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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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에서 울려퍼지는 깊은 색소폰 소리, 밀양색소폰봉사단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밀양으로 들어서는 길목 어귀마다 익숙한 아리랑 가락이 들리는 듯, 환청인가 싶다.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밀양아리랑의 흥은 세월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다. 아리랑 가락에 젖어온 지 수백 년. 그 뿌리 깊은 풍류의 전통을 이어, 지금 새로운 가락과 악기로 또 다른 흥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밀양색소폰봉사단’이 바로 그 분들이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색소폰베이비부머 세대인 중장년 사이에서 색소폰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일궈낸 주역들이다. 젊은 시절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에 쫓겨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나 내면을 성찰할 기회도 없었다. 이제는 경제적 안정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가활동에 적극적이다.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배우고 즐기는 게 색소폰이다. 색소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채 20년도 되지 않았다. 한 세대 이전만 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가의 악기였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한 보급형 악기 덕분에, 중년들이 색소폰의 매력에 쉽게 빠지게 되었고 대중들과 친숙한 악기가 되었다. 매력을 하나 더 꼽자면 색소폰은 배우기 쉽다. 초보자도 6개월 정도 배우면 웬만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 중년들의 문화적 욕구, 자아성취욕을 도와줄 도구로 색소폰만 한 악기가 또 있을까 싶다.한적한 농촌도시인 밀양의 면소재지에도 이런 색소폰의 매력에 흠뻑 빠져 풍류와 더불어 봉사정신을 발휘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색소폰 동호회가 있다. 밀양의 풍류객들밀양,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밀양아리랑일 게다. 영남루에 얽힌 아랑전설, 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는 곳으로 나오는 얼음골도 있다. 동쪽으로는 울산광역시·양산시, 서쪽으로는 창녕군, 남쪽으로는 낙동강을 경계로 김해시·창원시, 북쪽으로는 경상북도 청도군과 접하고 있다.밀양색소폰봉사단(단장 김장희)은 창단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 중 하나다. 밀양시 산외면 산외로425에 연습실을 두고 열심히 기량을 닦고 있다. 모든 회원들이 창단의 주역이지만 손건상 초대단장의 노고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주 활동지인 경남,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색소폰 행사와 세미나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 열정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색소폰 공연가을이 깊어갈 무렵에는 알록달록 오색단풍이 산야를 물들인다. 산속, 공원, 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각종 음악회 가운데 정확한 통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색소폰 음악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마도 절반은 되리라 짐작된다. 올해는 10월 22일 경남 밀양시 해천구 상설무대 분수공원에서 ‘제3회 밀양시민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색소폰 동호회가 이렇게 알차고 규모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에는 필자 혼자만이 아니라 눈과 귀를 호강시키기 위해서 연습실 회원들과 함께 밀양으로 나들이 삼아 나섰다.‘해천구’라 해서 구(區) 이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밀양강으로 흘러가는 해천구라는 도랑 위에 꾸며진 상설무대였다. 일반적으로 상설공연무대는 한적한 공원이나 문화공간 안에 설치되어 있는데 반해 해천구 상설무대는 주택가가 위치한 도랑 위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주민들에게 소음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주민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지원과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기에 상설무대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색소폰 동호회 행사 시 소음 관련 민원이 제일 난감한데 주택가 한복판 도랑 위에 설치된 상설무대라니!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무대가 아닐까 싶다. 해천구에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분수도 설치되어 있고, 하천 수질을 정화하는 식물도 심어놓았다. 이날은 계절 탓에 분수 쇼는 볼 수 없었지만 대신 화려한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았다.밀양 전통시장을 가로질러 해천구에 다다르니 리허설 중인지 간간이 색소폰 선율이 들려왔다. 공연을 기다리는 사이에는 주최 측에서 나눠주는 식권을 받아서 식당으로 찾아갔다. 이미 행사 진행요원과 외부 손님들로 인해 벅적거렸다. 식당 안에서부터 행사 열기가 시작되는 듯했다. 주택가에서 울려퍼진 색소폰 연주우리나라 색소폰 행사 진행자로 단연 으뜸인 색소포니스트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이 사회를 맡아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이날 아쉽게도 명품 연주를 들려주진 못했지만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마치 개그콘서트에 온 것마냥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주셨다. 함께 공연을 보러 간 동호회 회원 중에 유방암 환자분이 계셨는데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것도 잠시 잊고 웃음꽃을 피웠다. 두 시간여 진행된 음악회 내내 색소폰의 선율에 행복해 하고,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의 재치 있는 멘트에 웃음으로 소통하면서 힐링타임을 누렸다.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차에 같이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은 색소폰 행사 진행자로서 독보적인 존재이자 재치 있는 입담과 겸허한 품성으로 많은 색소폰연주자와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메이커다. 봉사단의 특별회원으로서 진행을 맡아주시는 것만 봐도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된다.행사 1부에서는 회원들의 솔로 연주가 있었다. 그동안의 연습을 짐작케 할 만한 연주였고,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2부에서는 앙상블 연주와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가 있었다. 이날 역시 절도 있는 동작과 함께 명품 연주를 하신 신현길 프로, 현란한 스케일로 연주의 품격을 높이는 김성하 프로, 대곡을 파워풀하고 호소력 있게 연주하신 이현식 프로, 그리고 사모님이신 음파 김실장의 수준 높은 가창력으로 무인도와 색소폰의 세션 연주는 가히 일품이었다. 송진경 프로의 연주는 이날 처음 들었는데 ‘역시나,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수준 높은 연주였다.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남상일 프로의 연주였다. 빗질 하지 않은 듯한 머리와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와이셔츠에 빛바랜 청바지, 다소 엉거주춤한 꾸밈없는 겉모습이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감이 든다. 하지만 색소폰만 잡아들면 야수 같이 변해 신들린 듯한 연주로 영혼을 뒤흔든다. 이날 역시 온몸으로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관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열광의 환호성이 터져나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수준 높은 동호회 문화를 이끌어가는 밀양색소폰봉사단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지방도시 단위의 색소폰 동호회 치고 밀양색소폰봉사단만큼 알차고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동호회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연주회를 하면서 팸플릿을 제작하고 외부 손님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많은 프로 연주자를 초청해 연주회를 꾸린 단장의 리더십과 봉사단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밀양색소폰봉사단은 평소에도 부산은 물론이고 대구, 서울, 창원 등 전국 어디라도 프로들의 색소폰 연주회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열의를 가진 곳이다. 매년 봄과 가을에 1회씩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다. 거기에 프로 연주자를 초청하여 회원들의 연주 수준 향상을 위해서 워크숍을 실시한다. 매월 1회 이상은 찾아가는 음악봉사로 수용시설, 요양시설 등을 찾아가는 등 각종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봉사회라는 이름에 알맞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색소폰봉사단이 되어서색소폰 경력 2년 이상이면 누구나 입단 신청이 가능하다. 운영위원회를 거쳐 입단을 하면 입회비 10만 원(연회비 24만 원)을 내게 되는데 매주 봉사단 연습실에서 단체연습과 수업을 받게 된다. 평소에도 단원들은 학원이나 개인 연습실, 동호회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기도 한다. 또 6명의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진해에 있는 체리블라썸 앙상블에서 수업을 한다. 내년에 있을 전국 합주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열심히 기량을 닦고 있다.밀양색소폰봉사단은 26명의 단원과 8명의 특별회원이 있다. 이 특별회원은 김성하.김정음.남상일.박태박.손혜식.송진경.오석근.윤정현(가나다 순) 프로들로, 해마다 1~2회 이상 초청 특강을 해준다. 그리고 특강 영상을 촬영해서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과 색소폰 동호인들이 볼 수 있게 유튜브에 올려놓는다.단원들 대부분이 낮에는 일터에서 본업에 충실하다가 저녁에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취미생활뿐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 최종운 / 정리. 김설경 기자 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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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2-01
