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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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연주를 위한 끝없는 항해,'프라임색소폰앙상블'
    송파구에 위치한 프라임색소폰앙상블은 매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정기연주회를 개최하였으며, 지난해 12월에는 10주년의 연주회를 마쳤다. 프라임색소폰앙상블 회원들은 정기연주회를 통해 매년 발전된 연주와 무대를 마치는 성취감을 느끼며 건강한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다 함께 좋은 소리와 악기를 찾는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좋은 연주에 대한 이들의 끝없는 노력은 따뜻한 색소폰 선율을 위한 항해다.이번 창단연주회는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으며, 앞으로도 그들의 연주생활은 더욱 깊이 있는 찬란함으로 빛날 것이다. 기본기를 토대로 연주 실력의 향상프라임색소폰앙상블(이하 프라임)을 지도하는 박순철 원장은 색소폰은 연주곡 연습에 앞서 기본기의 습득이 우선시 되어야한다는 철학이 있다. 그는 회원들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가르치고 음색과 톤이 갖추어진 뒤에야 연주곡에 돌입한다. 이 방식은 단단한 기본기를 형성하여 더 많은 기량의 발전의 토대가 된다고 한다.이원상 회장은 박순철 원장의 가르침은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음악의 원리를 깨닫고 발전을 거듭한다고 한다. 이병환 회원도 기교를 가르치기보다 음색이나 연주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알게 되어 뿌듯하다. 작은 테크닉에 급급하기보다 큰 틀을 가르쳐주어 탄탄하게 실력이 향상된다.색소폰 외에 모든 취미활동을 프라임에서프라임 회원들은 골프도 함께 치고 정기적으로 등산, 여행도 즐긴다. 1월에는 동해안에 놀러갔으며 제주도나 해외도 시간 맞는 몇 명이 함께 다녀왔다.한 달에 1회 가량 서울 근교에서 함께 식사하고 연주모임을 한다. 한가로운 평일에 은퇴자들 산행. 동호회 사람들과 점심도 먹고 한 달에 두 번, 첫째,셋째 목요일에 산행을 한다는 의미로 ‘일목삼목회’라고 이름 붙였다.회원들과 함께 색소폰 외에도 모든 취미활동을 즐기고 봉사도 하며 두터운 친분을 쌓는 프라임. 그들은 서로 가족과 다름없다. 회원 간 경조사 참석은 물론 축주도 하며 이원상 회장이 제작하는 연주 영상은 경사 때 가족들에게 큰 기쁨을 준다. 학구적인 회원들을 위한 정기적인 화성학 특강이원상 회장은 60세가 넘어 색소폰을 시작하여 감성은 풍부하지만 나이 탓인지 핑거링이 더디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연습했다. 8시간씩 연습하며 재즈 암브슈어를 배웠을 때는 입술 안쪽에 피가 맺혀 식사도 할 수 없었다.그럼에도 그의 연습실에서는 연습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회장 뿐만 아니라 프라임 회원들은 모두 학구적인 분위기에서 실력 향상을 위해 매진하고있다. 이들이 모이면 다른 대화보다 악기나 연주에 대한 정보교환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프라임에서는 2주에 한 번씩 회원들을 위한 화성학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수업은 전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화성학, 리듬, 선율, 스케일, 코드 등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1~2년차에게는 멋진 연주를 위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해 주며 4~5년차의 연주자에게는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교를 알려준다. 봉사를 통해 실력을 발전시키는 프라임 앙상블박순철 원장과 프라임 회원들은 이달 2월부터 한달에 1회씩 원자력병원에서암환자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봉사연주를 한다. 박 원장에게는 봉사연주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 회원 중 검찰청에 근무하는 김붕회 회원의 요청으로 요양원에 봉사연주를 하게 되었다. 연주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할머니 한분이 천 원짜리를 손에 쥐어주며 간식 사먹으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연주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져 기분이 좋았다는 그.박 원장은 봉사연주 이후 꾸준한 봉사를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드려야겠다는생각과, 봉사연주의 보람을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여러 사람들과 즐거운 음악을 나누기 위하여 회원들에게 성심성의껏 연주를 가르치고 실력이 좋은 앙상블로 발전시켜 관객들에게 행복과 훈훈함을 전하는 것이목표다.글 | 박세정 기자 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 Focus
    2018-02-01
  • 2018년 02월(20호)
    - 최고의 연주를 위한 끝없는 항해, '프라임색소폰앙상블' - 국악과 재즈가 혼재된 그만의 음색, 재즈 색소포니스트 '최광철' - 색소폰 연주자들의 꿈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제 13회 강남뮤직타운 색소폰 페스티벌' - [SEASONAL SOUND] Grover Washington Jr. 'Winelight'와 함께하는 겨울
    • 지난 호
    • 2018년
    • 02월
    2018-02-01
  • 감성을 울리는 가요 색소폰 - 어메이징 그레이스
    색소폰 편곡 보를 연주하기 전에 가사를 먼저 음미하며 원곡을 충분히 감상하시고, 원곡 멜로디를 그대로 연습하여 익힌 후 편곡 보의 응용 연습에 도전해보도록 합시다. 연주 할 때 기억 할 포인트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많이 아시는 것처럼 멜로디 선율이 부드럽지만, 조금은 심플합니다. 먼저 이 곡의 멜로디를 담백하고 부드럽게 연습해보신 후, 악보와 같이 꾸밈음 부분 연습을 추천합니다. 발라드 장르지만 다른 곡들 보다 호흡(숨표)하는 부분이 연주의 감정선에서 중요하게 드러납니다. 소절을 나누어 부드럽게 시작할 수있도록 호흡을 잘 조절해 봅니다. 세련된 색소폰 소리를 내기 위해서 롱톤 및 기본기 연습을 충분히 하고 연주 곡 연습에 도전할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세부적인 연주 가이드 3번째 마디 네 번째 박자의 ‘미♭’에서 ‘미’ 꾸밈음은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사용하게 되는, 호흡과 동시에 손가락을 키에서 떼어내고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듯 ‘미’에 도달합니다. 작은 꾸밈음도 한음, 한음 정확하게 연습해야만 멋진 꾸밈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교재 ‘색소폰 하농’에 체계적인 꾸밈음 연습 방법이 명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9번째 마디의 네 번째 박자 ‘시’는 턴(Turn) 꾸밈음으로 ‘라시♭라솔라’ 를 연주하는데 이는 감성을 울리는 가요 발라드에 많이 쓰입니다. 음을 고르게 표현할 수 있도록 충분한 호흡과, 꾸준한 스케일 연습으로 손가락 힘을 훈련하시기 바랍니다. 14번째 마디의 네 번째 박자 ‘미’는 턴(Turn) 꾸밈음의 움직임을 활용한 15번째‘도’를 꾸며주는 긴 앞꾸밈음입니다. ‘미파미레#미’ 를 연주할 때, 15번째 마디 첫 번째 박자 ‘도’가 밀리지 않도록 합니다. 음이 고르게 표현되도록 손가락 힘을 고르게 훈련하는 스케일 연습을 많이 하셔야 하며, 박자가 겹쳐 멜로디가 어색하게 들리지 않도록 합니다. 30번째 마디 세 번째와 네 번째 박자의 ‘솔파#솔 라시♭시♮’는 셋잇단음표 두개가 연달아 나오는 리듬으로 표현됩니다. 31번째 마디 첫 번째 박자 ‘도’가 밀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셋잇단음표는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연주합니다. 너무 정확한 셋잇단음표 리듬보다 곡의 특성을 고려하여 편안하게 흘러가는 듯한 표현을 추천합니다. (월간색소폰)이은용 MCMI음악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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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요
