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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에 선 60년, 한국 재즈의 역사, 색소폰계의 대부 김수열
    (월간색소폰)윤나래 기자= 올해로 무대에 선지 59주년을 맞은, 전설적인 77세의 색소포니스트가 있다. 재즈와 색소폰에 의지해 격랑의 한국 재즈계를 항해해온 주인공은 바로 테너 색소포니스트 김수열. 한국 재즈가 거친 토양에 힘겹게 뿌리내리던 1950년대 후반의 미 8군 부대부터 낭만이 깃든 재즈클럽, 방송국 관현악단과 대학 강단 등을 거치며 한평생 색소폰만을 고집해온 한국 재즈의 산증인이다. 그의 삶 장면 장면마다 위기를 맞을수록 더욱 세차게 맥이 뛰는 한국 재즈의 강인한 생명력이 엿보인다. 그렇기에 김수열의 즉흥연주는 세월이 깊어갈수록 변화무쌍하고 절묘하며, 풍성한 결과 깊은 무게를 더해왔다. ‘한국 재즈계의 1세대 연주자’라는 타이틀로 더욱 자주 소개되시는 것 같습니다.요새는 저와 동료들을 일컬어 흔히 한국의 재즈 1세대라고 하는데, 따지자면 3, 4세대쯤 되는 것 같아요. 멀게는 1936년부터 경성중앙방송국 관현악단의 책임자로 활동하신 홍난파 선생님이나 6.25 전후로 활동하신 분들, 우리 바로 앞선 세대의 재즈뮤지션들이 있으니까요. 그 맥이 끊겼으니까 우리를 1세대라고 합니다만, 진정한 의미의 1세대는 바로 그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어쨌거나 지금은 다들 일흔을 넘긴 우리를 좋게 평가해주는 의미인 것도 같고, 이야기하기 편하기 때문인 것도 같네요. 테너 색소폰 연주자이자 재즈 음악가로 활동하신 지 어언 60여 년의 세월이 흐르셨죠?고등학교 때 브라스밴드에 가입해 연주를 시작하면서 음악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클라리넷을 연주했어요. 그러다가 성인이 되고 아무래도 밥벌이를 하려다 보니 앙상블 무대에 더 자주 설 수 있는 색소폰으로 전향하게 되었지요. 테너 색소폰 특유의 남성적인 울림에 매료된 것도 있고요. 곡마다 멜로디에 어울리는 색소폰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고음을 내는 색소폰은 권태롭다고 느껴졌어요. 반면 중음을 내는 테너 색소폰은 질리지 않는 매력이 돋보였고요.본격적으로 무대에 선 것은 1958년이었어요. 선배들의 도움으로 색소폰을 마련한 게 1957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재즈를 연주할 수 있는 무대라고 하면 해방 직후 한국에 주둔한 미 8군 부대의 쇼 무대가 가장 대표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공연자들이 독학으로 음악을 익히다시피 했지만, 서양음악의 본고장에서 온 미군들이 만족할만한 수준 높은 실력을 갖추었지요. 저 역시 미 8군 부대에서 본격적인 공연을 시작했다고 봐야겠지요. 50년대 후반이라면, 지금과 달리 색소폰과 재즈를 접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연주자라고 할지라도 환경이 열악해서 연습조차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까요. 인적이 드문 곳을 찾다 보니 산에 모여 연습하기도 했고, 미군 부대에서는 공연할 때는 곡 사이사이 무대 뒤에 모여 조용하게 조금씩 맞춰 보는 게 전부였지요. 지금 색소폰을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아마 잘 상상이 되지 않는 모습이겠네요. 연주자는 좋은 연주와 곡을 아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주크박스에 재즈와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있었고요. 미군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거래하는 부대 주변 가게들에서 재즈 음반을 구할 수 있었지요. 남들한테는 고물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 눈에는 보물보다 값진 것들이었죠. 그때 들었던 음악 가운데 선생님께 영향을 미친 뮤지션들의 곡도 있었겠군요.엄격한 의미의 스승은 없는 셈이지만, 음악적 자양분이 되어준 뮤지션들은 정말 많습니다. 존 콜트레인과 찰리 파커, 덱스터 고든, 레스터 영, 듀크 엘링턴, 소니 롤린스 등의 음악에 큰 감명과 영감을 얻었어요. 평소 ‘명곡보다 중요한 게 명연주’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아, 나도 저렇게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솟고는 했습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그들의 연주를 따라 하던 시절을 거쳤습니다. 아시다시피 예술은 모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 않습니까?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충분히 연습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지요. 직속 선배격인 뮤지션들도 있었어요. 그때는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라는 구분 없이 친한 형, 동생으로 어울렸습니다만, 돌아가신 이정식 선배나 김강섭 선배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60년대 초에는 미국 해군음악학교에서 유학하고 해군본부 군악 장교를 지내셨던 이교숙 교수를 만나 체계적으로 음악을 공부하는 행운도 있었죠. 그러다가 66년부터 군 생활을 했는데, 2년은 베트남에서 보냈지요. 선생님에게 연주란 공연이 1순위고, 그다음이 음반 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본인 이름으로 낸 음반이 따로 없는 까닭은 무엇입니까?욕심 때문이에요.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앨범 내기가 힘듭니다. 연주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요. 연주와 녹음을 계속하다 보면 ‘가장 처음에 연주한 것이 낫다’고 느끼는데 말이에요. 개인 앨범은 없지만 합주한 앨범들은 제법 있는데, 레코딩을 마치고 나면 우리 연주자들끼리 ‘더 잘하지 못해서 아쉽다’, ‘좋은 연주는 아니다’하고 이야기하고는 하지요. 마음을 비워야 흡족한 결과가 나올 건데…. 또 다른 이유를 찾자면 재즈의 매력이 즉흥연주에 있으니까, 녹음보다는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런가 봅니다. 앞으로도 개인 앨범을 낼 계획은 없습니다. 색소폰을 소리 내기 쉬운 악기라고만 여기다가 한계에 부딪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어떤 주제를 가지고 얼마간 즉흥연주를 하라’고 주어지면, 눈앞이 깜깜한 분들도 있으시겠죠. 앙상블 가운데 주어진 테마가 있으면, 우선은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실력과 화성학의 기초가 있어야 합니다. 연주를 처음 시작한 사람도 몇 달만 음악을 들으면 귀가 먼저 열리죠. 내 귀에는 수준 높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음악이 들리는데, 본인이 미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러나 좋은 연주자의 자질은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더하는 꾸준함과 고집에 있습니다. 연습하다 보면 빨리 진도를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만, 이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할 때도 있어요. ‘Step by step.’ 착실하게 연습하고 기본을 제대로 해내는 것에 집중해야 해요. 그렇게 쌓인 실력만이 좋은 연주를 하는 지름길입니다. 음악이론도 어렵게 여기면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한번 깨우치면 다른 곡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만의 연습방법이 있으실 텐데요, 독자들에게도 그 노하우를 알려주신다면?조금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반주기계에 의지한 연습은 위험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눈’ 하고 ‘곡’ 하고 친해져야 합니다. 본인의 힘으로 악보를 읽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반주기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 하다 보면 그 속도를 따라가기 급급하여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없어요. 우선은 곡의 멜로디를 익히고 연습해서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세요. 머릿속에 악보가 있으면 여유로운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본인이 하나하나 박자를 헤아리고 정확한 음정을 내면서 연습해야지 실력이 늘지, 반주기가 절대적인 지침이 되어서는 안돼요. 그래서 저는 먼저 음악을 여러 번 듣고 악보를 보아 곡을 익힌 다음, 가능하면 외워서 정확한 연주를 할 때까지 연습을 거듭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곡에 변화를 줍니다. 후배와 제자들을 지도하실 때 특별히 강조하시는 점은 무엇입니까?연주가 미숙한 사람은 눈이 반주기가 움직이는 데 고정되어있어 정작 자신이 무슨 소리를 내고 있는지, 또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놓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참 안타까워요. 연주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겁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독보력(讀譜力)’을 갖춰야 하지요. 독보력이란 단순히 악보를 읽는 게 아니고, 곡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곡을 알면 한음 다음에 어떤 음이 나오고 이 마디 뒤에는 어떻게 음이 전개되는지 또는 전개되어야 조화로운지 알기 때문에 모든 신경이 시각에만 쏠리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그런 여유가 있어야 자유롭게 애드리브를 할 수 있지요. 나중에는 자신만의 패턴이 생길 겁니다. 물론 이론적인 지식이 뒷받침되고 많은 곡을 접하며 훈련하는 고집과 열정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보다 연주자 본인의 마음가짐이 연주자의 실력을 더 크게 좌우하지요. 색소포니스트로서의 60여 년을 돌이켜보면 어떤 소회가 드시는지요? 선배들이 이끄는 악단과 재즈클럽, MBC와 KBS 방송국 관현악단 등 연주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무대에 섰습니다. 동덕여자대학교와 동아방송대학, 경희대학교, 청운대학교에서는 강사직을, 공주영상대학교에서는 실용음악과 교수를 맡은 바 있습니다. 그저 음악이 좋았고, 재즈와 색소폰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인생이었지요. 그러나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되니, 밤무대에 서거나 그저 다른 활동의 배경이 되는 연주를 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더군요. 돈을 벌기 위해 무대에 서기도 하고 금전적인 보상이 없어도 연주하고 싶어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토록 힘든 시절을 이겨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특히 재즈 연주자들에게 쉽지 않은 시절이었습니다. 동료 연주자들과 창단 멤버로 활동했던 재즈클럽 ‘야누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보컬인 박성연 씨가 1978년 오픈해서 당시 대표적인 재즈인들의 아지트이자 재즈의 산실로 유명해졌어요. 그 열정은 뜨거웠으나 경영은 어려워서 신촌, 이화동, 이대 후문, 청담동, 서초동으로 거듭 이사를 다녀야 했습니다. 마침내 성연 씨의 건강문제와 세를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되자 문을 닫은 것을 후배들이 이어받았어요. ‘문글로우(Moon glow)’ 역시 유명한 연주자들을 키워낸 보금자리였지만,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기 직전까지 갔었고요. 음악이 주는 위안과 힘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어려웠을 겁니다. 즉흥연주가 주는 자유로움에서 오는 희열과 동료 연주자들의 영혼까지 교감하는 충만함이 지난한 세월을 색소포니스트로, 재즈 음악가로 살게 한 것 같습니다. 최근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주세요.날이 갈수록 우리 재즈 뮤지션들을 찾아주는 무대가 없어요. 많은 동료 연주자들이 은퇴하기도 했고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자리만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 함께 음악에 몸을 싣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 삶의 낙이지요. 예전처럼 정기적인 공연은 없지만 한 달에 보통 2, 3번 무대에 오릅니다. 11월에는 ‘대한민국 재즈 페스티벌’의 ‘Jazz all stars special’ 무대가 있었고, 12월에는 2건의 공연과 뮤지션 동료들의 모임인 향우회(響友會)의 송년회로 2016년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처럼 동료나, 후배들과 모이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바람이라고 하면 별다른 것은 없고, 지금처럼만 연주할 수 있는 무대와 건강이 주어지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글. 윤나래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7-01-01
  • 색소폰 음악의 저변 확대를 꿈꾸다, 하늘소리 색소폰오케스트라
    정유년 새해를 앞둔 지난 연말, 색소포니스트 심삼종 교수가 지도를 맡은 일반인 오케스트라 밴드 ‘하늘소리색소폰오케스트라’를 찾았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교회에서 진행된 이들의 연습 현장은 색소폰 음악이 자아낸 연말의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오케스트라 단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열기가 연습장을 메우고 있었다. 기자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하늘소리색소폰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곡에 몸을 맡긴 채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색소폰 음악과 함께하는 이들의 즐거운 일상을 들어봤다. 하늘소리색소폰오케스트라(이하 하늘소리)는 색소포니스트 심삼종 교수를 필두로 한 오케스트라 단체로, 현재 경기도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하늘소리는 2016년 7월에 설립된 신생 오케스트라 단체이지만, 지역 연주회 및 축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모임을 하는 하늘소리에는 20여 명의 단원이 함께하고 있다. 색소폰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부터 준프로의 실력을 갖춘 이들까지, 실력대도 제각각이다. 직장인, 학생, 주부까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름다운 선율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비록 성별도, 연령대도, 직업군도 다른 이들이지만, 색소폰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색소폰과 함께, 또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하다. 힘찬 에너지 더해주는 열정 가득한 수업 신생 오케스트라인 하늘소리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색소폰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열정의 시작점을 살피던 중 하늘소리의 지도를 담당 중인 심삼종 교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하늘소리의 지도를 맡은 심삼종 교수는 한양대학교에서 관현악과 학사, 미국 존스홉킨스 피바디 음악대학원(Peabody Institute of the 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클래식 색소폰 전문연주자 과정과 연주 석사학위를 받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연주자이다. 심 교수는 일반 클래식 공연 및 크리스천 음악 등 900회가 넘는 공연에 연주자로 섰을 만큼 열정적인 연주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열정은 교육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온몸을 활용해 색소폰을 연주하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 단원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예민해질 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표정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와 지도에 몰두한 모습. 어느 곳에서든 긍정적인 기운은 전해지게 마련이다.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지도에 임하는 심 교수의 모습은, 단원들에게 가장 큰 자극제이자 에너지가 되어준다.클래식 색소폰 음악의 저변 확대뛰어난 색소포니스트로 알려진 심삼종 교수이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케스트라를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떠한 계기로 일반인 오케스트라를 꾸리게 된 것일까.“연주회를 하면서 관객들을 만나보면, 항상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관람객들이 모두 색소폰에 대한 관심이 높으시거든요. 