  • 도심에서 울려퍼지는 깊은 색소폰 소리, 밀양색소폰봉사단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밀양으로 들어서는 길목 어귀마다 익숙한 아리랑 가락이 들리는 듯, 환청인가 싶다. 절로 어깨가 들썩이는 밀양아리랑의 흥은 세월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다. 아리랑 가락에 젖어온 지 수백 년. 그 뿌리 깊은 풍류의 전통을 이어, 지금 새로운 가락과 악기로 또 다른 흥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밀양색소폰봉사단’이 바로 그 분들이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색소폰베이비부머 세대인 중장년 사이에서 색소폰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일궈낸 주역들이다. 젊은 시절에는 먹고살기 위해 일에 쫓겨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나 내면을 성찰할 기회도 없었다. 이제는 경제적 안정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가활동에 적극적이다.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배우고 즐기는 게 색소폰이다. 색소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채 20년도 되지 않았다. 한 세대 이전만 하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고가의 악기였다. 하지만 중국과 대만에서 생산한 보급형 악기 덕분에, 중년들이 색소폰의 매력에 쉽게 빠지게 되었고 대중들과 친숙한 악기가 되었다. 매력을 하나 더 꼽자면 색소폰은 배우기 쉽다. 초보자도 6개월 정도 배우면 웬만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 중년들의 문화적 욕구, 자아성취욕을 도와줄 도구로 색소폰만 한 악기가 또 있을까 싶다.한적한 농촌도시인 밀양의 면소재지에도 이런 색소폰의 매력에 흠뻑 빠져 풍류와 더불어 봉사정신을 발휘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색소폰 동호회가 있다. 밀양의 풍류객들밀양,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밀양아리랑일 게다. 영남루에 얽힌 아랑전설, 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는 곳으로 나오는 얼음골도 있다. 동쪽으로는 울산광역시·양산시, 서쪽으로는 창녕군, 남쪽으로는 낙동강을 경계로 김해시·창원시, 북쪽으로는 경상북도 청도군과 접하고 있다.밀양색소폰봉사단(단장 김장희)은 창단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동호회 중 하나다. 밀양시 산외면 산외로425에 연습실을 두고 열심히 기량을 닦고 있다. 모든 회원들이 창단의 주역이지만 손건상 초대단장의 노고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주 활동지인 경남, 부산은 물론이고 전국 각지의 색소폰 행사와 세미나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 열정을 소유하고 있는 분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어울리는 색소폰 공연가을이 깊어갈 무렵에는 알록달록 오색단풍이 산야를 물들인다. 산속, 공원, 시골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는 각종 음악회 가운데 정확한 통계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색소폰 음악회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마도 절반은 되리라 짐작된다. 올해는 10월 22일 경남 밀양시 해천구 상설무대 분수공원에서 ‘제3회 밀양시민과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색소폰 동호회가 이렇게 알차고 규모 있는 음악회를 진행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에는 필자 혼자만이 아니라 눈과 귀를 호강시키기 위해서 연습실 회원들과 함께 밀양으로 나들이 삼아 나섰다.‘해천구’라 해서 구(區) 이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밀양강으로 흘러가는 해천구라는 도랑 위에 꾸며진 상설무대였다. 일반적으로 상설공연무대는 한적한 공원이나 문화공간 안에 설치되어 있는데 반해 해천구 상설무대는 주택가가 위치한 도랑 위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다소 의아했다. 주민들에게 소음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주민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행정지원과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었기에 상설무대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색소폰 동호회 행사 시 소음 관련 민원이 제일 난감한데 주택가 한복판 도랑 위에 설치된 상설무대라니!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무대가 아닐까 싶다. 해천구에는 생태하천 복원사업으로 분수도 설치되어 있고, 하천 수질을 정화하는 식물도 심어놓았다. 이날은 계절 탓에 분수 쇼는 볼 수 없었지만 대신 화려한 조명이 밤하늘을 수놓았다.밀양 전통시장을 가로질러 해천구에 다다르니 리허설 중인지 간간이 색소폰 선율이 들려왔다. 공연을 기다리는 사이에는 주최 측에서 나눠주는 식권을 받아서 식당으로 찾아갔다. 이미 행사 진행요원과 외부 손님들로 인해 벅적거렸다. 식당 안에서부터 행사 열기가 시작되는 듯했다. 주택가에서 울려퍼진 색소폰 연주우리나라 색소폰 행사 진행자로 단연 으뜸인 색소포니스트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이 사회를 맡아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 이날 아쉽게도 명품 연주를 들려주진 못했지만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마치 개그콘서트에 온 것마냥 웃음이 끊이지 않게 해주셨다. 함께 공연을 보러 간 동호회 회원 중에 유방암 환자분이 계셨는데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것도 잠시 잊고 웃음꽃을 피웠다. 두 시간여 진행된 음악회 내내 색소폰의 선율에 행복해 하고, 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의 재치 있는 멘트에 웃음으로 소통하면서 힐링타임을 누렸다.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차에 같이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황금나팔 윤정현 선생은 색소폰 행사 진행자로서 독보적인 존재이자 재치 있는 입담과 겸허한 품성으로 많은 색소폰연주자와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해피메이커다. 봉사단의 특별회원으로서 진행을 맡아주시는 것만 봐도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된다.행사 1부에서는 회원들의 솔로 연주가 있었다. 그동안의 연습을 짐작케 할 만한 연주였고,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간이었다.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2부에서는 앙상블 연주와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가 있었다. 이날 역시 절도 있는 동작과 함께 명품 연주를 하신 신현길 프로, 현란한 스케일로 연주의 품격을 높이는 김성하 프로, 대곡을 파워풀하고 호소력 있게 연주하신 이현식 프로, 그리고 사모님이신 음파 김실장의 수준 높은 가창력으로 무인도와 색소폰의 세션 연주는 가히 일품이었다. 송진경 프로의 연주는 이날 처음 들었는데 ‘역시나, 프로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수준 높은 연주였다.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남상일 프로의 연주였다. 빗질 하지 않은 듯한 머리와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와이셔츠에 빛바랜 청바지, 다소 엉거주춤한 꾸밈없는 겉모습이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감이 든다. 하지만 색소폰만 잡아들면 야수 같이 변해 신들린 듯한 연주로 영혼을 뒤흔든다. 이날 역시 온몸으로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관객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열광의 환호성이 터져나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수준 높은 동호회 문화를 이끌어가는 밀양색소폰봉사단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지방도시 단위의 색소폰 동호회 치고 밀양색소폰봉사단만큼 알차고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동호회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연주회를 하면서 팸플릿을 제작하고 외부 손님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또 많은 프로 연주자를 초청해 연주회를 꾸린 단장의 리더십과 봉사단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밀양색소폰봉사단은 평소에도 부산은 물론이고 대구, 서울, 창원 등 전국 어디라도 프로들의 색소폰 연주회는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열의를 가진 곳이다. 매년 봄과 가을에 1회씩 정기 연주회를 열고 있다. 거기에 프로 연주자를 초청하여 회원들의 연주 수준 향상을 위해서 워크숍을 실시한다. 매월 1회 이상은 찾아가는 음악봉사로 수용시설, 요양시설 등을 찾아가는 등 각종 행사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봉사회라는 이름에 알맞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밀양색소폰봉사단이 되어서색소폰 경력 2년 이상이면 누구나 입단 신청이 가능하다. 운영위원회를 거쳐 입단을 하면 입회비 10만 원(연회비 24만 원)을 내게 되는데 매주 봉사단 연습실에서 단체연습과 수업을 받게 된다. 평소에도 단원들은 학원이나 개인 연습실, 동호회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기도 한다. 또 6명의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이면 진해에 있는 체리블라썸 앙상블에서 수업을 한다. 내년에 있을 전국 합주경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열심히 기량을 닦고 있다.밀양색소폰봉사단은 26명의 단원과 8명의 특별회원이 있다. 이 특별회원은 김성하.김정음.남상일.박태박.손혜식.송진경.오석근.윤정현(가나다 순) 프로들로, 해마다 1~2회 이상 초청 특강을 해준다. 그리고 특강 영상을 촬영해서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과 색소폰 동호인들이 볼 수 있게 유튜브에 올려놓는다.단원들 대부분이 낮에는 일터에서 본업에 충실하다가 저녁에 연주 연습을 하고 있다. 취미생활뿐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단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글. 최종운 / 정리. 김설경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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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2-01
