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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나 새로운 시도가 기대되는 재즈아티스트 이정식
    (월간색소폰)남은별 기자= “떠올릴수록 늘 새로운 놀라움과 경외심을 갖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내 머리 위에 별이 빛나는 하늘과 마음속의 도덕법칙이다.”철학자 칸트의 묘비에 쓰인 글귀이다. 칸트는 모두가 인정하는 도덕법칙 안에 자유를 실천할 때 우리가 가진 자유가 진정한 것이 된다고 여겼다. 대한민국 재즈 아티스트 1세대, 이정식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있어 늘 곁에 두고 지켜 나가야 할 ‘도덕법칙’은 ‘재즈’인 듯 했다. 재즈를 운명, 나아가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그에게 최근 생긴 고민은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였다. 재즈 거장이라는 그를 수식하는 표현과 다르게 순수한 고민에 놀라웠다.그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무언가 새로이 시작하는 이들에게 전한다. “Take it easy!”충분히 준비가 됐다면, 마음 편히 그 안에서 ‘자유롭게’ 즐기라고 말이다. 얼마 전 일본 공연을 다녀오시느라 이제야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어떠셨나요.일본에서 재즈는 본토인 미국보다 활발하게 연주되며 또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미국 연주자들이 어떻게 하면 일본에서 인지도를 얻고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할 정도이지요. 그만큼 일본은 재즈의 천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름이면 항상 재즈 페스티벌이 성행하는 곳인 만큼 저 또한 매년 공연을 위해 찾고 있습니다. 2-3개월 내내 일본 열도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훑어 내려오며 축제를 즐기려 해도 다 못 다닐 정도로 아기자기한 공연이 많습니다. 규모보다 콘셉트를 중시하는 문화라 더욱 주목할 만하죠. 열흘간 도쿄와 미야자키, 삿포로, 나고야에서 연주했습니다. 이번 일본에서의 공연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나요.일본 연주자들의 요청으로 함께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은 섹스텟 밴드로 ‘히노 테루마사(日野皓正)’라는 트럼피터와 함께 협연하였죠. 제가 팀을 만들어 참가하는 개념이 아닌 그쪽에서 팀원으로 필요로 해 불러주신 거라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 연주자 중 많은 수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지만,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서 다양한 곳에서 초청 연주를 펼쳤으면 좋겠습니다.(웃음)일본 공연 중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이었나요.아오모리(靑森)의 ‘난고(南鄕) 서머 재즈 페스티벌’입니다. 정말 시골이더군요. 리허설 때에도 이런 곳에 사람들이 올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웃음) 그런데 공연 당일 인산인해를 이루었어요. 비가 오는데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 모습에 재즈 마니아층이 두텁다는 것을 알았죠. 관객들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아 재즈 침체기로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연령 제한 없는 축제 성격에 따라 길게 보면 ‘재즈의 뿌리가 계속 이어 가겠구나’라는 희망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외 굴지의 아티스트들과 협연을 많이 해오셨습니다. 협연을 결정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큰 기준이 되나요.우선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콜라보레이션을 결정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단절돼있는 연주자들도 많이 보았죠. 그러나 시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음악의 어떤 분야든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스스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마음자세가 아닐까요? ‘괜히 망신당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은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이라고 봅니다.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매 순간 이색적인 콜라보였을 것 같습니다.네 그렇습니다. 열린 마인드로 대해야죠. 최근의 페스티벌만 해도 ‘밴드 스타일이 정말로 다양하구나’를 느끼고 왔습니다. 재즈에서 드럼과 베이스 없이 비트박스로 리듬을 채운다던가, 바이올린·디제잉·피아노가 어우러진 새로운 시도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지금의 연주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되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하신 많은 연주 가운데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있으시다면.이색적인 것으로 꼽는다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한 국악과 양악의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전자바이올리니스트 김권식 님, 국악계의 조갑용 님, 장구에 이부산 님과 함께 프리 재즈 스타일로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거라면 블루노트에서 한 녹음과 호주 오페라하우스, 미국 LA 돌비 극장(Dolby Theatre 구 코닥 극장)에서의 공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처음 블루노트에서 녹음할 당시엔 부담을 느끼셨겠죠?그렇죠. 당시 제 나이 또한 연륜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에요. 처음 카세트테이프를 보내며 같이 해줄 수 있냐고 청했죠. 그 사람들이 ‘한국에도 재즈가 있느냐’ 물으며 신기해 하더군요. 재즈 피아니스트인 케니 배런(Kenny Barron)과 트럼피터 히노 테루마사 등 뉴욕의 거장들과 한국인 최초로 ‘이정식 in New York’을 녹음을 함께 하고나니 ‘내가 역사적인 분들과 함께 하는구나’란 생각에 감격스러웠습니다. 호주 오페라하우스나 LA 돌비 극장에서의 공연은 어떠셨나요.역시 그런 큰 무대들은 나이가 들어도 긴장되더라구요. 작년, 무대에서 윤복희 선생님과 함께한 LA 돌비 극장에서도 역시나 긴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이것이 참 고민입니다. ‘긴장하는 것을 없애는 것도 연주에 임하는 자세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오히려 신경을 끄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려고 하다 보니 괜찮아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무대든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협연하는 이가 누구이건, 장소가 어떠하건 그걸 떠나 내 능력껏만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역시 연주인이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가 중요하지요?그렇습니다. 색소폰 동호회 분들께서 한강 다리 밑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연주를 들으며 어떤 면에서는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자신감이 넘치신다’는 생각에 ‘그래, 저렇게 내 능력 안에서 자신감 있게 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코 부정적인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니 본인들도 배워보고 싶다면 그걸로 되는 겁니다. 전부 잘하는 사람만 있으면 누가 색소폰을 배우려 하겠어요.현재 수원여자대학 실용음악과에서 강의도 하십니다. 새로운 것에 협조적이며 능동적인 예술가로서의 모습과 달리 모두가 인정할 만한 보편적인 교육의 장에서 교육자의 태도는 또 다를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항상 새롭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연장자에게는 우리가 새로웠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학생)이 하는 것을 지켜봐 주고 칭찬을 해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주입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저는 ‘그래그래’하며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위주로 교육하고자 합니다. 또한 새로운 시도로 사운드를 만드는 그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습니다. 곧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생을 그린 ‘마일스’라는 영화가 개봉합니다. 방송국에서 ‘명반’이라며 ‘타임캡슐에 넣어야 한다’는 표현에 마일스가 전화해서 욕을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타임캡슐에 들어가는 것은 골동품이 아니냐’며 “멈춰 있는 음악은 죽은 음악이다”라는 말을 남겼죠. 