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9-26(목)
 

라이브 음향 시스템의 믹서에 대한 강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호에서는 실전에서의 본격적인 활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믹서의 입력 레벨인 게인(GAIN) 설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으며 지금부터 출력 레벨인 볼륨 밸런스 설정에 대한 강좌를 이어가겠습니다. 내용 중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이메일을 통해 문의하여 주십시오.

 

믹서의 채널 EQ 설정


1. EQ란 무엇인가?

 

EQ란 원래 이퀄라이저(Equalizer)를 줄여서 쓰는 약칭이다. 이퀄라이저는 오디오 신호의 주파수 특성을 변경하는 장비로써 이 음향기기를 사용하여 오디오 신호의 특정 주파수 대역을 증폭하거나 감쇄시킬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음색을 보정하여 전반적인 음질을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퀄라이저의 사전적 의미는 동등하게 하는 장치나 사람을 일컫는다. 그렇다면 음향에서는 무엇을 동등하게 하는 것일까? 믹서나 그밖에 음향기기를 만들 때 최대한 원음 그대로 재현하고자 하지만 전기적이거나 오디오 특성 등의 여러 원인으로 인해 최초의 원음이 최종 단계에 이를 때까지 원음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 즉, 처음의 산뜻했던 소리가 음향기기를 하나씩 거칠 때마다 조금씩 변하여 최종 단계의 스피커를 통해 재현될 때는 처음의 소리와는 사뭇 다른 음색의 소리로 변질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럴 경우에 최초의 원음 고유의 음색으로 보정을 하여 본연의 소리나 사용자가 원하는 소리로 만들어 주는 장치가 바로 이퀄라이저가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부스트와 커트

음향을 공부하다 보면 부스트(Boost)와 커트(Cut)라는 말이 반드시 언급된다. 어려운 음향 용어는 아니지만 헷갈릴 수 있어 설명하고자 한다. 부스트는 한마디로 설정값을 증가시킬 때 부스트시킨다고 하고 그 반대로 설정값을 감소시킬 때를 커트시킨다고 표현한다. 영어 대신에 오디오 신호를 증폭(부스트)하거나 감쇄(커트)한다고 표현할 수 있다. 커트는 자른다는 단순한 의미이지만 음향에서는 줄여서 들리지 않게 소리를 자른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30밴드 듀얼 채널 그래픽 이퀄라이저 <출처: www.klarkteknik.com>


2. EQ의 종류


(1) 그래픽 EQ

 

그래픽 EQ는 아래 그림과 같이 여러 개의 슬라이더를 장착하여 가청 주파수(20Hz~20kHz) 내의 주파수를 세밀히 조절할 수 있다. 마치 그래프처럼 조절하는 상태가 바로 시각적으로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즉, 가운데 0dB을 기준으로 상하 레벨을 조절하는 것으로 재현되는 사운드의 주파수 파형이 어떻게 설정되었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이렇게 그래프를 보는 듯해서 그래픽 이퀄라이저 또는 줄여서 GEQ라고 부른다. 

 

그래픽 이퀄라이저는 대역을 1 옥타브로 하는 10밴드, 2/3 옥타브로 하는 15밴드, 1/3옥타브로 하는 31밴드 EQ 등이 있으며 밴드(주파수 대역) 수를 많이 가질수록 세밀한 설정이 가능하지만 무조건 전문가급의 그래픽 EQ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공연장에서는 31밴드급을 표준으로 사용하지만 소규모의 공연장이나 세밀한 세팅이 필요 없는 회의실이나 강의실 등에는 15밴드 미만의 그래픽 EQ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보다 작은 연습실 규모의 음향 환경에서는 굳이 그래픽 EQ의 사용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작은 공간에서는 믹서의 파라메트릭 EQ만으로 웬만큼의 보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픽 EQ는 주로 공연의 여러 음향 환경 중에서 공간적인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쓰인다. 스피커의 소리를 최대한 원음에 가깝게, 즉, 가장 평탄하게 만들어 고른 주파수가 재현될 수 있도록 조절하기 위함이며 이 과정을 룸 튜닝(Room Tuning)이라 부른다. 이상적인 룸 튜닝을 위해서는 스피커를 비롯한 음향 기기의 특성(출력, 재질, 주파수 특성 등), 공간구조(높이와 넓이, 마주보는 벽끼리 취하는 각도 등), 벽과 바닥을 이루는 자재의 물성(음파를 반사하거나 흡수하여 감쇄시키는 성질 등) 등은 물론이고, 습도나 온도 같은 자잘한 부분까지 모두 감안을 해야만 한다.