  • 트로트와 함께 하는 색소폰 연주 – 덕수궁 돌담길
    이번 12월호에는 프리원 뮤직 ‘강승용 명품 무드 색소폰’ Trot편 12번째 곡인 ‘덕수궁 돌담길’의 알토 색소폰 연주를 설명합니다. 악보는 음반 레코딩 당시 사용한 것이며 잘 익히고 응용하시어 즐거운 연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즈(악구절)에 치중해 연주를 한 대표적인 곡 (1) 2번째 소절, 6번째 소절, 10번째 소절은 첫째 박자를 정박에 연주하지 않고 16분음표 늦게 연주하였으며, 11번째 소절의 3번째 박자도 마찬가지로 16분음표 늦게 연주하였습니다. 가사를 보시면 왜 그렇게 연주하였는지 아시겠죠! (2) 15번째 소절의 연주에 대하여 설명하겠습니다. 셋째 박자 C#에서 넷째 박자의 A#까지 연결하여 감정 표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 부분은 주법으로는 Fall이나 Drop으로 말해야겠지요. 물론 핑거링의 테크닉에 암부슈어의 테크닉이 합쳐진 기술입니다. 따로 사사한 것은 아니고 혼자 터득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뭐라 부를지 이름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이 기술은 곡의 분위기 따라 이따금 사용하곤 합니다. (3) 장식음(꾸밈음)을 설명하겠습니다. 13번째 소절의 넷째 박자 A#에서 F# 사이에는 크로매틱(Chromatic, 반음)을 사용하여 부드러움을 주었고(A, G#, G), 15번째 소절 첫째 박자 A#은 2절에 A음을 장식음으로 하였습니다. 17번째 소절 넷째 박자 D# 앞에 D음을 장식음으로 사용하였고, 2절엔 첫째 박자 G# 앞에 G#, A# 음을 장식음으로 사용하였습니다. (4) 13번째 소절 첫째 박자 C#음은 그라울 톤(Growl tone)으로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지금까지 ‘덕수궁 돌담길’의 연주 기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 곡은 약 10년 전에 오아시스 레이블로 출간된 ‘강승용의 가요 색소폰’에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비교해 들으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월간색소폰)강승용 KSA대한민국색소폰연주자협회 명예회장=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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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2-01
  • 애드립을 위한 화성학 및 기초 통론 - '4화음 코드를 가요 전주부분으로 연습하는 법'
    11월호의 화성학 이론은 ‘애드립을 위한 화성학 기초통론’의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4화음 코드와 그 연습 방법을 알아본 지난 호에 이어서, 이번에는 4화음 코드를 가요 전주부분으로 연습하는 법을 배우고 간단한 멜로디 애드립을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설명을 위해 노사연의 ‘만남’과 김수희의 ‘애모’를 예제로 들겠습니다. ‘만남’의 전주 부분 8마디의 코드를 살펴봅시다. C key에서 만들 수 있는 코드 중 3개만으로 전주가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Cmaj7(도-미-솔-시), Fmaj7(파-라-도-미), G7(솔-시-레-파). 이 코드를 이용해서 멜로디를 만드는 방법은, 코드가 바뀔 때 마지막 연주한 음에서 가까운 다음 코드톤으로 연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을 보면 Cmaj7 뒤에 Fmaj7이 나옵니다. Cmaj7 마디는 솔과 미로 연주를 하였고, 마지막 코드톤은 솔입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코드는 Fmaj7으로 구성음은 ‘파-라-도-미’입니다. 그 중 Cmaj7에서 마지막으로 연주한 음인 ‘솔’과 근접한 Fmaj7의 코드톤은 ‘파’와 ‘라’가 됩니다. 위의 그림처럼 코드가 변할 때 근접한 음으로 연주하면 조금 더 부드러운 선율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에 위의 그림처럼 Cmaj7 뒤에 Fmaj7이 연결되어도, Fmaj7 구성음 중 ‘파’와 ‘라’를 선택하면 연주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마지막 연주음과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틀린 것은 아니지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코드톤으로 다른 곡을 연습할 때 이 점을 주의하여, 마디가 넘어가며 코드가 바뀔 때 근접한 음으로 선택하는 것을 연습해야 합니다. 마디가 넘어가며 코드가 변화할 때 최대한 근접한 음을 선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스케일을 이용한다면 좀 더 다양하고 화려하게 애드립을 할 수 있지만, 스케일 또한 코드를 보며 선택해야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코드를 보고 코드톤을 누르는 것이 익숙해져야 합니다. 다음은 김수희의 ‘애모’ 전주 10마디의 코드를 알아보겠습니다. '애모’는 앞에서 살펴 본 ‘만남’에 비해 다양한 코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만남’은 한 마디에 하나의 코드만 있지만 ‘애모’는 3개도 존재합니다. 또한 슬래쉬(/) 표시가 붙은 코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G7/B라고 적혀 있는 것은 G7코드에 B 베이스라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피아노에서 오른손은 G7(솔-시-레-파)을 눌러주고 왼손은 B(시)를 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애드립을 위해 코드를 살펴 볼 때에 당황하지 말고 주의해서 시도해봅시다. ‘애모’의 전주 부분 코드톤의 애드립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위 악보를 보면 원곡의 전주 멜로디보다 음이 많이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스케일이 아닌 코드톤만으로 애드립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예에서 첫마디 Cmaj7의 첫 음을 ‘도’로 시작하는 것 외에, 다른 코드톤인 ‘미’ 또는 ‘솔’로 바꾸어서 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번 11월 호에서 함께 살펴본 ‘만남’, ‘애모’뿐 아니라, 다른 곡들도 같은 방식으로 전주와 간주 부분의 코드를 보고 멜로디 애드립을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하시길 권합니다. 지금까지 4화음 코드로 멜로디 애드립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였습니다. 4화음 코드를 충분히 이해하고 응용하여 아름다운 연주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월간색소폰)신용욱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색소폰강좌 출강=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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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01
  • 다함께 연주하는 앙상블 색소폰 - ‘Moon River’
    이번 11월호에서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OST로 유명한 ‘Moon River’를 색소폰 앙상블로 편곡해 보았습니다. 제가 편곡한 ‘Moon River’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분위기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앞부분은 원곡과 같이 잔잔하고 유려하게 흘러가고 뒷부분은 경쾌하게 바뀝니다. 이번 호에서는 서정적인 앞부분을 다루고, 다음 12월 호에 리드리컬한 뒷부분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곡 연주시 유의점 [A]부분 - 곡의 도입부인 Intro 부분입니다. 처음에는 다 같이 작게 시작해서 크레센도를 통해 음량이 커지도록 연주하여 극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 Alto 1st의 멜로디를 방해하지 않도록 나머지 파트는 밸런스를 잘 맞추어 주세요. [B]부분 - 우리가 알고 있는 ‘Moon River’의 멜로디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A]부분과 마찬가지로 Alto 1st의 멜로디를 잘 들으면서 연주하시길 바랍니다. - 23마디부터는 강약기호인 mf(메조포르테), decrec.(데크레센도), mp(메조피아노) 등을 잘 살려서 음악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나가면 좋습니다. [C]부분 - 이 부분은 임시표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충분한 운지법 연습이 필요합니다. - 41마디 sf(스포르잔도)는 그 음을 특히 세게 내라는 기호입니다. 다함께 호흡을 맞추어 강조해주면 됩니다. (월간색소폰)김동현 뉴아더스 작곡가= suyeon@keri.or.kr
    • Lesson
    • 앙상블
    2016-11-01
  • 예술적 정열과 너른 포용력을 지닌 색소포니스트 이승동