    2018-01-08
  • 다함께 연주하는 앙상블 색소폰 - 붉은노을
    곡 연주 시 유의점 [A]부분- Intro 부분입니다. Alto 1st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들은 멜로디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힘차게 연주합니다. [B]부분- Tenor와 Baritone은 반주 역할을 하고 Alto 2nd가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 전체적인 음량은 [A]부분 보다 훨씬 작아져야 하며, Alto 2nd의 멜로디 부분은 리듬연습이 필요합니다.- 13마디에서는 Alto 1st가 멜로디를 담당합니다. 2nd는 화음을 쌓기 때문에, 2nd가 1st에 비해 음량이 크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C]부분- 이 곡에서 가장 중요한 구간입니다. 다이나믹을 포르테(Forte)로 설정해 놓은 만큼 전체적으로 힘찬 느낌으로 연주해야 합니다.- 리듬이 네 파트 모두 거의 동일하게 진행하기 때문에, 서로 박자가 엇나가지 않도록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Alto 1st의 음역이 살짝 높으므로 고음연습이 필요합니다. [D]부분- 곡 전체에서 가장 유려하게 흘러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Alto 2nd - Tenor - Alto 1st 순으로 멜로디가 옮겨가는 만큼 끊이지 않고 잘 이어지도록 연습합니다.- 38마디에 크레센도(cresc.) 표기가 있습니다. 그 지점부터 다이나믹이점차 커져서 다음 부분의 포르테(Forte)에 이어지도록 합니다. [E]부분- [C]와 동일한 부분입니다.- 맨 마지막에 D.C al Fine 기호가 있으므로 [E]부분을 두 번 반복합니다.이후, 맨 처음으로 돌아가 Fine표기의 8마디에서 곡을 마무리 합니다. (월간색소폰)김동현 뉴아더스 작곡가=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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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상블
    2018-01-07
  • 도전하고 싶은 재즈 색소폰 - BLUE BOSSA
    원곡의 연주자는 케니 도헴과 테너색소폰 연주자 조 핸더슨입니다. 이번호에는 덱스터 고든의 테너색소폰 연주로 구성했습니다. 덱스터 고든은 약 16년 전에 작고했으나 그가 남긴 연주는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듣기 편하고 안정감이 있으며 음색이 부드럽다는 평을 듣습니다. 덱스터 고든은 192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으며 미국의 재즈 잡지 ‘다운비트(Downbeat)’에서 4년 연속 1위를 지켜내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화 ‘라운드 미드나잇(Round Midnight, 1986)’에서 주연을 맡아 오스카상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거구인 그의 웅장한 색소폰 톤은 마치 ‘황소의 울음소리’라고 평가받습니다.이 곡은 보사노바 템포로 테마 16소절을 반복하고 (B), (C)부분 32소절은 애드리브 솔로입니다. 그 외는 지면상 생략했습니다.33, 40번과 45, 48번은 Dm7(레, 미, 파, 솔, 라, 시, 도, 레)스케일이며, 도리안 모드(Dorian Mode)라고 합니다. 41번부터 44번은 E♭ Major 스케일(E♭, F, G, A♭, B♭, C, D,E♭)을 사용합니다. 되도록이면 애드리브를 암기하시기 추천합니다. 암기하신다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매일 4소절씩암기하는 습관을 가지면 6개월 후, 자신감이 생길 것입니다. 40번, 43번과 56번, 58번의 슬러(Slur, 이음줄)는 혀를 대지 않고 부드럽게 불어줍니다. 그 외의 모든 음은 매음마다 혀를 살짝 대고 연습합니다. 이를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이라고 하며, 재즈 즉흥연주의 기본주법입니다. Dm7(8소절), E♭(4소절), Dm7(4소절)로 연주하는 형식은 ‘KeyCenter 애드리브’라고 부릅니다. 또한 각 소절의 코드로도 연주가 가능합니다. (월간색소폰)정창균 칼럼니스트=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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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즈
    2018-01-04
  • 애드리브를 위한 화성학 및 색소폰 - 끝사랑
    먼저, 애드리브 부분을 분석 해봅시다. 아래 그림처럼 간주에 애드리브를 사용하였습니다 간주 부분의 코드톤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주의할 점은 붉은색의 ‘Dm7 – G7’ 코드입니다. 이를 제외한 부분은 G펜타토닉과 각 코드 톤을 사용하면 되지만, 붉게 표시된 부분은 아래 그림과 같이 D도리안(Dorian)과 G믹솔리디안(Mixolydian)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28, 49마디의 멜로디 페이크 부분을 살펴보면 꾸밈음과 펜타토닉으로 멜로디를 도약하였습니다. 2절 53마디 후렴 넘어가기 전 부분은 멜로디 페이크를 하였습니다. 붉게 표시된 부분에 멜로디 페이크를 하였으며 3, 4마디와 같이 변경해보았습니다.이처럼 펜타토닉만으로도 응용이 가능하지만, 지난호에 설명했듯이 발라드 곡의 경우 ‘다이어 토닉 코드’만 나오지 않고 빌려오는 코드들이 많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월간색소폰)신용욱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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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학
    2018-01-03
  •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삶의 감동을 전하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 9회 정기연주회'
    경기도 양주시에서 활동하며 아름다운 선율과 수려한 리듬으로 지역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순수 예술단체 양주윈드오케스트라. 이들이 2017년 12월 9일, 제9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하였다. 국악, 댄스팀과의 콜라보레이션 공연과 관악기와 타악기로 구성된 독특한오케스트라 선율, 그리고 색소포니스트 심삼종 교수와의 협연 등 시민에게 가깝게 다가가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양주시의 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 그들의 인생 내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감동의 하모니를 느껴보자.'양주시에 기쁨을 전하는 장수 오케스트라'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200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정기연주회가 올해 9회를 맞이했다. 이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목표로 ‘찾아가는 문화활동’ 등 다양한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간다. 2016년에는 양주시의 문화 부흥을 위하여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는 특별한 사명감을부여받았다.