 

아울러 그래픽 이퀄라이저는 공연장에서의 하울링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다. 공연 중에 갑자기 큰 소리로 ‘웅~’ 또는 ‘삐~’ 하는 당황스러운 소리가 발생하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굉음이 발생하는 현상을 ‘하울링이 뜬다’라고 표현한다. 공연 음향 환경에 따라 특정 주파수의 피드백 현상이 발생할 경우. 즉, 스피커로 분출된 소리가 공연 중에 사용하는 마이크로 다시 들어가 돌고 도는 ‘되먹임’ 현상인 피드백(Feed-Back)이 발생하게 되면 하울링이 뜨게 마련이다. 되먹임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마이크와 스피커가 가까이 있지 않아야 하고 서로 마주치지 않는 각도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울링이 뜬다면 그래픽 EQ를 이용해 하울링이 발생하는 주파수 대역을 찾아서 하울링이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커트시켜야 한다.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는 한 번에 하울링 발생 대역을 찾기는 어렵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피드백 대역을 빨리 찾을 수 있는 감이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 하울링 발생을 해소해 주는 것을 결코 권장할 수는 없다. 하울링을 잡기 위해 해당 주파수 대역을 커트시켰기 때문에 전체적인 사운드 밸런스가 절대로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하울링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사전 조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고 소규모 공연이나 연습실에서 많이 세팅되는 무대 모니터 스피커 없이 메인 스피커만으로 모니터 스피커 역할까지 병용하는 방식. 즉, 연주자가 모니터링이 잘 되도록 메인 스피커를 무대 안쪽에 두고 연주자나 보컬이 무대 앞에 위치해서 마이크와 메인 스피커가 어느 정도 마주보게 되거나 메인 스피커 사운드가 마이크에 잘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만들게 되면 하울링 발생이 쉬워질 수밖에 없다. 이를 명심하고 연주자를 위한 무대 모니터 스피커를 마련하여 메인 스피커와는 다른 개별적인 조절이 가능한 모니터 시스템을 구성하고 메인 스피커는 오로지 청중에게만 양보하여야 그나마 제대로 된 음향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본을 갖추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래픽 이퀄라이저의 자세한 활용법은 별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심도 있게 다룰 수 있겠지만 지금은 믹서의 파라메트릭 EQ에 대한 시간이니 이 정도로 갈음하고자 한다.

 

 

레코딩 스튜디오용 듀얼 채널 4밴드 파라메트릭 EQ <출처: vintageking.com>


(2) 파라메트릭 EQ

 

파라메트릭 EQ는 파라미터(parameter)를 장치에 직접 설정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사운드를 만들 수 있는 이퀄라이저다. 어려울 것 없다. 파라미터 = 매개변수 = 설정값 또는 수치라고 이해하자. 사용자가 변화시키고자 하는 특정한 주파수 대역을 얼마나 폭이 좁거나 넓은 범위로 얼마큼 작거나 크게 변화시키겠느냐를 직접 수치로 설정해 줄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위의 사진은 리코딩 스튜디오에서 개별적으로 사용하는 수백만 원대의 파라메트릭 EQ이고  아래 사진의 EQ는 리코딩 스튜디오에서 수천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믹싱 콘솔에 각 채널마다 장착된 파라메트릭 EQ이다. 만약에 48채널 믹싱 콘솔이면 저렇게 제대로 된 파라메트릭 EQ가 각 채널에 하나씩 총 48개 장착되어 있는 것이다.