    (월간색소폰)한주희 기자= 허공의 노란 은행잎 한 장 바람 따라 흔들리고 높게 치고 오르던 파란 하늘은 지평선 가까이 내려앉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낭만이 가득한 젊은 예술가의 도시 파리가 그리워진다. 에펠탑, 센강, 오르세 미술관, 물랭루즈, 그리고 거리를 가득 채운 음악. 음악은 국적도 인종도 차별하지 않고 품이 넓다는 걸 유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며 몸소 느꼈다. 어쩌면 가난한 마음이었기에 그의 색소폰 선율이 더욱 깊어졌으리라. 이제 세계적인 거장이 섰던 무대에서 연주하는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이승동. 예술적 정열과 너른 포용력으로, 한국을 너머 너른 세상에 색소폰 음색을 고루 선사하는 그를 가을의 끝자락에 만났다. 올해는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지 130년이 되는 해, 그에 맞춰 올 한 해 무척 바쁘게 지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 선정되어서,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다’ 라는 주제로 색소폰을 통한 프랑스와의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찬을 받아서 프랑스에서 세 번의 독주회를 했고요. 이제 11월에 프랑스 대사관, 문화원 등에서 지원을 받아서 일립소스(Ellipsos) 색소폰 콰르텟 팀이 우리나라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 공연은 고양시 어울림누리 극장,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대강당에서 두 번에 걸쳐 공연을 할 텐데요, 제가 이끌고 있는 아마추어 팀도 70여 분 정도 동참하여 합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공연이 의미가 있는 게 무대에서 연주하는 곡이 모두 순수한 한국 작곡가의 곡과 프랑스의 작곡가 곡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는 거죠. 한국 작곡가의 색소폰 곡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색소폰이라는 서양의 악기로 한국적인 음색을 표현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매년 여름에 대만에서 ‘타이페이 색소폰앙상블 초청캠프’가 열립니다. 이 캠프에 참여하면 세계적인 대가(大家)의 연주도 직접 들을 수 있는데요. 한 3-4년 전쯤 제가 초청을 받아서 연주를 했는데, 어느 연주자가 ‘한국 창작곡은 없느냐’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때 ‘한국 창작곡도 있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럼 왜 한국 작곡가의 곡은 연주를 안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여러 작곡가 선생님들께 곡을 받기도 하고, 다른 악기를 위해 쓰여진 곡을 색소폰을 위한 곡으로 편곡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태국, 프랑스, 대만, 일본을 다니면서 우리의 순수 창작곡으로만 구성된 ‘한국의 소리’ 독주회를 가졌죠. 약력이 화려하세요.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쭉 밟아오셨는데, 그 처음에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친구의 형이 색소폰을 했어요. 그래서 전혀 낯선 악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배워보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저런 악기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죠. 사실 전 늦게 시작했어요. 고등학교를 일반 인문계를 갔는데 동아리 활동으로 밴드부를 했거든요. 취미로 발을 들였는데 그게 인연이었던 거죠. 2학년 때 부모님께 색소폰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반대하시더라고요. 당시에는 집안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반대하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셨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이 쉬웠던 것도 같아요. 당시 색소폰 업계가 그야말로 불모지였다는 걸 모르셨으니까요. 다른 악기에 비해 색소폰은 대학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좁은 문을 통과해서 입학한 대학, 학창시절 이야기 들려주세요. 당시에는 색소폰 초창기여서 대부분 밴드부 출신이었어요. 예중이나 예고에 색소폰 전공은 없었고, 대학에서는 한 해에 1명만 선발했어요. 우리학교는 96학번부터 신입생을 선발해서 제가 98학번이니까 세 번째 입학생이었죠. 두 선배가 모두 학교를 거의 나오지 않아서 챙겨주는 선배도 없고, 같이 몰려다닐 동기도 없고, 그냥 혼자 다녔어요. 게다가 색소폰을 위한 연습방이 따로 없어서 목관악기방에서 했는데, 시끄럽다고 쫓겨난 적도 많아요. 사실 색소폰도 엄연한 목관악기인데 그랬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열심히 연습했더니 2학년 때는 관악합주와 협연하는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르셨어요. 프랑스 에브리 음악원(Evry), 말메종 음악원(Rueil-Malmaison)에서 전문연주자과정(Superieur)을, 이시레 몰리노 음악원(Issy Les Moulineaux)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Perfectionnement)을 졸업하셨어요, 그것도 1등으로! 대체 얼마나 노력하고 연습하신 건가요?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하루에 열 두 시간도 넘게 연습하곤 했죠. 유학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는 집에서 연습을 했는데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친구네 집에 가서 연습하고 또 안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하면서 연습에 매진했죠. 유학 시절 에피소드, 더 들려주세요.인터넷도 느리고 아무런 정보도 없었어요. 학교도 모르고 선생님도 모르고 시스템도 모르고, 처음에는 모든 학교를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선생님은 학교에 언제 오시냐 물어보고 시간 맞춰 찾아가서 레슨 해달라고 하고, 그냥 막무가내였죠. 언어도 안됐는데, 일단 가서 부딪혀보자 생각했어요. 프랑스 학교 입학시험이 9월인데 저는 한국에서 졸업식도 안 하고 1월에 가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불어는 어렵더라고요. 거기에서 4년을 살았는데 마지막 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말하는 게 편해졌어요. 정말 정신없이 살았어요. 2년은 집에서 지원을 해주셨는데 나머지 2년간은 제가 벌어서 생활 했거든요. 식당에서도 일하고 여행사 일도 하고 말 그대로 열심히 살았죠. 그래서 외로울 틈도 없었어요. 2008년 귀국 후 크고 작은 공연을 쉼없이 기획하고 준비해서 꾸준히 관객과 만나고 계신데, 끊임없이 샘솟는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요?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게 좋아요. 지금까지 몇 가지 제가 시도해봤던 게 있는데, 첫 번째가 귀국 독주회를 가진 거예요. 서울, 대구, 전주 등 세 개 도시를 순회했죠. 그리고 아돌프 삭스 국제 콩쿠르(Adolphe Sax International Competition)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콩쿠르인데, 그 경연곡으로만 두 번째 독주회를 채운 게 저의 두 번째 시도였어요. 세 번째는 바리톤 색소폰만으로 독주회를 했고, 네 번째는 타악기와 협연을 했고, 다섯 번째는 한국 작곡가 창작곡으로만 독주회를 했습니다. 이제 내년에는 오르간과의 협연으로만 해보려고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걸 해보는 게 재미있어요. 사실 색소폰은 현대 악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곡을 찾거나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으면 다른 악기들에 비해 소외되기 쉽거든요.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신기하게도 앨범이 없습니다. 녹음을 몇 번 해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앨범으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앨범을 내려면 일반 대중들이 듣기 좋은 곡을 엮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내년에 오르간과 함께 연주하려고 기획하고 있는 곡은 바로크 시대 음악처럼 대중들이 좋아하는 곡도 있으니까, 그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작품을 듣고 연주도 하셨을 텐데, 그 숱한 곡 중에 내 삶의 음악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곡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4년 8월 3일에 대만에서 연주하고 세계적인 대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연주했던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의 색소폰 콘체르토가 제 인생의 음악이 아닐까 합니다. 무대 뒤에서 마우스피스와 리드는 무엇을 쓰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죠.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콘체르토(Concerto) : 협주곡, 독주 악기와 관현악이 합주하면서 독주 악기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하도록 작곡한 소나타 형식의 악곡.현재 사용하고 있는 악기는 무엇인가요? 혹시 독특한 악기 관리법이 있으신가요?셀머의 컨셉트(Concept) 마우스피스, 리코의 리저브 3호(Reserve #3) 리드, 프랑스 JLV 리가처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악기 관리법은, 글쎄요, 사실 악기를 별로 아끼는 편이 못 되어서요. 관리는 악기사에서 하죠. 악기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악기에 몸을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악기 위주로 생각하면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엄지손가락 통증 등 여기저기 병이 생기기 쉽거든요. 몸이 중심이 되어서 일단 몸이 편안해야 해요. 그러려면 본인한테 맞는 걸 찾으셔야 해요. 사람마다 호흡이 제각기 다른데 누가 좋다고 하니까 일단 사고 보는 건 옳지 못해요. 본인한테 맞는 걸 찾는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불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평택대, 예원예대, 선화예고 등에 출강 하시는데,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게 있으실 것 같아요.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외국에서의 연주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정보 접근성도 좋아졌어요. 덩달아 학생들의 실력은 많이 향상됐어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점점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아요. 올해도 연세대, 숙명여대, 상명대 모두 색소폰 신입생을 받지 않거든요. 그러면 출강하던 강사는 일자리를 잃는 거고, 선발하는 학교 경쟁률은 어마어마하게 높아지죠. 그렇게 힘들게 대학 가고 유학 다녀와도 막상 한국 오면 할 일이 없어요. 색소폰은 정규직이 없거든요. 교수도 없고 오케스트라에서도 뽑지 않아요. 솔로나 앙상블로밖에 무대에 설 수 없거든요. 