그 말에 동감하며 저는 나이가 들수록 사이드 맨은 ‘새로움’이 느껴지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렇다면 요즘 어떤 새로운 사운드에 심취해 계신지 궁금합니다. 추구하는 사운드와 연주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중과 소통이 잘되고 무대에 자주 서기 위해서 고민하는 연주인들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프리스타일 재즈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제멋대로이면 안됩니다. 규격화된 그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프리스타일 재즈이지요. 중학교 때 연주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트럼펫에서 색소폰으로 전향하셨다고 하는데, 트럼펫을 시작한 계기와 어떤 이유로 오롯이 색소폰에만 몰두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시작했습니다. 트럼펫은 주법이 정교해야 하는 악기인데 그저 힘으로만 시작하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실 트럼펫이나 색소폰이나 마찬가지로 세심히 다뤄야 하는 악기인데 그걸 모르니 더욱 고됐죠. 선배들이 색소폰을 자유롭게 부는 모습에 쉬울 거란 생각과 동경하던 차에 졸업한 선배의 빈자리를 채울 기회를 잡아서 색소폰으로 바꾸었죠. 인생에 있어 평생 잊지 못하는 첫 느낌이란 게 있지 않나요. 선배가 불던 색소폰 소리를 처음 듣고 너무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중학생 선배가 연주한 색소폰 음색이 좋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런데 처음의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색소폰 음색에 대한 고민은 어릴 적 처음 색소폰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늘 하실 것 같습니다. 연주를 들었을 때 이 음색은 어떤 아티스트의 것인지 확실히 알아챌 때가 있습니다. 악기의 음색이 연주자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지요?자기 소리를 확실하게 내 소리로 만드는 것은 수십 년이 걸립니다. 이게 확실히 나의 것이다 만들어놓고, 삐끗하면 다른 소리를 내지요. 스스로 따뜻하고 포근한 소리를 추구한다고 해놓고, 어떤 곳에 가서 휘날리듯 날카로운 칼 톤의 연주를 듣게 되면 유혹에 못 이겨 그렇게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계속 무너지고 다시 채우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고 연륜이 쌓이면 되는 거구나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기만의 고유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존 콜트레인이 그만의 음색을 찾기 위해 수많은 마우스피스를 사용했듯이 이것저것 해보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색소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아마추어가 처음 배우기에는 굉장히 쉽다는 점입니다. 깊이 들어가면 어렵습니다. 리코더 운지와 같고 불면 소리가 나고, 다장조를 연주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프로 연주자로서 느끼는 색소폰의 매력은 또 다를 것 같습니다. 선뜻 말씀드리기가 머뭇거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유럽의 어느 첼리스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지인이 ‘평생을 연주했으니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느냐’는 말에 ‘70세의 나이까지 했는데 색소폰 외에 무엇을 더 하겠소’라며 색소폰을 켤수록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고 했답니다. 색소폰이 그렇습니다. 음색이 더욱 깊어지고 예전엔 느끼지 못한 소리도 들리곤 합니다. 현란한 기술의 연주가 아닌 갈수록 새로운 음색을 발견하는 게 제가 느끼는 색소폰의 매력입니다.뮤지션 후배들에게 미래의 다양한 방향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전하신다면.월간색소폰이니 독자가 색소폰을 전공하는 젊은 뮤지션들이 많겠죠. 그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도중에 힘겨워 결국은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누군가는 사회와 타협하기도 하죠.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이 있지만 누군가는 원하는 길을 걷지 않을 수도 있죠.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뉴욕에선 ‘우리 오늘 밤에 연주하자’라는 말 속에 어느 창고에서 몇 명이 모여 합주하자라는 의미로 통하기도 합니다. 직업은 따로 가진 채로 말이죠. 지금은 다른 일을 하며 연주를 하는 상황이 익숙해졌습니다. 현실적인 이해를 우선으로 하고 접근해야 실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프로 뮤지션으로 가겠다고 하면 다양한 조언을 받아들이고 롱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다른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오래 하다보면 결국엔 될거야’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말이죠.색소폰 문화 발전을 위해 색소폰 애호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제 바람이지만 색소폰을 좋아하는 이들 중 현실적인 경제·문화적으로 뒷받침이 가능한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젊고 재능 있는 뮤지션들을 육성하기 위한 문화를 가꿔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국가가 아티스트를 키우는 게 아닌 기업의 사장이 음반 문제나 적절한 무대와 매칭을 돕는 일, 또는 음악을 위한 해외 유학 지원 등의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음악을 즐기면서 문화 발전에 이바지 하는 좋은 일이죠. 그리고 저는 재즈 연주인인데 색소폰을 연주한다는 생각에 다른 장르와 비교하여 평가해 주시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색소폰 애호가 분들이 다양한 음악 장르에 열린 마음으로 즐기고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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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01
  • 언제나 새로운 시도가 기대되는 재즈아티스트 이정식
    (월간색소폰)남은별 기자= “떠올릴수록 늘 새로운 놀라움과 경외심을 갖게 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내 머리 위에 별이 빛나는 하늘과 마음속의 도덕법칙이다.”철학자 칸트의 묘비에 쓰인 글귀이다. 칸트는 모두가 인정하는 도덕법칙 안에 자유를 실천할 때 우리가 가진 자유가 진정한 것이 된다고 여겼다. 대한민국 재즈 아티스트 1세대, 이정식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있어 늘 곁에 두고 지켜 나가야 할 ‘도덕법칙’은 ‘재즈’인 듯 했다. 재즈를 운명, 나아가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그에게 최근 생긴 고민은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였다. 재즈 거장이라는 그를 수식하는 표현과 다르게 순수한 고민에 놀라웠다.그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무언가 새로이 시작하는 이들에게 전한다. “Take it easy!”충분히 준비가 됐다면, 마음 편히 그 안에서 ‘자유롭게’ 즐기라고 말이다. 얼마 전 일본 공연을 다녀오시느라 이제야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공연은 어떠셨나요.일본에서 재즈는 본토인 미국보다 활발하게 연주되며 또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미국 연주자들이 어떻게 하면 일본에서 인지도를 얻고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할 정도이지요. 그만큼 일본은 재즈의 천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름이면 항상 재즈 페스티벌이 성행하는 곳인 만큼 저 또한 매년 공연을 위해 찾고 있습니다. 2-3개월 내내 일본 열도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훑어 내려오며 축제를 즐기려 해도 다 못 다닐 정도로 아기자기한 공연이 많습니다. 규모보다 콘셉트를 중시하는 문화라 더욱 주목할 만하죠. 열흘간 도쿄와 미야자키, 삿포로, 나고야에서 연주했습니다. 이번 일본에서의 공연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나요.일본 연주자들의 요청으로 함께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은 섹스텟 밴드로 ‘히노 테루마사(日野皓正)’라는 트럼피터와 함께 협연하였죠. 제가 팀을 만들어 참가하는 개념이 아닌 그쪽에서 팀원으로 필요로 해 불러주신 거라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 연주자 중 많은 수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지만,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서 다양한 곳에서 초청 연주를 펼쳤으면 좋겠습니다.(웃음)일본 공연 중 기억에 남는 공연은 무엇이었나요.아오모리(靑森)의 ‘난고(南鄕) 서머 재즈 페스티벌’입니다. 정말 시골이더군요. 