 

왼쪽 사진의 파라메트릭 EQ의 구조 4밴드 EQ이다. 상단부터 설명해본다.

 

- HF(High Frequency) : 고음역대를 담당. EQ의 적용량을 조절하는 게인 노브와 이큐잉을 적용할 주파수를 선택해주는 주파수 선택 노브. 그리고 Q 옵션 적용 스위치인 벨(BELL) 버튼이 구비됨.

 

- HMF(High Middle Frequency) : 중고 음역대를 담당. EQ의 적용량을 조절하는 게인 노브와 이큐잉을 적용할 주파수를 선택해주는 주파수 선택 노브. 그리고 Q 폭을 조절하는 Q 설정 노브가 구비됨.

 

- LMF(Low Middle Frequency) : 중저 음역대를 담당. EQ의 적용량을 조절하는 게인 노브와 이큐잉을 적용할 주파수를 선택해주는 주파수 선택 노브. 그리고 Q 폭을 조절하는 Q 설정 노브가 구비됨.

 

- LF(Low Frequency) : 저음역대를 담당. EQ의 적용량을 조절하는 게인 노브와 이큐잉을 적용할 주파수를 선택해주는 주파수 선택 노브. 그리고 Q 옵션 적용 스위치인 벨 버튼이 구비됨.

 

이밖에 파라메트릭 EQ에는 불필요한 특정 주파수 아래나 위를 커트시키는 HPF(High Pass Filter)와 LPF(Low Pass Filter) 기능이 구비되어 있기도 하다. 이렇게 파라메트릭 EQ에는 여러 기능의 EQ들이 서로 조합되어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EQ 기능만을 가지고 파라메트릭 EQ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믹서의 파라메트릭 EQ 용어 정리



(1) 쉘빙 이퀄라이저 (Shelving Equalizer)

보편적으로 저음역(LF)과 고음역(HF)을 담당하는 EQ 타입을 일컫는다. 쉘빙 이퀼라이저는 기준이 되는 주파수가 미리 정해져 있는 EQ로 정해진 주파수를 기준으로 넓게 부스트(증폭)나 커트(감쇄)가 가능하다. 쉘빙 EQ의 기준 주파수는 LF가 80Hz로 정해지고 HF는 12kHz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2) 피킹 이퀄라이저 (Peaking Equalizer)

보편적으로 중음역대(MID)를 담당하는 EQ 타입을 피킹 이퀄라이저라 부른다. 지정된 주파수 대역만을 증폭하거나 감쇄하는 EQ지만 쉘빙 이퀄라이저처럼 중심대역의 위나 아래를 넓게 부스트나 커트시키지 않는다. 지정된 주파수를 중심으로 좁은 대역에만 레벨 변화를 주기에 산봉우리나 골짜기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다음 설명의 프리큐와 연동하여 사용한다. (프리큐 노브가 없이 그냥 중음역대 MID 노브만 존재하는 3밴드 EQ라면 3개 모두 쉘빙 EQ라고 봐도 무방하다.)

 

