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춘천에는 시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춘천시청색소폰 동호회 ‘청색회’가 있다. 직책의 고하를 막론하고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회원들은 직접 마련한 연습실에서 함께 돈독한 정을 쌓는다. 공연과 봉사를 하며 특별한 성취감을 얻는 이들의 결속력과 친목은 시청 내에 부서 간 업무 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한 마음으로 연주하며 실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복지관 봉사연주와 다른 동호회와의 교류연주회, 가족들을 위한 초청연주회를 개최하여 음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전한다. 청중들에게 훌륭한 연주로 느낄 수 있는 감동 그 이상의 행복을 전하는 청색회의 행보는 따뜻하다.

 

 

청중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직장인 동호회
허필용 회원은 춘천시청 직원들 중 색소폰을 배우는 이들이 늘어나자, 직장 내에 모임을 추진하여 춘천시청색소폰 동호회(청색회)를 결성했다. 그는 고등학교 학창시절 밴드부 출신이자 1994년 호반 오케스트라 창단멤버다. 청색회 결성 후 신입회원들에게 가르침을 전수하였으나 현재 다른 근무지로 발령이 나 춘천시청을 떠났고, 그의 뒤를 이어 신동호 악장이 신규회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춘천시청 내에는 축구, 족구, 볼링, 배드민턴, 낚시, 산악회, 바둑 등 많은 동호회가 있으며 그중 사회봉사를 하는 곳도 있다. 한상윤 재무는 청색회의 경우 복지관에 방문하여 연주 봉사를 할 때마다 ‘음악’이라는 멋진 선물을 준비하기 때문에 특히 자랑스럽다고 한다. 회원들 또한 음악으로 인하여 복지관에 계신 분들께 정서적인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점이 뿌듯하다.

직장생활의 활력과 부서 간 원만한 업무 협력
청색회의 회원들은 음악을 매개로 직장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연스러운 교류가 이루어진다. 곡 하나를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의 경우 2~3달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만 가능하다. 협연을 통해 견고하게 다져진 회원들의 돈독한 관계는 직장에서 부서 간 업무 협력을 진행할 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한다. 다양한 부서의 회원들이 청색회에서 같은 취미, 음악을 통해 쌓은 인간관계의 강한 유대로 타 부서와 함께 협조하여 문제를 해결해야할 때, 그 과정이 빠르고 원만한 것이다. 올해 6월 춘천시청에서 정년퇴직한 최돈영 회원은 색소폰에 대한 사랑, 그리고 회원들과의 애정으로 청색회에서 탈퇴하지 않고 행사가 있다면 언제든 도움을 준다. 


신입회원에 대한 배려와 언제나 열려있는 동호회
청색회는 언제나 신입회원들에게 열려있다. 직장내 동호회로 색소폰을 하는 연령대가 높다보니 매년 은퇴자가 있지만 신규회원들이 곧 선배들의 빈자리를 채운다. 청색회에 신규 가입이 꾸준한 비결은 입문자를 위한 배려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연습실에는 선배들이 악기를 교체하며 기존에 쓰던 색소폰을 비치해두기 때문에 악기가 없는 이들도 동호회 활동을 하며 연주를 배울 수 있다. 선배들의 악기를 다양하게 사용해보고 본인에게 맞는 악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동호 악장은 신규회원도 빠른 시일 내에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기본기부터 연주곡 연습까지 1년간 무료로 가르침을 전수한다. 합주나 중주의 경우는 파트별로 지도하며, 화음에 중점을 둔 볼륨조절과 동일한 테크닉을 구사하도록 세심하게 지도한다.

선배들의 열정으로 직접 마련한 연습실
청색회의 번듯한 연습실은 창단 때부터 갖추고 있던 공간이 아니다. 근무지 내에 방음시설이 있는 연습실이 없었기에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지역 동호회에 사람들이 없는 시간을 이용하기도 하고, 춘천시청 내에 타악기 연습실을 빌려 쓴 적도 있다. 심지어 운동 동호회 연습실 등 여러 동호회를 전전했다. 몇 해가 지나서야 회원들이 합심하여 모은 자금으로 근무지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상가에 연습실을 구할 수 있었다.
선배들은 일주일가량 퇴근 후 함께 직접 방음작업을 하였고, 반주기와 음향 시스템을 구비하여 청색회만의 연습실이 탄생되었다. 회원들은 정기 연습을 하는 월요일 외에도 시간 구애 없이 모임이 가능한 이 공간에서 행복을 누리고 있다. 청색회 연습실의 주인은 회원 모두이기에 더욱 애정이 깊다.


