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무소유의 삶’을 추구한 인디언들. 이들은 생활 속 자연스러운 절제를 바탕으로 하여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의 미덕을 키웠다. 이들의 전통 중 ‘남에게 얼마나 많은 선물을 했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계급, 신분이 결정되는 ‘포틀래치(Potlach)’라는 풍습이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신성해 서로를 품고 있다고 여겼다. 그처럼 나눔의 풍요로운 마음을 진정한 선물이라 생각하는 색소폰 동호회를 만났다. 9월 풍요로운 마음을 가득히 품은 과천색소폰 동호회다. 

 


어느덧 7년째 이어오고 있는 현재 과천의 유일한 색소폰 동호회. 청정도시 과천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임에 과천색소폰이 부단히 발전을 모색하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화요일 저녁 7시, 평일임에도 지하 연습실에 하나 둘 모이는 사람들. 과천색소폰 동호회의 고문이자 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준 씨와 인사를 주고 받은 후 그의 안내를 따랐다. 계단을 내려가며 연미복을 차려입고 색소폰을 든 정기 연주회의 단체 사진을 길게 감상할 틈 없이 연습실이 보인다. 문 틈 사이로 개인 연습이 한창인 이들이 보이지만, 이 원장은 제2연습실이 있다며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코너를 돌아 또 다른 연습실에 들어서자 은은한 향기와 함께 작은 무대 위 피아노, 그리고 나란히 진열된 색소폰이 눈에 들어온다. 천진하게 반기는 윤진구 회장과 패셔너블한 차림의 김복열 회원(전 사무국장)이 기자를 반겼다.
  
동호회 내 작은 일정도 나눔과 연계해
2년째 회장직을 맡고 계신다는 윤진구 동호회장. 가장 최근의 동호회 활동이 무엇인지 묻자 지난 6월 과천시민회관에서 가진 정기연주회 브로슈어를 꺼내 보인다. ‘제6회’라는 단어가 7년간 이어온 동호회가 꾸준히 활동해왔음을 보여준다. 5월에는 평창에서 워크숍 겸 연주회를 열었다.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서 ‘한마음 음악회’를 열어 서울대 재학생 뿐만 아니라 평창군민이 함께 즐기는 자리를 가졌다. 윤 회장은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회원들이 행복한 동호회를 만들어가자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배워서 남주는 게 음악이기도 하지 않나요? 연주 수준도 높이고 회원 간 단합이 돼 찾아가는 음악회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보기 드문 다양한 연령대의 색소폰 동호회
현재 50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 중이라고 하는 과천색소폰 동호회. 지난 6월의 정기 연주회에는 최연소 12세 회원부터 최고 연장자 81세 회원까지 함께 어우러져 앙상블 실력을 선보였다. 동호회 내 모임이나 행사를 회원 전부가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에 2번 정도 개최하는 정기연주회의 앙상블 연습을 위해 연주회까지 1년 내내 연습을 지속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호회의 성격에 따라 회원들이 모이는 매월 둘째 주 월요일은 정기회의를 열어 3개월 이상 연습한 신규회원의 연습곡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소규모 공연 후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례의 음식점을 방문해 함께 식사를 즐기기도 한다. 모이는 회원의 수에 따라 문화원이나, 카페에서 무대를 꾸민 후에 한 달에 한 번은 공연을 만끽하는 것이다. 덕분에 색소폰 입문자에게는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는 다양한 기회가 펼쳐진다.

동호회원들의 나눔으로 탄탄하게 운영
윤 회장은 “전임 회장 분들이 정신적·물질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주셨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위해 임원 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많이 힘써주고 계시죠”라며 동호회 활동에 있어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지에 감사를 표했다. 김복열 회원 또한 회원들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려 자신이 직접 제작·판매하는 ‘배려’의 뜻을 가진 브랜드 ‘앙시’의 스트랩을 선물했다.(실제로 윤진구 회장과 김복열 회장은 멋드러진 색소폰 스트랩을 착용하고 인터뷰에 임했다.) 동호회 내에서 등산이나 낚시, 골프 등 소모임도 결성하여 다양한 측면으로 동호회를 통한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다양한 시도로 이색적인 공연 추구
색소폰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악기에 재능이 있는 회원들은 연주회 시 협연이나 솔로 연주로도 연주회를 더욱 풍성하게 꾸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연주자를 초청해 바이올린이나 기타 개인 연주로 무대를 채운다. 윤 회장은 “기존의 정기연주회가 연주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틀을 벗어나 영상을 접목하였습니다. 우리의 활동 사안을 음악과 어울리는 영상을 사용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립니다”라며 관객이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이나 ‘라데스키(Radetzki)’의 음악에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을 함께 하는 등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덜었다.