제자나 후배 중에도 실력은 출중(出衆)한데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런 게 제일 큰 문제라고 느끼죠. 그러면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가 관건인데 어린 친구들에게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돌파구를 하루 빨리 찾아야 할 거 같아요. 색소폰 붐이라고 할 만큼 아마추어 색소폰 인구는 늘고 있거든요. 반가운 일이죠. 그만큼 지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러면 클래식이든 재즈든 제대로 배운 연주자들이 아마추어 연주자를 교육하고 돕는 일에 힘을 쏟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게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존심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상황이 아마추어가 아마추어 레슨을 하거든요. 그게 왜 문제냐면 기교를 익히는 데만 몰두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주법도 안 잡혔는데 비브라토를 한다거나, 정통적인 것은 제쳐두고 테크닉만 익히는 거죠. 그래도 꾸준히 모여서 연습하고 앙상블로 무대에 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참 좋죠. 아마추어 연주자가 연습하기에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특정한 곡보다는 그냥 편안한 음악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기교에 집중하기 보다는 노래를 하는 음악이요. 테크닉만 몰두하면 일반 사람들은 듣기 거북하다고 느끼고 소음으로 여기기 쉽거든요. 뽐내려고 하지 말고 듣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야 더욱 활성화되고 수준도 높아질 테니까요. 그리고 같이 모여서 앙상블을 이루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색소폰이 여럿 모이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나서 충분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거든요. 현재 노바 색소폰 앙상블(Nova Saxophone Ensemble)의 단장으로 계십니다.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시죠. 음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색소포니스트들이 모인 앙상블 팀이에요. 현재 8명이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레파토리로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연습하고 격려하고 공연도 하고, 무엇보다 아마추어 분들과 매주 만나서 파트별로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기념 공연에도 이렇게 연습하신 아마추어 분들이 무대에 서시고요.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을 만들기도 했어요. 올 6월에 아르떼홀에서 가족 클래식 음악극 ‘무민의 특별한 보물’ 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 있어요. 앞으로도 더욱 많은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주세요. 계획은, 예정된 행사들 잘 마무리 하는 것! 그리고 올해 12월에 대만에서 ‘제1회 아시안 색소폰 콩글레스(Congress)’가 열립니다. 그때 콩쿠르도 있는데 2차 예선 곡이 모두 아시아 곡인데도 그 중에 한국 작곡가 곡은 없습니다. 이번에 대만에 가서 다음 행사 때는 한국 작곡가 곡을 넣어달라고 요구하려고 합니다.색소폰을 사랑하는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색소폰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직 한국에서는 ‘아돌프 삭스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친구가 없는데, 곧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하나 더, 클래식이든 재즈든 경음악이든 장르를 불문하고 잘 융합이 되면 좋겠어요. 프로든 아마추어든 어떤 장르를 선호하든 상관없이, 색소폰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서 콩글레스를 열어봤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기대하며 늘 응원하겠습니다. 글. 한주희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11-01
  • 예술적 정열과 너른 포용력을 지닌 색소포니스트 이승동
    (월간색소폰)한주희 기자= 허공의 노란 은행잎 한 장 바람 따라 흔들리고 높게 치고 오르던 파란 하늘은 지평선 가까이 내려앉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낭만이 가득한 젊은 예술가의 도시 파리가 그리워진다. 에펠탑, 센강, 오르세 미술관, 물랭루즈, 그리고 거리를 가득 채운 음악. 음악은 국적도 인종도 차별하지 않고 품이 넓다는 걸 유학생 신분으로 살아가며 몸소 느꼈다. 어쩌면 가난한 마음이었기에 그의 색소폰 선율이 더욱 깊어졌으리라. 이제 세계적인 거장이 섰던 무대에서 연주하는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이승동. 예술적 정열과 너른 포용력으로, 한국을 너머 너른 세상에 색소폰 음색을 고루 선사하는 그를 가을의 끝자락에 만났다. 올해는 우리나라와 프랑스가 정식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지 130년이 되는 해, 그에 맞춰 올 한 해 무척 바쁘게 지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업에 선정되어서,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다’ 라는 주제로 색소폰을 통한 프랑스와의 문화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찬을 받아서 프랑스에서 세 번의 독주회를 했고요. 이제 11월에 프랑스 대사관, 문화원 등에서 지원을 받아서 일립소스(Ellipsos) 색소폰 콰르텟 팀이 우리나라에서 연주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이 공연은 고양시 어울림누리 극장,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대강당에서 두 번에 걸쳐 공연을 할 텐데요, 제가 이끌고 있는 아마추어 팀도 70여 분 정도 동참하여 합주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공연이 의미가 있는 게 무대에서 연주하는 곡이 모두 순수한 한국 작곡가의 곡과 프랑스의 작곡가 곡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한국과 프랑스를 노래하는 거죠. 한국 작곡가의 색소폰 곡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계십니다. 색소폰이라는 서양의 악기로 한국적인 음색을 표현하는 일에 열정을 쏟고 계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매년 여름에 대만에서 ‘타이페이 색소폰앙상블 초청캠프’가 열립니다. 이 캠프에 참여하면 세계적인 대가(大家)의 연주도 직접 들을 수 있는데요. 한 3-4년 전쯤 제가 초청을 받아서 연주를 했는데, 어느 연주자가 ‘한국 창작곡은 없느냐’는 질문을 하더라고요. 그때 ‘한국 창작곡도 있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럼 왜 한국 작곡가의 곡은 연주를 안 하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여러 작곡가 선생님들께 곡을 받기도 하고, 다른 악기를 위해 쓰여진 곡을 색소폰을 위한 곡으로 편곡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태국, 프랑스, 대만, 일본을 다니면서 우리의 순수 창작곡으로만 구성된 ‘한국의 소리’ 독주회를 가졌죠. 약력이 화려하세요.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쭉 밟아오셨는데, 그 처음에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친구의 형이 색소폰을 했어요. 그래서 전혀 낯선 악기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배워보고 싶다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저런 악기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죠. 사실 전 늦게 시작했어요. 고등학교를 일반 인문계를 갔는데 동아리 활동으로 밴드부를 했거든요. 취미로 발을 들였는데 그게 인연이었던 거죠. 2학년 때 부모님께 색소폰으로 대학을 가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반대하시더라고요. 당시에는 집안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반대하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셨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이 쉬웠던 것도 같아요. 당시 색소폰 업계가 그야말로 불모지였다는 걸 모르셨으니까요. 다른 악기에 비해 색소폰은 대학에서 선발하는 인원이 극히 적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좁은 문을 통과해서 입학한 대학, 학창시절 이야기 들려주세요. 당시에는 색소폰 초창기여서 대부분 밴드부 출신이었어요. 예중이나 예고에 색소폰 전공은 없었고, 대학에서는 한 해에 1명만 선발했어요. 우리학교는 96학번부터 신입생을 선발해서 제가 98학번이니까 세 번째 입학생이었죠. 두 선배가 모두 학교를 거의 나오지 않아서 챙겨주는 선배도 없고, 같이 몰려다닐 동기도 없고, 그냥 혼자 다녔어요. 게다가 색소폰을 위한 연습방이 따로 없어서 목관악기방에서 했는데, 시끄럽다고 쫓겨난 적도 많아요. 사실 색소폰도 엄연한 목관악기인데 그랬어요. 그래도 꿋꿋하게 열심히 연습했더니 2학년 때는 관악합주와 협연하는 기회도 생기더라고요. 대학을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길에 오르셨어요. 프랑스 에브리 음악원(Evry), 말메종 음악원(Rueil-Malmaison)에서 전문연주자과정(Superieur)을, 이시레 몰리노 음악원(Issy Les Moulineaux)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Perfectionnement)을 졸업하셨어요, 그것도 1등으로! 대체 얼마나 노력하고 연습하신 건가요?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하루에 열 두 시간도 넘게 연습하곤 했죠. 유학 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때는 집에서 연습을 했는데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친구네 집에 가서 연습하고 또 안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고 하면서 연습에 매진했죠. 유학 시절 에피소드, 더 들려주세요.인터넷도 느리고 아무런 정보도 없었어요. 학교도 모르고 선생님도 모르고 시스템도 모르고, 처음에는 모든 학교를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선생님은 학교에 언제 오시냐 물어보고 시간 맞춰 찾아가서 레슨 해달라고 하고, 그냥 막무가내였죠. 언어도 안됐는데, 일단 가서 부딪혀보자 생각했어요. 