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하늘 아래 편안한 도시 천안(天安). 유난히 따뜻하고 여유로웠던 겨울날, 한적한 성정공원을 지나 근처 건물 4층에 위치한 어울림색소폰 동호회을 찾았다. 이른 시간 임에도 동호회 회원이면서 어울림봉사단 단원의 색소폰 선율이 연습실마다 들려왔다. 어울림색소폰 동호회에 속한 봉사단은 지난 2016년까지 5년간 101회의 재능기부 공연을 마쳤다. 좋아하는 색소폰 연주를 통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던 단원들의 열정으로 시작한 재능기부였는데, 101회를 채우자 회원들의 색소폰 연주 실력은 자연스레 늘어나 있었다. 색소폰과 함께여서 더 행복한 어울림색소폰 동호회의 행보를 들여다보았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어울림’
어울림색소폰 동호회(이하 어울림)는 2013년에 설립하였다. 어울림은 유난히 설립 때부터 함께한 회원들이 많은데, 그 비결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집안에 걱정이 있다가도 연습실에 오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회원, 차로 30분 거리의 세종시에서 달려오는 회원도 있다. 24시간 개방하는 어울림은 평일 새벽까지도 색소폰 연주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3개월 동안 무료로 레슨도 해주기 때문에 색소폰을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초보자들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101회의 재능기부, 자연스레 쌓이는 무대 경험
유난히 사이가 돈독한 어울림 회원들이 행복을 전하는 방법은 재능기부 공연이다. 5년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한 달에 최소 2회씩 재능기부 공연을 해오다 2015년 7월 30일 ‘사랑 싣고 재능 실은 어울림 공연 봉사단(이하 어울림봉사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어울림 회원 40명 중 13명의 회원이 어울림 봉사단에 가입되어 있다. 재능기부를 위해 주로 가는 곳은 요양원이나 복지관인데, 남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 방문하여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공연을 하자는 김희장 고문의 철칙 때문이다. 공연 요청을 거절하지 않다 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와 연말에도 공연을 했고, 한 달에 6회의 공연을 소화한 적도 있다.

실력을 쌓으려면 봉사단 선배들처럼
무대 경험을 쌓는 만큼 회원들의 퍼포먼스도 수준급이라 어울림봉사단 활동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것은 빠른 시간에 연주 실력을 쌓는 좋은 방법이다. 연주 실력이 유난히 돋보이는 회원들은 대부분 봉사단 회원들이다. 김희장 고문은 노래를 못하고 색소폰을 잘 불지 못해도 봉사하기를 희망하는 회원에게는 봉사단 참여를 독려한다. 색소폰과 오르간 연주실력이 공연을 할 정도가 안 된다면, 연주 외에 다른 재능을 발휘하여 공연에 참여하도록 함께 고민한다. 물론, 회원들의 색소폰 연주 실력 향상에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24시간 개방된 쾌적한 연습실
깔끔하고 넓은 어울림 연습실은 회원들이 자주 찾고 오래 머무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24시간 연습실을 개방해놓기 때문에 회원들은 틈날 때마다 동호회를 찾아, 오전 . 오후 시간 언제와도 선배들을 볼 수 있다. 지상 4층에 위치하여 쾌적한 어울림은 독립된 20개의 연습실이 있는데 15개는 색소폰 연주 연습실, 나머지 5개는 오르간 연주 연습실이며 녹음실과 락커룸도 따로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색소폰 동호회 연습실이 지하에 위치한 것에 비하여 쾌적하고 먼지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님이 방문했을 때, 전국에 이런 동호회가 없다며 놀랐다고 한다.

한 번의 재능기부가 정기 연주회로
김희장 고문과 김남지 총무의 주도로 재능기부 공연 스케줄이 잡히면 어울림은 공연 준비에 돌입한다. 재능기부 공연을 할 때마다 기뻐해주시는 어르신들에게 실망시켜 드릴 수 없으니 자연스레 회원들의 연습 시간은 늘어난다. 공연 당일이 되면 어울림봉사단은 음향장비를 부지런히 옮겨 공연장소로 향한다. 무거운 음향 장비를 싣다가 허리를 다쳐 몇 개월 고생한 회원도 있지만, 이렇게 제대로 된 공연을 추구하다 보니 정기적으로 어울림봉사단을 찾는 곳도 적지 않다. 재방문 하는 곳은 어르신들이 어김없이 반겨주신다. 이번에 음반을 낸 김남지 총무의 타이틀곡 ‘기적소리에’를 기억하시곤 신청곡 요청도 하신다고 한다.

위로가 필요한 곳이라면 3명의 관객도 흔쾌히
사연 없는 무대는 없다고 어울림은 101회의 재능 기부 공연을 통해 다양한 무대를 겪었다. 2015년에는 천안 북면 중에서도 끝자락, 대평리의 한 교회인 ‘평안의 집’에서 공연요청이 와서 방문했었다. 여느 때처럼 음향장비를 모두 싣고 들뜬 마음으로 가는데, 워낙 외진 곳이라 도착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네비게이션이 안내를 멈춘 것이다. 어렵게 찾아간 ‘평안의 집’엔 3명의 관객만이 계셨다. 어르신들이 몇 분 안 계신 곳이라 12년 동안 방문한 봉사팀은 어울림봉사단이 최초라고 한다. 60분의 공연 동안 어르신 분들이 너무 즐거워하셔서 지금까지도 두 달에 한 번 꼴로 방문하고 있다.

4시간의 큰 공연에서 가슴 뛰는 재능기부
모든 공연이 가슴 뛰지만 2016년 어버이날의 삽교천 공연은 어울림이 섰던 무대 중 가장 웅장한 무대였다. 4~50M의 무대 세트장에 놓인 대형 스피커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평소 봉사 인원보다 많았던 25명이 합주를 하고 색소폰 솔로 연주를 했을 때의 떨림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한다.
예정은 두 세 시간 공연이었지만 앵콜 요청이 쇄도하여 4시간의 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단원들은 지금도 그 때의 사진을 보면 많은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감상에 빠졌고, 재능기부와 큰 무대경험의 성과를 모두 이뤄 의미를 더한 공연이었다고 했다. 김희장 고문은 천안의 색소폰 동호회 중 가장 큰 공연이었다고 자부하며 2017년 5월 가정의 달에도 비슷한 무대를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에는 더 많이, 더 널리 색소폰 선율을
2017년 어울림의 목표는 총 30회의 재능기부 공연을 하는 것이다. 작년에는 한 달에 6회의 재능기부를 소화한 적도 있지만 연령대 높은 회원들의 컨디션 관리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단순한 ‘봉사’가 아닌 ‘재능기부 봉사’이기에 한 달에 2~3회로 공연 횟수를 조정해 공연의 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공연의 수준은 날로 발전하였지만, 김희장 고문의 철칙에 따라 소외된 곳을 찾는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어울림이 주로 찾는 곳은 눈에 띄는 무대가 아닌 복지관과 양로원이지만 회원들은 재능기부를 하고 난 후 격한 행복감을 알고 있기에 언제나 적극 찬성이다.

 

글. 박세정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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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기부로 하나 된느 색소폰 선율, 천안어울림색소폰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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