(3) 프리큐 (FREQ) 이퀄라이저

프리큐는 주파수의 가변이 불가능한 쉘빙 이퀄라이저와는 달리 중음역대의 중심 주파수 대역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EQ 타입이다. 대부분 MID 노브와 연동하여 사용한다. 예를 들어 프리큐 노브를 800Hz로 설정하고 위의 Mid 노브를 부스트하거나 커트하면 800Hz를 중심으로 한 좁은 대역에만 정교하게 음색의 변화를 줄 수 있다. 쉘빙 EQ에서는 지정된 음역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음색에 영향을 주지만 프리큐를 이용한 이큐잉(EQing)은 쉘빙 EQ보다는 주변 음역대에 넓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보급형 믹서에서의 프리큐는 대역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대역의 폭까지는 조절할 수 없게 일정한 폭(1.5 Band Width)으로 설정되어 있다. 대역을 지정해주는 프리큐 노브와 주파수 증폭과 감쇄를 설정해 주는 게인 노브, 적용된 주파수 대역의 폭을 조절해주는 Q 노브를 갖추었을 때 진정한 파라메트릭 EQ라 할 만하다. 종 모양처럼 그려지기에 Q 이퀄라이저를 벨(BELL) EQ라고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3. 믹서의 채널에서 사용하는 파라메트릭 EQ



우리가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적인 믹서에서 볼 수 있는 파라메트릭 EQ 타입의 채널 이퀄라이저들이다. 밴드 갯수가 많을수록, 프리큐 개수가 많을수록 보다 정교한 이큐잉(EQing: 이큐조절)이 가능한 믹서라고 할 수 있다. 4밴드 2프리큐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엔 3밴드 1프리큐 이퀄라이저를 갖춘 믹서가 어느 정도 기능을 갖춘 전문가용 믹서라고 평가를 받는다. 지난 10월호에서 공부한 볼륨 설정이 완료되면 채널별 EQ 설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본격적인 EQ 설정에 앞서 주의할 사항을 알아보고 시작하자.


EQ 사용 시 주의 사항

 

(1) 가급적이면 최소한의 EQ 값을 설정하자

EQ를 많이 적용해준다고 해서 사운드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뭐든지 과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좋은 재료에 과한 조미료가 음식 맛을 망치듯이 근본적으로 소리가 좋으면 굳이 EQ 값을 과하게 올리거나 내릴 필요가 없다. 필요한 만큼만, 아니 필요한 만큼보다 조금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이큐잉을 해줄 것을 권장한다. 과한 설정은 다른 음향장비에도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만큼 음질의 열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2) EQ를 부스트하는 것보다 커트시키면서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좋다

EQ에서 특정 주파수를 올리게 되면 앰프에서는 그보다 더 높은 출력을 요구하게 된다고 한다. 상황 상 EQ를 올릴 수밖에 없다면 올려야겠지만 여태 해오던 습관이 있어서 EQ를 올려야겠다거나 무조건 EQ는 부스트해야 좋은 사운드가 만들어진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채널 EQ 활용 팁


(1) 기본값에 놓고 시작하기 

믹서의 채널 EQ가 모두 기본인 상태. 즉, 12시 방향의 유니티(UNITY) 또는 0에 두고 소리를 냈

을 때 좋았다면 굳이 EQ를 건드릴 필요는 없다. 

 

(2) 음색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만약에 저음이 약하다는 판단이 들어 EQ로 저음을 보강하고자 할 때 단편적으로 저음역(LOW)만 부스트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음이 약하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고음이 강해서 저음이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 저음역(LOW)만 10dB 올려 부스트하기보다 고음역(HIGH)를 5dB 커트시켜 내리고 저음역을 10dB가 아닌 5dB만 부스트하여 음색을 보정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 되는 것이다.

 

(3) EQ에 변화를 주면 볼륨이 바뀔 수 있다 

채널 EQ를 부스트하면 전반적으로 채널 볼륨도 커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큐잉을 하되 마치고 난 후 모니터링을 할 때 이큐잉 이전보다 음량에 변화가 생겼다면 볼륨을 재조정해야 한다.

 

 

지면 사정이 여유롭지 않아 이번 호의 연재는 여기에서 갈음하고자 합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채널 EQ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고 믹서의 AUX 즉, 보조 출력단의 활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감염병과 독감 예방에 충실하시고 항상 행복하십시오.

 

(월간색소폰) 김현호 칼럼니스트=ghimhyunh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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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ster] 라이브 음향 시스템의 이해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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