리허설 때에도 이런 곳에 사람들이 올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웃음) 그런데 공연 당일 인산인해를 이루었어요. 비가 오는데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 모습에 재즈 마니아층이 두텁다는 것을 알았죠. 관객들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아 재즈 침체기로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연령 제한 없는 축제 성격에 따라 길게 보면 ‘재즈의 뿌리가 계속 이어 가겠구나’라는 희망적인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외 굴지의 아티스트들과 협연을 많이 해오셨습니다. 협연을 결정할 때 어떤 점이 가장 큰 기준이 되나요.우선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입니다.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콜라보레이션을 결정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단절돼있는 연주자들도 많이 보았죠. 그러나 시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음악의 어떤 분야든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스스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마음자세가 아닐까요? ‘괜히 망신당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은 누구나 가질 수 있습니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려는 마음가짐이라고 봅니다.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매 순간 이색적인 콜라보였을 것 같습니다.네 그렇습니다. 열린 마인드로 대해야죠. 최근의 페스티벌만 해도 ‘밴드 스타일이 정말로 다양하구나’를 느끼고 왔습니다. 재즈에서 드럼과 베이스 없이 비트박스로 리듬을 채운다던가, 바이올린·디제잉·피아노가 어우러진 새로운 시도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지금의 연주 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되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하신 많은 연주 가운데 기억에 남을 만한 순간이 있으시다면.이색적인 것으로 꼽는다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한 국악과 양악의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전자바이올리니스트 김권식 님, 국악계의 조갑용 님, 장구에 이부산 님과 함께 프리 재즈 스타일로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거라면 블루노트에서 한 녹음과 호주 오페라하우스, 미국 LA 돌비 극장(Dolby Theatre 구 코닥 극장)에서의 공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처음 블루노트에서 녹음할 당시엔 부담을 느끼셨겠죠?그렇죠. 당시 제 나이 또한 연륜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에요. 처음 카세트테이프를 보내며 같이 해줄 수 있냐고 청했죠. 그 사람들이 ‘한국에도 재즈가 있느냐’ 물으며 신기해 하더군요. 재즈 피아니스트인 케니 배런(Kenny Barron)과 트럼피터 히노 테루마사 등 뉴욕의 거장들과 한국인 최초로 ‘이정식 in New York’을 녹음을 함께 하고나니 ‘내가 역사적인 분들과 함께 하는구나’란 생각에 감격스러웠습니다. 호주 오페라하우스나 LA 돌비 극장에서의 공연은 어떠셨나요.역시 그런 큰 무대들은 나이가 들어도 긴장되더라구요. 작년, 무대에서 윤복희 선생님과 함께한 LA 돌비 극장에서도 역시나 긴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이것이 참 고민입니다. ‘긴장하는 것을 없애는 것도 연주에 임하는 자세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오히려 신경을 끄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려고 하다 보니 괜찮아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무대든 편안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협연하는 이가 누구이건, 장소가 어떠하건 그걸 떠나 내 능력껏만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역시 연주인이 어떤 태도로 임하는지가 중요하지요?그렇습니다. 색소폰 동호회 분들께서 한강 다리 밑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연주를 들으며 어떤 면에서는 ‘저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자신감이 넘치신다’는 생각에 ‘그래, 저렇게 내 능력 안에서 자신감 있게 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코 부정적인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니 본인들도 배워보고 싶다면 그걸로 되는 겁니다. 전부 잘하는 사람만 있으면 누가 색소폰을 배우려 하겠어요.현재 수원여자대학 실용음악과에서 강의도 하십니다. 새로운 것에 협조적이며 능동적인 예술가로서의 모습과 달리 모두가 인정할 만한 보편적인 교육의 장에서 교육자의 태도는 또 다를 것 같습니다. 젊은이들은 항상 새롭습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연장자에게는 우리가 새로웠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학생)이 하는 것을 지켜봐 주고 칭찬을 해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주입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저는 ‘그래그래’하며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 위주로 교육하고자 합니다. 또한 새로운 시도로 사운드를 만드는 그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받습니다. 곧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생을 그린 ‘마일스’라는 영화가 개봉합니다. 방송국에서 ‘명반’이라며 ‘타임캡슐에 넣어야 한다’는 표현에 마일스가 전화해서 욕을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타임캡슐에 들어가는 것은 골동품이 아니냐’며 “멈춰 있는 음악은 죽은 음악이다”라는 말을 남겼죠. 그 말에 동감하며 저는 나이가 들수록 사이드 맨은 ‘새로움’이 느껴지는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렇다면 요즘 어떤 새로운 사운드에 심취해 계신지 궁금합니다. 추구하는 사운드와 연주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중과 소통이 잘되고 무대에 자주 서기 위해서 고민하는 연주인들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프리스타일 재즈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제멋대로이면 안됩니다. 규격화된 그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프리스타일 재즈이지요. 중학교 때 연주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트럼펫에서 색소폰으로 전향하셨다고 하는데, 트럼펫을 시작한 계기와 어떤 이유로 오롯이 색소폰에만 몰두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시작했습니다. 트럼펫은 주법이 정교해야 하는 악기인데 그저 힘으로만 시작하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사실 트럼펫이나 색소폰이나 마찬가지로 세심히 다뤄야 하는 악기인데 그걸 모르니 더욱 고됐죠. 선배들이 색소폰을 자유롭게 부는 모습에 쉬울 거란 생각과 동경하던 차에 졸업한 선배의 빈자리를 채울 기회를 잡아서 색소폰으로 바꾸었죠. 인생에 있어 평생 잊지 못하는 첫 느낌이란 게 있지 않나요. 선배가 불던 색소폰 소리를 처음 듣고 너무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중학생 선배가 연주한 색소폰 음색이 좋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런데 처음의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색소폰 음색에 대한 고민은 어릴 적 처음 색소폰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늘 하실 것 같습니다. 연주를 들었을 때 이 음색은 어떤 아티스트의 것인지 확실히 알아챌 때가 있습니다. 악기의 음색이 연주자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지요?자기 소리를 확실하게 내 소리로 만드는 것은 수십 년이 걸립니다. 이게 확실히 나의 것이다 만들어놓고, 삐끗하면 다른 소리를 내지요. 스스로 따뜻하고 포근한 소리를 추구한다고 해놓고, 어떤 곳에 가서 휘날리듯 날카로운 칼 톤의 연주를 듣게 되면 유혹에 못 이겨 그렇게 연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요. 계속 무너지고 다시 채우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고 연륜이 쌓이면 되는 거구나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기만의 고유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존 콜트레인이 그만의 음색을 찾기 위해 수많은 마우스피스를 사용했듯이 이것저것 해보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색소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아마추어가 처음 배우기에는 굉장히 쉽다는 점입니다. 깊이 들어가면 어렵습니다. 리코더 운지와 같고 불면 소리가 나고, 다장조를 연주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프로 연주자로서 느끼는 색소폰의 매력은 또 다를 것 같습니다. 