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44년 동안 배우로서 외길인생을 지내오며 강렬한 눈빛의 악역부터 넉살스러운 감초연기까지 소화하여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배우 송경철. 언제나 즐거웠던 연기자의 길을 걷다가 겪게 된 연이은 큰 시련들로, 삶에 대한 희망도 잃을 뻔했던 그를 위로한 것은 색소폰 연주였다. 그는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연주자가 되었을 것이라 확신하는 만큼 음악과 색소폰에 대한 사랑이 깊다.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배우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1973년도에 MBC 공채 탤런트 6기로 입사한 그는 낮에는 연기를, 밤에는 노래를 부르고 드럼을 연주하였다. 97년도 KBS 주말연속극 ‘파랑새는 있다’에서 차력사 역할을 맡아 큰 인기를 끌며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작년 인기리에 종영된 SBS 드라마 ‘용팔이’, TVN 드라마 ‘THE K2(더 케이투)’, 최근 개봉한 영화 ‘프리즌’에도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배우는 좋아하는 직업이니 열심히 연기했으며 몸매 관리도 지금까지 꾸준히 하여,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고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만난 행운을 누린 것 같다”고 전했다. 대부분 그를 떠올리는 이미지는 다부진 몸매에 민머리 스타일, 카리스마 있는 인상이다. 초등학교때부터 운동하고 달리는 것이 적성에 맞아 육상을 했으며 지금까지도 헬스, 등산, 스쿠버 다이빙 등다양한 운동을 통해 배우로서 여러 역할을 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송경철. 기회가 되면 인자한 학부모나 최고의 악역 등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고싶다는 그는, 또 다른 연기 변신을 위하여 매스컴을 통해 줄곧 보여주었던 스타일인 민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30년간 만난 여러 연주자와 동호인

그는 삼십년 동안 색소폰 연주를 독학했다. 만약 배우가 아니었다면 연주에 몰입하여 기본기를 닦고 연주자가 됐을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로 연주를 즐긴다. 색소폰을 독학하여 기본기가 튼튼하지 못해 아쉽다는 송경철 씨는, 혼자 연주를 하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한국색소폰협회 김원용 회장,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엄지용, 황금나팔 윤정현 등 연주자를 직접 찾아가 연주법을 배우기도 했다. 여러 사람에게 배우다보니 처음 가르쳐준 선생님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연주자들에게 짧은 가르침들을 받았다. 

그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집 근처의 동호회 연습실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연주를 한다. 보통 집 근처를 즐겨 찾지만 다른 지역에 방문하게 되어도 거리낌 없이 동호인들과 연주를 즐긴다. 사람들이 그에게 연주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물어오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세 가지의 방법을 일러준다. 우선 한 곡을 정해 모방하여 연주를 능숙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습득하는 것과 감정표현을 풍부하게 하는 것, 마지막으로 아마추어임을 인정하고 프로를 따라잡으려는 욕심을 버린 자세로 연습에 집중해야한다는 것이다.

 

오랜 음악인생의 느낌표, 색소폰

송경철 씨는 어렸을 때부터 친형님이 악단에서 드럼을 연주하여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등 여러 악기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안양예고에 진학한 그는 연기 공부 외에도 그룹사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하였다. 그때 드나들기 시작했던 낙원상가에 지금까지도 방문할 만큼 음악애호가다. 

10대 때 들렀던 낙원상가는 뮤지션들로 붐벼 밤무대 지배인들이 찾아와 연주자들을 차출해가는 인력시장이었다고 회상하며, 이곳에서는 훌륭한 연주의 선율보다 삑삑-소음을 내며 튜닝을 하는 소리에서 그 때의 향수와 생동감을 느낀다고 한다.

30년 전 색소폰을 시작하며 방문하기 시작한 낙원상가의 악기점 사장과는 절친한 사이가 되어 항상 그곳에 수리를 맡기고 추천해주는 악기와 피스를 사용한다. 다른 악기에도 관심이 많아 색소폰 외에도 드럼, 기타, 27년 전 브라질에서 공수해온 타악기 콩가까지 수집했고 이달부터는 피아노를 배울 예정이다. 

무대가 좋아 연기 뿐 아니라 연주도 즐겁다는 그는 삼십년 전, 다른 악기에 비해 독주가 가능하여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색소폰에 매력을 느꼈다. 기분이 우울할 때 색소폰 연주에 몰두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송경철. 언제든 연주가 가능하도록 자가용에 항상 음향기기와 앰프, 알토와 테너 색소폰을 싣고 다니며 차 안에 혼자 있을 때 가장 많이 연주를 즐긴다.

 

본업인 연기 생활의 윤활유

2013년 방영했던 SBS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송경철 씨가 상대역인 김수미 씨에게 색소폰 연주를 선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감독과 작가는 그가 색소폰을 즐기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연주 신을 만들었고, 송경철 씨는 극의 전개에 어울리는 연주곡 ‘보고 싶은 얼굴’을 직접 선정하여 장면을 완성하였다. 색소폰 연주는 연기 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은 물론 배우 활동과 배역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 

색소폰을 접하기 이전에는 화가 나면 노래방을 찾아 키를 최대치로 설정해 크게 악을 쓰며 스트레스를 해소 했지만 이제는 연주에 몰두하는 방법으로 감정을 전환한다. 연주를 즐기니 급했던 성격도 온순해지고 여유가 생겨 연기 활동의 유연함은 물론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힘든 시간들을 치유했던 색소폰 연주

흔히들 말하는 아홉수에 번성하던 사업이 실패하고 2002년에는 제트스키를 타다 얼굴뼈가 함몰되는 대형 사고가 연달았다. 사고 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도 앓게 되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다 2003년에 필리핀으로 돌연 출국했다. 절친한 사이인 배우 이덕화 씨와 작가 장영철, 정경순 씨의 도움으로 2010년에 SBS 드라마 자이언트로 복귀하기 전까지는 그가 죽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7년 동안 필리핀 세부에서 지낸 그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여 다이빙 숍을 운영하며 지냈다. 그가 사업을 하는 장소에는 언제나 무대를 설치했는데,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다. 숍 한쪽에는 식당과 무대를 설치하였고 필리핀에 머문 긴 시간동안 그는 무대에서 위로를 받았다.