심재선 지휘자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단원들 서로 간의 믿음과 배려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하여 음악선생님을 초빙하였다. 이후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단원 모두가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받으며 전문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된다. 제9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색소포니스트 심삼종 교수와의 협연을 통해 연주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관객에게 신선한 즐거움과 감동을 안긴 정기연주회'지인의 소개로 이번 정기연주회를 찾은 관객 이홍민 씨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의 하모니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을 가진 단원들이 색소폰, 트럼펫, 호른의 소리에 삶에 고단함이 느껴졌던 것. 바쁜 일상 속에서 공연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역력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소리는 어떠한 유명 연주자의 선율보다아름다웠다고 전했다.‘모차르트 팝 심포니’부터 사물놀이 단체 ‘한버들예술단’과 관악기의 이색적인 조화, 바이올리니스트 조재윤과의 협연으로 감미로운 선율을, 심삼종 교수와의 ‘헤이 주드’, ‘오 해피데이’ 협연은 아마추어 예술단체 양주윈드오케스트라와 실력파 색소포니스트의 특별한 조화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GN댄스팀’과의 신나는 콜라보레이션 공연까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존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차별화된 즐거움을 전했다.양주시 음악문화의 밝은 희망 ‘양주윈드오케스트라 정기공연’ 양주시민들로 구성된 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대도시에 비하여 문화적 혜택이 부족한 양주시에서 다양한 문화공연을 위해 힘쓰는음악단체다. 10대 청소년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 령대의 단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기연주회를 통해 매년 발전된 실력을 선보이는 이들은, 앞으로도 정기연주회와 지역 봉사를 비롯 전국 무대에서 감동의 선율을 전할 예정이다.심재선 지휘자는 “내부적으로 단원들의 연주 실력을 향상시켜 훌륭한 공연을 선보이고, 외부적으로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역민이 사랑하는 음악단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궁극적으로 음악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여 일상 속에서 주민들이 손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앞으로 2, 30년은 물론, 50주년 기념음악회도 개최할 것”이라며 청사진을 그렸다.'양주시의 대표 음악단체 ‘양주윈드오케스트라’'2007년 양주시의 남문중학교 음악 교사로 부임한 심재선 지휘자는, 한적한 마을의 한 화훼농원에서 고정택 단장의 아름다운 색소폰 선율을 듣게 된다. 단순한 취미로 보기에 놀라운 그의 실력에 함께 오케스트라 창단을 결심한 그는, 화훼농원을 운영하는 고정택 단장에게 “음악의 꽃도 한 번 피워보지 않겠냐”며 설득한다. 심재선 지휘자의 권유에 “고된 농사일로 지친 주민들의 심신을 달래줄 수 있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답하여 2009년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탄생한다.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2009년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올해 총 9회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하였다. 2016년에는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어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53회 개최, 지역축제와 초청공연을 90여 회 진행하였다. 클래식부터 대중가요, 팝, 국악등 다양한 장르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 고정택 단장과 심재선 지휘자를 주축으로 54명의 단원들이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공연’을 목표 삼아 다양한 연주를 선보인다.글 | 박세정 기자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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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01
  •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삶의 감동을 전하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 9회 정기연주회'
    경기도 양주시에서 활동하며 아름다운 선율과 수려한 리듬으로 지역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순수 예술단체 양주윈드오케스트라. 이들이 2017년 12월 9일, 제9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하였다. 국악, 댄스팀과의 콜라보레이션 공연과 관악기와 타악기로 구성된 독특한오케스트라 선율, 그리고 색소포니스트 심삼종 교수와의 협연 등 시민에게 가깝게 다가가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양주시의 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 그들의 인생 내면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감동의 하모니를 느껴보자.'양주시에 기쁨을 전하는 장수 오케스트라'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2009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정기연주회가 올해 9회를 맞이했다. 이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목표로 ‘찾아가는 문화활동’ 등 다양한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간다. 2016년에는 양주시의 문화 부흥을 위하여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는 특별한 사명감을부여받았다.심재선 지휘자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단원들 서로 간의 믿음과 배려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하여 음악선생님을 초빙하였다. 이후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단원 모두가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받으며 전문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된다. 제9회 정기연주회에서는 색소포니스트 심삼종 교수와의 협연을 통해 연주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관객에게 신선한 즐거움과 감동을 안긴 정기연주회'지인의 소개로 이번 정기연주회를 찾은 관객 이홍민 씨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의 하모니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다양한 연령대, 직업군을 가진 단원들이 색소폰, 트럼펫, 호른의 소리에 삶에 고단함이 느껴졌던 것. 바쁜 일상 속에서 공연을 위한 노력과 시간이역력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소리는 어떠한 유명 연주자의 선율보다아름다웠다고 전했다.