선뜻 말씀드리기가 머뭇거려지는 게 사실입니다. 유럽의 어느 첼리스트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지인이 ‘평생을 연주했으니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느냐’는 말에 ‘70세의 나이까지 했는데 색소폰 외에 무엇을 더 하겠소’라며 색소폰을 켤수록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고 했답니다. 색소폰이 그렇습니다. 음색이 더욱 깊어지고 예전엔 느끼지 못한 소리도 들리곤 합니다. 현란한 기술의 연주가 아닌 갈수록 새로운 음색을 발견하는 게 제가 느끼는 색소폰의 매력입니다.뮤지션 후배들에게 미래의 다양한 방향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전하신다면.월간색소폰이니 독자가 색소폰을 전공하는 젊은 뮤지션들이 많겠죠. 그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도중에 힘겨워 결국은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 누군가는 사회와 타협하기도 하죠.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의 방향이 있지만 누군가는 원하는 길을 걷지 않을 수도 있죠.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 뉴욕에선 ‘우리 오늘 밤에 연주하자’라는 말 속에 어느 창고에서 몇 명이 모여 합주하자라는 의미로 통하기도 합니다. 직업은 따로 가진 채로 말이죠. 지금은 다른 일을 하며 연주를 하는 상황이 익숙해졌습니다. 현실적인 이해를 우선으로 하고 접근해야 실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프로 뮤지션으로 가겠다고 하면 다양한 조언을 받아들이고 롱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다른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오래 하다보면 결국엔 될거야’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말이죠.색소폰 문화 발전을 위해 색소폰 애호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제 바람이지만 색소폰을 좋아하는 이들 중 현실적인 경제·문화적으로 뒷받침이 가능한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이 젊고 재능 있는 뮤지션들을 육성하기 위한 문화를 가꿔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도 국가가 아티스트를 키우는 게 아닌 기업의 사장이 음반 문제나 적절한 무대와 매칭을 돕는 일, 또는 음악을 위한 해외 유학 지원 등의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음악을 즐기면서 문화 발전에 이바지 하는 좋은 일이죠. 그리고 저는 재즈 연주인인데 색소폰을 연주한다는 생각에 다른 장르와 비교하여 평가해 주시는 분들도 종종 있습니다. 색소폰 애호가 분들이 다양한 음악 장르에 열린 마음으로 즐기고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09-01
  • 나눔으로 풍요로운 마음 가득 품은 "과천색소폰 동호회"
    ‘무소유의 삶’을 추구한 인디언들. 이들은 생활 속 자연스러운 절제를 바탕으로 하여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의 미덕을 키웠다. 이들의 전통 중 ‘남에게 얼마나 많은 선물을 했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계급, 신분이 결정되는 ‘포틀래치(Potlach)’라는 풍습이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신성해 서로를 품고 있다고 여겼다. 그처럼 나눔의 풍요로운 마음을 진정한 선물이라 생각하는 색소폰 동호회를 만났다. 9월 풍요로운 마음을 가득히 품은 과천색소폰 동호회다. 어느덧 7년째 이어오고 있는 현재 과천의 유일한 색소폰 동호회. 청정도시 과천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임에 과천색소폰이 부단히 발전을 모색하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화요일 저녁 7시, 평일임에도 지하 연습실에 하나 둘 모이는 사람들. 과천색소폰 동호회의 고문이자 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준 씨와 인사를 주고 받은 후 그의 안내를 따랐다. 계단을 내려가며 연미복을 차려입고 색소폰을 든 정기 연주회의 단체 사진을 길게 감상할 틈 없이 연습실이 보인다. 문 틈 사이로 개인 연습이 한창인 이들이 보이지만, 이 원장은 제2연습실이 있다며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코너를 돌아 또 다른 연습실에 들어서자 은은한 향기와 함께 작은 무대 위 피아노, 그리고 나란히 진열된 색소폰이 눈에 들어온다. 천진하게 반기는 윤진구 회장과 패셔너블한 차림의 김복열 회원(전 사무국장)이 기자를 반겼다. 동호회 내 작은 일정도 나눔과 연계해2년째 회장직을 맡고 계신다는 윤진구 동호회장. 가장 최근의 동호회 활동이 무엇인지 묻자 지난 6월 과천시민회관에서 가진 정기연주회 브로슈어를 꺼내 보인다. ‘제6회’라는 단어가 7년간 이어온 동호회가 꾸준히 활동해왔음을 보여준다. 5월에는 평창에서 워크숍 겸 연주회를 열었다.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서 ‘한마음 음악회’를 열어 서울대 재학생 뿐만 아니라 평창군민이 함께 즐기는 자리를 가졌다. 윤 회장은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회원들이 행복한 동호회를 만들어가자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배워서 남주는 게 음악이기도 하지 않나요? 연주 수준도 높이고 회원 간 단합이 돼 찾아가는 음악회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보기 드문 다양한 연령대의 색소폰 동호회현재 50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 중이라고 하는 과천색소폰 동호회. 지난 6월의 정기 연주회에는 최연소 12세 회원부터 최고 연장자 81세 회원까지 함께 어우러져 앙상블 실력을 선보였다. 동호회 내 모임이나 행사를 회원 전부가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에 2번 정도 개최하는 정기연주회의 앙상블 연습을 위해 연주회까지 1년 내내 연습을 지속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호회의 성격에 따라 회원들이 모이는 매월 둘째 주 월요일은 정기회의를 열어 3개월 이상 연습한 신규회원의 연습곡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소규모 공연 후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례의 음식점을 방문해 함께 식사를 즐기기도 한다. 모이는 회원의 수에 따라 문화원이나, 카페에서 무대를 꾸민 후에 한 달에 한 번은 공연을 만끽하는 것이다. 덕분에 색소폰 입문자에게는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는 다양한 기회가 펼쳐진다.동호회원들의 나눔으로 탄탄하게 운영윤 회장은 “전임 회장 분들이 정신적·물질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주셨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위해 임원 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많이 힘써주고 계시죠”라며 동호회 활동에 있어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지에 감사를 표했다. 김복열 회원 또한 회원들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려 자신이 직접 제작·판매하는 ‘배려’의 뜻을 가진 브랜드 ‘앙시’의 스트랩을 선물했다.(실제로 윤진구 회장과 김복열 회장은 멋드러진 색소폰 스트랩을 착용하고 인터뷰에 임했다.) 동호회 내에서 등산이나 낚시, 골프 등 소모임도 결성하여 다양한 측면으로 동호회를 통한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다양한 시도로 이색적인 공연 추구색소폰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악기에 재능이 있는 회원들은 연주회 시 협연이나 솔로 연주로도 연주회를 더욱 풍성하게 꾸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연주자를 초청해 바이올린이나 기타 개인 연주로 무대를 채운다. 윤 회장은 “기존의 정기연주회가 연주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틀을 벗어나 영상을 접목하였습니다. 우리의 활동 사안을 음악과 어울리는 영상을 사용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립니다”라며 관객이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이나 ‘라데스키(Radetzki)’의 음악에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을 함께 하는 등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덜었다.지역사회 나눔 동호회로 꾸준한 활동 “과천이 음악도시인 거 알고 계세요? 또한 평생학습도시이기도 합니다. 우리 동호회가 평생학습동아리, 그 중 최우수 동아리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정이 됐습니다.”그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에 더욱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이 큰 과천색소폰 동호회다. 작년 2015년에는 ‘평생학습축제’, ‘과천누리마축제’, 시청 주관 ‘송년의 밤’ 등과 올해는 ‘서울메트로’ 아티스트를 선발하는 오디션에 합격해 서울 지하철 중 지정된 역사 내에서 시민들을 위한 연주를 했다. 