그런 분들을 만날 때면 내가 가진 좋은 소스를 전공자 대상 후학양성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과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배운 여러 연주기법을 바탕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단체를 꾸려야겠다 마음먹었죠.”이를 통해 ‘클래식 색소폰 음악의 저변 확대’를 이뤄내고 싶다는 것. 심 교수는 하늘소리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이지만,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그 날을 꿈꾼다. 더 많은 이들이 색소폰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그 날까지 말이다. 색소폰 음악의 매력, 접근성과 음색 하늘소리 사람들이 말하는 색소폰의 매력은 ‘뛰어난 접근성’과 ‘매력적인 음색’이다. 하늘소리의 김장배부악단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색소폰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취미로 즐기기에 색소폰만큼 좋은 악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악기입니다. 무엇보다 색소폰의 매력적인 음색을 빼놓을 수 없어요. 색소폰은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자신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색을 가진 악기라니 끌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많은 이가 꼽는 색소폰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특유의 음색이다. 색소폰은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색을 내며, 연주자의 호흡에 따라 선율을 만들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또 연주 시 호흡만 터득하면 배우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어, 꾸준히 연습만 한다면 수개월 내에 원하는 곡을 연주할 수도 있다. 하늘소리는 자격 요건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색소폰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가입해 함께 할 수 있다. 초보부터 숙련자까지, 탄탄히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건강한 배움터를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이에게 색소폰 음악이 전해지길지난 연말, 하늘소리는 꽤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지역구 색소폰 연합의 정기연주회부터 고양호수꽃빛축제 공연, 크리스마스 교회 공연까지. 색소폰의 따스하고 매력적인 음색을 지역주민에게 선사하고자 빡빡한 일정의 12월을 보냈다.기자가 방문한 날은 지역구 색소폰 연합의 정기연주회가 있는 날. 하늘소리의 일부 멤버들은 정기연주회를 위해 자리를 비운 참이라고 했다. 연주회를 앞두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남은 단원들의 연습은 계속됐다. 찬송가부터 캐럴 음악, 그리고 대중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이 쉼 없이 이어졌다. 특히 색소폰의 매력적인 음색에 캐럴 음악이 더해지니, 연말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지난해 11월, 하늘소리의 심삼종 교수를 비롯한 일부 멤버들은 고양어울림누리와 세종청사에서 열린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음악회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다>에 참가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아직 시작인 단계에 불과하다며, 좀 더 실력을 갈고닦은 후에 정기공연으로 찾아뵙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늘소리의 목표는 아름다운 색소폰 음악을 더 많은 사람이 듣고 즐기는 날을 만드는 것이다. 클래식 색소폰 음악의 저변확대를 목표로 하는 만큼, 하늘소리가 지향하는 연주의 방향은 확고하다.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연주를 선보이겠다는 것. 하늘소리의 연주가 하늘 아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그 날까지. 이들의 열정적인 연주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글. 박세정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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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1-01
  • 색소폰 음악의 저변 확대를 꿈꾸다, 하늘소리 색소폰오케스트라
    정유년 새해를 앞둔 지난 연말, 색소포니스트 심삼종 교수가 지도를 맡은 일반인 오케스트라 밴드 ‘하늘소리색소폰오케스트라’를 찾았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교회에서 진행된 이들의 연습 현장은 색소폰 음악이 자아낸 연말의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설립한 지 얼마 안 된 신생 오케스트라 단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열기가 연습장을 메우고 있었다. 기자의 방문에도 불구하고, 하늘소리색소폰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연주곡에 몸을 맡긴 채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색소폰 음악과 함께하는 이들의 즐거운 일상을 들어봤다. 하늘소리색소폰오케스트라(이하 하늘소리)는 색소포니스트 심삼종 교수를 필두로 한 오케스트라 단체로, 현재 경기도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하늘소리는 2016년 7월에 설립된 신생 오케스트라 단체이지만, 지역 연주회 및 축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모임을 하는 하늘소리에는 20여 명의 단원이 함께하고 있다. 색소폰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부터 준프로의 실력을 갖춘 이들까지, 실력대도 제각각이다. 직장인, 학생, 주부까지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름다운 선율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비록 성별도, 연령대도, 직업군도 다른 이들이지만, 색소폰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다르지 않다. 이들에게 색소폰과 함께, 또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하다. 힘찬 에너지 더해주는 열정 가득한 수업 신생 오케스트라인 하늘소리의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색소폰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열정의 시작점을 살피던 중 하늘소리의 지도를 담당 중인 심삼종 교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하늘소리의 지도를 맡은 심삼종 교수는 한양대학교에서 관현악과 학사, 미국 존스홉킨스 피바디 음악대학원(Peabody Institute of the Johns Hopkins University)에서 클래식 색소폰 전문연주자 과정과 연주 석사학위를 받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연주자이다. 심 교수는 일반 클래식 공연 및 크리스천 음악 등 900회가 넘는 공연에 연주자로 섰을 만큼 열정적인 연주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열정은 교육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온몸을 활용해 색소폰을 연주하고, 온 신경을 곤두세워 단원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예민해질 법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의 표정에서는 미소가 떠날 줄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와 지도에 몰두한 모습. 어느 곳에서든 긍정적인 기운은 전해지게 마련이다.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지도에 임하는 심 교수의 모습은, 단원들에게 가장 큰 자극제이자 에너지가 되어준다.클래식 색소폰 음악의 저변 확대뛰어난 색소포니스트로 알려진 심삼종 교수이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케스트라를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떠한 계기로 일반인 오케스트라를 꾸리게 된 것일까.“연주회를 하면서 관객들을 만나보면, 항상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관람객들이 모두 색소폰에 대한 관심이 높으시거든요. 그런 분들을 만날 때면 내가 가진 좋은 소스를 전공자 대상 후학양성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과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배운 여러 연주기법을 바탕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단체를 꾸려야겠다 마음먹었죠.”이를 통해 ‘클래식 색소폰 음악의 저변 확대’를 이뤄내고 싶다는 것. 심 교수는 하늘소리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이지만,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그 날을 꿈꾼다. 더 많은 이들이 색소폰 음악을 즐기고, 사랑하는 그 날까지 말이다. 색소폰 음악의 매력, 접근성과 음색 하늘소리 사람들이 말하는 색소폰의 매력은 ‘뛰어난 접근성’과 ‘매력적인 음색’이다. 하늘소리의 김장배부악단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색소폰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취미로 즐기기에 색소폰만큼 좋은 악기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는 악기입니다. 무엇보다 색소폰의 매력적인 음색을 빼놓을 수 없어요. 색소폰은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입니다. 자신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색을 가진 악기라니 끌릴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많은 이가 꼽는 색소폰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특유의 음색이다. 색소폰은 사람의 목소리와 비슷한 음색을 내며, 연주자의 호흡에 따라 선율을 만들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또 연주 시 호흡만 터득하면 배우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어, 꾸준히 연습만 한다면 수개월 내에 원하는 곡을 연주할 수도 있다. 하늘소리는 자격 요건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색소폰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가입해 함께 할 수 있다. 초보부터 숙련자까지, 탄탄히 실력을 쌓을 수 있는 건강한 배움터를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이에게 색소폰 음악이 전해지길지난 연말, 하늘소리는 꽤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지역구 색소폰 연합의 정기연주회부터 고양호수꽃빛축제 공연, 크리스마스 교회 공연까지. 색소폰의 따스하고 매력적인 음색을 지역주민에게 선사하고자 빡빡한 일정의 12월을 보냈다.기자가 방문한 날은 지역구 색소폰 연합의 정기연주회가 있는 날. 하늘소리의 일부 멤버들은 정기연주회를 위해 자리를 비운 참이라고 했다. 연주회를 앞두고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남은 단원들의 연습은 계속됐다. 찬송가부터 캐럴 음악, 그리고 대중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연주곡이 쉼 없이 이어졌다. 특히 색소폰의 매력적인 음색에 캐럴 음악이 더해지니, 연말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지난해 11월, 하늘소리의 심삼종 교수를 비롯한 일부 멤버들은 고양어울림누리와 세종청사에서 열린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음악회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다>에 참가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아직 시작인 단계에 불과하다며, 좀 더 실력을 갈고닦은 후에 정기공연으로 찾아뵙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늘소리의 목표는 아름다운 색소폰 음악을 더 많은 사람이 듣고 즐기는 날을 만드는 것이다. 클래식 색소폰 음악의 저변확대를 목표로 하는 만큼, 하늘소리가 지향하는 연주의 방향은 확고하다.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연주를 선보이겠다는 것. 하늘소리의 연주가 하늘 아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그 날까지. 이들의 열정적인 연주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글. 박세정 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 Focus
    2017-01-01
  • "무대에 서면 내가 주인공이다" 색소포니스트 임유리
    (월간색소폰)편집부 기자= 그녀는 무대에 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여자지만 당차고 소리에 근력이 넘친다. 생의 꼭지점에 다다르듯, 온 숨을 모아 색소폰을 분다. 곡은 끝나도, 가녀린 팔로 감싸 안은 육중한 색소폰에 온기가 남아 있듯, 그녀가 지핀 무대의 열기는 쉬이 잦아들지 않는다. 뜨거운 숨소리로 전하는 색소폰의 선율과 익숙한 노랫말들이 가슴을 친다. 그녀만의 감성으로 자아내는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하다. 그녀가 환한 웃음을 지을 때, 세상에 밝은 등불 하나가 켜진다. 그 빛을 따라 서면 우리도 어느 새, 그녀와 하나가 되는 순간에 다다르리라. 이번 9월에 연주 악보집을 내셨더군요. 유튜브에 올렸던 연주 영상 중 8곡을 선정해 CD와 애드리브 악보도 함께 수록하셨네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악보집을 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연주활동을 해온 지 10년 만에 처음 악보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악보나 CD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 연주를 따라 해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그분들께 보답하고자 그동안 연주했던 곡 중에 많은 분이 좋아하시는 8곡을 골라 악보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색소폰을 사랑하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하게도 벌써 많은 분들이 책을 구매해주셨어요. 그동안 유튜브 영상만으로 보고 따라 연주하다가, 악보를 보고 연주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는 답장도 많이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죠.연주 영상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무대 연주를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연주를 마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무대 위에서는 내가 최고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평범한 제가 색소폰이란 악기 하나로 많은 분에게 주목을 받고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연주를 통해 감동을 드리고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건 뿌듯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더 열정이 타올라 연주 후에도 마음이 한동안 들떠 있죠.(웃음) 그럴수록 더 좋은 곡을 찾고 공연 준비에 더 노력하게 돼요. 매일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보다 한 번 무대에 오르는 것이 제게 더 큰 자극이 되고, 연습의 몇 배 효과를 주기 때문에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합니다.‘색소폰 연주곡집’ 인사말을 읽어보니, 고등학생 때 아버지의 색소폰 연주 소리를 듣고 호기심에 색소폰을 시작하셨더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색소포니스트 교육을 받으실 때 아버지가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 알려주세요. 혹시 아버지도 색소포니스트이신가요?어린 시절을 기억해보면 집안에선 늘 음악과 함께 했습니다. 주말이면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던 어머니가 피아노 반주를 하시고, 아버지는 기타 연주를 하시고, 오빠와 제가 노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께서 색소폰을 시작하신 지는 20여 년 정도 되셨어요. 지금 색소폰 학원을 운영하고 계시지만 처음부터 색소폰 연주자는 아니셨어요. 사업을 크게 하시다가 어려워지자 어머니의 권유로 색소폰을 취미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보니 저도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레 색소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집에서나 이동하는 차 안에서 늘 색소폰 연주를 쉽게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색소폰 학원을 자주 드나들면서부터였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색소폰을 불어보게 되었어요. 