‘모차르트 팝 심포니’부터 사물놀이 단체 ‘한버들예술단’과 관악기의 이색적인 조화, 바이올리니스트 조재윤과의 협연으로 감미로운 선율을, 심삼종 교수와의 ‘헤이 주드’, ‘오 해피데이’ 협연은 아마추어 예술단체 양주윈드오케스트라와 실력파 색소포니스트의 특별한 조화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GN댄스팀’과의 신나는 콜라보레이션 공연까지, 어렵게만 느껴졌던 기존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차별화된 즐거움을 전했다.양주시 음악문화의 밝은 희망 ‘양주윈드오케스트라 정기공연’ 양주시민들로 구성된 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대도시에 비하여 문화적 혜택이 부족한 양주시에서 다양한 문화공연을 위해 힘쓰는음악단체다. 10대 청소년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 령대의 단원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기연주회를 통해 매년 발전된 실력을 선보이는 이들은, 앞으로도 정기연주회와 지역 봉사를 비롯 전국 무대에서 감동의 선율을 전할 예정이다.심재선 지휘자는 “내부적으로 단원들의 연주 실력을 향상시켜 훌륭한 공연을 선보이고, 외부적으로는 흥미로운 콘텐츠를 개발하여 지역민이 사랑하는 음악단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궁극적으로 음악 인구의 저변을 확대하여 일상 속에서 주민들이 손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앞으로 2, 30년은 물론, 50주년 기념음악회도 개최할 것”이라며 청사진을 그렸다.'양주시의 대표 음악단체 ‘양주윈드오케스트라’'2007년 양주시의 남문중학교 음악 교사로 부임한 심재선 지휘자는, 한적한 마을의 한 화훼농원에서 고정택 단장의 아름다운 색소폰 선율을 듣게 된다. 단순한 취미로 보기에 놀라운 그의 실력에 함께 오케스트라 창단을 결심한 그는, 화훼농원을 운영하는 고정택 단장에게 “음악의 꽃도 한 번 피워보지 않겠냐”며 설득한다. 심재선 지휘자의 권유에 “고된 농사일로 지친 주민들의 심신을 달래줄 수 있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답하여 2009년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탄생한다.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2009년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올해 총 9회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하였다. 2016년에는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어 ‘찾아가는 문화활동’을 53회 개최, 지역축제와 초청공연을 90여 회 진행하였다. 클래식부터 대중가요, 팝, 국악등 다양한 장르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 고정택 단장과 심재선 지휘자를 주축으로 54명의 단원들이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공연’을 목표 삼아 다양한 연주를 선보인다.글 | 박세정 기자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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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01
  • [MUSIC ESSAY] 반고흐의 아를과 오베르에서 '봄날은 가고'
    (월간색소폰)박형섭 칼럼니스트= 오, 사랑하는 ‘빈센트!’모든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 음악가가 아름다운 시를 읽던 중 멜로디가 떠올라 악곡을 만들고, 화가는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캔버스에 물감을 칠한다. 소설이 영화로 각색되어 스크린에 오르고, 연극 속 인물이 소설 주인공으로 변신하기도한다. 예술(예술가)은 또 다른 장르의 예술에 영감을 준다.뛰어난 것일수록 그 생명력이 도약한다. 감각의 제국에서 예술가들의 언어는 그렇게 소통된다. 그들 상호간 창조적 감정이나 상상력을 공유하는 근거가 거기에 있다. 시와 회화와 음악은 표현 기호만 다를 뿐 인간 내부의 같은 장소로 수렴된다. 그래서 음악의 귀로 미술을 감상하고 그림을 보며 멜로디를 떠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흐가 자신의 안에 음악이 흐른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 즉 내면의 울림이 붓의 터치로 표출된다. 위대한 존재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다. 예술가의 경우, 그의 삶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다. 작품은 곧 예술가의 총체이다. 반 고흐, 바이런, 슈만, 마일즈 데이비스 등.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노랫말이 가슴깊이 와 닿고, 그림 앞에서 화가의 영혼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미학적 정서에 호소하기 때문이다.얼마 전 감동적인 예술영화 한 편을 보았다.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ʼ(코비엘라 감독). 37세에 자살한 천재화가빈센트 반 고흐의 최후, 생 레미에서 오베르 쉬르 와즈에서의 마지막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단계부터 무수한 화제를 일으켰다. 세계 최초 유화들로 구성된 영화로 참여화가들이 107명, 두 해 동안 6만2,450여 점의 그림이 그려졌다. 실제 고흐의 회화작품 130여 점이 대형 스크린에서 실물처럼 움직였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관객들은 영상에 도취된 듯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스크린 속에 살아있는 고흐 그림들, 모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복받쳐 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나는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노래 ‘빈센트ʼ에 또다시 넋을 잃고말았다.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의 부드럽고 애잔한 음색이 어둠 속에서 은은한 별처럼 다가왔다. 별이 빛나는 밤그대 팔레트의 블루와 회색으로칠해 주세요.내 영혼의 어둠을 아는 눈으로 여름날의 밖을 내다보세요.언덕 위의 어두운 그림자에 나무와 수선화를 그려요.눈처럼 하얀 린넨 천 바탕에 미풍과겨울의 추위를 채색해 봐요.나는 당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맑은 영혼을 가지려 얼마나 당신이 고통스러웠는지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려 얼마나 애썼는지아무도 들으려하지 않았고, 어떻게 들을지도 몰랐어요아마 이제는 들을 거예요.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당신의 사랑만은 진실했는데가슴 속 아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던 바로 그 별이 빛나던 밤에당신은 종종 연인들이 그렇게 하듯 생을 마감했어요. 이 노래는 원래 미국의 포크송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이 고흐의 ‘영혼의 편지ʼ를 읽고 작곡했다. 고흐의 시적 산문이 아름다운 노래로 전화(轉化)된 것이다. 고흐는 화가인 동시에뛰어난 시인이었다. 짙은 감동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것이 창조적 영감이 아니고 무엇이랴.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지난날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했던 추억의 장소들로 몽상하는 기분에 취했다. 프랑스 파리,아를 그리고 오베르 쉬르 와즈. 무엇보다도 고흐가 머물렀던 파리 몽마르트르 구역 동생 테오의 아파트, 고갱과 함께 화가공동체를 꿈꾸었던 프로방스 론 강가의 아를, 그리고 스스로세상을 등진 오베르의 밀밭 등. 