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월간색소폰)남은별 기자=

반짝반짝.
끊임없이 빛을 내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사람에게 빗대었을 때 이 ‘반짝반짝한 사람’은 외모나 재능을 칭찬할 때 말하기도 한다. 색소포니스트 장효석은 반짝반짝 빛났다.


작년 한 해 인기를 끌었던 책 ‘헤세로 가는 길’의 저자 정여울 씨는 헤세를 이렇게 표현했다. “헤세는 글을 쓰고 싶을 때 글을 쓰고, 꽃과 나무가 그리울 때는 정원을 가꾸고, 날씨 좋은 날에는 산야를 헤매며 그림을 그리고, 방랑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릴 때면 여행을 떠났다”

 


 
전적으로 빛을 내려는 의지가 강한 색소포니스트 장효석은 헤세인 듯, 때마다 원하는 것을 충족하며 음악을 위한 모든 순간에 성실함을 기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세션을 비롯해 본인의 음반과 브라스밴드를 진두지휘 하는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는 활력 넘치는 뮤지션의 이미지를 갖고 계십니다.
어제까지(지난 9월 2일) 콘서트에 참여했습니다. 리코딩 뮤지션이다 보니 오늘부터 보름간은 휴가가 주어졌네요. 작곡이나 음악 작업을 더 잘 해내기 위해서 잘 쉬기도 합니다.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작업이 끝나면 등산도 자주하구요.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좋은 공기를 마시고 색소폰 연주를 위한 하체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 받을 때 여행을 통해 비우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음악도 더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구요.

세션 작업의 현장에서는 음악 안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것과 달리 본인의 앨범은 굉장히 콘셉추얼한데요. 각각의 곳에서 역할을 달리 해야 하는 것에 고생이 많았을 듯합니다.
고생이라기보다 앨범의 황금기를 잘 누린 것이라고 하면 좋겠어요. 2005년까지 앨범이 많이 나왔습니다. 정규 앨범이 나오고 그 당시까지 리코딩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정규앨범 보다는 온라인 유통 방법을 많이 이용하지요. 그런 점 때문에 한 번 음악을 발표할 때 적은 수의 곡이라도 당연히 신중해야죠.

세션 작업과 첫 앨범 발매를 굉장히 이른 나이에 하셨어요. 지금까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경험을 하셔서 돌진하다시피 활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제작자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결심한 이유는 제작을 위해 다른 것을 요구하는 이들의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에 거부감이 일었죠. 소설가가 책을 쓰거나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그들만의 아이디어를 침범하는 것과 같았죠. 


스스로 색소포니스트와 재즈아티스트로 나누는지.
큰 음악장르로 보면 재즈이겠지만, 한국에서 재즈음악을 한다는 자체는 외국인이 상모를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JYJ 김준수 씨의 앨범에 참여 하며 내가 주로 하는 장르에 대해 ‘어반 네오 소울(Urban Neo Soul)’인지를 묻더군요.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 어반 네오 소울(Urban Neo Soul)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반 네오 소울’이라는 장르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이는 어반 소울과 네오 소울의 합성어로 보인다. 흑인의 애환을 표현한 음악인 소울을 기반으로 한다. 과거 소울 아티스트의 음악을 바탕으로 하여 새로이 선보인 것을 네오(Neo=New)소울 이라고 하는데 가사에 정치와 문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어반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도시적으로 세련된 느낌을 가미한 것으로 제작사에서 장효석 씨의 다양한 색깔을 담은 음악 스타일을 ‘어반 네오 소울’이라 이름 붙이면 좋은지에 대해서 물은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시는 연주자로서 갖춰야 할 태도는 어떤 모습일까요.
고집을 갖고 있으면 안 됩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연주자의 고집보다는 아집을 갖는 것을 지양합니다. 본인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으면 상대방을 비판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더 안타까운 점은 자신의 연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른다는 것이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누구에게라도 묻는 자세를 가져야지요. 저 또한 제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지금은 교직에 있지 않지만 여전히 그 친구들과 교류를 계속하고 있어요. 서로 발전해 나가도록 돕는 관계로 이어지는 것이죠.
다른 악기를 하는 이유는 색소폰 연주를 계속하면 한 가지 장르나 악기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입니다. 뒤에서 다시 연주를 해보면 내 악기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곡 작업을 하다보면 색소폰 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키가 다르기 때문이죠. 피아노는 C Key인데, 색소폰은 키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 외의 코드가 나오지 않으니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요즘엔 어떤 곡들을 주로 듣고 계신가요.
색소폰 연주곡 빼고 다 듣습니다.(웃음) 피아노나 기타 등의 연주곡, 올드팝도 좋아합니다. 비지스(Bee Gees), 시카고(Chicago). 비틀즈(The Beatles)를 다시 찾아 듣습니다. 그리고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나 스키드 로우(Skid Row), 헬로윈(Helloween) 등을 듣기도 합니다. 요즘은 미국도 다시 예전의 명곡을 찾아듣는 분위기이죠. 한 때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같은 퍼포머들이 인기 있는 때를 지나 요즈음은 마룬파이브(Maroon5)가 인기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한국도 다시 밴드 문화에 관심을 기우는 때가 돌아오더라구요. 문화는 계속 돌고 도는 그 주기가 있더라구요. 세분화하면 한 달마다의 주기가 있기도 하구요. 브라스 세션을 부각해 작업하려는 의도도 많이 보이구요. 최근 악동뮤지션의 리코딩이 2년 전의 것이라고 하면 음악에는 유행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인가요.
김현철 씨 공연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가수를 포함해서 전 멤버가 곡을 모두 외우고 같이 무대에서 즐겼거든요. 밴드에서 가수가 앞에서 돋보이고 뒤에서 세션맨들이 연주하는 식의 공연이 다반사인데 그 때는 모두가 독주(獨奏)를 하듯 자유롭고 합이 잘 맞는 공연이었죠. 가수 ‘봄여름가을겨울’의 밴드도 1년 정도 했고, 1998년도에서 2002년까지 밴드로 소극장에서 멤버들과 콘서트를 한 것도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앨범을 내기 위해 준비하시는 기간 동안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는지요.
요즘은 음악이 금방 바뀝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편안히 음악을 찾아 들으니 시류가 금방 바뀌는 거죠. 주된 일인 세션 작업을 하다가 음반 작업을 하다보면 고민이 많아지는 게 사실이지요. 신곡 녹음을 위해 연주 부탁을 받거나 하는 일들로 일상을 채우는데, 대중가요의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 연주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같이 작업하는 친구들과 일렉트로니카에 요즘 많이 사랑받는 곡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함께 들어보기도 합니다.

