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악기를 색깔로 표현한다면 색소폰은 레드(Red)에, 트럼펫은 블루(blue)에 가깝다.
블루는 ‘파란’의 의미도 있지만 ‘우울한'의뜻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펫은 좀 더 재즈스러운(jazzy) 악기다. 트럼펫 소리는 재즈에 서려 있는 흑인의 ‘한’(恨)을 잘 표현해낸다. 또 콘트라베이스와 비교해보자. 낮게 깔리는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이 고요히 한을 삼킨다면 허공에 높게 울려 퍼지는 트럼펫의 고음은 한을 분출하는 듯하다. 혹시 그 한이 어두워 재즈가 불편하다면 재즈 트럼페터 윈터플레이(Winterplay, 이주한)를 추천한다. 그의 연주는 우울하지만은 않다. 유머러스한 자신의 성격을 반영하듯 연주도 ‘우울’을 품은 ‘발랄’이기에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 고(故)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연주할 때면 숨길 수 없는 한을 마음껏 뿜어낸다. 우울과 발랄을 오가는 공연‘윈터플레이: JAZZ COOKIN’(재즈 쿠킹)을 다녀왔다.
글 | 홍정원 기자·사진 | 라우드픽스 제공



지난 2008년 데뷔한 윈터플레이는 ‘재즈한류’ 붐을 일으킨 아시아 대표 팝재즈 아티스트(프로듀싱, 트럼펫)다. 일본, 홍콩 재즈 차트 1위는 물론, 두 번의 골든디스크 수상과 일본 전국투어, 홍콩, 마카오에서 단독 공연들을 성공시키며 척박한 한국 재즈시장에서 ‘신(新)재즈한류’의 롤모델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대중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재즈를 위해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윈터플레이는 국내 재즈계에서 음악적, 대중적 인지도 둘 다 인정받은 몇 안 되는 팝재즈 아티스트로 평가 받는다. 때문에 그의 무대는 늘 내공이 느껴진다.

 

 

4월 13일과 1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윈터플레이: 재즈 쿠킹’도 마찬가지. 3월 6일 발매된 윈터플레이 4집 정규앨범 <재즈 쿠킹>(Jazz Cookin)의 기념 콘서트로, 이주한이 편곡해 앨범에 수록한 리메이크 곡들이 연주되어 호응 받았다. DJ 소울스케이프는 윈터플레이와 그의 4집 앨범, 그리고 이번 공연을 이렇게 소개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트럼페터, 작곡자이자 프로듀서 이주한의 윈터플레이. ‘재즈계의 카멜레온’이라는 그의 닉네임처럼 화려하고 다양한 맛의 재즈 쿠킹(화끈한 연주)을 선보인다. 그는 4집 기념공연에서 국내에서 듣기 힘든 재즈스탠더드, 팝 히트 넘버 곡들의 리메이크 곡들과 보사노바, 재즈랩, 펑크등 화려하고 버라이어티한 팝재즈 레퍼토리를 보여준다. 이현우, 그레이스 등 가수들과의 피처링으로 90분간 살아있는 재즈, ‘재즈의 참맛은 라이브 공연’이라는 진리를 윈터플레이의 재즈 쿠킹 공연으로 느낄 수 있다.”


13일 공연에는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14일에는 이현우가 게스트로 출연해 즐거움을 더했다. 첫 곡은 재즈 드러머 아트 블래키가 1958년 발표한 명곡 ‘모닝’(Moanin’)으로, 윈터플레이 이주한이 연주한 플뤼겔호른(flugelhorn, 트럼펫의 종류로 트럼펫과 유사한 모양의 금관악기. flug으로도 표현)과 기타 솔로가 돋보였다. 달콤하면서도 진중한 멜로디의 다음 곡 ‘슈거 힐’(Sugar Hill)은 플뤼겔호른·색소폰·EP(전자 피아노) 솔로가 설탕처럼 달달했다.


3번째 곡은 재즈 명곡 ‘테이크 파이브’(Take 5). 이주한의 창의적 재즈랩이 인상적인 4집 타이틀이다. 다음 곡은 ‘연극이 끝난 후’로, 객원보컬 그레이스(김은혜)가 열창하고 이주한의 플뤼겔호른 솔로가 시선을 끈 코리안 팝이다. 1988년 4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샤프가 불러 은상을 수상한 노래. 영화 ‘친구’에 삽입되어 더 유명해진 곡이다. 이어진 곡 ‘집시 걸’(Gypsygirl)에서는 이주한이 인트로(intro)를 맡았다.