프랑스 학교 입학시험이 9월인데 저는 한국에서 졸업식도 안 하고 1월에 가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불어는 어렵더라고요. 거기에서 4년을 살았는데 마지막 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말하는 게 편해졌어요. 정말 정신없이 살았어요. 2년은 집에서 지원을 해주셨는데 나머지 2년간은 제가 벌어서 생활 했거든요. 식당에서도 일하고 여행사 일도 하고 말 그대로 열심히 살았죠. 그래서 외로울 틈도 없었어요. 2008년 귀국 후 크고 작은 공연을 쉼없이 기획하고 준비해서 꾸준히 관객과 만나고 계신데, 끊임없이 샘솟는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요?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게 좋아요. 지금까지 몇 가지 제가 시도해봤던 게 있는데, 첫 번째가 귀국 독주회를 가진 거예요. 서울, 대구, 전주 등 세 개 도시를 순회했죠. 그리고 아돌프 삭스 국제 콩쿠르(Adolphe Sax International Competition)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콩쿠르인데, 그 경연곡으로만 두 번째 독주회를 채운 게 저의 두 번째 시도였어요. 세 번째는 바리톤 색소폰만으로 독주회를 했고, 네 번째는 타악기와 협연을 했고, 다섯 번째는 한국 작곡가 창작곡으로만 독주회를 했습니다. 이제 내년에는 오르간과의 협연으로만 해보려고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걸 해보는 게 재미있어요. 사실 색소폰은 현대 악기이기 때문에 새로운 곡을 찾거나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으면 다른 악기들에 비해 소외되기 쉽거든요.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신기하게도 앨범이 없습니다. 녹음을 몇 번 해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앨범으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완벽주의자는 아니에요. 앨범을 내려면 일반 대중들이 듣기 좋은 곡을 엮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내년에 오르간과 함께 연주하려고 기획하고 있는 곡은 바로크 시대 음악처럼 대중들이 좋아하는 곡도 있으니까, 그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작품을 듣고 연주도 하셨을 텐데, 그 숱한 곡 중에 내 삶의 음악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곡을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4년 8월 3일에 대만에서 연주하고 세계적인 대가들의 극찬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연주했던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Alexander Glazunov)의 색소폰 콘체르토가 제 인생의 음악이 아닐까 합니다. 무대 뒤에서 마우스피스와 리드는 무엇을 쓰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죠.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콘체르토(Concerto) : 협주곡, 독주 악기와 관현악이 합주하면서 독주 악기의 기교를 충분히 발휘하도록 작곡한 소나타 형식의 악곡.현재 사용하고 있는 악기는 무엇인가요? 혹시 독특한 악기 관리법이 있으신가요?셀머의 컨셉트(Concept) 마우스피스, 리코의 리저브 3호(Reserve #3) 리드, 프랑스 JLV 리가처 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악기 관리법은, 글쎄요, 사실 악기를 별로 아끼는 편이 못 되어서요. 관리는 악기사에서 하죠. 악기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악기에 몸을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악기 위주로 생각하면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엄지손가락 통증 등 여기저기 병이 생기기 쉽거든요. 몸이 중심이 되어서 일단 몸이 편안해야 해요. 그러려면 본인한테 맞는 걸 찾으셔야 해요. 사람마다 호흡이 제각기 다른데 누가 좋다고 하니까 일단 사고 보는 건 옳지 못해요. 본인한테 맞는 걸 찾는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불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계십니다. 평택대, 예원예대, 선화예고 등에 출강 하시는데,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게 있으실 것 같아요.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외국에서의 연주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정보 접근성도 좋아졌어요. 덩달아 학생들의 실력은 많이 향상됐어요. 그런데 대학에서는 점점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아요. 올해도 연세대, 숙명여대, 상명대 모두 색소폰 신입생을 받지 않거든요. 그러면 출강하던 강사는 일자리를 잃는 거고, 선발하는 학교 경쟁률은 어마어마하게 높아지죠. 그렇게 힘들게 대학 가고 유학 다녀와도 막상 한국 오면 할 일이 없어요. 색소폰은 정규직이 없거든요. 교수도 없고 오케스트라에서도 뽑지 않아요. 솔로나 앙상블로밖에 무대에 설 수 없거든요. 제자나 후배 중에도 실력은 출중(出衆)한데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런 게 제일 큰 문제라고 느끼죠. 그러면 이 난관을 어떻게 뚫고 나가느냐가 관건인데 어린 친구들에게 길을 제시할 수 있도록 새로운 돌파구를 하루 빨리 찾아야 할 거 같아요. 색소폰 붐이라고 할 만큼 아마추어 색소폰 인구는 늘고 있거든요. 반가운 일이죠. 그만큼 지대를 넓히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러면 클래식이든 재즈든 제대로 배운 연주자들이 아마추어 연주자를 교육하고 돕는 일에 힘을 쏟으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그게 몇몇 분들을 제외하면 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존심 때문이죠. 그래서 지금 상황이 아마추어가 아마추어 레슨을 하거든요. 그게 왜 문제냐면 기교를 익히는 데만 몰두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주법도 안 잡혔는데 비브라토를 한다거나, 정통적인 것은 제쳐두고 테크닉만 익히는 거죠. 그래도 꾸준히 모여서 연습하고 앙상블로 무대에 서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참 좋죠. 아마추어 연주자가 연습하기에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특정한 곡보다는 그냥 편안한 음악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기교에 집중하기 보다는 노래를 하는 음악이요. 테크닉만 몰두하면 일반 사람들은 듣기 거북하다고 느끼고 소음으로 여기기 쉽거든요. 뽐내려고 하지 말고 듣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래야 더욱 활성화되고 수준도 높아질 테니까요. 그리고 같이 모여서 앙상블을 이루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색소폰이 여럿 모이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나서 충분히 독특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탄생시킬 수 있거든요. 현재 노바 색소폰 앙상블(Nova Saxophone Ensemble)의 단장으로 계십니다.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시죠. 음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색소포니스트들이 모인 앙상블 팀이에요. 현재 8명이 활동하고 있고 다양한 레파토리로 관객과 만나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연습하고 격려하고 공연도 하고, 무엇보다 아마추어 분들과 매주 만나서 파트별로 레슨을 하고 있습니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기념 공연에도 이렇게 연습하신 아마추어 분들이 무대에 서시고요.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을 만들기도 했어요. 올 6월에 아르떼홀에서 가족 클래식 음악극 ‘무민의 특별한 보물’ 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돼 있어요. 앞으로도 더욱 많은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주세요. 계획은, 예정된 행사들 잘 마무리 하는 것! 그리고 올해 12월에 대만에서 ‘제1회 아시안 색소폰 콩글레스(Congress)’가 열립니다. 그때 콩쿠르도 있는데 2차 예선 곡이 모두 아시아 곡인데도 그 중에 한국 작곡가 곡은 없습니다. 이번에 대만에 가서 다음 행사 때는 한국 작곡가 곡을 넣어달라고 요구하려고 합니다.색소폰을 사랑하는 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죠. 색소폰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직 한국에서는 ‘아돌프 삭스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한 친구가 없는데, 곧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습니다!’하나 더, 클래식이든 재즈든 경음악이든 장르를 불문하고 잘 융합이 되면 좋겠어요. 프로든 아마추어든 어떤 장르를 선호하든 상관없이, 색소폰 연주자들이 한데 모여서 콩글레스를 열어봤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기대하며 늘 응원하겠습니다. 글. 한주희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11-01
  • 사랑을 담아 행복을 전하는 공동체, 뮤직큐음악스튜디오
