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인천의 한 교회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화음을 맞추는 드림스색소폰오케스트라.
박래호 단장의 음악에 대한 로망이자 새로운 도전으로 2010년에 창단되어 8년이 지난 지금, 아마추어로서 소화하기 힘든 곡들의 연주도 즐긴다. 단원들이 언제나 지켜내는 과제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화합의 무대를 만드는 것.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보인다는 음악철학으로 언제나 진심이 담긴 호응을 이끌어낸다. 정년이 지난 60대가 주축을 이루는 드림스색소폰오케스트라. 색소폰을 연주하는 단원들이 맞이할 황혼은 활기찬 인생의 봄, ‘청춘’이다.

 

 

운명적으로 다가온 색소폰과의 만남
박래호 단장은 출장차 방문한 군산의 바닷가에 정박된 거대한 화물선에서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에 이끌렸다. 하얀 모자에 흰 옷을 입은 선장이 노을 지는 풍경을 배경삼아 연주하는 멋진 모습에 색소폰을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낭만적인 색소폰 연주의 첫인상 때문일까.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요즘도 가끔 충전된 앰프를 들고 악보를 챙겨 야외에서 색소폰 연주를 즐긴다.
김현숙 단원도 여행지인 남해에서 들은 색소폰 음색에 매료되었다. 마침 자택 근처에 동호회가 있어 레슨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으며 연습량에 비례하여 실력이 늘고 스트레스도 해소되어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전직 교장선생님인 유병철 단원은 정년을 앞두고 서예와 전통악기인 장구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아 헤맸다. 간신히 찾은 장구 학원에서의 원장님 전공이 색소폰이라 우연히 연주를 시작했다. 


음악과 함께하는 정년 후의 낭만적인 삶
목회자로 활동하던 김영걸 단원은 은퇴 후 가장 활발한 드림스색소폰오케스트라(이하 드림스) 활동과 열정적인 연주 연습으로 음악에 전념하는 삶을 보내고 있다. 공무원인 성훈모 단원이 정년 후 노년을 즐기기 위해 택한 취미생활은 바로 색소폰이다(단원들에게 늘 유쾌함을 주는 그는 은퇴 후에 중국의 역사 드라마들을 차례로 시청하기 위하여 수집하는 이색적인 취미도 가지고 있다).
유병철 단원은 색소폰을 배우면서 남녀노소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배움의 소중함을 알게 된 그는 수업 후에 선생님들의 취미활동을 적극 장려해 일주일에 하루는 5교시가 끝나면 퇴근시켰다고 한다. 전직 교장선생님인 이창하 고문은 정년을 앞둔 시점에 같은 학교 음악선생님의 권유로 색소폰을 시작하고 레슨을 받았다. 자녀들이 출가한 후 집 내부에 방음 시공을 하여 언제든 연주를 하고, 자택의 정원에서 독주회를 여는 낭만을 즐긴다.

여러 동호회에 소속된 단원들이 만드는 하나의 소리
드림스는 직업도 제각각이며 각자 여러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 창단한 오케스트라다. 멤버 구성만 듣고 팀의 의견 조율이 어렵고 음악적 색깔이 맞지 않을 것이라 짐작하는 이들이 있다. 짐작과 달리 창단 멤버가 과반수인 드림스는 가족같으며, 육복례 고문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내 항상 밝은 분위기가 유지된다. 단원들은 서로의 고민거리를 자신의 일처럼 걱정하며 배려하고 존중한다.
김현숙, 한운철 단원은 본인 파트의 멜로디를 충실하게 연주하여 40여 명이 하나의 하모니를 이룰 때 희열이 느껴진다고 한다. 대부분 직장 생활과 사업을 하는 이들이 많지만 업무가 끝난 후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하고, 바쁘더라도 정기연습일인 매주 월요일에는 연습실을 찾아 화음을 맞춘다. 단원들은 김정석 지휘자가 요구하는 주법과 음악적 색깔을 실현해내며 완벽에 가까운 리듬과 박자를 통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든다. 


1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이는 정기연주회
드림스는 매년 1회씩 진행하는 정기연주회를 위하여 1년 동안 리허설을 하듯 연주곡 연습을 한다. 편곡은 공연 개최 1년 전에 박병학 작곡가에게 부탁하고, 이영균 악보장이 단원들에게 악보집을 배포한다. 색소폰 파트를 맡은 40여 명의 드림스 단원들(정회원)과 공연 시 합주를 위해 소속된 10여 명의 트럼펫, 트럼본,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의 연주자들(준회원)을 포함 총 50여 명이 공연 한 달 전부터는 일주일에 2회 연습에 임한다.
1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정기연주회는 드림스에게 항상 뜻깊은 기억으로 남는다. 육복례 단원에게 450석의 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린 정기연주회는 초청했던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멋지다는 찬사도 들었던 뿌듯한 콘서트였다. 김현숙 단원은 수준급 노래실력을 갖춰 노래자랑 무대 참가와 수상 경력도 몇 차례 있는데, 드림스에 입단하여 긴 연습기간 끝에 선보일 11월 정기공연에 기대가 크다.
드림스에게는 지난 연주회에서 아무리 호응이 좋았던 곡이라도 절대 중복되는 곡을 연주하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다. 다이나믹하고 리드미컬한 곡을 들려주고 매년 새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11월에 예정된 6회 정기연주회에서 청중들에게 친숙함을 주기 위해 올드팝송, 요들송, 엘빔보, 영화OST, 바램, 꽃밭에서 등 낯설지 않은 곡을 연주하였고 밸리댄스, 스포츠댄스, 성악 등 다양한 무대를 구상하였다.