제가 처음 색소폰을 입에 대고 ‘고향의 봄’을 연주했는데, 신기하게도 한 곡을 다 연주하게 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신 아버지께서 색소폰을 해보면 어떠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전공을 할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하고 “그럴까요?”라고 대답했죠. 그 뒤로 아버지가 색소폰 모임에 데려가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그러면 개인지도를 따로 받으셨나요?모임에 갔을 때 제 스승님이시기도 한 이병주 선생님의 연주를 라이브로 듣게 되었어요. 그때 색소폰 소리에 푹 빠져버려서 색소폰 교습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병주 선생님께서 아버지 학원으로 직접 오셔서 교습을 해주셨는데 개인지도를 받는 날을 제외하고는 아버지께 지도와 숙제검사를 받았어요. 아버지 몰래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가 고2(18세)였는데, 방과 후에 친구들과 같이 학원 다니며 맛있는 것 먹고 놀러 다니는 게 한창 재미있는 나이잖아요. 근데 저는 늘 아버지 눈치 보느라 연습실로 바로 향해야 했거든요. 제가 연습하는 동안 연습실 앞에서 항상 지켜보고 계시는 아버지 때문에 많이 울고 속상했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혹독하게 연습을 시켜서 지금 제 색소폰 연주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어릴 적부터 제 음악적인 재능을 알아봐주신 아버지께서 제가 거만해지고 연습을 게을리 할까 봐 자극을 주시려고 칭찬보다는 부족한 면을 더 많이 지적해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제 연주를 듣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홍보도 열심히 해주세요. 공연 때는 나서서 매니저 역할도 해주시고 요즘은 ‘임유리 아버지’라고 뿌듯해 하신답니다.여성 색소포니스트가 흔하지 않은 색소폰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혹시 후회하신 적은 없으신지요.오히려 제가 색소폰 전공을 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잘하지 않는 악기를 다룬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색소폰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기에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연습할 때 너무 힘들고, 실력 쌓기가 산 넘어 산일 때 ‘아, 내가 이 힘든 악기를 왜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요.(웃음) 그리고 여성이 연주하는 색소폰은 아무래도 남자보다 좀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지만 남성 못지않은 힘 있는 소리를 내고 싶은 욕심에 연습도 많이 합니다. 색소폰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보곤 해요.임유리 씨가 생각하는 색소폰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어떤 악기든지 그만의 매력이 있겠지만 색소폰의 매력은 제가 표현하는 감정을 제일 잘 묘사해주는 것입니다. 색소폰이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악기라고 해요. 제 생각에도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기분이 좋으면 악기 소리도 밝고, 기분이 우울하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소리도 안 좋습니다. 그리고 음치인 분들이 색소폰 연주를 하면 악기 소리가 잘 안 맞고요. 또 같은 악기를 서로 다른 사람이 불어도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므로 악기 소리도 다르게 나고, 가수처럼 말하듯이 표현되는 악기가 색소폰인 것 같습니다평소에 어떤 스타일의 곡을 주로 연주하시는지요.전공은 실용음악과 재즈 전공을 했지만 제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연주 스타일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곡들입니다. 연령대를 고려해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습하고 또 시대 흐름에 따라서 유행하는 곡들이나 신곡을 찾아 연습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요즘 집중해서 듣고 있는 곡이나 연습하고 있는 곡이 있다면 알려주세요.제 유튜브 영상 중에 드럼과 콜라보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영상이 있습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드럼 연주자 김현수 씨와 함께한 연주인데요. 음악적으로 많이 교감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친구입니다.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도 비슷하고 그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 연주하다 보니, 이번에도 김현수 씨와 콜라보 영상을 준비 중입니다. 곡은 박효신의 ‘야생화’입니다. 박효신 씨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가창력이 잘 표현된 곡인데요. 색소폰으로 연주했을 때 감정의 섬세한 표현과 노래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색소폰 선율, 거기에 드럼의 임팩트까지 어우러져 콜라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새로운 무대에서 연주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아직 정식 음반을 내놓은 적은 없으신데요, 혹시 계획하고 계신가요?앞으로는 다양한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색소폰만 연주하는 그런 공연이 아니라 다양한 악기와 콜라보 공연, 가수와의 공연도 준비 중입니다. 첫 공연은 제가 주로 활동하는 부산에서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여성 재즈 보컬, 해금, 색소폰의 콜라보 공연입니다. 그리고 색소폰을 좋아하고 관심 가져주시는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젊은 연주자로서 많은 장르에 도전하고 다양한 공연을 가지려고 합니다. 음반 발매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욕심이 많이 나는 부분이어서 최근까지도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른 시일 내 제 첫 앨범을 발매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이번 9월 화천 문화예술회관에서 ‘호반윈드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셨습니다. 평소 연습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셨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반주기를 이용해서 하는 연주와 라이브는 확실히 다른 연주였습니다. 호반윈드는 재작년부터 인연이 되어 자주 협연을 하고 있는데요. 여러 관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인 만큼 크고 웅장하고 다양한 악기의 선율이 잘 어우러져서 여태껏 해왔던 공연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라이브 연주에 자신감도 더 생기고 좀 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어서 제 연주 활동에 좋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가장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호반윈드 오케스트라’ 단원 분들이 대부분 전공자 분들이시기 때문에 연주 수준이 굉장히 높답니다. 반주기는 정해진 마디 박자에 맞춰 연주를 해야 한다면 상임 지휘자 윤승관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그때그때의 감정 섞인 연주에 템포를 편하게 맞춰준다는 큰 장점이 있고요. 그래서 제가 나타내고자 하는 연주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무대 연주뿐 아니라 색소폰을 가르치기도 하시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색소폰으로 대학 진학을 하면서 찾아온 좋은 기회들로 인해 소소한 일들부터 과분한 일자리들까지 얻게 되어 다양한 수업과 강좌들을 진행해왔었습니다. 남을 가르치는 일이라는 것이 그렇듯 가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수업을 열심히 해내고 실력이 늘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껴요.색소폰은 유독 정규 커리큘럼을 가진 학원 같은 교육기관보다 동호회 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색소폰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연주도 잘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에 비해, 정규적인 교육이 부족한 부분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기관 등의 저변 확대라는 나름의 포부를 갖고 학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혹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우선 가장 중요한 부분은 흥미입니다. 음악은 공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즐겁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 그 음악을 듣는 이가 즐겁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보 수강생들을 보면, 지루한 기초연습 때문에 도중에 악기를 놓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대중가요를 병행하는 식의 방향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흥미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무리하게 진도를 나가려는 조급함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기본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점은 색소폰도 마찬가지입니다. 빠른 진도와 화려한 연주를 원하는 마음보다는 기초적인 부분들을 확실하게 배우겠다는 성실한 마음을 중요시합니다.처음 시작하면서 많은 분이 색소폰부터 시작해서 마우스피스, 리드까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조언을 해주신다면요.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학원에서 선생님이 추천해주시는 세팅으로 선택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연주자의 피스를 따라 산다거나,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피스를 무작정 따라 사는 것보다는 초보자라면 입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쉽게 소리 낼 수 있는 가벼운 피스 세팅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연주자님께서 쓰시는 색소폰과 마우스피스, 케이스는 무엇인가요? (*케이스는 이번 12월호 취재기사에 들어가는 내용이라 참조하기 위해 질문 드립니다.)애용하는 알토 색소폰과 소프라노 색소폰 모두 버든 JA55입니다. 현재 악기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연과 녹음할 때 모두 사용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피스는 점보 자바 A45 피스에 리드는 반도린 자바3호, 리가처는 헤리슨 리가처를 사용합니다. 케이스는 BAM 케이스 주황색인데 10년째 사용하고 있습니다.팬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특히 남성팬이 많은 걸로 유명하세요. 특별히 외모나 몸매 관리를 하고 계시는 게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제 팬 분들은 대부분 남자분인 건 맞지만 여성 팬들도 많으시답니다.(웃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관리도 안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연주보다 외모로 관심 받고 싶은 생각에 일부러 준비하거나 꾸미는 경우는 없지만, 연주하는 무대에 올라설 땐 나름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헤어나 메이크업도 꼼꼼히 준비하고 의상도 직접 고르기도 합니다. 키가 큰 편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다리가 드러나는 옷을 자주 입는 편인데요. 비법은 아니지만 나름의 관리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외모를 가꾸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예뻐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웃음) 페이스북 댓글을 읽어보았습니다.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 같은데요. 팬들과 SNS로 소통하는 것이 연주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바로바로 소통하는 게 요즘 추세이다 보니까 SNS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오프라인이나 길거리 포스터 등으로 공연을 홍보하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은 SNS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SNS를 통해서 공연 소식이나 제 개인적인 소식을 알리는 데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또 저에게 신청곡을 직접 전해주시기도 하고, 어떤 곡을 좋아해주시고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는 소식통이 되기도 하죠. 또 응원 메시지를 받으면 정말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연주를 자주 보여 드려야겠다고 항상 다짐합니다.최근에 기억에 남는 공연 에피소드나 관객이 계시면 알려주세요.색소폰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강원도 군부대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본래 색소폰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40~60대가 가장 많아요. 그래서 이번 경험은 색달랐습니다. 20대 군인들의 아주 열렬한 환호와 함성에 기를 단단히 채워 받고 왔거든요. 그리고 신나는 곡을 연주할 때는 다 같이 나와서 춤도 추고 아이돌 못지않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군대 행사는 매년 봉사활동 다니고 싶은 정도였습니다.색소폰과 관련된 것 외에 일상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다소 격양된 음악들 속에서 온종일 지내다 보면 때로는 아주 조용한 공간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이나 수업이 없는 날에는 장거리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조용한 곳에서 커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또 쇼핑하기도 하고, 네일케어와 머리 스타일을 다듬거나 마사지 등 관리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앞으로 어떤 색소포니스트가 되고 싶으신가요?개인적으로는 색소폰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인터넷에 연주 영상을 많이 올려서 색소폰 연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리고, 제대로 된 색소폰 연주 교육을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제 연주를 통해 색소폰을 하지 않는 일반인 분들도 감동 받을 수 있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색소폰 연주자가 되고 싶거든요. 또 앞으로도 색소폰 실력 향상을 위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항상 겸손한 그런 연주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연주를 듣고 누구나 ‘아, 이건 임유리 연주구나’ 하는 저만의 매력을 가진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아마추어 연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저 또한 아마추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아마추어 분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색소폰 시장이 커지면서 아마추어 실력을 넘어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연주를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저도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응원하겠습니다. 글. 편집부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12-01
  • "무대에 서면 내가 주인공이다" 색소포니스트 임유리
