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찬바람에 꼿꼿하게 세운 옷깃만큼이나 타인의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세상. 낯선 이들은 서로 미소를 나누지 않고 초록을 버린 가을 이파리에도 무감동한 요즘, 좀처럼 보기 드문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음악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계산도 없이 아무런 욕심도 없이 이웃의 삶을 따사롭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서로서로 같은 마음으로 몸소 사랑을 채굴하는 광부가 되어 나눔의 불씨를 지피고 행복의 음악을 연주하는 ‘뮤직큐음악스튜디오’ 동호인들. 그들의 음악이 좀 더 넓은 세상에 울리기를 소망해본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다방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의 배고픔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음악다방은 음악, 미술, 문학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숱한 청춘들의 사랑방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저마다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꿈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서 이제 담배 연기 자욱한 음악다방은 사라졌다. 하지만 분당 뮤직큐음악스튜디오가 ‘다방’ 대신 ‘카페’라는 이름표를 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삶의 피로를 한 큐에 날려버리는 뮤직 큐~!
한동안 찬바람이 쌩 하더니 모처럼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토요일 오후, 분당 야탑동의 맛고을 길 한 켠에 자리한 뮤직큐음악스튜디오를 찾았다. 지하에 있지만 맑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쾌적한 그 곳에는 색소폰을 좋아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가을의 정취를 연주하고 있었다. 24시간 언제나 열려있는 10개의 개인연습실과 레슨실, 합주실, 락커룸뿐만 아니라 널찍한 식당을 끼고 있는 약 25평 규모의 음악카페가 그 곳의 자랑이다. 카페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소소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화려한 조명을 갖춘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2014년 3월에 모임을 시작해 이제 25명의 동호인이 함께 하는, 아직은 작은 뮤직큐이지만 시설과 환경만큼은 삶의 피로를 한 큐에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실제로 한 회원은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이곳만 오면 무슨 조화인지 말끔히 사라진다며, 뮤직큐는 피로회복제 같은 곳이라고 자랑스레 얘기했다.

1년에 두 번, 손꼽아 기다리는 율동공원 정기연주회
지난 9월 24일 토요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뮤직큐음악스튜디오의 색소폰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정기 공연이었다. 동장군을 물리친 햇살이 귀밑머리를 간질이는 봄과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가을, 이렇게 1년에 두 번 뮤직큐는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특히 가족이 많이 찾는 주말, 그동안 갈고 닦은 색소폰 솜씨를 뽐내며 그들은 하나같이 너무도 신나고 행복하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온몸으로 행복을 발산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원을 찾은 사람들 가슴에도 색소폰의 긴 여운이 일렁인다.

인생의 황혼기 외로운 마음을 위로하는 요양원 공연
뮤직큐 동호회원들이 특별히 애착을 갖고 정성을 쏟는 행사는 오크힐스 요양원 공연이다. 50대 초반부터 여든을 넘긴 회원까지, 치열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인생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뮤직큐 동호인들. 이들은 삶의 마지막 장을 흐릿한 정신으로 채워가는 요양원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매달 마지막 금요일이면 음식을 바리바리 준비해서 경기도 광주로 향한다. 봉사를 시작한 초에는 어르신들이 곁을 내주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1년이 넘도록 꾸준히 보여준 진심에 그분들도 마음을 열었다. 요즘에는 뜻을 같이 하는 방송댄스팀과 밸리댄스팀의 음향도 담당하여, 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졌다. 어르신들과 노래도 하고 덩실덩실 어깨춤도 추고 나면 오히려 그분들께 위로 받은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김정호 대표, 그 말간 표정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상처받고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유오디아 소모임
그리스어로 ‘향기’를 뜻하는 유오디아(euodia)는 좋게하다의 ‘유(eu)’와 냄새를 풍기다의 ‘오조(ozo)’가 합해진 단어다. 뮤직큐음악스튜디오에는 이름처럼 좋은 향기를 풍기는 유오디아 퀸텟이 있다. 이 모임에 속한 구성원들은 개신교를 구심점으로 모여서, 그릇된 신앙과 교리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1년에 4회 정도 비정기적인 위로 공연을 갖고 있다. 같은 신앙으로 만들어진 퀸텟이기 때문에 멀리 속초에서도 매번 연습을 위해 분당까지 달려온다. 게다가 여기에 속한 다섯 명은 모두 연주 경력이 8년에서 12년에까지 이르는 베테랑이기 때문에 음악적 성취도 높다.