또한, ‘장애인 돕기 재능기부’나 ‘양로원 위문공연’ 등도 수시로 참여해 색소폰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연주에 그치지 않고 지원금이나 수익금은 다시 모금으로 환원하는 등 나눔의 의미를 되새긴다.색소폰 앙상블 연주를 위한 준비 과정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제1연습실은 입문자와 개인 연습을 위한 공간으로 제2연습실은 앙상블과 숙련자들의 연습 공간이기도 하다. 두 공간을 자유로이 오가며 색소폰 연주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회원들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앙상블의 경우 전대 회장단과 이재준 고문, 천인석 교육이사가 앙상블에 지원하는 단원들의 연주를 듣고 심사를 거친다. 연주에 있어서 개선점과 함께 연습에 매진한다. 연주곡과 팀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3-4시부터 파트별 연습과 팀별 연습을 갖는다. 5년 이상 색소폰을 연주한 이들은 색소폰 솔로를 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한 회의 정기연주회를 위해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치지만 회원들 모두 지치는 기색 없이 즐겁게 임한다고 한다. 과천 동호회의 색소폰 지도 방향과천색소폰 동호회는 이재준 원장이 색소폰 지도와 음악 교육 고문으로 회원들의 연습을 돕고 있다. 이 원장은 해군 군악대 출신으로 KBS 관현악단의 객원 단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천인석 교육이사가 연주 지도를 맡아 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음악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연습을 진행한다. 이 원장은 “대부분 자기 자리(직업)에서 은퇴를 하고 오십니다. 음악 이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시더라도 음악의 3대요소 ‘멜로디·리듬·하모니’를 익히며 시작하시죠. 멜로디는 누구나 불러 볼 수 있을 만큼 쉽지만, 리듬과 박자가 중요합니다. 싱커페이션(Syncopation)부터 하모니, 앙상블까지 차츰 연습해 나갑니다”라며 입문자도 부담을 느낄 필요 없이 마음 편히 색소폰을 접해볼 것을 권했다. 이 원장은 파트별로 4개의 악보를 정리하고 회원들과 함께 의논하여 곡을 선정한다. 앙상블이라고 해서 클래식만 연주하면 지루해질 수 있으니 경음악이나 팝 등을 함께 연주곡으로 선정하기도 한다.이악치심(以樂治心)을 외치다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연습실 벽면에는 ‘이악치심’이라는 한자 서예 작품이 걸려있다. 이외에도 벽면 곳곳 좋은 의미를 담은 뛰어난 서예 작품은 동호회원인 매일종합건설주식회사의 이규석 회장이 회원들을 위해 베푼 것이라고 한다. ‘이악치심(以樂治心)’은 ‘음악은 인간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라며 동호회원들이 구호로 정해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외친다는 것이다. 이악치심은 ‘논어-태백편(泰伯篇)’에 공자는 시(詩)로써 정서가 순수해져 감흥이 일어나고, 예(禮)로써 행동을 절제해 바로 서며, 음악(樂)으로 인성이 완성되는 것이라는 ‘흥어시, 입어례,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에서 유래한다. 음악을 통해 인간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순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악치심의 의미 그대로 색소폰 하나로 모인 이들이 스스로 즐기며 건강해지고 모두 모여 하나의 건강한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색소폰으로 받은 감사의 의미를 다시 사회에 환원인류의 역사는 낮은 곳의 욕구를 충족하는 대로 더 필요한 것들을 추구하며 변화 발전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윤진구 회장은 “동호회에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 늘어나는 것만큼 건강히 연주를 즐기며 과천 시민들의 평생학습의 표상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한다. 이재준 고문은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피아노와 협연을 한다던가,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로 즐겁고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색소폰을 접하고 이악치심으로 즐거운 삶을 선물 받았다고 말하는 과천색소폰동호회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이악치심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 앞으로 더욱 많은 곳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색소폰 동호회의 롤모델로 그리고 건강하고 즐거운 동반자들의 모임으로 이어나가길 바란다.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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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01
  • 나눔으로 풍요로운 마음 가득 품은 "과천색소폰 동호회"
    ‘무소유의 삶’을 추구한 인디언들. 이들은 생활 속 자연스러운 절제를 바탕으로 하여 어려움 속에서도 나눔의 미덕을 키웠다. 이들의 전통 중 ‘남에게 얼마나 많은 선물을 했느냐’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계급, 신분이 결정되는 ‘포틀래치(Potlach)’라는 풍습이 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신성해 서로를 품고 있다고 여겼다. 그처럼 나눔의 풍요로운 마음을 진정한 선물이라 생각하는 색소폰 동호회를 만났다. 9월 풍요로운 마음을 가득히 품은 과천색소폰 동호회다. 어느덧 7년째 이어오고 있는 현재 과천의 유일한 색소폰 동호회. 청정도시 과천은 문화예술의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임에 과천색소폰이 부단히 발전을 모색하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화요일 저녁 7시, 평일임에도 지하 연습실에 하나 둘 모이는 사람들. 과천색소폰 동호회의 고문이자 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준 씨와 인사를 주고 받은 후 그의 안내를 따랐다. 계단을 내려가며 연미복을 차려입고 색소폰을 든 정기 연주회의 단체 사진을 길게 감상할 틈 없이 연습실이 보인다. 문 틈 사이로 개인 연습이 한창인 이들이 보이지만, 이 원장은 제2연습실이 있다며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코너를 돌아 또 다른 연습실에 들어서자 은은한 향기와 함께 작은 무대 위 피아노, 그리고 나란히 진열된 색소폰이 눈에 들어온다. 천진하게 반기는 윤진구 회장과 패셔너블한 차림의 김복열 회원(전 사무국장)이 기자를 반겼다. 동호회 내 작은 일정도 나눔과 연계해2년째 회장직을 맡고 계신다는 윤진구 동호회장. 가장 최근의 동호회 활동이 무엇인지 묻자 지난 6월 과천시민회관에서 가진 정기연주회 브로슈어를 꺼내 보인다. ‘제6회’라는 단어가 7년간 이어온 동호회가 꾸준히 활동해왔음을 보여준다. 5월에는 평창에서 워크숍 겸 연주회를 열었다.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서 ‘한마음 음악회’를 열어 서울대 재학생 뿐만 아니라 평창군민이 함께 즐기는 자리를 가졌다. 윤 회장은 “내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회원들이 행복한 동호회를 만들어가자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배워서 남주는 게 음악이기도 하지 않나요? 연주 수준도 높이고 회원 간 단합이 돼 찾아가는 음악회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보기 드문 다양한 연령대의 색소폰 동호회현재 50명 정도의 회원이 활동 중이라고 하는 과천색소폰 동호회. 지난 6월의 정기 연주회에는 최연소 12세 회원부터 최고 연장자 81세 회원까지 함께 어우러져 앙상블 실력을 선보였다. 동호회 내 모임이나 행사를 회원 전부가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1년에 2번 정도 개최하는 정기연주회의 앙상블 연습을 위해 연주회까지 1년 내내 연습을 지속한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동호회의 성격에 따라 회원들이 모이는 매월 둘째 주 월요일은 정기회의를 열어 3개월 이상 연습한 신규회원의 연습곡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소규모 공연 후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례의 음식점을 방문해 함께 식사를 즐기기도 한다. 모이는 회원의 수에 따라 문화원이나, 카페에서 무대를 꾸민 후에 한 달에 한 번은 공연을 만끽하는 것이다. 덕분에 색소폰 입문자에게는 무대 울렁증을 극복하는 다양한 기회가 펼쳐진다.동호회원들의 나눔으로 탄탄하게 운영윤 회장은 “전임 회장 분들이 정신적·물질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주셨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위해 임원 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많이 힘써주고 계시죠”라며 동호회 활동에 있어 회원들의 적극적인 의지에 감사를 표했다. 김복열 회원 또한 회원들의 특별한 날을 기념하려 자신이 직접 제작·판매하는 ‘배려’의 뜻을 가진 브랜드 ‘앙시’의 스트랩을 선물했다.(실제로 윤진구 회장과 김복열 회장은 멋드러진 색소폰 스트랩을 착용하고 인터뷰에 임했다.) 