    찬바람에 꼿꼿하게 세운 옷깃만큼이나 타인의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세상. 낯선 이들은 서로 미소를 나누지 않고 초록을 버린 가을 이파리에도 무감동한 요즘, 좀처럼 보기 드문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음악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계산도 없이 아무런 욕심도 없이 이웃의 삶을 따사롭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서로서로 같은 마음으로 몸소 사랑을 채굴하는 광부가 되어 나눔의 불씨를 지피고 행복의 음악을 연주하는 ‘뮤직큐음악스튜디오’ 동호인들. 그들의 음악이 좀 더 넓은 세상에 울리기를 소망해본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다방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의 배고픔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음악다방은 음악, 미술, 문학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숱한 청춘들의 사랑방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저마다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꿈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서 이제 담배 연기 자욱한 음악다방은 사라졌다. 하지만 분당 뮤직큐음악스튜디오가 ‘다방’ 대신 ‘카페’라는 이름표를 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삶의 피로를 한 큐에 날려버리는 뮤직 큐~!한동안 찬바람이 쌩 하더니 모처럼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토요일 오후, 분당 야탑동의 맛고을 길 한 켠에 자리한 뮤직큐음악스튜디오를 찾았다. 지하에 있지만 맑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쾌적한 그 곳에는 색소폰을 좋아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가을의 정취를 연주하고 있었다. 24시간 언제나 열려있는 10개의 개인연습실과 레슨실, 합주실, 락커룸뿐만 아니라 널찍한 식당을 끼고 있는 약 25평 규모의 음악카페가 그 곳의 자랑이다. 카페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소소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화려한 조명을 갖춘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2014년 3월에 모임을 시작해 이제 25명의 동호인이 함께 하는, 아직은 작은 뮤직큐이지만 시설과 환경만큼은 삶의 피로를 한 큐에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실제로 한 회원은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이곳만 오면 무슨 조화인지 말끔히 사라진다며, 뮤직큐는 피로회복제 같은 곳이라고 자랑스레 얘기했다. 1년에 두 번, 손꼽아 기다리는 율동공원 정기연주회지난 9월 24일 토요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뮤직큐음악스튜디오의 색소폰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정기 공연이었다. 동장군을 물리친 햇살이 귀밑머리를 간질이는 봄과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가을, 이렇게 1년에 두 번 뮤직큐는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특히 가족이 많이 찾는 주말, 그동안 갈고 닦은 색소폰 솜씨를 뽐내며 그들은 하나같이 너무도 신나고 행복하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온몸으로 행복을 발산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원을 찾은 사람들 가슴에도 색소폰의 긴 여운이 일렁인다. 인생의 황혼기 외로운 마음을 위로하는 요양원 공연뮤직큐 동호회원들이 특별히 애착을 갖고 정성을 쏟는 행사는 오크힐스 요양원 공연이다. 50대 초반부터 여든을 넘긴 회원까지, 치열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인생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뮤직큐 동호인들. 이들은 삶의 마지막 장을 흐릿한 정신으로 채워가는 요양원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매달 마지막 금요일이면 음식을 바리바리 준비해서 경기도 광주로 향한다. 봉사를 시작한 초에는 어르신들이 곁을 내주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1년이 넘도록 꾸준히 보여준 진심에 그분들도 마음을 열었다. 요즘에는 뜻을 같이 하는 방송댄스팀과 밸리댄스팀의 음향도 담당하여, 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졌다. 어르신들과 노래도 하고 덩실덩실 어깨춤도 추고 나면 오히려 그분들께 위로 받은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김정호 대표, 그 말간 표정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상처받고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유오디아 소모임그리스어로 ‘향기’를 뜻하는 유오디아(euodia)는 좋게하다의 ‘유(eu)’와 냄새를 풍기다의 ‘오조(ozo)’가 합해진 단어다. 뮤직큐음악스튜디오에는 이름처럼 좋은 향기를 풍기는 유오디아 퀸텟이 있다. 이 모임에 속한 구성원들은 개신교를 구심점으로 모여서, 그릇된 신앙과 교리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1년에 4회 정도 비정기적인 위로 공연을 갖고 있다. 같은 신앙으로 만들어진 퀸텟이기 때문에 멀리 속초에서도 매번 연습을 위해 분당까지 달려온다. 게다가 여기에 속한 다섯 명은 모두 연주 경력이 8년에서 12년에까지 이르는 베테랑이기 때문에 음악적 성취도 높다. 무대를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주인공, 향상 음악회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만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이제 막 색소폰에 입문하여 실력이 열정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고 조바심이 날까? 그렇다 해서 아직 미숙한 솜씨를 대외적인 자리에서 선보이며 열의만 봐달라 양해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마련했다, 이름하여 향상 음악회.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열리는 향상 음악회는 무대를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앙코르 꽤나 받아본 전문가도 좋고 이제 막 힘겹게 곡 하나를 완성한 신출내기도 좋다. 뮤직큐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도 좋고 지나던 길에 음악소리에 이끌려 처음 방문한 낯선 이도 좋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풍성하게 마련된 음식을 나누며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향상 음악회가 있어서 뮤직큐는 더욱 흥겹다. 함께 해서 더 좋은 일취월장(日就月將) 앙상블사람은 다른 이들과 한데 어우러져 있을 때 보다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사람의 마음을 제일 잘 대변하는 악기인 색소폰 역시, 여럿이 모여 앙상블을 이룰 때 그 매력이 배가된다고 뮤직큐 김정호 대표는 생각한다. 혼자 고고하게 제 기량을 뽐내는 걸 폄하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솔로보다는 앙상블이 여러모로 낫다.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격려가 되어 성장속도도 빠르다. 물론 재미도 있다. 그래서 회원들 각각에게 앙상블 활동을 권하고 그 안에서 음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레슨 선생님을 둔다. 또한 외부에서 연주 요청이 들어오면 앙상블로 대중과 만난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이루는 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색소폰만을 고집하지 않는 너그러운 동호회뮤직큐에서는 색소폰 외에도 원한다면 드럼, 기타, 아코디언 등을 배울 수 있다. 색소폰은 악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앙상블로도 충분히 오케스트라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다른 악기와 함께 했을 때 색다른 멋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래서 뮤직큐에서는 색소폰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혼자서도 매력적인, 몇 가지 악기들의 레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월간색소폰에서는 색소폰과 함께 했을 때 좋은 친구가 되는 악기를 Matching Partner 코너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6년 8월 호에 ‘드럼’, 9월 호에 ‘기타’를 소개한 바 있다. 회비는 걱정 마세요, 열정만 있으면 뮤직 큐~! 뮤직큐는 앙상블 동호회원에게는 약간의 연습실 사용료 외에 추가의 회비를 받지 않는다.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금전적인 걱정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김정호 대표의 결단이다. 그래도 시설을 유지하고 운영하려면 기본적인 자금이 들어갈 터 부족한 금액을 어떻게 충당 하냐고 묻자, 외부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통해 소득을 만들고 뮤직큐를 위해 사용 한단다. 그 외에도 뮤직큐음악스튜디오의 카페를 외부단체에 대여하여 수익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회원들 스스로 다과를 준비하고 행사가 있을 때면 찬조금을 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가족 같이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다.뮤직큐음악스튜디오, 비상(飛上)을 향한 날갯짓뮤직큐음악스튜디오는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 동호회다. 지금까지는 색소폰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넉넉한 마음으로 동호회를 만들고 사람이 모였지만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전문가를 초빙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여건이 된다면 편곡하는 분을 섭외해서 뮤직큐만을 위한 곡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색소폰 음악을 단순히 끈적끈적하고 시끄러운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로 성큼 다가가고 싶다. 글. 한주희 기자 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 Focus
    2016-11-01
  • 사랑을 담아 행복을 전하는 공동체, 뮤직큐음악스튜디오
