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미증유 사태는 우리에게 전혀 겪어보지 못한 문명의 대전환 시대를 살아가게 하고 있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될 수 있는 팬데믹 쇼크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삶의 공간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도록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빠르게 이끌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4차 산업혁명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지 않고 우리 앞에 펼쳐질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의 기회로 여길 수 있도록 긍정적이고 희망찬 공통의 담론이 필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좀 더 폭넓게 이해해보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인 인공지능(AI)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을 기술적 발전과 성과만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가치를 살리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란 개념과 인간다움의 인문학적 이해를 고취하는 미래교육적 관점을 놓쳐서는 안 되기에 연재를 통해 풀어가 보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의 폭넓은 이해

 

코로나19는 인류문명의 근간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폭풍을 지나며 기존 세계 경제 질서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며 인류는 생존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는 농업혁명을 통해 도시화를 이루었고 18~19세기에 걸쳐 1,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증기기관과 전기에 의한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 20세기 중반에 접어들며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은 반도제와 메인 프레임 컴퓨팅(Mainframe Computing), PC(Personal Computing) 그리고 인터넷 발달로 정보처리기술이 가속화된 ‘컴퓨터 혁명’ ‘디지털 혁명’의 시대였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차원을 넘어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음성인식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컴퓨터와의 대화가 보편화되어 인간 생태계의 일부로 인식하고 소통하는 앰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의 시대이다. 이는 정보 간의 소통과 정보와 사람 간의 소통이 더욱 정교해지고 진화된 과학 기술로 인해 의학, 물리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와 디지털 기술이 융합되고 상호 교류하는 종전의 어떤 혁명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명공학에서부터 인공지능 로봇공학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혁신은 과거의 1, 2, 3차 산업혁명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으며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과학 기술을 융합해 개인은 물론 경제, 기업, 사회 분야에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키며 범위와 깊이를 더하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클라우스 슈밥, 2016).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로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를 지칭하는 말이다.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초연결사회의 도구인 스마트폰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모든 영역과 경계를 초월하며 더욱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인식되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AI)의 등장과 발전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일상 속에 빠른 속도로 다가오며 모든 분야에 깊이 있게 영향을 미치는 인공지능(AI)에 대해 살펴보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

 

4차 산업혁명을 인공지능(AI)의 시대라 말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을 기계에 인공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인류의 삶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편리함을 주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고 있기에 1차 산업혁명 발생 시 산업 기계에 의해 일자리를 잃을 것이 두려웠던 노동자들이 러다이트(기계파괴운동)를 일으켰던 것처럼 인공지능에 의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미래에 일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2016년 3월 구글의 딥 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며 인공지능이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그 후 인공지능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되고 있다. 컴퓨터 스스로가 인지, 추론, 판단할 수 있는 Deep Learing 기술을 통해 알파고 Lee를 능가하는 알파고 Zero가 등장했고, 지금은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시를 쓰고, 논문을 쓰고, 소설과 뉴스 기사를 쓰며 영어, 한국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 동시통역이 가능하다. 또한 요리 성분을 분석하고 웹사이트 및 앱을 개발하는 수준의 오픈AI사에서 개발한 GPT-3라는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 로봇이 출시되었다. 

 

심지어 인공지능은 인간의 고유 영역인 예술 창작 분야까지도 다양하게 융합되고 있다. SBS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방송을 시청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故김광석, 아이유, 옥주현 씨 등의 목소리를 인공지능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학습하여 우리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모창을 해내는 것을 보았고 인공지능이 작곡한 곡을 인공지능 목소리로 노래하는 음악창작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위대한 화가 렘브란트의 작품 346개를 모두 3D 스캐너를 이용해 디지털 스캔하여 색채, 각도, 구도, 터치감 같은 특징을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인공지능에 훈련시킨 후 3D 프린터를 활용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현하는 넥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The Next Rembrandt Project)를 통해 인공지능이 그려낸 그림이 2016 칸느 수상작이 되어 기술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지는 충격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보며 인공지능 기술의 오용과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인공지능 음악가나 예술하는 인공지능의 작품을 과연 예술로 인정할 것인가와 인공지능 로봇이 자율적으로 내린 의사결정을 인간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고 인공지능 로봇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윤리 의식 기준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진석용, 2014).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이며 미래학자인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2005년 출간한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2045년경에는 인간보다 뛰어난 강한 인공지능 기계가 출현하는 싱귤레리티(Singularity: 특이점)에 도달한다고 주장하였다.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이 인간을 초월하는 지점을 의미하며 이 지점에 도달하면 신인류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소 황당한 주장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 발전 속도는 갈수록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언젠가는 인류보다 뛰어난 IQ와 EQ를 지닌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우리를 대체하는 미래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

 

인공지능 시대에는 ‘안다’라는 개념은 바뀔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뇌에 저장하고 끄집어내는 것은 인공지능이 더 잘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시대가 발전할수록 인문학적인 인간만의 독특한 통찰, 깨달음, 분별, 성찰이 있는 인간지능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인간지능에 대해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공간지능, 신체지능, 인간친화지능, 자연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의 8가지 다중지능 이론을 제시하였고 특히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세상을 넉넉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IQ와 EQ가 아닌 9번째 지능(SQ, 영성지능)을 계발하고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9번째 지능은 인간다움을 깨닫게 하는 인간지능으로 IQ와 EQ의 토대가 되며 인간의 존재, 삶, 행복 등에 대한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능력으로 실존적 자아를 깨닫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간지능이다.

 

시대의 지성인으로 알려진 이어령 교수는 CBS 인터뷰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인간지능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전에는 계단을 오를 때 체력이 중요했지만, 엘리베이터 시대에는 체력이 중요하지 않고 모두가 동등하게 높은 곳에 올라간다. 인공지능 시대가 그런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성, 감성, 예술성이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령 교수가 이야기한 영성, 감성, 예술성 등은 9번째 지능과 관계가 있으며 웨신대 박병기 교수는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 삶과 죽음, 축복과 비극 등 우주적이고 실제적인 사안에 대해 생각하며 인간 존재의 이유나 참 행복의 의미, 삶의 근원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9번째 지능으로 보았다. 

 

우리는 색소폰을 연주하며 감성과 예술성을 함양하고 인공지능은 도무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철학적인 통찰, 분별, 성찰, 깨달음을 훈련해야 한다. 이로 인해 얻게 되는 진정성과 인간다움의 실천을 통해 타인을 사랑하고, 이웃 성장에 마음을 두며, 사회가 아름다워지도록 희생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타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길 소망하며 다음호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미래교육 이야기로 ‘지정의 학습’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 해당 글은 외부 필자의 견해를 담은 것으로 월간색소폰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심삼종 Profile

 

-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클래식 색소폰 전공 1기 졸업

- 방송 세션, 대학로 뮤지컬 세션, CCM Atrist 활동

-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피바디 음악원 석사 및 전문 연주자 디플롬

-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겸임교수 역임

- Westminster Graduate School of Theology 사회문화교육학과 미래교육 리더십 박사 과정中

 

(월간색소폰)심삼종 칼럼니스트=msp@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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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색소폰과 미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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