지역사회 나눔 동호회로 꾸준한 활동 
“과천이 음악도시인 거 알고 계세요? 또한 평생학습도시이기도 합니다. 우리 동호회가 평생학습동아리, 그 중 최우수 동아리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정이 됐습니다.”
그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에 더욱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이 큰 과천색소폰 동호회다. 작년 2015년에는 ‘평생학습축제’, ‘과천누리마축제’, 시청 주관 ‘송년의 밤’ 등과 올해는 ‘서울메트로’ 아티스트를 선발하는 오디션에 합격해 서울 지하철 중 지정된 역사 내에서 시민들을 위한 연주를 했다. 또한, ‘장애인 돕기 재능기부’나 ‘양로원 위문공연’ 등도 수시로 참여해 색소폰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연주에 그치지 않고 지원금이나 수익금은 다시 모금으로 환원하는 등 나눔의 의미를 되새긴다.

색소폰 앙상블 연주를 위한 준비 과정
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제1연습실은 입문자와 개인 연습을 위한 공간으로 제2연습실은 앙상블과 숙련자들의 연습 공간이기도 하다. 두 공간을 자유로이 오가며 색소폰 연주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회원들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앙상블의 경우 전대 회장단과 이재준 고문, 천인석 교육이사가 앙상블에 지원하는 단원들의 연주를 듣고 심사를 거친다. 연주에 있어서 개선점과 함께 연습에 매진한다. 연주곡과 팀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3-4시부터 파트별 연습과 팀별 연습을 갖는다. 5년 이상 색소폰을 연주한 이들은 색소폰 솔로를 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한 회의 정기연주회를 위해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치지만 회원들 모두 지치는 기색 없이 즐겁게 임한다고 한다.  

과천 동호회의 색소폰 지도 방향
과천색소폰 동호회는 이재준 원장이 색소폰 지도와 음악 교육 고문으로 회원들의 연습을 돕고 있다. 이 원장은 해군 군악대 출신으로 KBS 관현악단의 객원 단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천인석 교육이사가 연주 지도를 맡아 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음악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연습을 진행한다. 이 원장은 “대부분 자기 자리(직업)에서 은퇴를 하고 오십니다. 음악 이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시더라도 음악의 3대요소 ‘멜로디·리듬·하모니’를 익히며 시작하시죠. 멜로디는 누구나 불러 볼 수 있을 만큼 쉽지만, 리듬과 박자가 중요합니다. 싱커페이션(Syncopation)부터 하모니, 앙상블까지 차츰 연습해 나갑니다”라며 입문자도 부담을 느낄 필요 없이 마음 편히 색소폰을 접해볼 것을 권했다. 이 원장은 파트별로 4개의 악보를 정리하고 회원들과 함께 의논하여 곡을 선정한다. 앙상블이라고 해서 클래식만 연주하면 지루해질 수 있으니 경음악이나 팝 등을 함께 연주곡으로 선정하기도 한다.

이악치심(以樂治心)을 외치다
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연습실 벽면에는 ‘이악치심’이라는 한자 서예 작품이 걸려있다. 이외에도 벽면 곳곳 좋은 의미를 담은 뛰어난 서예 작품은 동호회원인 매일종합건설주식회사의 이규석 회장이 회원들을 위해 베푼 것이라고 한다. ‘이악치심(以樂治心)’은 ‘음악은 인간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라며 동호회원들이 구호로 정해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외친다는 것이다. 이악치심은 ‘논어-태백편(泰伯篇)’에 공자는 시(詩)로써 정서가 순수해져 감흥이 일어나고, 예(禮)로써 행동을 절제해 바로 서며, 음악(樂)으로 인성이 완성되는 것이라는 ‘흥어시, 입어례,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에서 유래한다. 음악을 통해 인간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순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악치심의 의미 그대로 색소폰 하나로 모인 이들이 스스로 즐기며 건강해지고 모두 모여 하나의 건강한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색소폰으로 받은 감사의 의미를 다시 사회에 환원
인류의 역사는 낮은 곳의 욕구를 충족하는 대로 더 필요한 것들을 추구하며 변화 발전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윤진구 회장은 “동호회에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 늘어나는 것만큼 건강히 연주를 즐기며 과천 시민들의 평생학습의 표상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한다. 이재준 고문은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피아노와 협연을 한다던가,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로 즐겁고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색소폰을 접하고 이악치심으로 즐거운 삶을 선물 받았다고 말하는 과천색소폰동호회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이악치심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 앞으로 더욱 많은 곳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색소폰 동호회의 롤모델로 그리고 건강하고 즐거운 동반자들의 모임으로 이어나가길 바란다.


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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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으로 풍요로운 마음 가득 품은 "과천색소폰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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