관객을 배려하는 무대매너와 감동을 주는 연주
박래호 단장은 KBS ‘안전운전 365일’과 KBS 라디오 ‘가로수를 누비며’ 프로그램을 진행한 전문 MC로 드림스 공연 때마다 사회를 맡는다. 청중들의 입장을 배려하여 호응과 집중도를 높이는 그의 진행은 관객들에게 항상 이슈가 된다. 재치 있는 입담은 물론 곡에 대한 흥미로운 설명으로 생소한 연주곡은 쉽고 재미있게, 친숙한 곡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해주며 공연의 깊이를 더한다.
드림스의 음악철학은 뛰어난 실력의 연주보다 감동을 주는 무대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전년도 월미도 학공연장의 ‘인천 시민과 함께하는 가을음악회’ 야외 공연에서는 많은 비가 내렸다. 날씨 탓에 적은 관객이 있었는데 한 명의 관객이라도 무대를 선보여야한다는 철학으로 예정된 무대를 모두 끝마쳤다. 그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소수의 청중도 비를 맞으며 객석을 지켰다. 이때의 기억은 드림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무대마다 대중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는 드림스는 전년도에 이어 시민을 위한 ‘열우물 단오축제’의 음악회에 2회째 참여하였다.

인천도로교통공사의 후원을 비롯 만인에게 응원을 받는 오케스트라
드림스는 인천도로교통공사의 후원을 받아 공연이 확정되면 인천 지하철역마다 포스터가 부착된다. 인천도로교통공사에서는 표의 일부를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고 무료 티켓 당첨 이벤트도 진행하여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의 성공을 염원하는 단독 연주회 진행을 계기로 2014년 정기연주회에서는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의 후원을 비롯 ‘인천교통공사’, ‘인천일보’, ‘교통관광신문사’, ‘인천교통연수원’ 등의 후원을 받았다.
연주회를 한 달 앞둔 드림스의 정기연습 때는 50여 명이 출석을 한다. 많은 인원이 연습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부평구의 한 교회에서 연습 장소를 제공해주어 합주에 차질이 없게 되었다. 드림스의 정기연주회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숙제로 관람하는 경우, 색소폰만으로 구성된 생소한 무대에 처음에는 낯설어 하지만 공연이 끝나면 드림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한다. 관객들과 팬, 후원사에서의 격려와 응원은 드림스가 발전할 수 있는 행보와 실력 향상의 자양분이다.


음악적 조예가 깊은 단원들의 모임
김영걸 단원은 중 1때부터 클라리넷을 불었고, 대청 중·고등학교에 브라스 밴드를 최초로 만든 주역이다. 현재 학생들에게 클라리넷을 가르치고 세종 심포니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색소폰 연주경력이 어언 17년차인 이승철 총무도 여러 동호회에서 초청을 받아 연주를 하고 가끔 단발성 레슨도 한다. 손원재 단무장 역시 색소폰 기초반 레슨을 하는 등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이들이 많다.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반증하듯 드림스에는 음악가족도 많다. 손원재 단무장은 색소폰을 비롯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등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가족 악단을 결성하여 공연 활동을 한다. 박일숙 단원의 남편인 류순열 단원도 드림스 활동을 함께 하여 4회 정기연주회에서는 함께 ‘우리 사랑’을 듀엣 연주하였다. 이승철 총무의 아내는 중창단에서 소프라노 파트를 맡고 있으며, 비전공자임에도 미♭까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딸은 바이올린을 전공, 아들은 캐나다 유학중에도 베이스 기타와 드럼을 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다.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색소폰의 매력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드림스가 다양한 무대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은 단원들의 열정과 꾸준한 연습이다. 최소 2~3년의 연주 경력을 갖춘 이들이 대부분 입단하는데, 독주 실력이 뛰어나도 합주 경력이 없다면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에 적응하기 어렵다. 입단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한운철 단원은 40여 명의 단원이 만드는 화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바쁜 와중에도 정기연습에 참여하려고 애쓴다. 색소폰에 대한 애정과 가족처럼 챙겨주는 단원들 덕분에 즐겁게 드림스를 찾고 있다.
육복례 단원은 속상할 때 연주를 하면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를 통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한다. 박일숙 단원은 색소폰 공연에서 본 백발의 여성이 연주가 멋져보였다. 마침 남편이 색소폰을 하고 있어 정년퇴직 후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라고 생각하여 남편과 함께 드림스 활동을 한다. 공감대가 같아 대화 시간이 늘고, 듀엣 무대를 통해 돈독함을 느낀 그녀는 노년에도 함께 음악을 즐기고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상상에 뿌듯하다.

발전된 음악으로 사랑을 전하는 오케스트라
드림스는 시민과 함께하는 연주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색소폰 동호인들과 더불어 화합할 수 있는 유대를 꿈꾼다. 관객이 원하는 무대는 물론 공연의 높은 완성도를 충족시키고 싶은 이승철 총무는 아직까지도 학구열이 뜨겁다. 늘 좋은 악기 조합에 대한 고민으로 피스나 리가처, 리드 등에 대한 관심은 물론, 실력을 쌓기 위해 군악대 출신과 음악 전공자로 구성된 합주팀을 결성하기도 했다.
박래호 단장은 어디서나 불리는 생일 축하 노래와 같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과 좋은 연주를 공유할 수 있는 ‘1순위의 음악단체’가 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했다. 드림스는 관중들에게 연주를 통해 감동을 준다는 음악 철학을 지키며 늘 발전을 이룬다.

 

글. 박세정 기자  suyeon@keri.or.kr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색소폰으로 맞이하는 인생의 봄, 드림스색소폰오케스트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