    (월간색소폰)편집부 기자= 그녀는 무대에 서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여자지만 당차고 소리에 근력이 넘친다. 생의 꼭지점에 다다르듯, 온 숨을 모아 색소폰을 분다. 곡은 끝나도, 가녀린 팔로 감싸 안은 육중한 색소폰에 온기가 남아 있듯, 그녀가 지핀 무대의 열기는 쉬이 잦아들지 않는다. 뜨거운 숨소리로 전하는 색소폰의 선율과 익숙한 노랫말들이 가슴을 친다. 그녀만의 감성으로 자아내는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은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하다. 그녀가 환한 웃음을 지을 때, 세상에 밝은 등불 하나가 켜진다. 그 빛을 따라 서면 우리도 어느 새, 그녀와 하나가 되는 순간에 다다르리라. 이번 9월에 연주 악보집을 내셨더군요. 유튜브에 올렸던 연주 영상 중 8곡을 선정해 CD와 애드리브 악보도 함께 수록하셨네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악보집을 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연주활동을 해온 지 10년 만에 처음 악보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악보나 CD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 연주를 따라 해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그분들께 보답하고자 그동안 연주했던 곡 중에 많은 분이 좋아하시는 8곡을 골라 악보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색소폰을 사랑하고,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감사하게도 벌써 많은 분들이 책을 구매해주셨어요. 그동안 유튜브 영상만으로 보고 따라 연주하다가, 악보를 보고 연주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는 답장도 많이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죠.연주 영상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무대 연주를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연주를 마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무대 위에서는 내가 최고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나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평범한 제가 색소폰이란 악기 하나로 많은 분에게 주목을 받고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연주를 통해 감동을 드리고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건 뿌듯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더 열정이 타올라 연주 후에도 마음이 한동안 들떠 있죠.(웃음) 그럴수록 더 좋은 곡을 찾고 공연 준비에 더 노력하게 돼요. 매일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것보다 한 번 무대에 오르는 것이 제게 더 큰 자극이 되고, 연습의 몇 배 효과를 주기 때문에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를 준비합니다.‘색소폰 연주곡집’ 인사말을 읽어보니, 고등학생 때 아버지의 색소폰 연주 소리를 듣고 호기심에 색소폰을 시작하셨더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색소포니스트 교육을 받으실 때 아버지가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 알려주세요. 혹시 아버지도 색소포니스트이신가요?어린 시절을 기억해보면 집안에선 늘 음악과 함께 했습니다. 주말이면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시던 어머니가 피아노 반주를 하시고, 아버지는 기타 연주를 하시고, 오빠와 제가 노래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께서 색소폰을 시작하신 지는 20여 년 정도 되셨어요. 지금 색소폰 학원을 운영하고 계시지만 처음부터 색소폰 연주자는 아니셨어요. 사업을 크게 하시다가 어려워지자 어머니의 권유로 색소폰을 취미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보니 저도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레 색소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집에서나 이동하는 차 안에서 늘 색소폰 연주를 쉽게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색소폰 학원을 자주 드나들면서부터였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색소폰을 불어보게 되었어요. 제가 처음 색소폰을 입에 대고 ‘고향의 봄’을 연주했는데, 신기하게도 한 곡을 다 연주하게 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신 아버지께서 색소폰을 해보면 어떠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때만 해도 제가 전공을 할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하고 “그럴까요?”라고 대답했죠. 그 뒤로 아버지가 색소폰 모임에 데려가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그러면 개인지도를 따로 받으셨나요?모임에 갔을 때 제 스승님이시기도 한 이병주 선생님의 연주를 라이브로 듣게 되었어요. 그때 색소폰 소리에 푹 빠져버려서 색소폰 교습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병주 선생님께서 아버지 학원으로 직접 오셔서 교습을 해주셨는데 개인지도를 받는 날을 제외하고는 아버지께 지도와 숙제검사를 받았어요. 아버지 몰래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제가 고2(18세)였는데, 방과 후에 친구들과 같이 학원 다니며 맛있는 것 먹고 놀러 다니는 게 한창 재미있는 나이잖아요. 근데 저는 늘 아버지 눈치 보느라 연습실로 바로 향해야 했거든요. 제가 연습하는 동안 연습실 앞에서 항상 지켜보고 계시는 아버지 때문에 많이 울고 속상했었는데, 그때 아버지께서 혹독하게 연습을 시켜서 지금 제 색소폰 연주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어릴 적부터 제 음악적인 재능을 알아봐주신 아버지께서 제가 거만해지고 연습을 게을리 할까 봐 자극을 주시려고 칭찬보다는 부족한 면을 더 많이 지적해주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제 연주를 듣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홍보도 열심히 해주세요. 공연 때는 나서서 매니저 역할도 해주시고 요즘은 ‘임유리 아버지’라고 뿌듯해 하신답니다.여성 색소포니스트가 흔하지 않은 색소폰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혹시 후회하신 적은 없으신지요.오히려 제가 색소폰 전공을 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잘하지 않는 악기를 다룬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색소폰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기에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연습할 때 너무 힘들고, 실력 쌓기가 산 넘어 산일 때 ‘아, 내가 이 힘든 악기를 왜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요.(웃음) 그리고 여성이 연주하는 색소폰은 아무래도 남자보다 좀 더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자지만 남성 못지않은 힘 있는 소리를 내고 싶은 욕심에 연습도 많이 합니다. 색소폰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해보곤 해요.임유리 씨가 생각하는 색소폰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어떤 악기든지 그만의 매력이 있겠지만 색소폰의 매력은 제가 표현하는 감정을 제일 잘 묘사해주는 것입니다. 색소폰이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악기라고 해요. 제 생각에도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기분이 좋으면 악기 소리도 밝고, 기분이 우울하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소리도 안 좋습니다. 그리고 음치인 분들이 색소폰 연주를 하면 악기 소리가 잘 안 맞고요. 또 같은 악기를 서로 다른 사람이 불어도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므로 악기 소리도 다르게 나고, 가수처럼 말하듯이 표현되는 악기가 색소폰인 것 같습니다평소에 어떤 스타일의 곡을 주로 연주하시는지요.전공은 실용음악과 재즈 전공을 했지만 제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연주 스타일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적인 곡들입니다. 연령대를 고려해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습하고 또 시대 흐름에 따라서 유행하는 곡들이나 신곡을 찾아 연습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요즘 집중해서 듣고 있는 곡이나 연습하고 있는 곡이 있다면 알려주세요.제 유튜브 영상 중에 드럼과 콜라보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영상이 있습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드럼 연주자 김현수 씨와 함께한 연주인데요. 음악적으로 많이 교감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친구입니다.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도 비슷하고 그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 연주하다 보니, 이번에도 김현수 씨와 콜라보 영상을 준비 중입니다. 곡은 박효신의 ‘야생화’입니다. 박효신 씨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가창력이 잘 표현된 곡인데요. 색소폰으로 연주했을 때 감정의 섬세한 표현과 노래 후반부로 갈수록 고조되는 색소폰 선율, 거기에 드럼의 임팩트까지 어우러져 콜라보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새로운 무대에서 연주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아직 정식 음반을 내놓은 적은 없으신데요, 혹시 계획하고 계신가요?앞으로는 다양한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색소폰만 연주하는 그런 공연이 아니라 다양한 악기와 콜라보 공연, 가수와의 공연도 준비 중입니다. 첫 공연은 제가 주로 활동하는 부산에서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여성 재즈 보컬, 해금, 색소폰의 콜라보 공연입니다. 그리고 색소폰을 좋아하고 관심 가져주시는 연령층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젊은 연주자로서 많은 장르에 도전하고 다양한 공연을 가지려고 합니다. 음반 발매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욕심이 많이 나는 부분이어서 최근까지도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른 시일 내 제 첫 앨범을 발매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이번 9월 화천 문화예술회관에서 ‘호반윈드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셨습니다. 평소 연습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셨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반주기를 이용해서 하는 연주와 라이브는 확실히 다른 연주였습니다. 호반윈드는 재작년부터 인연이 되어 자주 협연을 하고 있는데요. 여러 관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인 만큼 크고 웅장하고 다양한 악기의 선율이 잘 어우러져서 여태껏 해왔던 공연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라이브 연주에 자신감도 더 생기고 좀 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어서 제 연주 활동에 좋은 원동력이 되었습니다.가장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호반윈드 오케스트라’ 단원 분들이 대부분 전공자 분들이시기 때문에 연주 수준이 굉장히 높답니다. 반주기는 정해진 마디 박자에 맞춰 연주를 해야 한다면 상임 지휘자 윤승관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오케스트라가 그때그때의 감정 섞인 연주에 템포를 편하게 맞춰준다는 큰 장점이 있고요. 그래서 제가 나타내고자 하는 연주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무대 연주뿐 아니라 색소폰을 가르치기도 하시는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색소폰으로 대학 진학을 하면서 찾아온 좋은 기회들로 인해 소소한 일들부터 과분한 일자리들까지 얻게 되어 다양한 수업과 강좌들을 진행해왔었습니다. 남을 가르치는 일이라는 것이 그렇듯 가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수업을 열심히 해내고 실력이 늘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껴요.색소폰은 유독 정규 커리큘럼을 가진 학원 같은 교육기관보다 동호회 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색소폰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연주도 잘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에 비해, 정규적인 교육이 부족한 부분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기관 등의 저변 확대라는 나름의 포부를 갖고 학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으신가요. 혹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우선 가장 중요한 부분은 흥미입니다. 음악은 공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즐겁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 그 음악을 듣는 이가 즐겁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보 수강생들을 보면, 지루한 기초연습 때문에 도중에 악기를 놓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대중가요를 병행하는 식의 방향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흥미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는 무리하게 진도를 나가려는 조급함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기본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 점은 색소폰도 마찬가지입니다. 빠른 진도와 화려한 연주를 원하는 마음보다는 기초적인 부분들을 확실하게 배우겠다는 성실한 마음을 중요시합니다.처음 시작하면서 많은 분이 색소폰부터 시작해서 마우스피스, 리드까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조언을 해주신다면요.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학원에서 선생님이 추천해주시는 세팅으로 선택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연주자의 피스를 따라 산다거나,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피스를 무작정 따라 사는 것보다는 초보자라면 입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쉽게 소리 낼 수 있는 가벼운 피스 세팅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연주자님께서 쓰시는 색소폰과 마우스피스, 케이스는 무엇인가요? (*케이스는 이번 12월호 취재기사에 들어가는 내용이라 참조하기 위해 질문 드립니다.)애용하는 알토 색소폰과 소프라노 색소폰 모두 버든 JA55입니다. 현재 악기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공연과 녹음할 때 모두 사용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피스는 점보 자바 A45 피스에 리드는 반도린 자바3호, 리가처는 헤리슨 리가처를 사용합니다. 케이스는 BAM 케이스 주황색인데 10년째 사용하고 있습니다.팬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특히 남성팬이 많은 걸로 유명하세요. 특별히 외모나 몸매 관리를 하고 계시는 게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제 팬 분들은 대부분 남자분인 건 맞지만 여성 팬들도 많으시답니다.(웃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관리도 안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연주보다 외모로 관심 받고 싶은 생각에 일부러 준비하거나 꾸미는 경우는 없지만, 연주하는 무대에 올라설 땐 나름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헤어나 메이크업도 꼼꼼히 준비하고 의상도 직접 고르기도 합니다. 키가 큰 편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다리가 드러나는 옷을 자주 입는 편인데요. 비법은 아니지만 나름의 관리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하고 외모를 가꾸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 예뻐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웃음) 페이스북 댓글을 읽어보았습니다.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 같은데요. 