나는 대예술가가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쏘았던 그 밀밭, 그 뜨거운 태양의 여름을 상상하며현장을 순례했던 것이다.반 고흐 그림 속의 음악어떤 음악일까? 나는 반 고흐의 그림과 영혼의 편지들을 고독과 우울, 고통의 노래로 읽었다. 간혹 자연에서 느끼는 벅찬 감정, 테오나 동료들과 나눈 사랑과 우정, 그림에 대한 열정 등을 말하고 있지만 고흐의 심상(心狀)은 언제나 고독하고 쓸쓸하게 보였다. 음악으로 말하면 단조의 멜랑꼴릭한 음조인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이든 노란색의 해바라기든 포도를 수확하는 아낙네든 다를 바 없다. 캔버스의 오브제들은 모두 우울한 표정이다. 그 어두운 감정은 색채와 붓의 터치로 나타난다. 음악과 그림은 표현형식의 차이 너머에 공유적 차원이 존재한다. 즉, 둘 모두 내적 세계의 에너지와 운동을 표현하는 매체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반 고흐를 인상파, 빛과 색의 화가라고 부른다. 무엇보다도난 그를 영혼을 채색한 화가로 부르고 싶다. 그가 그린 대지는 온통 물결로 출렁인다. 그의 붓질과 빛깔은 물감이 무한정 겹쳐지면서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아문 상처에 또 다른 고통이 덧씌워지듯 붓의 결이 색의 스펙트럼을 형성하면서 영혼과 지성을 화폭에 옮겨놓는다. 반 고흐는 말했다. 색채를 통해 무언가 보여주기를 원했다. 서로 보완적인 두 색을 결합해 연인의 사랑을 보여주기, 색을 혼합하거나 대조해 마음의 신비로운 떨림을 표현하기, 얼굴을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는 밝은 톤의 광채로 빛나게 해서 일부 생각을 드러내기,별을 그려서 희망을 표현하기, 석양을 통해 특정 사람의 열정을 표현하기 등은 눈속임이 아니다. 실제 존재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니까.반 고흐는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붓길로 도달하고자 했다. 말로 대체할 수 없는 인상(印象)을 색으로 대신하려는 것이다. 그 순간 화가의 마음속에 음악이 흐른다. 일렁이는 이미지가 음악의 선율로 변한다. 그는 자신의 내부에흐르는 멜로디를 어떻게 해서든 이미지로 표출하려고 했다.시적이라 할 만큼 운율 그득한 고흐의 붓놀림 패턴은 도와 레사이에 있는 도#(레♭), 레와 미 사이에 있는 레#(미♭)을 연주하려 애쓰는 연주자의 행위와 다름없다. 이러한 반음(半音)적 기질로 인해 그의 화폭은 간결하게 정돈되지 않은 채 어지럽게 중첩되어 꿈틀댄다. 소니 롤린스, 존 콜트레인, 윈튼 마샬리스 등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를 듣는 것처럼 불편할 수 있다. 그들의 음악은 자유분방한 즉흥적 리듬 패턴과 박자로 이루어져있다. 연주자의 개성이 극대화되는 음악인 것이다. 그들의 음악을 반 고흐의 그림에서 듣는다고 한들 누가 뭐랄까.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ʼ반 고흐는 태양과 색채를 찾아 거처를 남프랑스 아를로 옮겼다. 그의 그림이 정점에 이르고 완성되는 시기였다. 뜨거운태양빛 아래의 자연은 그에게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갈망한 것은 어떤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빛의 이미지를 좀 더 깊이 탐색하고 포착하려 했던 것이다. 그는 아를의 자연풍경을 맘껏 즐기며 화폭에 옮겼다.반 고흐는 아를에 화가공동체를 기획하며 파리의 화가 고갱을 불렀다. 그러나 반 고흐와 고갱은 모든 면에서 대립했다.그림에 있어서 특히 입장차가 심했다. 고갱은 반 고흐가 싫어하는 앵그르, 라파엘의 그림을 좋아했다. 게다가 고갱은 반고흐의 화가공동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두화가 사이의 미적 가치관, 화풍의 차이가 컸다.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이 어떻게 공동으로 창작에 임한단 말인가. 반 고흐가 거칠게 그릴 때, 고갱은 아라베스크 장식을 그렸다. 반 고흐가 카페의 밤 풍경을 그렸을 때, 고갱은 단조롭게 정원을 걷는 여자들을 그렸다. 반 고흐는 태양이 가득한 충만함을,고갱은 동양적 신비가 뒤섞인 장중함을 추구했다. 반 고흐의잠재적 정신질환은 이때부터 도진 듯하다. 즉 고갱과의 인간적 갈등에서 폭발한 것이다.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준 것은 고갱과 심하게다툰 후였다. 누가 봐도 광인의 행위였다. 그의 병은 악화되고 화가공동체의 계획은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에 대한실망과 자책은 간간이 발작으로 번졌다. 그는 자신의 불안한 정신을 추스를 수 없어 스스로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병원에서 그림 작업실을 배려해주어 1년 동안 열정적으로 정원, 꽃, 자연을 소재로 그렸다. 당시의 그림은 마치 그가 대항해서 싸우고 있는 광기가 화폭에 스며있는 듯했다. 모든 것이 흔들리거나 요동치는 형상으로 묘사되었다.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ʼ은 생 레미 병원에서 완성했다. 화가에게 밤하늘은 무한을 나타내는 대상이었고, 이보다 먼저 제작된 아를의 ‘밤의 카페 테라스ʼ나 ‘론 강위의 별이 빛나는 밤ʼ 역시 별이 반짝이는 밤 풍경을 소재로했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오늘 아침 나는 해가 뜨기 한참 전에 창문을 통해 아무것도 없고 아주 커 보이는 샛별밖에 없는 시골을 보았다.”고 했다. 이 샛별은 그림 가운데 왼쪽에 있는 커다란 흰 별일 것이다. 그가 그린 밤하늘에서는 구름과 대기, 별빛과 달빛이 폭발하고 있다. 황량하고 짙은 파란색 하늘은 세상의 종말을 연상케 하고, 그 위로 구름이 흘러가며 소용돌이친다. 달과 별의 언저리에는 뿌옇게 무리가 져있다.반 고흐는 언제나 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꾸었다.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이랄까. “왜 하늘의 빛나는 점들에는 프랑스 지도의 검은 점처럼 닿을 수 없을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듯이, 우리는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는다.”고말하듯이. 이 시기에 그의 색칠은 더욱 두터워지고 열정적으로 변한다. 별의 광채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하다. 강렬한 색과 회오리치는 모양의 필치는 자신의 격한 내면을 반영한다. 바람결을 따라 무작정 어딘가로 향하는 운동성을 보여준다. 그는 그림에 의지하며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믿으려애썼다. 순수하고 연약한 영혼의 소유자, 반 고흐는 존재에 대한 격한 사랑을 물리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성향 때문에 하늘의 운행과 바람의 숨결, 별의 노래를 온몸으로 느끼고 그렸는지 모른다. 그의 그림에서 진실성이 엄숙하게 묻어난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전한다.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반 고흐는 자신이 프로방스 지방에 홀로 있다는 생각에 견딜수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파리의 테오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도시의 번잡함과 동생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맘에걸렸다. 어느 날 테오와 화가 피사로가 고흐에게 오베르 쉬르와즈의 가셰 박사를 소개하며 그곳으로 갈 것을 제안했다. 가셰는 아마추어 화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다. 그는 반 고흐의생애 마지막 두 달을 함께 보냈다. 오베르 쉬르 와즈 공동묘지파리 북쪽의 조용하고 한적한 전원마을 오베르 쉬르 와즈. 세잔, 피사로,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이 이곳에서 그림 작업을 하여 유명해졌다. 강을 끼고 있고 구름의 색깔과 형태가 변화무쌍한 곳이다. 