    찬바람에 꼿꼿하게 세운 옷깃만큼이나 타인의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지는 세상. 낯선 이들은 서로 미소를 나누지 않고 초록을 버린 가을 이파리에도 무감동한 요즘, 좀처럼 보기 드문 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음악이 흐르는 동안 아무런 계산도 없이 아무런 욕심도 없이 이웃의 삶을 따사롭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서로서로 같은 마음으로 몸소 사랑을 채굴하는 광부가 되어 나눔의 불씨를 지피고 행복의 음악을 연주하는 ‘뮤직큐음악스튜디오’ 동호인들. 그들의 음악이 좀 더 넓은 세상에 울리기를 소망해본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다방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가의 배고픔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 음악다방은 음악, 미술, 문학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숱한 청춘들의 사랑방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저마다의 예술세계를 펼치고 꿈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서 이제 담배 연기 자욱한 음악다방은 사라졌다. 하지만 분당 뮤직큐음악스튜디오가 ‘다방’ 대신 ‘카페’라는 이름표를 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삶의 피로를 한 큐에 날려버리는 뮤직 큐~!한동안 찬바람이 쌩 하더니 모처럼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토요일 오후, 분당 야탑동의 맛고을 길 한 켠에 자리한 뮤직큐음악스튜디오를 찾았다. 지하에 있지만 맑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쾌적한 그 곳에는 색소폰을 좋아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가을의 정취를 연주하고 있었다. 24시간 언제나 열려있는 10개의 개인연습실과 레슨실, 합주실, 락커룸뿐만 아니라 널찍한 식당을 끼고 있는 약 25평 규모의 음악카페가 그 곳의 자랑이다. 카페에는 삼삼오오 둘러앉아 소소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화려한 조명을 갖춘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2014년 3월에 모임을 시작해 이제 25명의 동호인이 함께 하는, 아직은 작은 뮤직큐이지만 시설과 환경만큼은 삶의 피로를 한 큐에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실제로 한 회원은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이곳만 오면 무슨 조화인지 말끔히 사라진다며, 뮤직큐는 피로회복제 같은 곳이라고 자랑스레 얘기했다. 1년에 두 번, 손꼽아 기다리는 율동공원 정기연주회지난 9월 24일 토요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뮤직큐음악스튜디오의 색소폰 정기연주회가 있었다. 올해의 마지막 정기 공연이었다. 동장군을 물리친 햇살이 귀밑머리를 간질이는 봄과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가을, 이렇게 1년에 두 번 뮤직큐는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특히 가족이 많이 찾는 주말, 그동안 갈고 닦은 색소폰 솜씨를 뽐내며 그들은 하나같이 너무도 신나고 행복하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려는 마음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온몸으로 행복을 발산하는 사람들, 덕분에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공원을 찾은 사람들 가슴에도 색소폰의 긴 여운이 일렁인다. 인생의 황혼기 외로운 마음을 위로하는 요양원 공연뮤직큐 동호회원들이 특별히 애착을 갖고 정성을 쏟는 행사는 오크힐스 요양원 공연이다. 50대 초반부터 여든을 넘긴 회원까지, 치열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인생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뮤직큐 동호인들. 이들은 삶의 마지막 장을 흐릿한 정신으로 채워가는 요양원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매달 마지막 금요일이면 음식을 바리바리 준비해서 경기도 광주로 향한다. 봉사를 시작한 초에는 어르신들이 곁을 내주지 않아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1년이 넘도록 꾸준히 보여준 진심에 그분들도 마음을 열었다. 요즘에는 뜻을 같이 하는 방송댄스팀과 밸리댄스팀의 음향도 담당하여, 프로그램이 더욱 풍성해졌다. 어르신들과 노래도 하고 덩실덩실 어깨춤도 추고 나면 오히려 그분들께 위로 받은 것 같은 마음이 든다는 김정호 대표, 그 말간 표정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상처받고 병든 영혼을 치료하는 유오디아 소모임그리스어로 ‘향기’를 뜻하는 유오디아(euodia)는 좋게하다의 ‘유(eu)’와 냄새를 풍기다의 ‘오조(ozo)’가 합해진 단어다. 뮤직큐음악스튜디오에는 이름처럼 좋은 향기를 풍기는 유오디아 퀸텟이 있다. 이 모임에 속한 구성원들은 개신교를 구심점으로 모여서, 그릇된 신앙과 교리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해 1년에 4회 정도 비정기적인 위로 공연을 갖고 있다. 같은 신앙으로 만들어진 퀸텟이기 때문에 멀리 속초에서도 매번 연습을 위해 분당까지 달려온다. 게다가 여기에 속한 다섯 명은 모두 연주 경력이 8년에서 12년에까지 이르는 베테랑이기 때문에 음악적 성취도 높다. 무대를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주인공, 향상 음악회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람만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이제 막 색소폰에 입문하여 실력이 열정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답답하고 조바심이 날까? 그렇다 해서 아직 미숙한 솜씨를 대외적인 자리에서 선보이며 열의만 봐달라 양해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 그래서 마련했다, 이름하여 향상 음악회.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열리는 향상 음악회는 무대를 향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앙코르 꽤나 받아본 전문가도 좋고 이제 막 힘겹게 곡 하나를 완성한 신출내기도 좋다. 뮤직큐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도 좋고 지나던 길에 음악소리에 이끌려 처음 방문한 낯선 이도 좋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풍성하게 마련된 음식을 나누며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향상 음악회가 있어서 뮤직큐는 더욱 흥겹다. 함께 해서 더 좋은 일취월장(日就月將) 앙상블사람은 다른 이들과 한데 어우러져 있을 때 보다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사람의 마음을 제일 잘 대변하는 악기인 색소폰 역시, 여럿이 모여 앙상블을 이룰 때 그 매력이 배가된다고 뮤직큐 김정호 대표는 생각한다. 혼자 고고하게 제 기량을 뽐내는 걸 폄하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솔로보다는 앙상블이 여러모로 낫다.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격려가 되어 성장속도도 빠르다. 물론 재미도 있다. 그래서 회원들 각각에게 앙상블 활동을 권하고 그 안에서 음악적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레슨 선생님을 둔다. 또한 외부에서 연주 요청이 들어오면 앙상블로 대중과 만난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과 교감을 이루는 데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색소폰만을 고집하지 않는 너그러운 동호회뮤직큐에서는 색소폰 외에도 원한다면 드럼, 기타, 아코디언 등을 배울 수 있다. 색소폰은 악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앙상블로도 충분히 오케스트라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다른 악기와 함께 했을 때 색다른 멋을 발산하기도 한다. 그래서 뮤직큐에서는 색소폰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혼자서도 매력적인, 몇 가지 악기들의 레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월간색소폰에서는 색소폰과 함께 했을 때 좋은 친구가 되는 악기를 Matching Partner 코너에서 소개하고 있다. 2016년 8월 호에 ‘드럼’, 9월 호에 ‘기타’를 소개한 바 있다. 회비는 걱정 마세요, 열정만 있으면 뮤직 큐~! 뮤직큐는 앙상블 동호회원에게는 약간의 연습실 사용료 외에 추가의 회비를 받지 않는다.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한 사람들이 금전적인 걱정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김정호 대표의 결단이다. 그래도 시설을 유지하고 운영하려면 기본적인 자금이 들어갈 터 부족한 금액을 어떻게 충당 하냐고 묻자, 외부에서 개인적인 업무를 통해 소득을 만들고 뮤직큐를 위해 사용 한단다. 그 외에도 뮤직큐음악스튜디오의 카페를 외부단체에 대여하여 수익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회원들 스스로 다과를 준비하고 행사가 있을 때면 찬조금을 내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가족 같이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다.뮤직큐음악스튜디오, 비상(飛上)을 향한 날갯짓뮤직큐음악스튜디오는 앞으로의 활동이 더 기대되는 동호회다. 지금까지는 색소폰이 좋고 사람이 좋아서 넉넉한 마음으로 동호회를 만들고 사람이 모였지만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전문가를 초빙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여건이 된다면 편곡하는 분을 섭외해서 뮤직큐만을 위한 곡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색소폰 음악을 단순히 끈적끈적하고 시끄러운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대중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로 성큼 다가가고 싶다. 글. 한주희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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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01
  • 트로트와 함께 하는 색소폰 연주 – 황포 돛대
    이번 11월 호에서는 S미디어의 ‘강승용 명작색소폰’의 Trot편 5번째 곡인 ‘황포 돛대’를 다뤄보겠습니다. 악보는 음반 레코딩 당시 사용한 것이며 잘 익히고 응용하시어 즐거운 연주가 되기를 바랍니다.노래를 연주할 때 악보에 장식음 등을 세세히 표시해 놓고 그대로 연주할 수도 있지만, 저는 악보에 미리 적어놓지 않고 연주 당시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살려 연주하는 것도 즐깁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곡 역시 그런 경우입니다. 그러려면 원곡을 충분히 들어서 그 느낌을 체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반드시 이미자 씨의 원곡을 여러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홈페이지의 기사내용은 일부 내용만 보여지며 전체기사(내용과 사진, 악보)는 월간색소폰에 실려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월간색소폰)강승용 KSA대한민국색소폰연주자협회 명예회장=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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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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