팬들과 SNS로 소통하는 것이 연주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바로바로 소통하는 게 요즘 추세이다 보니까 SNS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오프라인이나 길거리 포스터 등으로 공연을 홍보하는 게 전부였다면, 지금은 SNS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SNS를 통해서 공연 소식이나 제 개인적인 소식을 알리는 데 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또 저에게 신청곡을 직접 전해주시기도 하고, 어떤 곡을 좋아해주시고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는 소식통이 되기도 하죠. 또 응원 메시지를 받으면 정말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연주를 자주 보여 드려야겠다고 항상 다짐합니다.최근에 기억에 남는 공연 에피소드나 관객이 계시면 알려주세요.색소폰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강원도 군부대 행사를 다녀왔습니다. 본래 색소폰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40~60대가 가장 많아요. 그래서 이번 경험은 색달랐습니다. 20대 군인들의 아주 열렬한 환호와 함성에 기를 단단히 채워 받고 왔거든요. 그리고 신나는 곡을 연주할 때는 다 같이 나와서 춤도 추고 아이돌 못지않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군대 행사는 매년 봉사활동 다니고 싶은 정도였습니다.색소폰과 관련된 것 외에 일상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다소 격양된 음악들 속에서 온종일 지내다 보면 때로는 아주 조용한 공간을 찾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이나 수업이 없는 날에는 장거리 드라이브하는 것을 좋아하고요. 조용한 곳에서 커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또 쇼핑하기도 하고, 네일케어와 머리 스타일을 다듬거나 마사지 등 관리를 받으며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앞으로 어떤 색소포니스트가 되고 싶으신가요?개인적으로는 색소폰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인터넷에 연주 영상을 많이 올려서 색소폰 연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알리고, 제대로 된 색소폰 연주 교육을 위해 힘쓰고 싶습니다. 제 연주를 통해 색소폰을 하지 않는 일반인 분들도 감동 받을 수 있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색소폰 연주자가 되고 싶거든요. 또 앞으로도 색소폰 실력 향상을 위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항상 겸손한 그런 연주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연주를 듣고 누구나 ‘아, 이건 임유리 연주구나’ 하는 저만의 매력을 가진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아마추어 연주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저 또한 아마추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아마추어 분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색소폰 시장이 커지면서 아마추어 실력을 넘어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연주를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저도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응원하겠습니다. 글. 편집부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12-01
  • 도심에서 울려퍼지는 깊은 색소폰 소리, 밀양색소폰봉사단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밀양으로 들어서는 길목 어귀마다 익숙한 아리랑 가락이 들리는 듯, 환청인가 싶다.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밀양아리랑의 흥은 세월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다. 아리랑 가락에 젖어온 지 수백 년. 그 뿌리 깊은 풍류의 전통을 이어, 지금 새로운 가락과 악기로 또 다른 흥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밀양색소폰봉사단’이 바로 그 분들이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색소폰베이비부머 세대인 중장년 사이에서 색소폰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일궈낸 주역들이다. 젊은 시절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에 쫓겨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나 내면을 성찰할 기회도 없었다. 이제는 경제적 안정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가활동에 적극적이다.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배우고 즐기는 게 색소폰이다. 색소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채 20년도 되지 않았다. 한 세대 이전만 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가의 악기였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한 보급형 악기 덕분에, 중년들이 색소폰의 매력에 쉽게 빠지게 되었고 대중들과 친숙한 악기가 되었다. 매력을 하나 더 꼽자면 색소폰은 배우기 쉽다. 초보자도 6개월 정도 배우면 웬만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 중년들의 문화적 욕구, 자아성취욕을 도와줄 도구로 색소폰만 한 악기가 또 있을까 싶다.한적한 농촌도시인 밀양의 면소재지에도 이런 색소폰의 매력에 흠뻑 빠져 풍류와 더불어 봉사정신을 발휘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색소폰 동호회가 있다. 밀양의 풍류객들밀양,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밀양아리랑일 게다. 영남루에 얽힌 아랑전설, 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는 곳으로 나오는 얼음골도 있다. 동쪽으로는 울산광역시·양산시, 서쪽으로는 창녕군, 남쪽으로는 낙동강을 경계로 김해시·창원시, 북쪽으로는 경상북도 청도군과 접하고 있다.밀양색소폰봉사단(단장 김장희)은 창단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 중 하나다. 밀양시 산외면 산외로425에 연습실을 두고 열심히 기량을 닦고 있다. 모든 회원들이 창단의 주역이지만 손건상 초대단장의 노고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주 활동지인 경남,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색소폰 행사와 세미나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 열정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색소폰 공연가을이 깊어갈 무렵에는 알록달록 오색단풍이 산야를 물들인다. 산속, 공원, 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각종 음악회 가운데 정확한 통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색소폰 음악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마도 절반은 되리라 짐작된다. 올해는 10월 22일 경남 밀양시 해천구 상설무대 분수공원에서 ‘제3회 밀양시민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색소폰 동호회가 이렇게 알차고 규모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에는 필자 혼자만이 아니라 눈과 귀를 호강시키기 위해서 연습실 회원들과 함께 밀양으로 나들이 삼아 나섰다.‘해천구’라 해서 구(區) 이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밀양강으로 흘러가는 해천구라는 도랑 위에 꾸며진 상설무대였다. 일반적으로 상설공연무대는 한적한 공원이나 문화공간 안에 설치되어 있는데 반해 해천구 상설무대는 주택가가 위치한 도랑 위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주민들에게 소음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주민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지원과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기에 상설무대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색소폰 동호회 행사 시 소음 관련 민원이 제일 난감한데 주택가 한복판 도랑 위에 설치된 상설무대라니!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무대가 아닐까 싶다. 해천구에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분수도 설치되어 있고, 하천 수질을 정화하는 식물도 심어놓았다. 이날은 계절 탓에 분수 쇼는 볼 수 없었지만 대신 화려한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았다.밀양 전통시장을 가로질러 해천구에 다다르니 리허설 중인지 간간이 색소폰 선율이 들려왔다. 공연을 기다리는 사이에는 주최 측에서 나눠주는 식권을 받아서 식당으로 찾아갔다. 이미 행사 진행요원과 외부 손님들로 인해 벅적거렸다. 식당 안에서부터 행사 열기가 시작되는 듯했다. 주택가에서 울려퍼진 색소폰 연주우리나라 색소폰 행사 진행자로 단연 으뜸인 색소포니스트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이 사회를 맡아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이날 아쉽게도 명품 연주를 들려주진 못했지만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마치 개그콘서트에 온 것마냥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주셨다. 함께 공연을 보러 간 동호회 회원 중에 유방암 환자분이 계셨는데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것도 잠시 잊고 웃음꽃을 피웠다. 두 시간여 진행된 음악회 내내 색소폰의 선율에 행복해 하고,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의 재치 있는 멘트에 웃음으로 소통하면서 힐링타임을 누렸다.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차에 같이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은 색소폰 행사 진행자로서 독보적인 존재이자 재치 있는 입담과 겸허한 품성으로 많은 색소폰연주자와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메이커다. 봉사단의 특별회원으로서 진행을 맡아주시는 것만 봐도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된다.행사 1부에서는 회원들의 솔로 연주가 있었다. 그동안의 연습을 짐작케 할 만한 연주였고,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2부에서는 앙상블 연주와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가 있었다. 이날 역시 절도 있는 동작과 함께 명품 연주를 하신 신현길 프로, 현란한 스케일로 연주의 품격을 높이는 김성하 프로, 대곡을 파워풀하고 호소력 있게 연주하신 이현식 프로, 그리고 사모님이신 음파 김실장의 수준 높은 가창력으로 무인도와 색소폰의 세션 연주는 가히 일품이었다. 송진경 프로의 연주는 이날 처음 들었는데 ‘역시나,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수준 높은 연주였다.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남상일 프로의 연주였다. 빗질 하지 않은 듯한 머리와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와이셔츠에 빛바랜 청바지, 다소 엉거주춤한 꾸밈없는 겉모습이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감이 든다. 하지만 색소폰만 잡아들면 야수 같이 변해 신들린 듯한 연주로 영혼을 뒤흔든다. 이날 역시 온몸으로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관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열광의 환호성이 터져나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수준 높은 동호회 문화를 이끌어가는 밀양색소폰봉사단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지방도시 단위의 색소폰 동호회 치고 밀양색소폰봉사단만큼 알차고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동호회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연주회를 하면서 팸플릿을 제작하고 외부 손님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많은 프로 연주자를 초청해 연주회를 꾸린 단장의 리더십과 봉사단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밀양색소폰봉사단은 평소에도 부산은 물론이고 대구, 서울, 창원 등 전국 어디라도 프로들의 색소폰 연주회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열의를 가진 곳이다. 매년 봄과 가을에 1회씩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다. 거기에 프로 연주자를 초청하여 회원들의 연주 수준 향상을 위해서 워크숍을 실시한다. 매월 1회 이상은 찾아가는 음악봉사로 수용시설, 요양시설 등을 찾아가는 등 각종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봉사회라는 이름에 알맞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색소폰봉사단이 되어서색소폰 경력 2년 이상이면 누구나 입단 신청이 가능하다. 운영위원회를 거쳐 입단을 하면 입회비 10만 원(연회비 24만 원)을 내게 되는데 매주 봉사단 연습실에서 단체연습과 수업을 받게 된다. 평소에도 단원들은 학원이나 개인 연습실, 동호회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기도 한다. 또 6명의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진해에 있는 체리블라썸 앙상블에서 수업을 한다. 내년에 있을 전국 합주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열심히 기량을 닦고 있다.밀양색소폰봉사단은 26명의 단원과 8명의 특별회원이 있다. 이 특별회원은 김성하.김정음.남상일.박태박.손혜식.송진경.오석근.윤정현(가나다 순) 프로들로, 해마다 1~2회 이상 초청 특강을 해준다. 그리고 특강 영상을 촬영해서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과 색소폰 동호인들이 볼 수 있게 유튜브에 올려놓는다.단원들 대부분이 낮에는 일터에서 본업에 충실하다가 저녁에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취미생활뿐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 최종운 / 정리. 김설경 기자 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 Focus
    2016-12-01
