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월간색소폰)박세정 기자=

박정근과 박예찬은 우연히 접한 색소폰에 매료되어 재즈와 클래식 색소폰 전공자로서 제 2의 음악인생을 전개한다. 이들의 선택으로 인한 운명적인 만남, 그 결실인 색소폰 듀오 에이티. 울산 지역민과 대중들에게 다양한 연주를 통해 색소폰의 매력과 아름다운 소리를 전파하는 에이티의 열정과 낭만적인 선율을 만나보자.

 

 

박정근

어떻게 색소폰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색소폰을 접하기 이전에 피아노와 기타를 배워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기타를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생활을 해보니 기타리스트로서 미래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불안감 해소 탈출구가 바로 색소폰 음악이었어요. 잡념이 많아지거나 고민이 있을 때 색소폰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는 효과가 있어 저만의 만병통치약으로 통했습니다.
케니 지부터 톤의 황제라 불리는 데이비드 샌본까지 매력적인 음색과 희소성, 그리고 인간미를 풍기는 색소폰은 저의 ‘아날로그 감성’을 크게 자극했습니다. 기타에 대한 불안감은 점차 색소폰에 대한 열정과 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결국 한 번도 연주해본 적이 없는 악기인 색소폰으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고, 그 때의 선택으로 테너색소폰 연주자가 되었습니다.

한 번도 연주해보지 않았지만 전공하고자 결심을 갖게 한 색소폰만의 매력은?
색소폰은 사람의 호흡을 통해 소리를 내는 악기라 연주자마다 특유의 음색이 느껴집니다. 악기 소리만 듣고도 어떤 연주자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음색’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자악기에 비하여 인간미가 느껴지고 호소력이 짙어 저의 음악적 감성을 표현하기에 적합합니다. 대학교 재학시절 기타리스트로서 확신이 들지 않았던 이유는 기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의 부족일 수 있지만, 지금 짐작해보면 제가 가진 음악적 감성을 표현하는 악기로 기타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색소폰 듀오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색소포니스트로서 조금 더 특별한 연주를 위해 고민하던 중 평소 즐겨 듣던 남녀 듀엣 가수의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순간 색소폰으로도 듀오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여성 보이스와 남성 보이스의 역할을 각각 알토색소폰, 테너색소폰으로 연주하는 그룹을 구상했습니다. 당시 활동하던 도미넌트 악단에서 눈에 띈 연주자가 박예찬 씨였습니다. 클래식 전공자였지만 재즈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고 연주도 훌륭하여 듀오 활동을 제안했고, 그가 승낙하여 에이티가 결성되었습니다.

에이티 팀명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알토색소폰과 테너색소폰의 앞 글자 ‘A’와 ‘T’를 합성하여 A.T로 정했으며 발음이 같은 ‘에이티(Eighty)’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팀명에 걸맞게 80세까지 연주를 하자는 의미도 부여하여 평생 색소폰을 연주하겠다는 포부도 있습니다(웃음).

에이티의 듀오 연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면?
에이티는 듀오의 성격을 고려하여 봄, 가을 등의 계절과 어울리는 감성적이면서 분위기 있는 곡들을 주로 연주합니다. 음악은 청중들의 오감을 자극할 때 전달력이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날씨가 좋은 봄, 가을 저녁노을이 지는 하늘, 야외에서의 색소폰 2중주는 연주자도 감성에 젖고 청중들의 오감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합니다. 이런 날 연주를 하면 관객들의 몰입으로 객석은 호흡소리조차 멈춘 듯 정적이 흘러요. 연주가 끝나는 동시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올 때, 벅찬 감동을 느낍니다.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색소폰 동호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울산에는 정말 많은 색소폰 동호인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강사가 교육을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런 이유로 대다수 분들은 수강료가 저렴하고 흥미 위주의 동호회나 교습소를 찾아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고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연주 실력이 타 지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울산 색소폰 페스티벌’ 경연대회에서 심사를 할 때 접하는 울산 지역 참가자 분들의 연주 실력은 특히 안타까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저 즐기기 위한 취미라고 할지라도 올바른 방법을 통해 제대로 연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미 깊게 박힌 잘못된 습관과 문화의식은 개선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향후 색소폰 문화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하여 음악 전공자들과 많은 활동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밴드 활동을 하며 정기적으로 버스킹, 야외 공연을 추진하는 이유도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연주와 소리를 접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연주자로 남고 싶으신지요?
저의 롤모델은 데이비드 샌본입니다. 그의 음악은 장르를 규정짓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만의 음색과 톤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데이비드 샌본이 출연했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그를 퓨전재즈 연주자로 소개하니 샌본이 자신은 ‘소울 연주자’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저 또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이 명확한, 개성이 있는 색소포니스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박예찬