본업인 연기를 하지 않았을 때라 무대에 올라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기가 조심스러워 손님들과 직원들이 없는 밤에 주로 연주를 했다. 당시 그는 색소폰을 몸의 일부처럼 지니며 일생에서 가장 많은 색소폰 연주를 했다고 한다. 밤을 새운 경우도 많았고 해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롯이 혼자만의 연주 시간을 즐기면서 위로를 받았다. 나중에는 소문을 듣고 팬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와 연주를 요청해오자 무대에 오르게 되었고 여행 가이드들이 관광객을 데려오기도 했다. 

 

감정표현이 풍부한 배우가 연주하는 색소폰

색소폰 연주가 노래하는 것과 같다고 여기는 그는 ‘악기는 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노래가 슬프다면 색소폰을 통해 객석에도 그 슬픔을 전달해야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44년간 배우 생활을 해왔으니 풍부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색소폰 연주는 그에게 제격이다. 그는 감정을 많이 표현해야 하는 애환이 느껴지는 곡들과 젊은 시절에 많이 듣던 그때의 추억이 떠오르는 올드팝을 가장 좋아한다. 무대에서는 관객들에게도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연주를 들려주기 위하여 청중들의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연주곡을 선정한다. 

 

꾸준히 공연을 소화하는 연주자의 면모

그는 공연에 초청받으면 관객들의 연령대나 행사 분위기를 파악하여 연주곡을 정하는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 언제나 공연 주최 측과 관객들의 환호를 받는다. 무대에서 다양한 관객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킬 곡을 연주하기 위하여 평소 장르를 가리지 않고 국악의 창부터 재즈까지 연주를 즐긴다. 그의 연주력을 반증하듯 엘프 반주기에는 송경철 씨가 연주한 가수 이선희의 ‘조각배’를 포함하여 3곡의 반주가 수록되어 있다. 

행사에 참여하면 프로들과 엄연히 구분되는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언제나 주눅 들지 않고 거리낌 없이 즐겁게 연주한다는 그는, 프로급의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3월 30일에는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 자선 디너 패션쇼에 초청되어  7~800명의 관객들 앞에서 독주를 했다.  

송경철 씨는 자신을 믿고 초정해주는 사람들에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부단히 연습을 한다. 무대에 대한 강한 책임감으로 초청받는 공연도 많으며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코리안재즈오케스트라’ 정기공연에도 스케줄이 없다면 항상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2014년부터 사회를 맡고 있는 이 공연은  그가 오프닝에서 2곡을 연주하고 뒤이어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진행된다. 

 

코리안 재즈오케스트라 정기공연

코리안 재즈오케스트라는 매월 셋째 주 수요일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카사데라 뮤지카(Casa De La Musica)’에서 공연을 연다. 사람들에게 즐거운 연주를 들려주기 위하여 순수하게 음악이 좋아 모인 프로연주자들 19명과 엄지용 지휘자는 매달 정기공연을 위하여 자비로 빌린 연습실에서 합주 연습을 한다. 송경철 씨는 문화, 예술분야에 정부의 지원이 열악한 것에 안타까워하며 조금이라도 공연에 도움을 주고 싶어 스케줄이 없다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송경철 씨가 3~40대에 사업이 번성했을 때에는 스스로도 음악을 즐기고 뮤지션들이 마음껏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청담동에서 뮤직클럽을 설립했었다. 그곳에 밴드공연이 가능한 무대를 마련하여 뮤지션들과 같이 연주하고 연주자들에게 색소폰을 배우기도 했다. 그때에 인연이 된 사람 중 한 명이 코리안 재즈오케스트라의 엄지용 악단장이다. 앞으로도 여력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연주할 수 있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설립할 예정이다. 

 

‘색소폰 홍보대사’가 되길 원하는 그의 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기분전환에 탁월한 색소폰의 홍보대사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는 색소폰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먼저 ‘색소폰 최다합주’ 기네스 기록을 갱신하는 것이다. 2016년 중국에서 새롭게 갱신한 기네스 기록은 1,875명이었고, 송경철 씨는 그보다 많은 인원인 2,000명을 모집하여 ‘아리랑’을 연주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 올해 10월쯤으로 추진하여 각 지역에서 연주자들을 모으기 위하여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다른 계획은 아직 욕심이라고 생각하여 실천하지 않았지만 연주 실력이 늘고 기회가 있다면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본인만의 디너쇼를 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머지않아 사업을 한다면 2층에는 연주가 가능한 무대를 꾸밀 예정인데, 연주 장소가 마련되면 연기보다 음악에 심취될까 걱정을 내비쳤다. 연기자와 연주자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이 오래도록 즐겁게 활동한 연기 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염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염려가 기자의 눈에 기우로 보였으며, 연기는 물론 연주활동도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 보였다. 

송경철 씨는 사람들에게 즐겁게 연기와 연주를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이미지로 인식되어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을 받기를 원했는데, 인터뷰 내내 편안함을 주었던 그는 이미 긍정적이며, 좋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월간색소폰)박세정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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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SIDE] 음악애호가의 특별한 색소폰 사랑44년 연기경력의 베테랑 배우 송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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