반 고흐는 오베르에서 두 달가량 머물며 7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화가의 눈에 비친 농가와 마을풍경, 오베르 교회, 시청, 마을사람들이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반 고흐를 추억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한 여행객들은 도처에서 화가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그림에서 본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져있으니 말이다. 반 고흐는 시골 분위기에 만족한 듯하다. “이곳은 색상이 다양해. 오베르는 정말 아름다워.” 심신(心身)의 건강상태도 호전되었다. 창작에 대한 열정은 병을 퇴치하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되었다. 반 고흐는 테오에게 장기적 계획을 언급하며 자신의 뜻을 피력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화가가 진정 격하게 고뇌한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어쩌면 내 그림의 거친 특성 때문에 절실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것을 바쳐서 그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것이 나의야망이다.” 반 고흐는 라부여인숙(Auberge Ravoux)에 머물면서 ‘오베르 교회ʼ, ‘가셰 박사의 초상ʼ, ‘까마귀가 나는 밀밭ʼ 등 걸작들을 완성했다. 지금도 라부여인숙, 오베르 교회, 밀밭, 시청, 광장 등 그림 속의 대상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있다. 교회 앞에는 반 고흐가 그린 ‘오베르 교회ʼ의 복사본이 있다. 반고흐 동상이 서 있는 아담한 반 고흐 공원도 있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담장 아래에는 반 고흐가 즐겨 그렸던 붓꽃을비롯해 야생화들이 널려있었다. 마을 곳곳이 작품의 현장이다. 나는 반 고흐가 땅바닥에 앉아 뚫어지게 바라보고 스케치했을 붓꽃 한 송이를 꺾어들었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고흐의 그림 속을 뛰어다녔다.오베르 교회 오른쪽 언덕길을 오르면 금세 넓은 벌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수확을 앞둔 밀밭의 풍경은 온통 누런 물결로 일렁인다. 바로 ‘까마귀가 나는 밀밭ʼ의 배경이자 그가 권총으로 자살한 곳이다. 이 그림은 정말 죽음을 암시하고 있을까? 길가 팻말에 “구름 낀 하늘 아래, 넓은 밀밭이 펼쳐져 있고, 나는 주저 없이 깊은 슬픔과 고독을 표현했다.”라고 적혀있다. 반 고흐는 죽음에 이르기 전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그렇게 심정을 토로했다. 반 고흐는 물감을 살 수 없을 정도로궁핍했다. 그렇지만 그를 괴롭힌 것은 물질적 어려움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이었다. 그것이 그를 우울과 고독으로 내몰았다. “언젠가 카페에서 작품전을 열 방법을 찾을수 있을 거야!” 반 고흐의 꺼져가는 목소리가 귓전을 맴돈다.나는 묘지 밖 공터에 앉아 푸른 하늘과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정지된 듯 사방이 노랗게 물들어갔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누런 빛의 밀밭이 흔들거렸다. 저 멀리서고뇌하는 한 사내의 모습이 어렴풋 보였다. 그는 오른쪽 귀가잘린 채 붕대를 감고 있었고, 닳아빠진 붓으로 캔버스를 하염없이 덧칠하고 있었다. 잿빛 구름이 몰려오면서 황금색 들판을 나는 까마귀 떼 울음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열댓 마리의까마귀들이 캔버스 속으로 날아들었다.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어.” 이어서 정적을 깨는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반고흐의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 거센 바람이 묘지 주변에서 휘몰아쳤다.반 고흐가 잠든 오베르 공동묘지는 밀밭 중앙의 한 구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무덤은 입구의 왼쪽 담장 아래 놓였다.‘빈센트 반 고흐, 여기 잠들다.ʼ 어떤 수식도 없는 비문이담백하게 보였다. 반 고흐는 테오, 베르나르, 탕귀영감, 가셰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베르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해 1890년 8월 테오는 베르나르의 도움으로 몽마르트르 자신의 집에서 반 고흐 추모전을 열었다. 테오는 형이 자기와 돈 문제로 언쟁 후 자살했다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역시 이듬해 형의 뒤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테오의 유해는 반 고흐의 서간집 ‘영혼의 편지ʼ가 출간된 1914년 형의 무덤 옆에 안치되었다. 두 형제의 사랑은 죽어서도 뗄 수없었다. 그들의 무덤은 담쟁이덩굴로 엉켜있었다. 나는 어두운 석회암 비석과 담쟁이덩굴 사이에 개양귀비 한 송이를 올려놓았다.오늘 날 반 고흐는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인식되고,그의 그림은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반 고흐사후에 봄날이 온 것인가! 나란히 누운 반 고흐와 테오의 무덤을 보며 덧없는 세월에 격세지감과 인생무상의 회한이 몰려왔다. 난 묘지 밖 공터를 배회하다가 색소폰을 꺼내들었다.불현 듯 ‘봄날은 간다ʼ의 멜로디가 떠올랐다. “새파란 꽃잎이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글 | 박형섭 부산대 불문과 교수, 색소포니스트 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8-01-01
  • [MUSIC ESSAY] 반고흐의 아를과 오베르에서 '봄날은 가고'
    오, 사랑하는 ‘빈센트!’ 모든 예술은 하나로 통한다. 음악가가 아름다운 시를 읽던 중 멜로디가 떠올라 악곡을 만들고, 화가는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캔버스에 물감을 칠한다. 소설이 영화로 각색되어 스크린에 오르고, 연극 속 인물이 소설 주인공으로 변신하기도한다. 예술(예술가)은 또 다른 장르의 예술에 영감을 준다. 뛰어난 것일수록 그 생명력이 도약한다. 감각의 제국에서 예술가들의 언어는 그렇게 소통된다. 그들 상호간 창조적 감정이나 상상력을 공유하는 근거가 거기에 있다. 시와 회화와 음악은 표현 기호만 다를 뿐 인간 내부의 같은 장소로 수렴된다. 그래서 음악의 귀로 미술을 감상하고 그림을 보며 멜로디를 떠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고흐가 자신의 안에 음악이 흐른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 즉 내면의 울림이 붓의 터치로 표출된다. 위대한 존재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다. 예술가의 경우, 그의 삶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다. 작품은 곧 예술가의 총체이다. 반 고흐, 바이런, 슈만, 마일즈 데이비스 등.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노랫말이 가슴깊이 와 닿고, 그림 앞에서 화가의 영혼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미학적 정서에 호소하기 때문이다.얼마 전 감동적인 예술영화 한 편을 보았다.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ʼ(코비엘라 감독). 37세에 자살한 천재화가빈센트 반 고흐의 최후, 생 레미에서 오베르 쉬르 와즈에서의 마지막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단계부터 무수한 화제를 일으켰다. 세계 최초 유화들로 구성된 영화로 참여화가들이 107명, 두 해 동안 6만2,450여 점의 그림이 그려졌다. 실제 고흐의 회화작품 130여 점이 대형 스크린에서 실물처럼 움직였다. 