색소폰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색소폰을 배우기 이전, 성악 전공을 하신 이모께서 저에게 노래에 재능이 있다고 하셔서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악을 전공했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악기도 배워보라는 이모의 제안에 부전공으로 색소폰을 선택했습니다. 악기를 배워보니 노래보다 더 흥미를 느껴 성악을 그만두고 색소폰에 전념하여 클래식 색소폰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전공자인데 에이티와 도미넌트 악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합니다. 클래식과 구분되는 재즈의 매력이 있다면? 

클래식은 절도가 있고 악보와 작곡가의 의도에 부합하는 연주를 해야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재즈는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어 저만의 색깔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을 연주할 때 저만의 색깔을 드러내면 ‘입맛대로 연주 한다’며 제재가 가해지곤 합니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빅밴드 활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도미넌트 악단 활동을 하며 박정근 선생님과 듀오 그룹인 에이티에서 활동하니 행복합니다. 물론 예쁜 소리와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클래식 사운드의 아름다운 곡들도 좋아합니다. 

 

빅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도미넌트 악단에 입단한 사연은?

모교인 울산대학교의 빅밴드에서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즐거웠고 이후 빅밴드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빅밴드 연주는 가요를 멋있게 표현할 수 있고 호소력과 전달력이 뛰어난 매력이 있습니다. 마침 같은 학교에 재학했던 트롬본 연주자 김성재 선배님께서 도미넌트 악단에 색소폰 연주자가 부족하다며 입단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저는 무대에서 돋보이는 것을 좋아해서 테너나 바리톤보다 소프라노와 알토 연주를 선호하는데, 악단에서 알토 1st 역할을 지켜내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박정근 씨가 에이티 활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따르셨나요?  

재즈는 평소 흥미를 느낀 장르였고 도미넌트 악단에서 함께 활동한 박정근 선생님에게 클래식과 전혀 다른 매력의 재즈를 배우며 재미를 느꼈습니다. 듀오로 활동하자는 선생님의 제안에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선생님과 에이티 활동을 계기로 색소폰 아카펠라 그룹 F.L.C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친분있는 색소폰 연주자 4명이 모여서 결성되었는데, 아카펠라를 콘셉트로 화음을 만들다보니 예상보다 어렵지만 즐겁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색소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색소폰은 어떤 장르와도 잘 어울려 작곡자의 의도나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섹시한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Habanera) 연주를 들었는데 색소폰 솔로의 음색이 굉장히 섹시하게 느껴진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좋아하는 무대가 있나요?  

색소폰 연주를 가장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무대는 버스킹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선곡이 자유로운 점, 그리고 좋아하는 장르를 마음껏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날은 공연 중에 저를 신기하게 보는 꼬마가 있어 가까이 다가가서 연주를 했는데 아주 좋아하는 모습에 행복했습니다. ‘나의 색소폰 연주로 사람들이 즐거워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을 때의 전율은 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어떤 연주자로 성장하고 싶은가요.

에스윗(S.with) 콰르텟과 같이 클래식의 예쁜 소리를 연주하는 콰르텟의 결성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색소폰 연주자를 ‘딴따라’라고 치부하는 분들이 일부 계신데 ‘악기’로서 색소폰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고 싶으며, 저의 연주를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습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소프라노와 알토색소폰 연주자’라고 하면 바로 ‘박예찬’이라는 이름이 떠오르게 하고 싶습니다.

 

글. 박세정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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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색소폰의 낭만을 전하는 색소폰 듀오 ‘에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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