철 단원은 회사에 근무하면서 일주일에 한번 정기 연습에 참여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즐겁다고 한다. 그는 재즈에 심취해 우선순위를 J.A.M에 두고 화성학을 공부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고대영 단원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여 자연스레 재즈를 접하게 되었다. 어쩐지 끈끈한 느낌이 들고 정형화되지 않은 재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 파파재즈에 가입하였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에서부터 색소폰을 연주한 김기형 단원은 경복윈드오케스트라 활동을 함께 하던 배종화 단장의 추천으로 J.A.M에 입단하였다. 배종화 단장은 합주를 하면서 책임감과 무언의 압박을 느껴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
기다림 끝에 얻은 자신감, 버스킹
2년 반 가량 단원들과의 연습을 통해 이뤄낸 첫 공연은 작년 겨울, 서울 이수역에서의 버스킹 연주였다. 한곡도 제대로 연주해본 경험이 없었지만 패기 하나로 시작한 공연이었다. 이수역에서의 버스킹은 단원들 스스로의 한계를 알게 되는 계기와 동기부여의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이때의 좋은 기억은 올해 6월 서울 방배동에서 진행된 버스킹 공연의 촉진제가 되었다. 신강균 지휘자와 단원들은 혹시나 있을 민원에 대비하여 악보는 카드악보를 준비했고, 스피커도 단 한 대만 갖춰 방배역으로 향했다.
우려와 달리 누구 하나 불만을 표하는 이가 없었고, 지나가던 행인들은 재미있게 연주를 들어주었다. 단원들은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It don’t mean a thing’을 연주했다. 방배역에서의 버스킹을 통해 무대에 대한 긴장감도 완화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신강균 지휘자는 외국의 교회에 초청받아 연주를 한다면 현지에 머물며 버스킹의 꿈을 충분히 빠른 시일내에 이룰 수 있다고 확신했다.

3년의 결실, 아마추어의 조화로운 재즈 사운드
아마추어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장르로 알려진 재즈. 재즈에 관심이 깊은 단원들은 열정만큼 좋은 소리가 나지 않아 중도 포기에 대한 고민과, 스스로의 실력에 만족을 느끼지 못해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평균 실력보다 뛰어난 단원들은 뒤처지는 이들의 연주 실력이 향상되기를 기다리다 지쳐 떠났고, 뒤처지는 이들은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답답함에 앙상블을 떠났다.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함께해온 멤버들은 신강균 지휘자의 ‘인내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해결법’이라는 말을 믿고 서로를 의지하며 조금씩 발전을 거듭했다. 8개의 재즈곡을 연습 한지 2년 반가량 지났을까. J.A.M의 소리가 달라졌다.
반복된 연습 끝에 단원들은 서로의 연주 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서로 배려를 통해 소리의 조화를 이루게 되었으며 강하게만 불던 좋지 않은 습관도 다듬어졌다. 꾸준한 정기 연습으로 재즈의 즉흥연주를 위하여 요구되는 청음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고대영 단원의 말을 빌자면 재즈의 습득 과정은 ‘천천히 약을 달이듯 달여 왔다’는 표현에 가깝다. 호흡을 맞춰가고 곡을 해석하는 공통된 시선이 느껴지니 단원들은 이제 큰 소리와 작은 소리를 함께 낼 수 있고 서로에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들 앞에서 연주하기 민망한 실력이라고 여겨졌는데, 올해는 모든 단원들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꾸준한 합주는 실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몸소 느낀 J.A.M은 색소폰 독주만 했던 이들에게 실력 향상의 방법으로 합주를 추천하고 싶다며 입을 모았다. 연주 실력의 발전은 단원들 서로간의 배려와 양보로 얻은 3년의 시간에 대한 귀한 보상이다.

타인과 교감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재즈
우연히 외국의 거리에서 재즈를 능수능란하게 연주하는 노년의 한 남성은, 신강균 지휘자에게 멋지고 중후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한국에서는 악기를 메고 지하철역 통로를 지나가다 외국인이 색소폰을 부는 것을 보고 즉석에서 한 시간 반을 협연한 적이 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교감하던 재즈, 그 아름다운 선율에 지나가던 행인 4~50명이 모였다. 신강균 지휘자는 모든 장르가 좋지만 재즈의 매력은 특히, 알면 알수록 깊이가 느껴진다고 한다. 재즈에는 여러 가지 ‘룰’이 있으며 엔딩까지 같은 연주자들과 함께 하더라도 교감에 따라 연주가 달라지는 변화무쌍함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연주 9년 차가 된 배종화 단장은 경복윈드오케스트라 활동 중 신강균 지휘자에게 개인 레슨을 받았다. 재즈는 훈련이 끝나지 않는 장르이며 어렵지만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유복성 단원은 색소폰 연주는 듣는 사람이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을 정도로 사람의 감성을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온 마음을 다해서 연주를 한다. 채종철 단원이 생각하는 재즈는, 같은 음악이라도 ‘멜로디 페이크’를 하거나 다른 연주자와 교감을 통해 다양한 전개로 음악을 만드는 ‘창작’의 장르라고 본다.

재즈 앤 More, More, More
J.A.M의 질주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그들은 회식때에도 음주보다 음악 이야기를 하고 등산을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 배종화 단장은 단원들 모두가 자신감이 생기고 의욕적인 모습에서 르네상스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요즘은 일주일 단위로 성장하고 달라지는 단원들의 활기에 합주가 더욱 재미있다. 앞으로 바리톤과 소프라노 색소폰이 함께한다면 소리가 더욱 좋아질 것 같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고대영 단원은 처음 색소폰을 시작했을 때 가족들에게 5년 뒤에 무대를 서겠다는 말을 했었다. 5년이 된 올해, 정기연주회 통해 입버릇처럼 했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떳떳함을 느낀다. 유복성 단원은 J.A.M의 레퍼토리 8곡 외에도 다양한 곡을 소화하고 더욱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채종철 단원은 J.A.M가 빅밴드와 같은 신나고 웅장한 공연을 해내기 원한다. 그는 출장 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 라이브 재즈 클럽 ‘Bird’에 들르기 위해 근처에 호텔을 잡았던 적이 있다. Bird에는 아마추어 빅밴드가 다수 참가하였고, 그들의 스윙곡 ‘Sing Sing Sing’ 연주와 기타, 각종 관악기의 소리는 아주 멋지게 느껴졌다. J.A.M도 실력을 향상시켜 클럽에서 웅장한 빅밴드 음악을 연주하는 날을 소망한다.

 

글. 박세정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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