동호회 내에서 등산이나 낚시, 골프 등 소모임도 결성하여 다양한 측면으로 동호회를 통한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다양한 시도로 이색적인 공연 추구색소폰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악기에 재능이 있는 회원들은 연주회 시 협연이나 솔로 연주로도 연주회를 더욱 풍성하게 꾸민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연주자를 초청해 바이올린이나 기타 개인 연주로 무대를 채운다. 윤 회장은 “기존의 정기연주회가 연주자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틀을 벗어나 영상을 접목하였습니다. 우리의 활동 사안을 음악과 어울리는 영상을 사용해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립니다”라며 관객이 박수를 유도하는 장면이나 ‘라데스키(Radetzki)’의 음악에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을 함께 하는 등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덜었다.지역사회 나눔 동호회로 꾸준한 활동 “과천이 음악도시인 거 알고 계세요? 또한 평생학습도시이기도 합니다. 우리 동호회가 평생학습동아리, 그 중 최우수 동아리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선정이 됐습니다.”그만큼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 활동에 더욱 이바지해야겠다는 생각이 큰 과천색소폰 동호회다. 작년 2015년에는 ‘평생학습축제’, ‘과천누리마축제’, 시청 주관 ‘송년의 밤’ 등과 올해는 ‘서울메트로’ 아티스트를 선발하는 오디션에 합격해 서울 지하철 중 지정된 역사 내에서 시민들을 위한 연주를 했다. 또한, ‘장애인 돕기 재능기부’나 ‘양로원 위문공연’ 등도 수시로 참여해 색소폰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연주에 그치지 않고 지원금이나 수익금은 다시 모금으로 환원하는 등 나눔의 의미를 되새긴다.색소폰 앙상블 연주를 위한 준비 과정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제1연습실은 입문자와 개인 연습을 위한 공간으로 제2연습실은 앙상블과 숙련자들의 연습 공간이기도 하다. 두 공간을 자유로이 오가며 색소폰 연주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회원들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앙상블의 경우 전대 회장단과 이재준 고문, 천인석 교육이사가 앙상블에 지원하는 단원들의 연주를 듣고 심사를 거친다. 연주에 있어서 개선점과 함께 연습에 매진한다. 연주곡과 팀을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3-4시부터 파트별 연습과 팀별 연습을 갖는다. 5년 이상 색소폰을 연주한 이들은 색소폰 솔로를 할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한 회의 정기연주회를 위해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치지만 회원들 모두 지치는 기색 없이 즐겁게 임한다고 한다. 과천 동호회의 색소폰 지도 방향과천색소폰 동호회는 이재준 원장이 색소폰 지도와 음악 교육 고문으로 회원들의 연습을 돕고 있다. 이 원장은 해군 군악대 출신으로 KBS 관현악단의 객원 단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천인석 교육이사가 연주 지도를 맡아 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음악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연습을 진행한다. 이 원장은 “대부분 자기 자리(직업)에서 은퇴를 하고 오십니다. 음악 이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시더라도 음악의 3대요소 ‘멜로디·리듬·하모니’를 익히며 시작하시죠. 멜로디는 누구나 불러 볼 수 있을 만큼 쉽지만, 리듬과 박자가 중요합니다. 싱커페이션(Syncopation)부터 하모니, 앙상블까지 차츰 연습해 나갑니다”라며 입문자도 부담을 느낄 필요 없이 마음 편히 색소폰을 접해볼 것을 권했다. 이 원장은 파트별로 4개의 악보를 정리하고 회원들과 함께 의논하여 곡을 선정한다. 앙상블이라고 해서 클래식만 연주하면 지루해질 수 있으니 경음악이나 팝 등을 함께 연주곡으로 선정하기도 한다.이악치심(以樂治心)을 외치다과천색소폰 동호회의 연습실 벽면에는 ‘이악치심’이라는 한자 서예 작품이 걸려있다. 이외에도 벽면 곳곳 좋은 의미를 담은 뛰어난 서예 작품은 동호회원인 매일종합건설주식회사의 이규석 회장이 회원들을 위해 베푼 것이라고 한다. ‘이악치심(以樂治心)’은 ‘음악은 인간의 마음을 다스린다’는 의미라며 동호회원들이 구호로 정해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외친다는 것이다. 이악치심은 ‘논어-태백편(泰伯篇)’에 공자는 시(詩)로써 정서가 순수해져 감흥이 일어나고, 예(禮)로써 행동을 절제해 바로 서며, 음악(樂)으로 인성이 완성되는 것이라는 ‘흥어시, 입어례,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에서 유래한다. 음악을 통해 인간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순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 이악치심의 의미 그대로 색소폰 하나로 모인 이들이 스스로 즐기며 건강해지고 모두 모여 하나의 건강한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색소폰으로 받은 감사의 의미를 다시 사회에 환원인류의 역사는 낮은 곳의 욕구를 충족하는 대로 더 필요한 것들을 추구하며 변화 발전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윤진구 회장은 “동호회에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 늘어나는 것만큼 건강히 연주를 즐기며 과천 시민들의 평생학습의 표상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한다. 이재준 고문은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고 피아노와 협연을 한다던가,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새로운 시도로 즐겁고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색소폰을 접하고 이악치심으로 즐거운 삶을 선물 받았다고 말하는 과천색소폰동호회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이악치심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 앞으로 더욱 많은 곳에서 다양한 활동으로 색소폰 동호회의 롤모델로 그리고 건강하고 즐거운 동반자들의 모임으로 이어나가길 바란다.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 Focus
    2016-09-01
  • 색소폰의 본질을 찾아가는 노력가, 색소포니스트 이은용
    (월간색소폰)남은별 기자= ‘시그니처(Signature)’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색소포니스트 이은용.삶 속에는 무수히도 많은 선택의 기로가 있다. 심지어 자판기 버튼 앞에서도 선택의 순간이 있다. 넘쳐나는 생각과 고민에 힘겨워하는 현대인에게 ‘시그니처’는 참으로 현명하고 가치 있는 단어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만의 고유한 본질을 추구하며 고고히 자신을 빛내는 것이 더욱 귀히 여겨지는 오늘날. 색소폰 음색을 탐구하는 사람들에게, 넘쳐서 허황된 음들이 부담이라면 ‘시그니처’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이은용 씨의 색소폰 멜로디에 위로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Beyond the Road’ 그녀의 앨범은 삶의 알맹이를 보여준다. 의미를 담았을 때 더욱 세심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녀를 만나고 덕분에 참으로 감사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앨범 커버의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곡 작업을 하다 보니 앨범 타이틀 콘셉트가 ‘길’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디자이너 분을 만나서 다행입니다.(웃음) 앨범을 펼치면 뒷부분이 하나의 사진으로 이어져있어 더욱 멋지니 한 번 펼쳐서 봐주세요. 앨범 사이즈가 독특해 다른 앨범들 가운데 편안하게 빼서 들어볼 수도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앨범을 듣고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셨나요.제 딸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인 ‘Dana, My Love’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해주세요. 다른 곡들도 작곡자 분께서 도와주셔서 편곡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인 분들은 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색소폰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여느 아이들과 비슷하게 피아노를 접하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다보니 집중해서 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선생님이셨던 어머니께서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도 가르쳐 주시는 등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음악에만 너무 집중한다고 느끼셨는지 일부러 멈추게까지 하신 적도 있었어요. 어느 날은 수영장에 갔는데, 튜브를 잘 부는 제 모습에 ‘호흡도 좋고 음악을 좋아하니 일찌감치 악기를 하나 시켜볼까’하는 마음이 드셨답니다. 그대로 낙원상가에 갔고, 그땐 이름도 모르고 선택한 그저 예쁘다고 생각한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하겠다고 졸랐죠.