참여하신 앨범 중에서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요.
많은 이들이 기억해주고 사랑 받았던 곡들도 애착이 있지요. 빅마마(Bigmama)의 ‘Break Away’가 기억에 남네요. 도입 부분을 인상 깊게 기억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한국에서는 최초로 가수 세븐의 도쿄 공연을 위해 함께 갔는데, 그때 일본 관계자들 앞에서 공연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복면달호’의 주제곡인 ‘이차선다리’ 리코딩도 했구요. 의외로 트로트도 많이 작업을 했습니다. 장윤정 씨 앨범에도 참여하고요. 트로트 필을 많이 선보이지 않다보니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션맨이니 재즈도 했다가 보사노바, 어떤 때는 펑키한 음악도 연주하지요. 생소한 장르는 하면서 알아가며 준비를 하기도 합니다.

그중 즐거움을 느끼시는, 좋아하는 장르가 있으시다면 어떤 걸까요.
팝 발라드를 좋아합니다. 반대로 펑키한 곡들도 좋아하구요. 함께 하는 밴드 TST를 꾸준히 해와서인지 셋이 함께 하는 작업도 좋아합니다. 정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오래 함께 한 만큼 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다들 젊을 때 만나 어느덧 40대가 됐습니다.(웃음)

함께 작업하며 인상 깊었던 뮤지션이 있었다면.
가수 앨범의 작업을 많이 했지만 의외로 가수보다 간혹 배우와의 음반 작업이 더욱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더 블루(The Blue)의 김민종·손지창 씨가 오히려 꼼꼼하게 작업에 참여하여 끝나고 나서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이 많이 들게 하는 뮤지션들이었죠. 세션맨의 입장에선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직접 와서 할 때 더 감사함을 느낍니다. 소통의 과정은 물론 어려운 점이 따르지만 그렇게 작업하는 것이 더욱 보람되지요.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으시다면.
죠지 듀크(George Duke), 램지 루이스(Ramsey Lewis),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을 좋아합니다. 죠지의 에너지와 성실함을 기반으로 한 느낌을 동경합니다. 사람들의 편견과 다르게 음악 하는 사람들이 성실합니다.(웃음) 자발적으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잘 해나가려면 만들고 연습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죠. 세 뮤지션 모두 그런 면들을 갖추어서 닮고 싶기도 해 좋아합니다.