  • 도심에서 울려퍼지는 깊은 색소폰 소리, 밀양색소폰봉사단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밀양으로 들어서는 길목 어귀마다 익숙한 아리랑 가락이 들리는 듯, 환청인가 싶다.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밀양아리랑의 흥은 세월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다. 아리랑 가락에 젖어온 지 수백 년. 그 뿌리 깊은 풍류의 전통을 이어, 지금 새로운 가락과 악기로 또 다른 흥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밀양색소폰봉사단’이 바로 그 분들이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색소폰베이비부머 세대인 중장년 사이에서 색소폰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일궈낸 주역들이다. 젊은 시절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에 쫓겨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나 내면을 성찰할 기회도 없었다. 이제는 경제적 안정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가활동에 적극적이다.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배우고 즐기는 게 색소폰이다. 색소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채 20년도 되지 않았다. 한 세대 이전만 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가의 악기였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한 보급형 악기 덕분에, 중년들이 색소폰의 매력에 쉽게 빠지게 되었고 대중들과 친숙한 악기가 되었다. 매력을 하나 더 꼽자면 색소폰은 배우기 쉽다. 초보자도 6개월 정도 배우면 웬만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 중년들의 문화적 욕구, 자아성취욕을 도와줄 도구로 색소폰만 한 악기가 또 있을까 싶다.한적한 농촌도시인 밀양의 면소재지에도 이런 색소폰의 매력에 흠뻑 빠져 풍류와 더불어 봉사정신을 발휘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색소폰 동호회가 있다. 밀양의 풍류객들밀양,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밀양아리랑일 게다. 영남루에 얽힌 아랑전설, 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는 곳으로 나오는 얼음골도 있다. 동쪽으로는 울산광역시·양산시, 서쪽으로는 창녕군, 남쪽으로는 낙동강을 경계로 김해시·창원시, 북쪽으로는 경상북도 청도군과 접하고 있다.밀양색소폰봉사단(단장 김장희)은 창단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 중 하나다. 밀양시 산외면 산외로425에 연습실을 두고 열심히 기량을 닦고 있다. 모든 회원들이 창단의 주역이지만 손건상 초대단장의 노고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주 활동지인 경남,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색소폰 행사와 세미나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 열정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색소폰 공연가을이 깊어갈 무렵에는 알록달록 오색단풍이 산야를 물들인다. 산속, 공원, 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각종 음악회 가운데 정확한 통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색소폰 음악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마도 절반은 되리라 짐작된다. 올해는 10월 22일 경남 밀양시 해천구 상설무대 분수공원에서 ‘제3회 밀양시민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색소폰 동호회가 이렇게 알차고 규모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에는 필자 혼자만이 아니라 눈과 귀를 호강시키기 위해서 연습실 회원들과 함께 밀양으로 나들이 삼아 나섰다.‘해천구’라 해서 구(區) 이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밀양강으로 흘러가는 해천구라는 도랑 위에 꾸며진 상설무대였다. 일반적으로 상설공연무대는 한적한 공원이나 문화공간 안에 설치되어 있는데 반해 해천구 상설무대는 주택가가 위치한 도랑 위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주민들에게 소음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주민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지원과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기에 상설무대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색소폰 동호회 행사 시 소음 관련 민원이 제일 난감한데 주택가 한복판 도랑 위에 설치된 상설무대라니!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무대가 아닐까 싶다. 해천구에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분수도 설치되어 있고, 하천 수질을 정화하는 식물도 심어놓았다. 이날은 계절 탓에 분수 쇼는 볼 수 없었지만 대신 화려한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았다.밀양 전통시장을 가로질러 해천구에 다다르니 리허설 중인지 간간이 색소폰 선율이 들려왔다. 공연을 기다리는 사이에는 주최 측에서 나눠주는 식권을 받아서 식당으로 찾아갔다. 이미 행사 진행요원과 외부 손님들로 인해 벅적거렸다. 식당 안에서부터 행사 열기가 시작되는 듯했다. 주택가에서 울려퍼진 색소폰 연주우리나라 색소폰 행사 진행자로 단연 으뜸인 색소포니스트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이 사회를 맡아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이날 아쉽게도 명품 연주를 들려주진 못했지만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마치 개그콘서트에 온 것마냥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주셨다. 함께 공연을 보러 간 동호회 회원 중에 유방암 환자분이 계셨는데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것도 잠시 잊고 웃음꽃을 피웠다. 두 시간여 진행된 음악회 내내 색소폰의 선율에 행복해 하고,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의 재치 있는 멘트에 웃음으로 소통하면서 힐링타임을 누렸다.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차에 같이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은 색소폰 행사 진행자로서 독보적인 존재이자 재치 있는 입담과 겸허한 품성으로 많은 색소폰연주자와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메이커다. 봉사단의 특별회원으로서 진행을 맡아주시는 것만 봐도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된다.행사 1부에서는 회원들의 솔로 연주가 있었다. 그동안의 연습을 짐작케 할 만한 연주였고,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2부에서는 앙상블 연주와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가 있었다. 이날 역시 절도 있는 동작과 함께 명품 연주를 하신 신현길 프로, 현란한 스케일로 연주의 품격을 높이는 김성하 프로, 대곡을 파워풀하고 호소력 있게 연주하신 이현식 프로, 그리고 사모님이신 음파 김실장의 수준 높은 가창력으로 무인도와 색소폰의 세션 연주는 가히 일품이었다. 송진경 프로의 연주는 이날 처음 들었는데 ‘역시나,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수준 높은 연주였다.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남상일 프로의 연주였다. 빗질 하지 않은 듯한 머리와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와이셔츠에 빛바랜 청바지, 다소 엉거주춤한 꾸밈없는 겉모습이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감이 든다. 하지만 색소폰만 잡아들면 야수 같이 변해 신들린 듯한 연주로 영혼을 뒤흔든다. 이날 역시 온몸으로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관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열광의 환호성이 터져나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수준 높은 동호회 문화를 이끌어가는 밀양색소폰봉사단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지방도시 단위의 색소폰 동호회 치고 밀양색소폰봉사단만큼 알차고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동호회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연주회를 하면서 팸플릿을 제작하고 외부 손님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많은 프로 연주자를 초청해 연주회를 꾸린 단장의 리더십과 봉사단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밀양색소폰봉사단은 평소에도 부산은 물론이고 대구, 서울, 창원 등 전국 어디라도 프로들의 색소폰 연주회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열의를 가진 곳이다. 매년 봄과 가을에 1회씩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다. 거기에 프로 연주자를 초청하여 회원들의 연주 수준 향상을 위해서 워크숍을 실시한다. 매월 1회 이상은 찾아가는 음악봉사로 수용시설, 요양시설 등을 찾아가는 등 각종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봉사회라는 이름에 알맞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색소폰봉사단이 되어서색소폰 경력 2년 이상이면 누구나 입단 신청이 가능하다. 운영위원회를 거쳐 입단을 하면 입회비 10만 원(연회비 24만 원)을 내게 되는데 매주 봉사단 연습실에서 단체연습과 수업을 받게 된다. 평소에도 단원들은 학원이나 개인 연습실, 동호회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기도 한다. 또 6명의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진해에 있는 체리블라썸 앙상블에서 수업을 한다. 내년에 있을 전국 합주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열심히 기량을 닦고 있다.밀양색소폰봉사단은 26명의 단원과 8명의 특별회원이 있다. 이 특별회원은 김성하.김정음.남상일.박태박.손혜식.송진경.오석근.윤정현(가나다 순) 프로들로, 해마다 1~2회 이상 초청 특강을 해준다. 그리고 특강 영상을 촬영해서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과 색소폰 동호인들이 볼 수 있게 유튜브에 올려놓는다.단원들 대부분이 낮에는 일터에서 본업에 충실하다가 저녁에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취미생활뿐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 최종운 / 정리. 김설경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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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2-01
  • 예술적 정열과 너른 포용력을 지닌 색소포니스트 이승동
    (월간색소폰)한주희 기자= 허공의 노란 은행잎 한 장 바람 따라 흔들리고 높게 치고 오르던 파란 하늘은 지평선 가까이 내려앉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낭만이 가득한 젊은 예술가의 도시 파리가 그리워진다. 에펠탑, 센강, 오르세 미술관, 물랭루즈, 그리고 거리를 가득 채운 음악. 음악은 국적도 인종도 차별하지 않고 품이 넓다는 걸 유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며 몸소 느꼈다. 어쩌면 가난한 마음이었기에 그의 색소폰 선율이 더욱 깊어졌으리라. 이제 세계적인 거장이 섰던 무대에서 연주하는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이승동. 예술적 정열과 너른 포용력으로, 한국을 너머 너른 세상에 색소폰 음색을 고루 선사하는 그를 가을의 끝자락에 만났다. 올해는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지 130년이 되는 해, 그에 맞춰 올 한 해 무척 바쁘게 지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 선정되어서,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다’ 라는 주제로 색소폰을 통한 프랑스와의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찬을 받아서 프랑스에서 세 번의 독주회를 했고요. 이제 11월에 프랑스 대사관, 문화원 등에서 지원을 받아서 일립소스(Ellipsos) 색소폰 콰르텟 팀이 우리나라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 공연은 고양시 어울림누리 극장,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대강당에서 두 번에 걸쳐 공연을 할 텐데요, 제가 이끌고 있는 아마추어 팀도 70여 분 정도 동참하여 합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공연이 의미가 있는 게 무대에서 연주하는 곡이 모두 순수한 한국 작곡가의 곡과 프랑스의 작곡가 곡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는 거죠. 한국 작곡가의 색소폰 곡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색소폰이라는 서양의 악기로 한국적인 음색을 표현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매년 여름에 대만에서 ‘타이페이 색소폰앙상블 초청캠프’가 열립니다. 이 캠프에 참여하면 세계적인 대가(大家)의 연주도 직접 들을 수 있는데요. 한 3-4년 전쯤 제가 초청을 받아서 연주를 했는데, 어느 연주자가 ‘한국 창작곡은 없느냐’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때 ‘한국 창작곡도 있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럼 왜 한국 작곡가의 곡은 연주를 안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여러 작곡가 선생님들께 곡을 받기도 하고, 다른 악기를 위해 쓰여진 곡을 색소폰을 위한 곡으로 편곡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태국, 프랑스, 대만, 일본을 다니면서 우리의 순수 창작곡으로만 구성된 ‘한국의 소리’ 독주회를 가졌죠. 약력이 화려하세요.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쭉 밟아오셨는데, 그 처음에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친구의 형이 색소폰을 했어요. 그래서 전혀 낯선 악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배워보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저런 악기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죠. 사실 전 늦게 시작했어요. 고등학교를 일반 인문계를 갔는데 동아리 활동으로 밴드부를 했거든요. 취미로 발을 들였는데 그게 인연이었던 거죠. 2학년 때 부모님께 색소폰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반대하시더라고요. 당시에는 집안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반대하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셨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이 쉬웠던 것도 같아요. 당시 색소폰 업계가 그야말로 불모지였다는 걸 모르셨으니까요. 다른 악기에 비해 색소폰은 대학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좁은 문을 통과해서 입학한 대학, 학창시절 이야기 들려주세요. 당시에는 색소폰 초창기여서 대부분 밴드부 출신이었어요. 예중이나 예고에 색소폰 전공은 없었고, 대학에서는 한 해에 1명만 선발했어요. 우리학교는 96학번부터 신입생을 선발해서 제가 98학번이니까 세 번째 입학생이었죠. 두 선배가 모두 학교를 거의 나오지 않아서 챙겨주는 선배도 없고, 같이 몰려다닐 동기도 없고, 그냥 혼자 다녔어요. 게다가 색소폰을 위한 연습방이 따로 없어서 목관악기방에서 했는데, 시끄럽다고 쫓겨난 적도 많아요. 사실 색소폰도 엄연한 목관악기인데 그랬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열심히 연습했더니 2학년 때는 관악합주와 협연하는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르셨어요. 프랑스 에브리 음악원(Evry), 말메종 음악원(Rueil-Malmaison)에서 전문연주자과정(Superieur)을, 이시레 몰리노 음악원(Issy Les Moulineaux)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Perfectionnement)을 졸업하셨어요, 그것도 1등으로! 대체 얼마나 노력하고 연습하신 건가요?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하루에 열 두 시간도 넘게 연습하곤 했죠. 유학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는 집에서 연습을 했는데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친구네 집에 가서 연습하고 또 안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하면서 연습에 매진했죠. 유학 시절 에피소드, 더 들려주세요.인터넷도 느리고 아무런 정보도 없었어요. 학교도 모르고 선생님도 모르고 시스템도 모르고, 처음에는 모든 학교를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선생님은 학교에 언제 오시냐 물어보고 시간 맞춰 찾아가서 레슨 해달라고 하고, 그냥 막무가내였죠. 언어도 안됐는데, 일단 가서 부딪혀보자 생각했어요. 프랑스 학교 입학시험이 9월인데 저는 한국에서 졸업식도 안 하고 1월에 가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불어는 어렵더라고요. 거기에서 4년을 살았는데 마지막 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말하는 게 편해졌어요. 정말 정신없이 살았어요. 2년은 집에서 지원을 해주셨는데 나머지 2년간은 제가 벌어서 생활 했거든요. 식당에서도 일하고 여행사 일도 하고 말 그대로 열심히 살았죠. 그래서 외로울 틈도 없었어요. 2008년 귀국 후 크고 작은 공연을 쉼없이 기획하고 준비해서 꾸준히 관객과 만나고 계신데, 끊임없이 샘솟는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요?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게 좋아요. 지금까지 몇 가지 제가 시도해봤던 게 있는데, 첫 번째가 귀국 독주회를 가진 거예요. 서울, 대구, 전주 등 세 개 도시를 순회했죠. 그리고 아돌프 삭스 국제 콩쿠르(Adolphe Sax International Competition)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콩쿠르인데, 그 경연곡으로만 두 번째 독주회를 채운 게 저의 두 번째 시도였어요. 세 번째는 바리톤 색소폰만으로 독주회를 했고, 네 번째는 타악기와 협연을 했고, 다섯 번째는 한국 작곡가 창작곡으로만 독주회를 했습니다. 이제 내년에는 오르간과의 협연으로만 해보려고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걸 해보는 게 재미있어요. 사실 색소폰은 현대 악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곡을 찾거나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으면 다른 악기들에 비해 소외되기 쉽거든요.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신기하게도 앨범이 없습니다. 