은퇴 후 색소폰과 함께하는 ‘나’를 위한 삶
정년퇴직을 1~2년 남긴 시점에서 이태봉 회원이 본인의 인생을 돌아보니, 평생 자식들을 교육시키느라 자신을 위해 단돈 만원도 써본 적이 없었고 취미생활 또한 전무했다.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색소폰을 취미로 삼았다. 오흥진 회원은 퇴직 후에 음악을 하며 성취감을 느끼고 재능기부 연주를 통해 이웃에게 소박한 봉사를 하는 보람 있는 인생을 보내고자 청색회에 가입했다. 최돈영 회원은 청색회에서 복지관에 방문하면 어르신들, 사회복지사 분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고 노래도 하며 그분들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보람을 느낀다.
유성미 회원의 자녀들은 고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이 되면서 저녁 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하였다. 여유가 생긴 오후 시간에 나를 위한 공부를 하고, 퇴직 후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색소폰을 시작했다. 아직은 화려한 기교도 없고 서툰 연주지만 청색회에서 공연을 준비하고 합주하는 과정들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기에 소중하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 봉사하는 청색회
청색회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목표로 활동하는 순수 아마추어 음악단체다. 가족복지과에서 근무하는 이경녀 회장이 추진하는 봉사 연주회는 동호회에서 큰 의미를 갖는 활동이다. 그녀는 복지과에 근무하며 복지시설에서 음악 봉사하는 것을 많이 접했다. 직접 봉사 연주를 하기 위해서 춘천시의 일반 동호회에서 색소폰을 배우다 청색회 창단 후 가입을 했다.
김성기 회원도 작년 근무했던 동사무소에서 진행되는 많은 행사에 외부 악단이 초청되는 것을 보고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지인에게 선물 받은 낡은 색소폰이 있어 경로잔치나 동네 행사에서 직접 연주하고자 청색회에 입단했다. 초보를 위한 신동호 악장의 무료 레슨 코스가 있고 시간에 구애 없이 연습실에 들를 수 있으니, 마음껏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 유성미 회원이 색소폰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교회에서 연주봉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청색회에서 활동하며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에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떨림과 성취감을 느낀 청색회의 첫 공연
2011년 직장내 장기자랑에서 청색회는 ‘소양강 처녀’와 ‘만남’을 연주했다. 연주 경험이 부족하여 공연 전날까지도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 회원도 있었다. 과연 공연이 가능할지 겁도 났지만 용기를 내서 무대에 올랐다. 실력의 차이를 떠나 모두에게 떨리는 공연이었다. 실수할까 염려되는 파트에서는 악기를 입에 물고만 있던 이들도 일부 있었다. 화음도 없이 메인 멜로디로만 연주하였지만 공연이 끝나자 모두들 해냈다는 성취감과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니고 직책도 다른 사람들이 모인 직장인 동호회다보니 공연에 대한 방향설정과 의견 조정에서 크고 작은 우여곡절도 있었다. 조명과 현수막, 음향, 관객을 위한 간단한 선물 등 공연 준비 과정에서부터 공연 시 생기는 변수, 첫 무대의 여러 돌발 상황들을 겪으며 회원들의 유대는 더욱 견고해졌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자신도 없고 걱정이 앞섰지만 첫 공연은 청색회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다른 동호회와 화합하는 교류연주회
청색회는 타 도시의 직장인 동호회와 교류연주도 즐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2016년 색소폰 동호회 교류연주회’를 청색회에서 주관한 경험이다. 임대한 공연장의 시스템을 점검하니 음향이 좋지 않아 세팅에도 신경을 쓰며 조명과 소품, 팜플렛 등 모든 공연 준비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참가한 동호회에서도 많은 연습을 통해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모두 하나가 됨을 느꼈다.
안양시청색소폰 동호회에서 주관했던 교류연주회 무대에는 청색회에 구비되지 않은 엘프 반주기가 마련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엘프 반주기가 있는 회원의 집을 수소문했다. 악기 소리를 최대한 줄여 맞춰보는 등 열정적으로 공연을 준비하여 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쳤다. 이 연주회에서 신동호 악장과 한상윤 재무가 듀엣으로 6중주 화음을 넣은 무대는 청중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다. 서툰 편곡 실력이지만 한상윤 재무가 연주곡 ‘체리핑크 맘보’와 ‘홍도야 우지마라’를 직접 편곡하여 흐뭇한 추억으로 남았다.

기쁨과 성취감을 주는 악기 색소폰
최돈영 회원이 말하는 색소폰의 매력은 슬플 때는 슬픈 음색이, 기쁨을 느낄 때는 그 감정에 대변되는 신나는 음색이 표현되어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는 악기라는 것이다. 유성미 회원은 본인이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자체가 대견하며 연주를 통해 오랜만에 맛보는 성취감이 기쁘다. 회원들은 모두 직장인이며 개인 사정이 있지만 바쁜 시간을 쪼개 공연 연습에 임하고, 독주보다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갈 때 행복감을 느낀다. 우여곡절 끝에 소리를 맞추고 준비한 곡이 완성 막바지에 이를 때 희열이 느껴지며 무대에 섰을 때의 벅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색소폰만의 고유한 음색을 특히 좋아하는 오흥진 회원은 처음 동요를 완주했을 때의 커다란 성취감을 기억한다. 이제는 본인의 연주로 인하여 가족잔치에서 분위기가 상승될 때 기쁨을 느낀다. 특히 아내의 생일날 연습실에서 파티를 하며 색소폰 연주로 가족들을 즐겁게 해주었고, 남편과 아빠로서의 자부심을 느꼈다. 김성기 회원은 악기를 다룬다는 자체가 멋져 보이며 해를 거듭할수록 색소폰 소리는 더욱 깊어져 매력적이라고 한다.

 

글. 박세정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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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을 매개로 더불어 사는 행복, 춘천시청색소폰동호회 '청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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