무대를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주인공, 향상 음악회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만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이제 막 색소폰에 입문하여 실력이 열정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고 조바심이 날까? 그렇다 해서 아직 미숙한 솜씨를 대외적인 자리에서 선보이며 열의만 봐달라 양해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마련했다, 이름하여 향상 음악회.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열리는 향상 음악회는 무대를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앙코르 꽤나 받아본 전문가도 좋고 이제 막 힘겹게 곡 하나를 완성한 신출내기도 좋다. 뮤직큐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도 좋고 지나던 길에 음악소리에 이끌려 처음 방문한 낯선 이도 좋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풍성하게 마련된 음식을 나누며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향상 음악회가 있어서 뮤직큐는 더욱 흥겹다.

함께 해서 더 좋은 일취월장(日就月將) 앙상블
사람은 다른 이들과 한데 어우러져 있을 때 보다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사람의 마음을 제일 잘 대변하는 악기인 색소폰 역시, 여럿이 모여 앙상블을 이룰 때 그 매력이 배가된다고 뮤직큐 김정호 대표는 생각한다. 혼자 고고하게 제 기량을 뽐내는 걸 폄하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솔로보다는 앙상블이 여러모로 낫다.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격려가 되어 성장속도도 빠르다. 물론 재미도 있다. 그래서 회원들 각각에게 앙상블 활동을 권하고 그 안에서 음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레슨 선생님을 둔다. 또한 외부에서 연주 요청이 들어오면 앙상블로 대중과 만난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이루는 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색소폰만을 고집하지 않는 너그러운 동호회
뮤직큐에서는 색소폰 외에도 원한다면 드럼, 기타, 아코디언 등을 배울 수 있다. 색소폰은 악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앙상블로도 충분히 오케스트라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다른 악기와 함께 했을 때 색다른 멋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래서 뮤직큐에서는 색소폰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혼자서도 매력적인, 몇 가지 악기들의 레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월간색소폰에서는 색소폰과 함께 했을 때 좋은 친구가 되는 악기를 Matching Partner 코너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6년 8월 호에 ‘드럼’, 9월 호에 ‘기타’를 소개한 바 있다.

회비는 걱정 마세요, 열정만 있으면 뮤직 큐~!
뮤직큐는 앙상블 동호회원에게는 약간의 연습실 사용료 외에 추가의 회비를 받지 않는다.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금전적인 걱정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김정호 대표의 결단이다. 그래도 시설을 유지하고 운영하려면 기본적인 자금이 들어갈 터 부족한 금액을 어떻게 충당 하냐고 묻자, 외부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통해 소득을 만들고 뮤직큐를 위해 사용 한단다. 그 외에도 뮤직큐음악스튜디오의 카페를 외부단체에 대여하여 수익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회원들 스스로 다과를 준비하고 행사가 있을 때면 찬조금을 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가족 같이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다.

뮤직큐음악스튜디오, 비상(飛上)을 향한 날갯짓
뮤직큐음악스튜디오는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 동호회다. 지금까지는 색소폰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넉넉한 마음으로 동호회를 만들고 사람이 모였지만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전문가를 초빙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여건이 된다면 편곡하는 분을 섭외해서 뮤직큐만을 위한 곡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색소폰 음악을 단순히 끈적끈적하고 시끄러운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로 성큼 다가가고 싶다.

 

 

글. 한주희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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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아 행복을 전하는 공동체, 뮤직큐음악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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