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여건들이 많았습니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선생님을 찾기가 힘들었던 거죠. 기다림 끝에 한예종 1학년에 입학한 분을 만나 레슨을 받고 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색소폰으로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었습니다.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알토 색소폰으로 연주를 줄곧 하셨는데 앨범은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를 하셨습니다. 주로 어떤 색소폰으로 연주를 즐겨 하시나요.알토 색소폰은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야 하는 준비 과정에서 필수였습니다. 그렇지만 알토는 알토대로, 소프라노는 소프라노대로 그만의 매력이 있어요. 어느 하나만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대개 케니 지(Kenny G)의 영향으로 직관 색소폰을 많이 쓰는데, 곡관 색소폰 또한 그 작고 매력적인 모양새 안에서 풍부한 울림이 인상적으로 다가와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내신 만큼 대중과 함께 하는 무대를 기대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무대에서 어떠신지 궁금합니다.대학 시절 ‘티스퀘어’라는 밴드를 통해 스탠다드 재즈곡을 연주하며 관중들의 반응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떨리지만 재미있고 흥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 대학교 때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즐거웠고, 콘서트나 기업 강의 등을 할 때에도 색소폰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재즈를 소개하는 일에 생각보다 부담을 덜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대학시절부터 함께 한 ‘밴드’의 경험이 가장 큰 계기가 됐던 거죠. 무대에 서게 되니 주법이나 사운드가 상황에 맞게 많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냥 경험만 하기에는 욕심이 채워지지 않았고,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인생의 또 한 번 큰 결정인 미국 유학을 결심했지요. 타지 생활이라는 게 음식 같은 부수적인 것들로 힘들지만, 음악 하나만으로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일을 하던 중에 유학을 계획한 터라 더욱 의미가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린 이미지이신데 도전 의식과 함께 강단 있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그러한 시간들로 인해 지금의 앨범이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곡마다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 또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가족에 대한 생각들이요. 지금 아카데미를 운영하다 보니 앨범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얼마나 많던 지요. 그래서 곡 작업을 할 때는 이것만 생각하자고 또 한 번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는 했습니다.앨범을 살펴보면 윤호기 작곡가의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이신가요.작곡가이며 회사도 운영하고 계시죠. 음악적으로 천재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그만큼 아이디어도 많아 콜라보레이션의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그분도 색소폰 전공을 하셨기에 제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시기도 했습니다. 큰 재능을 갖고 계신 분이며 지금도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앨범에 실린 ‘희나리’와 관련한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희나리를 처음 알게 해준 동급생 언니와는 아직도 만나고 계시나요.네, 가끔 만납니다. 그런데 그 기억은 저만 하고 있었다는 게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주변 친구들은 ‘곡 선정이 너무 올드한 거 아니냐’며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저만의 스타일로 해석하여 나온 곡이어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고 만든 것 자체만으로 그분께는 이벤트가 되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대되는데, 다음 앨범은 언제쯤 또 만나볼 수 있을까요.다음 앨범 계획은 작곡자와 프로듀싱 해주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앨범을 발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반응이 괜찮은 것 같으니 차차 준비하자는 분위기라 기분이 좋습니다. 앨범 출시와 함께 계획하고 계신 공연이 있으신가요.기회가 되는 대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연주활동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주로 음악 봉사 취지의 공연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무대보다 주변 분들과 감사 인사를 나누는 차원의 공연 또한 머릿속에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 토크 콘서트를 많이 하더군요. 음악콘서트를 진행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먼 훗날 ‘색소폰 타운’으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곳이자 공연과 쉼터가 충분히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을 꿈꿉니다. 색소폰으로 최대한 좋은 일을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색소폰 연주곡 레퍼토리는 무엇인가요?공연할 때는 항상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I Will Always Love You’예요.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영화이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무대의 감동을 전하기에는 호소력 짙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Beyond the Road’에서 꼭 들려드리고 싶은 곡을 소개해주신다면.공연에서는 역시 앨범 타이틀인 ‘Beyond the Road’를 우선으로 들려드리고 싶네요. 또, ‘Dana, My Love’와 ‘Starlights’를 꼭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색소폰 교육에도 힘쓰고 계신데요, 연주만 고집하는 행보가 아닌 어떤 계기로 하여금 교육을 생각하게 되셨나요.대학 시절 학원과 같은 곳에서 출강을 했습니다. 교사인 부모님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큽니다. 한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하다보니 한 명 한 명 학생이 늘어났고 음악 교육 쪽으로 기회가 많이 찾아온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히 교재도 준비하게 되고 책도 내게 된 것이죠.운영 중이신 학원에서 어떤 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연령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참으로 다양한 분들이 오십니다. 동호회 활동을 주로 하시다가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즈밴드 클래스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강사의 역량도 중요하지요. 전문 지식을 갖춘 강사들을 채용하고 함께 교육 과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색소폰이라는 악기 자체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현재 60여 명의 회원들이 있는데 모두 다른 색소폰 소리를 냅니다. 색소폰 소리만 듣고도 ‘아, 그분이 연습하고 계시는구나’ 알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색소폰부터 시작해서 마우스피스, 리드까지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 지 궁금해 하십니다.호흡으로 소리를 내다보니 사람마다 고유의 소리가 있는 것이지요. 같은 마우스피스와 리드의 조합을 하더라도 다른 소리가 납니다. 간혹 어떤 분은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서 어떤 조합으로 어떤 소리를 내는지 궁금해 하십니다. 최대한 비슷한 소리를 내고 싶으신 거죠. 결론은 연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클래식과 재즈 사운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많이 불어보고 경험해봐야 하지요. 연주자의 신체조건으로 봤을 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러 번 시도하며 맞춰가는 것이지요. 안타깝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각자에게 맞는 마우스피스와 리가춰가 있는데 한 사람의 선택에 줄줄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분들도 있더라구요.