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묵직한 색소폰의 소리처럼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이다. 색소폰 선율에 이끌려 동호회를 찾은 그들은 자신들만의 연주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있다. 그들에게 색소폰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위한 수단이 아닌,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윤활유이기에 더없이 소중한 존재이다. 그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인생 속을 들여다본다.

 

 

함께 나누는 기쁨,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올해로 창단한 지 8년째인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처음 다섯 명의 소규모 동호회로 시작한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는 이제 회원 수 40여명을 가진 제법 큰 규모의 동호회로 성장했다. 색소폰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동호회 안과 밖에서 그 빛을 발한다.
고양시 일대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연주회 무대에 선 것만 해도 40회가 넘고, 주말마다 진행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100회를 훌쩍 넘겼다.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고양시 내의 다른 동호회와 연합하여 정기연주회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올해 연말에는 관현악 대신 색소폰으로만 구성한 단독 합주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이렇듯 고양시에서 열리는 행사는 어김없이 그들의 차지가 될 만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비좁은 지하 연습실에서 키운 열정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는 처음 다섯 명이 모여 지하 연습실에서 시작했다. 미약한 시작과는 달리 현재는 60평 규모의 연습실을 가지고 있는 제법 큰 동호회로 성장했다. 이렇게 동호회가 발전하기까지는 동호회 회원들의 노력이 컸음은 물론이다. 지하에서 연습하는 회원들을 보다 못한 최해순 회장은 회원들의 건강을 위해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대출받아 지상에 있는 연습실을 구했다. 회원들 역시 연주회나 봉사 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등 동호회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는 현재 음향실과 합주실그리고 개별적으로 연습할 수 있는 개인 방 열네 개와 직접 만든 무대까지 갖추게되었다.


서툰 첫 무대, 그 설레었던 기억
이제는 여유마저 느껴지는 그들의 색소폰 연주 무대.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회원들이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한 곳은 행주산성 선착장이었다. 자신들만의 시간을 만끽하러 나온 타인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 그들은 떨리는 손으로 첫 색소폰 연주를 시작했다. 어느새 무관심한 눈빛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뀌었고, 그들이 연주하는 서툰 색소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박수 세례는 그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동호회 회원들은 그때의 벅찼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색소폰 연주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꼈다. 그들은 이 일을 계기로 큰 용기를 얻어 첫 무대였던 행주산성 선착장뿐만 아니라다양한 무대에 계속해서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봉사, 나에게 주는 행복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회원들에게 있어서 연주 봉사활동은 삶의 일부이다. 100회가 넘는 봉사활동 횟수가 그들이 봉사활동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말해 준다. 무지개요양병원, 일산현대요양병원, 효그린요양병원 등, 그들이 주말마다 찾아다닌 곳 중 에는 특히 요양병원이 많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갇혀 지내시는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는 이유다. 처음 봉사활동을 할 때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또한 단어 그대로 그들에게 봉사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다른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는것보다, 자신들이 행복한 기운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동호회 회원, 그 이상의 의미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회원들은 함께 동호회를 일구어 나갔기 때문에 그만큼 서로에 대해 애정도 남다르다. 회원들은 저녁이 되면 회원들끼리 색소폰을 들고 나가서 연주하고, 공연이 끝나면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다. 봄과 가을이 되면 직접 음식을 장만해 음향장비와 발전기를 들고 야유회를 떠나기도 한다. 매년 3월 24일마다 창단연주회를 개최하고, 연말에는 송년연주회도 개최하는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서로가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들에게고양하모니색소폰 동호회 회원은 회원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듯하다. 색소폰을 사랑하는 이유뿐만 아니라 인생의 가치관까지 닮아 있는 그들이기에, 서로에 대한 따뜻한마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최해순 회장)
前 하늘소리 색소폰 오케스트라 단장이었던 최해순 회장은 딸이 자신의 졸업연주회 때 색소폰 연주를 부탁한 것을 계기로 색소폰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현재 지도농협 능곡역 지점장인 그는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를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2011년 3월 24일에 동호회를 만든 이후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동호회 회원 숫자도 어느덧 5명에서 40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키웠다. 그는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뿐만 아니라 덕양구에 있는 색소폰 동호회 연합회 회장도 맡고 있는데, 경기도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덕양구 색소폰 연합 <정기연주회>도 주관했다.
색소폰 동호회를 만든 이후 그의 일상은 색소폰으로 가득 찬 모습이다. 정기 공연으로는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서정공원에서 매년 5~10월까지 매월 넷째주 토요일에, 일산 호수공원 수변무대에서는 1년에 두세 번 공연한다. 첫 공연 무대를 가졌던 행주산성 선착장에서도 1년에 서너 번 정도 공연을 진행하는 등 색소폰과 떨어질 날이 없다. 그의 삶에서 봉사활동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요양병원에서 첫 연주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아직까지도 봉사활동을 쉬지 않고 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봉사활동을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의 열정을 대변해준다. 그는 그와 동호회 회원들의 시간이 허락되는 한 연주활동과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최해순 회장은 올해 연말에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색소폰 단독 합주공연을 하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이기재 회원)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가 있다. 일흔 넷의 이기재회원은 사업을 하던 중 위암 선고를 받았다. 결국 작년 7월에 위암 수술을 받았는데, 위를 많이 절제한 수술이다 보니 소식을 해야 하는 등의 힘든 상황이 많았다. 그동안 하던 사업마저 정리하고 건강 회복에 힘쓰던 그는 색소폰 연주를 계속하고 싶었다. 의사에게 문의한 결과, 색소폰이 심폐 기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에 안도했다. 그는 색소폰이 그에게 신체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주지만, 정서적으로도 큰 만족감을 준다고 한다.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덕분에 좋은 곳에서 많은 사람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고, 본인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그는 건강을 위해 그리고 인생의 행복을 위해 색소폰 을 늘 곁에 둘 생각이다.