앨범들을 살펴보면 성장소설을 보는 듯합니다. 1집이 ‘소년의 꿈’을 담고 있다면 2집은 부담을 던 내려놓는 콘셉트 같습니다. 3집은 보다 부드럽다고 느껴집니다. 세상을 어느 정도 알아가고 타협할 줄도 아는 것처럼 말이죠. 모든 앨범의 콘셉트가 달라서 때마다 뮤지션으로서 확고한 선택을 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림씨와 함께 작업한 곡과 ‘Trouble In Frousk’가 좋았습니다.
하림 씨와는 친한 친구라서 2005년 당시(2006년 발매)는 젊을 때라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의지가 강한 때였죠. 세상에 맞춰가는 ‘대중음악이 아닌 것으로 시도해보자’는 뜻이 잘 맞았죠. ‘Trouble In Frouk’는 트럼피터인 윈터플레이(Winterplay)의 이주한 씨와 작업했습니다. ‘Frousk’의 의미는 따로 없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느낌을 되는대로 내뱉는 듯 만들어낸 말이죠.(웃음)

앞으로 나올 4집에 대한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4집도 다른 색깔로 나올 텐데 많이 들어주시고 주변에 홍보도 부탁드립니다. 조금 더 쉽게 하려고 했습니다. 1집과 같이 ‘스무스 재즈(Smooth Jazz)로 하려고 하는데, 음악의 변화를 쉽게 알아채는 청중들의 높은 수준에 따라 작업 중인 음악을 다시 들을 때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고치다보니 늦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후배분들은 ‘연주를 더 쉽게 해서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합니다.
연주를 통해서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가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곡을 많이 불러주는 게 좋듯이 대중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연주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앨범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니 많은 기대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현재 다른 작업 활동을 계획하고 계시나요.
올해는 아마도 힘들지 않을까요. 앨범을 만들기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작곡, 녹음, 믹싱, 마스터링만 해도 4가지입니다. 커버까지 하려면 5가지이죠. 작업한 지 3년째입니다. 다른 느낌이에요. 강제성이 없는 것은 스스로를 나약하게 합니다. 요즘 추세에 맞춰서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친구들과 연주를 하고 싶기도 합니다. 최근 참여한 예능 방송 ‘노래의 탄생’도 재미있던데요? 캐릭터가 정해져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슈퍼 브라스는 개인 앨범보다 더욱 독특한 것 같습니다. 언제쯤 계획하고 계시는지요. 멤버분들이 모두 현장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계시지 않나요.
EDM적인 요소를 가미해 다시 작업 중입니다. 현재 정식멤버가 저를 포함해 키보드, 드럼의 3인조로 구성돼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연주를 하고 싶으세요?
개인적으로 원맨밴드를 하던지 노래를 하는 앨범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때그때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악기나 보컬을 선택해서 꾸려보고 싶습니다.

대중에게 어떤 색소포니스, 아티스트로 보여지기를 바라시나요.
아티스트는 폭넓게 그 분야를 이끌어 나갈 때 ‘아티스트’라는 호칭을 쓰는 것 같습니다. 과거 교육의 안에서도 비용을 지불했으니 응당 치러야 하는 대가에 대해서 손익 계산을 하기에 급급한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겠죠. 프로 연주자의 경계도 허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연주자들의 분노는 존중받지 못한데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색소폰 애호가들이 많이 생기면서 아마추어인데도 프로인 것처럼 포장된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누구나 다 알만한 사실이죠. 많은 이들에게 성실하게 음악 하는 뮤지션으로 인정받으려 노력해야죠.

색소폰의 인기가 높아져 그런 불안한 요소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떤 보완점이 필요할까요.
다수의 청중 앞에 서기 위해서는 연습을 철저히 해서 프로의 실력을 갖추거나, 실력을 떠나 순수하게 즐기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겠지요. 전자는 프로 연주자를 위한 것이고, 후자는 물론 색소폰을 취미로 하시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십니다. 올해 일흔이 되신 저희 아버님도 색소폰을 시작하신지 1년 정도 되셨습니다. 색소폰을 뒤늦게 시작하셔서 실력이 늘지는 않지만 충분히 즐기고 계시죠. 연습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더욱 즐기는 연주를 한다면 스트레스도 받지 않아요. 프로 연주자는 직업으로서 더 완벽하게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연일 때는 혼자일 때 보다 더 압박감이 심하신가요?
솔직히 제 앨범이 더 힘듭니다.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이죠. 세션은 한 프로그램의 정해진 시간이 있습니다. 3시간 반 안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완벽히 수행해야죠. 프로세션맨이니 악보를 잘 익히고 색소폰도 잘 불어야 하죠. 솔로 앨범의 경우 내가 스스로 판단하는 프로듀싱 작업이 고행일 수밖에 없어요. 더 엄격해 지는 게 맞겠죠. 세션은 조미료 같은 역할이라면 솔로는 실수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그래도 양 쪽의 결과물에 대한 가치는 저에게 모두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색소포니스트 장효석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 음악을 듣고 좋아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악기 연습을 할 때 누군가 나의 곡을 카피하고 싶다는 요구를 불러일으킬 만큼의 연주와 앨범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음악을 연구하고 만들고 싶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그 당시의 사람들이 들어 ‘대단한 앨범’은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라고 생각해요. 그런 평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고요. 영상 쪽도 관심이 있어서 영화도 찍어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뮤지션이 되길 희망합니다.

 

글. 남은별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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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빛나는 삶, 색소포니스트 장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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