 

‘해피 버블’은 지금의 대중적인 윈터플레이 이주한을 있게 한 히트곡으로, 유명 브랜드의 세탁기 CF에 삽입되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곡이다. 그레이스가 달콤하고 청아한 목소리를 선보여 객석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고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역시 이주한의 솔로 연주곡. 그는 “망칠까봐 겁나는 곡”이라고 겸손해했지만 트럼펫의 우울한 매력을 제대로 발산해 탄성을 자아냈다. ‘서머 타임’은 게스트인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이주한의 듀엣으로 꾸며졌다. 이어진 곡은 박주원의 연주곡 ‘아미고’(Amigo). 중국에서도 활동하는 실력파 기타리스트인 그가 스페인의 전설적 기타리스트 빈센트에 헌정하는 곡으로, 5개월 전 발매한 박주원의 새 앨범에 수록되었다. 이날 박주원이 윈터플레이 이주한에 대해 “재즈 2세대다. 트럼펫을 반주악기에서 솔로악기로 오게 한 분이다”고 극찬했다. 이주한 역시 박주원을 “3년 전 가수 아이유 곡을 작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10번째로 무대를 달군 곡은 ‘재즈 에너지’란 뜻의 ‘재즈 후후’(Jazz foo foo). 후후는 이주한이 창조한 단어다. 피아노 솔로와 이주한의 밝은 분위기의 재즈랩으로 관객 호응도를 높였다. 다음 곡은 ‘쿠키즈 앤 크림’(Cookies andcream). 기타·피아노·플뤼겔호른·색소폰 솔로가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12번째 곡은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ove). 플뤼겔호른·색소폰·EP 솔로가 객석에 달콤함을 선물했다. 앙코르 곡으로는 ‘벗 낫 포미’(But Not For Me)가 피날레를 장식해 아쉬움을 달랬다.

 

 

 TIP! 윈터플레이 4집 정규앨범

 3월 세상에 나온 4집 정규앨범 ‘재즈 쿠킹’은 국내 재즈 신(Scene)에서는 드물게 리메이크 곡을 다수 수록해 주목 받았다. 앨범 제목에 쓰인 ‘쿠킹’은 ‘화끈한 연주’란 의미로 1950년대 재즈 신에서 흔히 쓰인 표현이다. 그동안 발표한 전작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윈터플레이는 항상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면서도 재즈 대중화에 대한 남다른 고민을 해왔다. 4집 ‘재즈 쿠킹’에도 그의 그러한 고민이 담겨있어 호평 받고 있다. 윈터플레이는 앨범에 수록된 10곡 중 3곡만 제외하고 모두 시대를 초월해 사랑 받는 재즈 스탠더드와 팝 히트곡으로 채웠다. 윈터플레이 이주한이 편곡한 리메이크 곡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로열티 지급 등의 까다로운 문제로 인해 국내외 재즈 신에서는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 놀랍다. 또 독특한 재즈랩을 구사하는 이주한은 자작곡으로 클래식 바이올린과의 협주곡을 내놓으며 이번 앨범에서 뜻밖의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4집 ‘재즈 쿠킹’의 타이틀곡은 더블 타이틀로, 윈터플레이 이주한의 재즈랩으로 편곡된 ‘테이크 파이브’와 가수이현우의 피처링으로 새로워진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다. 그 외에 ‘연극이 끝난 후’, 드라마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에 수록되어 다시금 인기를 모았던 ‘스탠바이 유어 맨’(Stand By Your Man),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 비지스의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How Deep Is Your Love) 등 쟁쟁한 곡이 수록돼 있다.
이현우 외에도 전(前) 바버렛츠 멤버인 그레이스, 클래지콰이 객원보컬 크리스티나, 신인가수 에버딘 오렌지,바이올리니스트 권희정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다채로운 재즈에 비비드한 자신만의 개성을 덧입혀 윈터플레이 레벨의 친근하면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준다.

 


(월간색소폰)홍정원 기자= jzmyall@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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