(오세욱 회원)
오세욱 회원은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창단 멤버이다. 그는 어릴 적 중학교 음악 교사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일찍이 피아노를 배웠다. 그 덕분에 색소폰을 연주할 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색소폰의 음색이 사람과 가장 가까운 악기라고 생각한다. 비록 색소폰 연주에는 가사가 없지만, 색소폰의 소리와 다양한 테크닉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 사업을 하는 탓에 바쁜 일상을 살고 있지만, 시간을 쪼개서라도 틈나는 대로 연습실에 나와서 연습을 한다.
그의 연습이 빛을 발할 때는 바로 공연과 봉사활동을 할 때다. 특히 처음 봉사활동을 할 때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계속 진행하다 보니 봉사활동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더 많이 느낀다. 부족한 솜씨지만 앞으로 연주 실력을 조금 더 키워서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다고 한다.


(이시은 회원)
이시은 회원의 경우, 그녀의 삶 자체가 자원봉사라고 할 수 있다. 2003년에 그녀의 아들 친구가 누군가의 괴롭힘 끝에 세상을 등진 일이 있었다. 그 사건을 본 후 그녀는 자치센터에서 청소년지도협의회 회장을 맡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저녁때마다 야광봉을 들고 학교 근처를 돌아다니는 등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다. 현재 사단법인 미래라는 단체에 속해 있는 그녀는 어르신들을 돌보거나, 집 청소를 해주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색소폰을 배우게 된 계기 역시 요양병원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악기 연주를 들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녀가 색소폰을 연주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녀에게 있어서 색소폰은 봉사활동을 위한 수단이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이루어주는 매개체이다.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일산 현대재활요양병원> 연주 봉사활동
2018년 2월 10일 토요일 오후 1시, 일산 현대재활요양병원에서 흥겨운 색소폰 소리가 울려퍼졌다. 바로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 회원들이 색소폰을 연주하는 소리이다. 그들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나타난다. 주로 어르신들이 계시는 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동호회가 만들어진 지 8년 동안 100회가 넘게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병원 역시 이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인 듯 동호회 회원과 병원 직원, 환우들 간에 매우 친숙한 모습이었다. 공연시간이 가까워지자 휠체어를 탄 어르신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은 공연 전 연습삼아 부는 색소폰 소리에도 흥에 겨운 듯 손으로 박자를 맞추어 공연에 대한 설렘을 엿볼 수 있었다.
오후 1시 30분, 사회자 김광현 회원의 인사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이기재 회원의 <목포의 눈물>을 시작으로 김은주 회원의 <무조건>, 박상혁 회원의 <진또배기> 그리고 이시은 회원의 <마포종점> 순으로 진지하게 연주했다. 특히 고양하모니색소폰동호회의 공연에서는 동호회 회원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무대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공연 중간에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어르신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에 관객들은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시간에 걸친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사람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할 만큼 열정적인 무대였다. 모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글 | 염재인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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