녹음을 몇 번 해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앨범으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앨범을 내려면 일반 대중들이 듣기 좋은 곡을 엮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내년에 오르간과 함께 연주하려고 기획하고 있는 곡은 바로크 시대 음악처럼 대중들이 좋아하는 곡도 있으니까, 그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작품을 듣고 연주도 하셨을 텐데, 그 숱한 곡 중에 내 삶의 음악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곡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4년 8월 3일에 대만에서 연주하고 세계적인 대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연주했던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의 색소폰 콘체르토가 제 인생의 음악이 아닐까 합니다. 무대 뒤에서 마우스피스와 리드는 무엇을 쓰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죠.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콘체르토(Concerto) : 협주곡, 독주 악기와 관현악이 합주하면서 독주 악기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하도록 작곡한 소나타 형식의 악곡.현재 사용하고 있는 악기는 무엇인가요? 혹시 독특한 악기 관리법이 있으신가요?셀머의 컨셉트(Concept) 마우스피스, 리코의 리저브 3호(Reserve #3) 리드, 프랑스 JLV 리가처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악기 관리법은, 글쎄요, 사실 악기를 별로 아끼는 편이 못 되어서요. 관리는 악기사에서 하죠. 악기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악기에 몸을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악기 위주로 생각하면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엄지손가락 통증 등 여기저기 병이 생기기 쉽거든요. 몸이 중심이 되어서 일단 몸이 편안해야 해요. 그러려면 본인한테 맞는 걸 찾으셔야 해요. 사람마다 호흡이 제각기 다른데 누가 좋다고 하니까 일단 사고 보는 건 옳지 못해요. 본인한테 맞는 걸 찾는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불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평택대, 예원예대, 선화예고 등에 출강 하시는데,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게 있으실 것 같아요.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외국에서의 연주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정보 접근성도 좋아졌어요. 덩달아 학생들의 실력은 많이 향상됐어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점점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아요. 올해도 연세대, 숙명여대, 상명대 모두 색소폰 신입생을 받지 않거든요. 그러면 출강하던 강사는 일자리를 잃는 거고, 선발하는 학교 경쟁률은 어마어마하게 높아지죠. 그렇게 힘들게 대학 가고 유학 다녀와도 막상 한국 오면 할 일이 없어요. 색소폰은 정규직이 없거든요. 교수도 없고 오케스트라에서도 뽑지 않아요. 솔로나 앙상블로밖에 무대에 설 수 없거든요. 제자나 후배 중에도 실력은 출중(出衆)한데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런 게 제일 큰 문제라고 느끼죠. 그러면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가 관건인데 어린 친구들에게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돌파구를 하루 빨리 찾아야 할 거 같아요. 색소폰 붐이라고 할 만큼 아마추어 색소폰 인구는 늘고 있거든요. 반가운 일이죠. 그만큼 지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러면 클래식이든 재즈든 제대로 배운 연주자들이 아마추어 연주자를 교육하고 돕는 일에 힘을 쏟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게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존심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상황이 아마추어가 아마추어 레슨을 하거든요. 그게 왜 문제냐면 기교를 익히는 데만 몰두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주법도 안 잡혔는데 비브라토를 한다거나, 정통적인 것은 제쳐두고 테크닉만 익히는 거죠. 그래도 꾸준히 모여서 연습하고 앙상블로 무대에 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참 좋죠. 아마추어 연주자가 연습하기에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특정한 곡보다는 그냥 편안한 음악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기교에 집중하기 보다는 노래를 하는 음악이요. 테크닉만 몰두하면 일반 사람들은 듣기 거북하다고 느끼고 소음으로 여기기 쉽거든요. 뽐내려고 하지 말고 듣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야 더욱 활성화되고 수준도 높아질 테니까요. 그리고 같이 모여서 앙상블을 이루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색소폰이 여럿 모이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나서 충분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거든요. 현재 노바 색소폰 앙상블(Nova Saxophone Ensemble)의 단장으로 계십니다.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시죠. 음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색소포니스트들이 모인 앙상블 팀이에요. 현재 8명이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레파토리로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연습하고 격려하고 공연도 하고, 무엇보다 아마추어 분들과 매주 만나서 파트별로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기념 공연에도 이렇게 연습하신 아마추어 분들이 무대에 서시고요.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을 만들기도 했어요. 올 6월에 아르떼홀에서 가족 클래식 음악극 ‘무민의 특별한 보물’ 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 있어요. 앞으로도 더욱 많은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주세요. 계획은, 예정된 행사들 잘 마무리 하는 것! 그리고 올해 12월에 대만에서 ‘제1회 아시안 색소폰 콩글레스(Congress)’가 열립니다. 그때 콩쿠르도 있는데 2차 예선 곡이 모두 아시아 곡인데도 그 중에 한국 작곡가 곡은 없습니다. 이번에 대만에 가서 다음 행사 때는 한국 작곡가 곡을 넣어달라고 요구하려고 합니다.색소폰을 사랑하는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색소폰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직 한국에서는 ‘아돌프 삭스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친구가 없는데, 곧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하나 더, 클래식이든 재즈든 경음악이든 장르를 불문하고 잘 융합이 되면 좋겠어요. 프로든 아마추어든 어떤 장르를 선호하든 상관없이, 색소폰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서 콩글레스를 열어봤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기대하며 늘 응원하겠습니다. 글. 한주희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11-01
  • 예술적 정열과 너른 포용력을 지닌 색소포니스트 이승동
    (월간색소폰)한주희 기자= 허공의 노란 은행잎 한 장 바람 따라 흔들리고 높게 치고 오르던 파란 하늘은 지평선 가까이 내려앉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낭만이 가득한 젊은 예술가의 도시 파리가 그리워진다. 에펠탑, 센강, 오르세 미술관, 물랭루즈, 그리고 거리를 가득 채운 음악. 음악은 국적도 인종도 차별하지 않고 품이 넓다는 걸 유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며 몸소 느꼈다. 어쩌면 가난한 마음이었기에 그의 색소폰 선율이 더욱 깊어졌으리라. 이제 세계적인 거장이 섰던 무대에서 연주하는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이승동. 예술적 정열과 너른 포용력으로, 한국을 너머 너른 세상에 색소폰 음색을 고루 선사하는 그를 가을의 끝자락에 만났다. 올해는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지 130년이 되는 해, 그에 맞춰 올 한 해 무척 바쁘게 지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 선정되어서,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다’ 라는 주제로 색소폰을 통한 프랑스와의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찬을 받아서 프랑스에서 세 번의 독주회를 했고요. 이제 11월에 프랑스 대사관, 문화원 등에서 지원을 받아서 일립소스(Ellipsos) 색소폰 콰르텟 팀이 우리나라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 공연은 고양시 어울림누리 극장,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대강당에서 두 번에 걸쳐 공연을 할 텐데요, 제가 이끌고 있는 아마추어 팀도 70여 분 정도 동참하여 합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공연이 의미가 있는 게 무대에서 연주하는 곡이 모두 순수한 한국 작곡가의 곡과 프랑스의 작곡가 곡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는 거죠. 한국 작곡가의 색소폰 곡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색소폰이라는 서양의 악기로 한국적인 음색을 표현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매년 여름에 대만에서 ‘타이페이 색소폰앙상블 초청캠프’가 열립니다. 이 캠프에 참여하면 세계적인 대가(大家)의 연주도 직접 들을 수 있는데요. 한 3-4년 전쯤 제가 초청을 받아서 연주를 했는데, 어느 연주자가 ‘한국 창작곡은 없느냐’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때 ‘한국 창작곡도 있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럼 왜 한국 작곡가의 곡은 연주를 안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여러 작곡가 선생님들께 곡을 받기도 하고, 다른 악기를 위해 쓰여진 곡을 색소폰을 위한 곡으로 편곡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태국, 프랑스, 대만, 일본을 다니면서 우리의 순수 창작곡으로만 구성된 ‘한국의 소리’ 독주회를 가졌죠. 약력이 화려하세요.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쭉 밟아오셨는데, 그 처음에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친구의 형이 색소폰을 했어요. 그래서 전혀 낯선 악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배워보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저런 악기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죠. 사실 전 늦게 시작했어요. 고등학교를 일반 인문계를 갔는데 동아리 활동으로 밴드부를 했거든요. 취미로 발을 들였는데 그게 인연이었던 거죠. 2학년 때 부모님께 색소폰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반대하시더라고요. 당시에는 집안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반대하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셨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이 쉬웠던 것도 같아요. 당시 색소폰 업계가 그야말로 불모지였다는 걸 모르셨으니까요. 다른 악기에 비해 색소폰은 대학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좁은 문을 통과해서 입학한 대학, 학창시절 이야기 들려주세요. 당시에는 색소폰 초창기여서 대부분 밴드부 출신이었어요. 예중이나 예고에 색소폰 전공은 없었고, 대학에서는 한 해에 1명만 선발했어요. 우리학교는 96학번부터 신입생을 선발해서 제가 98학번이니까 세 번째 입학생이었죠. 두 선배가 모두 학교를 거의 나오지 않아서 챙겨주는 선배도 없고, 같이 몰려다닐 동기도 없고, 그냥 혼자 다녔어요. 게다가 색소폰을 위한 연습방이 따로 없어서 목관악기방에서 했는데, 시끄럽다고 쫓겨난 적도 많아요. 사실 색소폰도 엄연한 목관악기인데 그랬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열심히 연습했더니 2학년 때는 관악합주와 협연하는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르셨어요. 프랑스 에브리 음악원(Evry), 말메종 음악원(Rueil-Malmaison)에서 전문연주자과정(Superieur)을, 이시레 몰리노 음악원(Issy Les Moulineaux)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Perfectionnement)을 졸업하셨어요, 그것도 1등으로! 대체 얼마나 노력하고 연습하신 건가요?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하루에 열 두 시간도 넘게 연습하곤 했죠. 유학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는 집에서 연습을 했는데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친구네 집에 가서 연습하고 또 안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하면서 연습에 매진했죠. 유학 시절 에피소드, 더 들려주세요.인터넷도 느리고 아무런 정보도 없었어요. 학교도 모르고 선생님도 모르고 시스템도 모르고, 처음에는 모든 학교를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선생님은 학교에 언제 오시냐 물어보고 시간 맞춰 찾아가서 레슨 해달라고 하고, 그냥 막무가내였죠. 언어도 안됐는데, 일단 가서 부딪혀보자 생각했어요. 프랑스 학교 입학시험이 9월인데 저는 한국에서 졸업식도 안 하고 1월에 가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불어는 어렵더라고요. 거기에서 4년을 살았는데 마지막 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말하는 게 편해졌어요. 정말 정신없이 살았어요. 2년은 집에서 지원을 해주셨는데 나머지 2년간은 제가 벌어서 생활 했거든요. 식당에서도 일하고 여행사 일도 하고 말 그대로 열심히 살았죠. 그래서 외로울 틈도 없었어요. 2008년 귀국 후 크고 작은 공연을 쉼없이 기획하고 준비해서 꾸준히 관객과 만나고 계신데, 끊임없이 샘솟는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요?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게 좋아요. 지금까지 몇 가지 제가 시도해봤던 게 있는데, 첫 번째가 귀국 독주회를 가진 거예요. 서울, 대구, 전주 등 세 개 도시를 순회했죠. 그리고 아돌프 삭스 국제 콩쿠르(Adolphe Sax International Competition)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콩쿠르인데, 그 경연곡으로만 두 번째 독주회를 채운 게 저의 두 번째 시도였어요. 세 번째는 바리톤 색소폰만으로 독주회를 했고, 네 번째는 타악기와 협연을 했고, 다섯 번째는 한국 작곡가 창작곡으로만 독주회를 했습니다. 이제 내년에는 오르간과의 협연으로만 해보려고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걸 해보는 게 재미있어요. 사실 색소폰은 현대 악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곡을 찾거나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으면 다른 악기들에 비해 소외되기 쉽거든요.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신기하게도 앨범이 없습니다. 녹음을 몇 번 해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앨범으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앨범을 내려면 일반 대중들이 듣기 좋은 곡을 엮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내년에 오르간과 함께 연주하려고 기획하고 있는 곡은 바로크 시대 음악처럼 대중들이 좋아하는 곡도 있으니까, 그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작품을 듣고 연주도 하셨을 텐데, 그 숱한 곡 중에 내 삶의 음악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곡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4년 8월 3일에 대만에서 연주하고 세계적인 대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연주했던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의 색소폰 콘체르토가 제 인생의 음악이 아닐까 합니다. 무대 뒤에서 마우스피스와 리드는 무엇을 쓰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죠.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콘체르토(Concerto) : 협주곡, 독주 악기와 관현악이 합주하면서 독주 악기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하도록 작곡한 소나타 형식의 악곡.현재 사용하고 있는 악기는 무엇인가요? 혹시 독특한 악기 관리법이 있으신가요?