영화가 끝났음에도 관객들은 영상에 도취된 듯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스크린 속에 살아있는 고흐 그림들, 모두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복받쳐 오르는 감동을 느꼈다. 그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나는엔딩 크레딧과 함께 흐르는 노래 ‘빈센트ʼ에 또다시 넋을 잃고말았다.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의 부드럽고 애잔한 음색이 어둠 속에서 은은한 별처럼 다가왔다. 별이 빛나는 밤그대 팔레트의 블루와 회색으로칠해 주세요.내 영혼의 어둠을 아는 눈으로 여름날의 밖을 내다보세요.언덕 위의 어두운 그림자에 나무와 수선화를 그려요.눈처럼 하얀 린넨 천 바탕에 미풍과겨울의 추위를 채색해 봐요.나는 당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아요.맑은 영혼을 가지려 얼마나 당신이 고통스러웠는지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려 얼마나 애썼는지아무도 들으려하지 않았고, 어떻게 들을지도 몰랐어요아마 이제는 들을 거예요. (...)아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당신의 사랑만은 진실했는데가슴 속 아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던 바로 그 별이 빛나던 밤에당신은 종종 연인들이 그렇게 하듯 생을 마감했어요. 이 노래는 원래 미국의 포크송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이 고흐의 ‘영혼의 편지ʼ를 읽고 작곡했다. 고흐의 시적 산문이 아름다운 노래로 전화(轉化)된 것이다. 고흐는 화가인 동시에뛰어난 시인이었다. 짙은 감동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것이 창조적 영감이 아니고 무엇이랴.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지난날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했던 추억의 장소들로 몽상하는 기분에 취했다. 프랑스 파리,아를 그리고 오베르 쉬르 와즈. 무엇보다도 고흐가 머물렀던 파리 몽마르트르 구역 동생 테오의 아파트, 고갱과 함께 화가공동체를 꿈꾸었던 프로방스 론 강가의 아를, 그리고 스스로세상을 등진 오베르의 밀밭 등. 나는 대예술가가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쏘았던 그 밀밭, 그 뜨거운 태양의 여름을 상상하며현장을 순례했던 것이다. 반 고흐 그림 속의 음악어떤 음악일까? 나는 반 고흐의 그림과 영혼의 편지들을 고독과 우울, 고통의 노래로 읽었다. 간혹 자연에서 느끼는 벅찬 감정, 테오나 동료들과 나눈 사랑과 우정, 그림에 대한 열정 등을 말하고 있지만 고흐의 심상(心狀)은 언제나 고독하고 쓸쓸하게 보였다. 음악으로 말하면 단조의 멜랑꼴릭한 음조인 것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이든 노란색의 해바라기든 포도를 수확하는 아낙네든 다를 바 없다. 캔버스의 오브제들은 모두 우울한 표정이다. 그 어두운 감정은 색채와 붓의 터치로 나타난다. 음악과 그림은 표현형식의 차이 너머에 공유적 차원이 존재한다. 즉, 둘 모두 내적 세계의 에너지와 운동을 표현하는 매체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반 고흐를 인상파, 빛과 색의 화가라고 부른다. 무엇보다도난 그를 영혼을 채색한 화가로 부르고 싶다. 그가 그린 대지는 온통 물결로 출렁인다. 그의 붓질과 빛깔은 물감이 무한정 겹쳐지면서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아문 상처에 또 다른 고통이 덧씌워지듯 붓의 결이 색의 스펙트럼을 형성하면서 영혼과 지성을 화폭에 옮겨놓는다. 반 고흐는 말했다. 색채를 통해 무언가 보여주기를 원했다. 서로 보완적인 두 색을 결합해 연인의 사랑을 보여주기, 색을 혼합하거나 대조해 마음의 신비로운 떨림을 표현하기, 얼굴을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는 밝은 톤의 광채로 빛나게 해서 일부 생각을 드러내기,별을 그려서 희망을 표현하기, 석양을 통해 특정 사람의 열정을 표현하기 등은 눈속임이 아니다. 실제 존재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니까. 반 고흐는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붓길로 도달하고자 했다. 말로 대체할 수 없는 인상(印象)을 색으로 대신하려는 것이다. 그 순간 화가의 마음속에 음악이 흐른다. 일렁이는 이미지가 음악의 선율로 변한다. 그는 자신의 내부에흐르는 멜로디를 어떻게 해서든 이미지로 표출하려고 했다. 시적이라 할 만큼 운율 그득한 고흐의 붓놀림 패턴은 도와 레사이에 있는 도#(레♭), 레와 미 사이에 있는 레#(미♭)을 연주하려 애쓰는 연주자의 행위와 다름없다. 이러한 반음(半音)적 기질로 인해 그의 화폭은 간결하게 정돈되지 않은 채 어지럽게 중첩되어 꿈틀댄다. 소니 롤린스, 존 콜트레인, 윈튼 마샬리스 등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를 듣는 것처럼 불편할 수 있다. 그들의 음악은 자유분방한 즉흥적 리듬 패턴과 박자로 이루어져있다. 연주자의 개성이 극대화되는 음악인 것이다. 그들의 음악을 반 고흐의 그림에서 듣는다고 한들 누가 뭐랄까.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ʼ반 고흐는 태양과 색채를 찾아 거처를 남프랑스 아를로 옮겼다. 그의 그림이 정점에 이르고 완성되는 시기였다. 뜨거운태양빛 아래의 자연은 그에게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갈망한 것은 어떤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빛의 이미지를 좀 더 깊이 탐색하고 포착하려 했던 것이다. 그는 아를의 자연풍경을 맘껏 즐기며 화폭에 옮겼다.반 고흐는 아를에 화가공동체를 기획하며 파리의 화가 고갱을 불렀다. 그러나 반 고흐와 고갱은 모든 면에서 대립했다.그림에 있어서 특히 입장차가 심했다. 고갱은 반 고흐가 싫어하는 앵그르, 라파엘의 그림을 좋아했다. 게다가 고갱은 반고흐의 화가공동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두화가 사이의 미적 가치관, 화풍의 차이가 컸다.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이 어떻게 공동으로 창작에 임한단 말인가. 반 고흐가 거칠게 그릴 때, 고갱은 아라베스크 장식을 그렸다. 반 고흐가 카페의 밤 풍경을 그렸을 때, 고갱은 단조롭게 정원을 걷는 여자들을 그렸다. 반 고흐는 태양이 가득한 충만함을,고갱은 동양적 신비가 뒤섞인 장중함을 추구했다. 반 고흐의잠재적 정신질환은 이때부터 도진 듯하다. 즉 고갱과의 인간적 갈등에서 폭발한 것이다.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준 것은 고갱과 심하게다툰 후였다. 누가 봐도 광인의 행위였다. 그의 병은 악화되고 화가공동체의 계획은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에 대한 실망과 자책은 간간이 발작으로 번졌다. 그는 자신의 불안한 정신을 추스를 수 없어 스스로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병원에서 그림 작업실을 배려해주어 1년 동안 열정적으로 정원, 꽃, 자연을 소재로 그렸다. 당시의 그림은 마치 그가 대항해서 싸우고 있는 광기가 화폭에 스며있는 듯했다. 모든 것이 흔들리거나 요동치는 형상으로 묘사되었다.반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ʼ은 생 레미 병원에서 완성했다. 화가에게 밤하늘은 무한을 나타내는 대상이었고, 이보다 먼저 제작된 아를의 ‘밤의 카페 테라스ʼ나 ‘론 강위의 별이 빛나는 밤ʼ 역시 별이 반짝이는 밤 풍경을 소재로했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오늘 아침 나는 해가 뜨기 한참 전에 창문을 통해 아무것도 없고 아주 커 보이는 샛별밖에 없는 시골을 보았다.”고 했다. 이 샛별은 그림 가운데 왼쪽에 있는 커다란 흰 별일 것이다. 그가 그린 밤하늘에서는 구름과 대기, 별빛과 달빛이 폭발하고 있다. 황량하고 짙은 파란색 하늘은 세상의 종말을 연상케 하고, 그 위로 구름이 흘러가며 소용돌이친다. 달과 별의 언저리에는 뿌옇게 무리가 져있다.반 고흐는 언제나 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꾸었다.