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색소폰을 배우고(Learn), 그 감상을 말(Talk)합니다. 음악이 낯선 기자의 색소폰 도전기. 색소포니스트 임민택씨에게 왕초보를 위한 기본기부터 단계별로 배워가며 아마추어 연주자로의 성장 과정을 기록할 예정입니다.

 

글·사진 l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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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정말 아프다. 


거울 앞에서 입술을 붙잡고 아프다는 말만 열 번쯤 되뇌었다. 고작 1시간, 그것도 소리만 겨우 냈을 뿐인데 아랫입술 안쪽에 하얗게 치아 자국이 나 있었다. 어떻게든 ‘낮은 솔’을 불어보겠다고 아랫입술을 짓이기며 마우스피스와 씨름한 결과였다. 까슬한 자국을 혀로 매만지며 생각했다. 정말 배우는구나, 색소폰을.


기자 경력 6년 차, <월간색소폰>에서는 5개월째. 입사 전까지 음악 관련 커리어는 전무했다. ‘평생 글만 쓰겠다’고 다짐했던 대학 시절에도,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에도, 내가 색소폰 전문 기자가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알아야 글을 쓰는데, ‘파지(把指·손으로 쥠, 악기를 잡는 것을 뜻함)’를 듣고 ‘파지(破紙·찢어진 종이)’를 떠올릴 정도니 사태가 심각했다.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려면 별다른 수가 없었다. 색소폰을 배우는 수밖에.


섭외를 위한 노력 끝에 색소포니스트 임민택씨가 첫 스승으로, 첫 악기는 영창의 알버트웨버로 정해졌다. 왕초보를 위한 악기 조립법, 앙부슈어(embouchure·마우스피스를 무는 입 모양), 운지, 악보 읽기 등의 기본기부터 꾸밈음이나 애드리브 같은 중·고급 과정까지 단계별로 배워가며 아마추어 연주자로의 성장 과정을 기록할 예정이다. 2024년 1월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이 코너가 색소폰 초심자에게는 독학의 길라잡이가, 중·고급자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릴 유쾌한 읽을거리가 되기를 바라며 연재를 계획했다.

 

-중략-


임민택씨의 설명에 따라 나름의 모양과 위치를 잡고 첫 호흡을 뱉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뱉어낸 첫 숨인데 웬걸, 바람만 새어 나왔다. 몇 번 더 시도해 보니 소리는 나는데, 임민택씨의 소리처럼 명쾌하지 않고 둔탁한 듯 답답한 음색이었다. 마우스피스를 너무 강하게, 혹은 약하게 조이는 게 문제란다. 


그러니까 정리해 보면 ①아랫입술을 적당히 말고, ②피스를 너무 깊거나 얕게 물지 않으면서, ③적당한 강도로 조이되, ④호흡을 일정하게 뱉어내야 한다는 건데…. 여러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자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많은 값을 입력해 오작동 난 기계처럼. 이걸 해야 ‘낮은 솔’을 불 수 있다는데, 피아노 배울 적 손가락 한 번만 튕기면 그만이었던 ‘솔’을 그제야 불 수 있다는데.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첫 시간부터 이렇게 고비인데. 나, 잘할 수 있을까.

 

 

 

 

▶기사 전문은 월간색소폰 1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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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 런앤톡(Learn&Talk)]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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