셀머의 컨셉트(Concept) 마우스피스, 리코의 리저브 3호(Reserve #3) 리드, 프랑스 JLV 리가처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악기 관리법은, 글쎄요, 사실 악기를 별로 아끼는 편이 못 되어서요. 관리는 악기사에서 하죠. 악기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악기에 몸을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악기 위주로 생각하면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엄지손가락 통증 등 여기저기 병이 생기기 쉽거든요. 몸이 중심이 되어서 일단 몸이 편안해야 해요. 그러려면 본인한테 맞는 걸 찾으셔야 해요. 사람마다 호흡이 제각기 다른데 누가 좋다고 하니까 일단 사고 보는 건 옳지 못해요. 본인한테 맞는 걸 찾는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불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평택대, 예원예대, 선화예고 등에 출강 하시는데,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게 있으실 것 같아요.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외국에서의 연주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정보 접근성도 좋아졌어요. 덩달아 학생들의 실력은 많이 향상됐어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점점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아요. 올해도 연세대, 숙명여대, 상명대 모두 색소폰 신입생을 받지 않거든요. 그러면 출강하던 강사는 일자리를 잃는 거고, 선발하는 학교 경쟁률은 어마어마하게 높아지죠. 그렇게 힘들게 대학 가고 유학 다녀와도 막상 한국 오면 할 일이 없어요. 색소폰은 정규직이 없거든요. 교수도 없고 오케스트라에서도 뽑지 않아요. 솔로나 앙상블로밖에 무대에 설 수 없거든요. 제자나 후배 중에도 실력은 출중(出衆)한데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런 게 제일 큰 문제라고 느끼죠. 그러면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가 관건인데 어린 친구들에게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돌파구를 하루 빨리 찾아야 할 거 같아요. 색소폰 붐이라고 할 만큼 아마추어 색소폰 인구는 늘고 있거든요. 반가운 일이죠. 그만큼 지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러면 클래식이든 재즈든 제대로 배운 연주자들이 아마추어 연주자를 교육하고 돕는 일에 힘을 쏟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게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존심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상황이 아마추어가 아마추어 레슨을 하거든요. 그게 왜 문제냐면 기교를 익히는 데만 몰두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주법도 안 잡혔는데 비브라토를 한다거나, 정통적인 것은 제쳐두고 테크닉만 익히는 거죠. 그래도 꾸준히 모여서 연습하고 앙상블로 무대에 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참 좋죠. 아마추어 연주자가 연습하기에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특정한 곡보다는 그냥 편안한 음악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기교에 집중하기 보다는 노래를 하는 음악이요. 테크닉만 몰두하면 일반 사람들은 듣기 거북하다고 느끼고 소음으로 여기기 쉽거든요. 뽐내려고 하지 말고 듣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야 더욱 활성화되고 수준도 높아질 테니까요. 그리고 같이 모여서 앙상블을 이루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색소폰이 여럿 모이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나서 충분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거든요. 현재 노바 색소폰 앙상블(Nova Saxophone Ensemble)의 단장으로 계십니다.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시죠. 음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색소포니스트들이 모인 앙상블 팀이에요. 현재 8명이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레파토리로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연습하고 격려하고 공연도 하고, 무엇보다 아마추어 분들과 매주 만나서 파트별로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기념 공연에도 이렇게 연습하신 아마추어 분들이 무대에 서시고요.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을 만들기도 했어요. 올 6월에 아르떼홀에서 가족 클래식 음악극 ‘무민의 특별한 보물’ 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 있어요. 앞으로도 더욱 많은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주세요. 계획은, 예정된 행사들 잘 마무리 하는 것! 그리고 올해 12월에 대만에서 ‘제1회 아시안 색소폰 콩글레스(Congress)’가 열립니다. 그때 콩쿠르도 있는데 2차 예선 곡이 모두 아시아 곡인데도 그 중에 한국 작곡가 곡은 없습니다. 이번에 대만에 가서 다음 행사 때는 한국 작곡가 곡을 넣어달라고 요구하려고 합니다.색소폰을 사랑하는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색소폰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직 한국에서는 ‘아돌프 삭스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친구가 없는데, 곧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하나 더, 클래식이든 재즈든 경음악이든 장르를 불문하고 잘 융합이 되면 좋겠어요. 프로든 아마추어든 어떤 장르를 선호하든 상관없이, 색소폰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서 콩글레스를 열어봤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기대하며 늘 응원하겠습니다. 글. 한주희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11-01
  • 사랑을 담아 행복을 전하는 공동체, 뮤직큐음악스튜디오
    찬바람에 꼿꼿하게 세운 옷깃만큼이나 타인의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세상. 낯선 이들은 서로 미소를 나누지 않고 초록을 버린 가을 이파리에도 무감동한 요즘, 좀처럼 보기 드문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음악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계산도 없이 아무런 욕심도 없이 이웃의 삶을 따사롭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서로서로 같은 마음으로 몸소 사랑을 채굴하는 광부가 되어 나눔의 불씨를 지피고 행복의 음악을 연주하는 ‘뮤직큐음악스튜디오’ 동호인들. 그들의 음악이 좀 더 넓은 세상에 울리기를 소망해본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다방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의 배고픔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음악다방은 음악, 미술, 문학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숱한 청춘들의 사랑방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저마다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꿈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서 이제 담배 연기 자욱한 음악다방은 사라졌다. 하지만 분당 뮤직큐음악스튜디오가 ‘다방’ 대신 ‘카페’라는 이름표를 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삶의 피로를 한 큐에 날려버리는 뮤직 큐~!한동안 찬바람이 쌩 하더니 모처럼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토요일 오후, 분당 야탑동의 맛고을 길 한 켠에 자리한 뮤직큐음악스튜디오를 찾았다. 지하에 있지만 맑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쾌적한 그 곳에는 색소폰을 좋아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가을의 정취를 연주하고 있었다. 24시간 언제나 열려있는 10개의 개인연습실과 레슨실, 합주실, 락커룸뿐만 아니라 널찍한 식당을 끼고 있는 약 25평 규모의 음악카페가 그 곳의 자랑이다. 카페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소소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화려한 조명을 갖춘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2014년 3월에 모임을 시작해 이제 25명의 동호인이 함께 하는, 아직은 작은 뮤직큐이지만 시설과 환경만큼은 삶의 피로를 한 큐에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실제로 한 회원은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이곳만 오면 무슨 조화인지 말끔히 사라진다며, 뮤직큐는 피로회복제 같은 곳이라고 자랑스레 얘기했다. 1년에 두 번, 손꼽아 기다리는 율동공원 정기연주회지난 9월 24일 토요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뮤직큐음악스튜디오의 색소폰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정기 공연이었다. 동장군을 물리친 햇살이 귀밑머리를 간질이는 봄과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가을, 이렇게 1년에 두 번 뮤직큐는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특히 가족이 많이 찾는 주말, 그동안 갈고 닦은 색소폰 솜씨를 뽐내며 그들은 하나같이 너무도 신나고 행복하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온몸으로 행복을 발산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원을 찾은 사람들 가슴에도 색소폰의 긴 여운이 일렁인다. 인생의 황혼기 외로운 마음을 위로하는 요양원 공연뮤직큐 동호회원들이 특별히 애착을 갖고 정성을 쏟는 행사는 오크힐스 요양원 공연이다. 50대 초반부터 여든을 넘긴 회원까지, 치열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인생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뮤직큐 동호인들. 이들은 삶의 마지막 장을 흐릿한 정신으로 채워가는 요양원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매달 마지막 금요일이면 음식을 바리바리 준비해서 경기도 광주로 향한다. 봉사를 시작한 초에는 어르신들이 곁을 내주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1년이 넘도록 꾸준히 보여준 진심에 그분들도 마음을 열었다. 요즘에는 뜻을 같이 하는 방송댄스팀과 밸리댄스팀의 음향도 담당하여, 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졌다. 어르신들과 노래도 하고 덩실덩실 어깨춤도 추고 나면 오히려 그분들께 위로 받은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김정호 대표, 그 말간 표정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상처받고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유오디아 소모임그리스어로 ‘향기’를 뜻하는 유오디아(euodia)는 좋게하다의 ‘유(eu)’와 냄새를 풍기다의 ‘오조(ozo)’가 합해진 단어다. 뮤직큐음악스튜디오에는 이름처럼 좋은 향기를 풍기는 유오디아 퀸텟이 있다. 이 모임에 속한 구성원들은 개신교를 구심점으로 모여서, 그릇된 신앙과 교리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1년에 4회 정도 비정기적인 위로 공연을 갖고 있다. 같은 신앙으로 만들어진 퀸텟이기 때문에 멀리 속초에서도 매번 연습을 위해 분당까지 달려온다. 게다가 여기에 속한 다섯 명은 모두 연주 경력이 8년에서 12년에까지 이르는 베테랑이기 때문에 음악적 성취도 높다. 무대를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주인공, 향상 음악회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만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이제 막 색소폰에 입문하여 실력이 열정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고 조바심이 날까? 그렇다 해서 아직 미숙한 솜씨를 대외적인 자리에서 선보이며 열의만 봐달라 양해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마련했다, 이름하여 향상 음악회.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열리는 향상 음악회는 무대를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앙코르 꽤나 받아본 전문가도 좋고 이제 막 힘겹게 곡 하나를 완성한 신출내기도 좋다. 뮤직큐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도 좋고 지나던 길에 음악소리에 이끌려 처음 방문한 낯선 이도 좋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풍성하게 마련된 음식을 나누며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향상 음악회가 있어서 뮤직큐는 더욱 흥겹다. 함께 해서 더 좋은 일취월장(日就月將) 앙상블사람은 다른 이들과 한데 어우러져 있을 때 보다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사람의 마음을 제일 잘 대변하는 악기인 색소폰 역시, 여럿이 모여 앙상블을 이룰 때 그 매력이 배가된다고 뮤직큐 김정호 대표는 생각한다. 혼자 고고하게 제 기량을 뽐내는 걸 폄하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솔로보다는 앙상블이 여러모로 낫다.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격려가 되어 성장속도도 빠르다. 물론 재미도 있다. 그래서 회원들 각각에게 앙상블 활동을 권하고 그 안에서 음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레슨 선생님을 둔다. 또한 외부에서 연주 요청이 들어오면 앙상블로 대중과 만난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이루는 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색소폰만을 고집하지 않는 너그러운 동호회뮤직큐에서는 색소폰 외에도 원한다면 드럼, 기타, 아코디언 등을 배울 수 있다. 색소폰은 악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앙상블로도 충분히 오케스트라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다른 악기와 함께 했을 때 색다른 멋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래서 뮤직큐에서는 색소폰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혼자서도 매력적인, 몇 가지 악기들의 레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월간색소폰에서는 색소폰과 함께 했을 때 좋은 친구가 되는 악기를 Matching Partner 코너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6년 8월 호에 ‘드럼’, 9월 호에 ‘기타’를 소개한 바 있다. 회비는 걱정 마세요, 열정만 있으면 뮤직 큐~! 뮤직큐는 앙상블 동호회원에게는 약간의 연습실 사용료 외에 추가의 회비를 받지 않는다.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금전적인 걱정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김정호 대표의 결단이다. 그래도 시설을 유지하고 운영하려면 기본적인 자금이 들어갈 터 부족한 금액을 어떻게 충당 하냐고 묻자, 외부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통해 소득을 만들고 뮤직큐를 위해 사용 한단다. 그 외에도 뮤직큐음악스튜디오의 카페를 외부단체에 대여하여 수익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회원들 스스로 다과를 준비하고 행사가 있을 때면 찬조금을 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가족 같이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다.뮤직큐음악스튜디오, 비상(飛上)을 향한 날갯짓뮤직큐음악스튜디오는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 동호회다. 지금까지는 색소폰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넉넉한 마음으로 동호회를 만들고 사람이 모였지만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전문가를 초빙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여건이 된다면 편곡하는 분을 섭외해서 뮤직큐만을 위한 곡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색소폰 음악을 단순히 끈적끈적하고 시끄러운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로 성큼 다가가고 싶다. 글. 한주희 기자 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 Focus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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