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이랄까. “왜 하늘의 빛나는 점들에는 프랑스 지도의 검은 점처럼 닿을 수 없을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듯이, 우리는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는다.”고말하듯이. 이 시기에 그의 색칠은 더욱 두터워지고 열정적으로 변한다. 별의 광채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려는 듯하다. 강렬한 색과 회오리치는 모양의 필치는 자신의 격한 내면을 반영한다. 바람결을 따라 무작정 어딘가로 향하는 운동성을 보여준다. 그는 그림에 의지하며 존재들에 대한 사랑을 믿으려애썼다. 순수하고 연약한 영혼의 소유자, 반 고흐는 존재에 대한 격한 사랑을 물리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성향 때문에 하늘의 운행과 바람의 숨결, 별의 노래를 온몸으로 느끼고 그렸는지 모른다. 그의 그림에서 진실성이 엄숙하게 묻어난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전한다.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반 고흐는 자신이 프로방스 지방에 홀로 있다는 생각에 견딜수 없었다. 머릿속은 온통 파리의 테오로 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대도시의 번잡함과 동생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맘에걸렸다. 어느 날 테오와 화가 피사로가 고흐에게 오베르 쉬르와즈의 가셰 박사를 소개하며 그곳으로 갈 것을 제안했다. 가셰는 아마추어 화가이자 미술품 수집가였다. 그는 반 고흐의생애 마지막 두 달을 함께 보냈다. 오베르 쉬르 와즈 공동묘지 파리 북쪽의 조용하고 한적한 전원마을 오베르 쉬르 와즈. 세잔, 피사로,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이 이곳에서 그림 작업을 하여 유명해졌다. 강을 끼고 있고 구름의 색깔과 형태가 변화무쌍한 곳이다. 반 고흐는 오베르에서 두 달가량 머물며 7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화가의 눈에 비친 농가와 마을풍경, 오베르 교회, 시청, 마을사람들이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반 고흐를 추억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한 여행객들은 도처에서 화가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그림에서 본 모습들이 눈앞에 펼쳐져있으니 말이다. 반 고흐는 시골 분위기에 만족한 듯하다. “이곳은 색상이 다양해. 오베르는 정말 아름다워.” 심신(心身)의 건강상태도 호전되었다. 창작에 대한 열정은 병을 퇴치하는 가장 좋은 치료제가 되었다. 반 고흐는 테오에게 장기적 계획을 언급하며 자신의 뜻을 피력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화가가 진정 격하게 고뇌한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어쩌면 내 그림의 거친 특성 때문에 절실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것을 바쳐서 그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것이 나의야망이다.” 반 고흐는 라부여인숙(Auberge Ravoux)에 머물면서 ‘오베르 교회ʼ, ‘가셰 박사의 초상ʼ, ‘까마귀가 나는 밀밭ʼ 등 걸작들을 완성했다. 지금도 라부여인숙, 오베르 교회, 밀밭, 시청, 광장 등 그림 속의 대상들이 당시 모습 그대로 있다. 교회 앞에는 반 고흐가 그린 ‘오베르 교회ʼ의 복사본이 있다. 반고흐 동상이 서 있는 아담한 반 고흐 공원도 있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담장 아래에는 반 고흐가 즐겨 그렸던 붓꽃을비롯해 야생화들이 널려있었다. 마을 곳곳이 작품의 현장이다. 나는 반 고흐가 땅바닥에 앉아 뚫어지게 바라보고 스케치했을 붓꽃 한 송이를 꺾어들었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고흐의 그림 속을 뛰어다녔다.오베르 교회 오른쪽 언덕길을 오르면 금세 넓은 벌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수확을 앞둔 밀밭의 풍경은 온통 누런 물결로 일렁인다. 바로 ‘까마귀가 나는 밀밭ʼ의 배경이자 그가 권총으로 자살한 곳이다. 이 그림은 정말 죽음을 암시하고 있을까? 길가 팻말에 “구름 낀 하늘 아래, 넓은 밀밭이 펼쳐져 있고, 나는 주저 없이 깊은 슬픔과 고독을 표현했다.”라고 적혀있다. 반 고흐는 죽음에 이르기 전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그렇게 심정을 토로했다. 반 고흐는 물감을 살 수 없을 정도로궁핍했다. 그렇지만 그를 괴롭힌 것은 물질적 어려움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세상의 무관심이었다. 그것이 그를 우울과 고독으로 내몰았다. “언젠가 카페에서 작품전을 열 방법을 찾을수 있을 거야!” 반 고흐의 꺼져가는 목소리가 귓전을 맴돈다.나는 묘지 밖 공터에 앉아 푸른 하늘과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정지된 듯 사방이 노랗게 물들어갔다.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누런 빛의 밀밭이 흔들거렸다. 저 멀리서고뇌하는 한 사내의 모습이 어렴풋 보였다. 그는 오른쪽 귀가잘린 채 붕대를 감고 있었고, 닳아빠진 붓으로 캔버스를 하염없이 덧칠하고 있었다. 잿빛 구름이 몰려오면서 황금색 들판을 나는 까마귀 떼 울음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열댓 마리의까마귀들이 캔버스 속으로 날아들었다. “이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어.” 이어서 정적을 깨는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반고흐의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 거센 바람이 묘지 주변에서 휘몰아쳤다.반 고흐가 잠든 오베르 공동묘지는 밀밭 중앙의 한 구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의 무덤은 입구의 왼쪽 담장 아래 놓였다.‘빈센트 반 고흐, 여기 잠들다.ʼ 어떤 수식도 없는 비문이담백하게 보였다. 반 고흐는 테오, 베르나르, 탕귀영감, 가셰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오베르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해 1890년 8월 테오는 베르나르의 도움으로 몽마르트르 자신의 집에서 반 고흐 추모전을 열었다. 테오는 형이 자기와 돈 문제로 언쟁 후 자살했다며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역시 이듬해 형의 뒤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테오의 유해는 반 고흐의 서간집 ‘영혼의 편지ʼ가 출간된 1914년 형의 무덤 옆에 안치되었다. 두 형제의 사랑은 죽어서도 뗄 수없었다. 그들의 무덤은 담쟁이덩굴로 엉켜있었다. 나는 어두운 석회암 비석과 담쟁이덩굴 사이에 개양귀비 한 송이를 올려놓았다.오늘 날 반 고흐는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인식되고,그의 그림은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반 고흐사후에 봄날이 온 것인가! 나란히 누운 반 고흐와 테오의 무덤을 보며 덧없는 세월에 격세지감과 인생무상의 회한이 몰려왔다. 난 묘지 밖 공터를 배회하다가 색소폰을 꺼내들었다.불현 듯 ‘봄날은 간다ʼ의 멜로디가 떠올랐다. “새파란 꽃잎이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글 | 박형섭 부산대 불문과 교수, 색소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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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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