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이번 글에서는 색소폰 용어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세번째 사항을 다루고자 한다.

 

색소폰은 주요 부품만 50개가 넘고 온갖 나사, 스프링 등을 포함하면 약 200 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기계장치이다. 기계장치는 각종 부속품들이 서로 잘 연결되어야 제대로 작동이 되는데, 색소폰의 경우도 소리가 제대로 나도록 악기 상태를 잘 조율해야 한다. 이 때 색소폰 수리 repair 용어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소위 balance이다. 흔히 색소폰의 바란스또는 발란스를 조정했다고 표현한다. 밸런스 balance 는 말 그대로 균형이다. 악기가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색소폰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무게 균형을 말하는 것인지 좌우 균형을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 와닿지가 않는다.

 

색소폰의 본고장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키워크(keywork)의 원활한 작동 상태를 만드는 것을 조정(regulation: 레귤레이션)이라고 한다. 따라서 키워크(keywork) 또는 액션(action)을 조정(regulation)한다고 표현한다. 영미권에서 색소폰 수리 repair 전문 자료에는 밸런스라는 용어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밸런스라는 용어를 사용할까? 일본에서는 바란스(バランス)란 용어를 곧잘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개인 수리업체의 경우 패드와 스프링 조정을 통하여 악기 상태를 연주가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작업을 바란스 balance 조정 또는 균형 조정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야마하나 대규모 업체는 조정 regulation 또는 조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조정 또는 조율이라는 용어가 색소폰을 연주가 가능한 정상적인 상태로 만드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색소폰에서 밸런스 balance 의 원래 의미는 무엇일까? 색소폰에서 균형 balance 라는 용어는 셀머사의 밸런스드 액션(Selmer Balanced Action) 모델에서 처음 나타난다. 셀머사의 밸런스드 액션 모델은 셀머사가 1935년 특허를 출원하고 색소폰의 작동 메커니즘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색소폰의 발명 당시 주요 키들이 몸체를 따라 일직선으로 배치되고 벨 키들이 왼쪽에 있던 것에 비하여 셀머사는 연주편의성을 위하여 저음부 키들을 모두 벨 오른쪽으로 옮기는 구조를 채택하였다. 당시 특허자료 및 셀머사의 설명 자료에 의하면 이것이 바로 균형잡힌 작동(balanced action)인 것이다. 이후 이러한 메커니즘은 이후 최고의 작동이라는 의미에서 슈퍼 액션(Super Action) 모델로 발전되고 마크 식스(Mark 6)에서 완성이 된다.

 

따라서 패드, 펠트, 코르크, 스프링 조정 등을 통한 악기 상태의 정상화 작업은 바란스를 보는 것이 아니라 키워크의 조정을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연주가 가능한 상태를 넘어서 악기의 전체수리를 할 경우에는 오버홀 overhaul 이라고 한다. 

 

 

(월간색소폰)문판수 칼럼니스트=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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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의 밸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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