선생님께서 쓰시는 색소폰과 마우스피스는 무엇인가요.화려한 기교가 드러난 연주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담백하며 순수한 소리를 추구합니다. 저 또한 마우스피스와 리드의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여 앨범 색깔을 나타내려 했지요. ‘Beyond the Road’에서는 ‘디오웨인’과 ‘셀렉재즈’의 조합으로 소리를 담았습니다. 이번 월간색소폰 8월호에는 리드에 대해서 다루는 섹션이 있습니다. 독자 분들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리드는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는가도 중요한 팁이 될 수 있습니다. 물에 불린 다음 잘 말린 후 번호를 매기고 순번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 순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개인적인 견해로는 하나의 리드에 집중하다보면 이물질이 낄 수도 있어요. 호흡을 만들거나 소리를 만들 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히 무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리드를 바꿔가면서 쓰는 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색소폰과 관련된 시간 외에 관심 있으신 건 무엇인가요.여행입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또, 밴드와 함께 연습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딸의 이름을 따서 결성한 ‘단아밴드’에서 재즈피아노를 하시는 분과 스무스 재즈(Smooth Jazz)를 하고 있습니다. 가요나 팝을 편곡해서 들려드리기도 합니다.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색소폰 애호가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재즈 음악 자체가 우리보다 10-20년 정도 앞서 있다고 하지만 그건 마인드 차이인 것 같습니다. 간혹 어르신들이 색소폰을 ‘딴따라 악기’라는 조금은 비하하는 듯이 표현하시기도 하지만 색소폰은 재즈의 꽃이라고 부르는 귀한 악기이지요. 색소폰을 연주하시는 분들은 악기 자체를 귀중히 생각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다루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너무 한 가지 장르에만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사랑해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어떤 색소포니스트가 되고 싶으신가요. 이번 앨범 콘셉트처럼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케니 지의 ‘Loving You’가 1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걸 보면 그래요. 그런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현재는 아카데미 운영에 조금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로 보면 자기 개발도 많이 되었고 앨범 또한 준비를 제대로 했을 때 대중에 잘 전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전공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 또한 음악으로 잘 연결이 되어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테크닉 외에도 마음가짐 등 배우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색소폰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나가고 싶습니다. 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08-01
  • 색소폰의 본질을 찾아가는 노력가, 색소포니스트 이은용
    (월간색소폰)남은별 기자= ‘시그니처(Signature)’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색소포니스트 이은용.삶 속에는 무수히도 많은 선택의 기로가 있다. 심지어 자판기 버튼 앞에서도 선택의 순간이 있다. 넘쳐나는 생각과 고민에 힘겨워하는 현대인에게 ‘시그니처’는 참으로 현명하고 가치 있는 단어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만의 고유한 본질을 추구하며 고고히 자신을 빛내는 것이 더욱 귀히 여겨지는 오늘날. 색소폰 음색을 탐구하는 사람들에게, 넘쳐서 허황된 음들이 부담이라면 ‘시그니처’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이은용 씨의 색소폰 멜로디에 위로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Beyond the Road’ 그녀의 앨범은 삶의 알맹이를 보여준다. 의미를 담았을 때 더욱 세심한 예술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녀를 만나고 덕분에 참으로 감사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앨범 커버의 디자인이 인상적입니다.걸어온 길을 생각하며 곡 작업을 하다 보니 앨범 타이틀 콘셉트가 ‘길’이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디자이너 분을 만나서 다행입니다.(웃음) 앨범을 펼치면 뒷부분이 하나의 사진으로 이어져있어 더욱 멋지니 한 번 펼쳐서 봐주세요. 앨범 사이즈가 독특해 다른 앨범들 가운데 편안하게 빼서 들어볼 수도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앨범을 듣고 어떤 이야기들을 해주셨나요.제 딸을 생각하면서 만든 곡인 ‘Dana, My Love’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해주세요. 다른 곡들도 작곡자 분께서 도와주셔서 편곡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인 분들은 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색소폰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여느 아이들과 비슷하게 피아노를 접하게 되면서 재미를 느끼다보니 집중해서 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선생님이셨던 어머니께서는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도 가르쳐 주시는 등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제가 음악에만 너무 집중한다고 느끼셨는지 일부러 멈추게까지 하신 적도 있었어요. 어느 날은 수영장에 갔는데, 튜브를 잘 부는 제 모습에 ‘호흡도 좋고 음악을 좋아하니 일찌감치 악기를 하나 시켜볼까’하는 마음이 드셨답니다. 그대로 낙원상가에 갔고, 그땐 이름도 모르고 선택한 그저 예쁘다고 생각한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주하겠다고 졸랐죠.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은 여건들이 많았습니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선생님을 찾기가 힘들었던 거죠. 기다림 끝에 한예종 1학년에 입학한 분을 만나 레슨을 받고 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색소폰으로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었습니다.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알토 색소폰으로 연주를 줄곧 하셨는데 앨범은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를 하셨습니다. 주로 어떤 색소폰으로 연주를 즐겨 하시나요.알토 색소폰은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야 하는 준비 과정에서 필수였습니다. 그렇지만 알토는 알토대로, 소프라노는 소프라노대로 그만의 매력이 있어요. 어느 하나만 좋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대개 케니 지(Kenny G)의 영향으로 직관 색소폰을 많이 쓰는데, 곡관 색소폰 또한 그 작고 매력적인 모양새 안에서 풍부한 울림이 인상적으로 다가와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앨범을 내신 만큼 대중과 함께 하는 무대를 기대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무대에서 어떠신지 궁금합니다.대학 시절 ‘티스퀘어’라는 밴드를 통해 스탠다드 재즈곡을 연주하며 관중들의 반응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은 떨리지만 재미있고 흥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 대학교 때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즐거웠고, 콘서트나 기업 강의 등을 할 때에도 색소폰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재즈를 소개하는 일에 생각보다 부담을 덜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대학시절부터 함께 한 ‘밴드’의 경험이 가장 큰 계기가 됐던 거죠. 무대에 서게 되니 주법이나 사운드가 상황에 맞게 많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냥 경험만 하기에는 욕심이 채워지지 않았고, 제대로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인생의 또 한 번 큰 결정인 미국 유학을 결심했지요. 타지 생활이라는 게 음식 같은 부수적인 것들로 힘들지만, 음악 하나만으로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일을 하던 중에 유학을 계획한 터라 더욱 의미가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린 이미지이신데 도전 의식과 함께 강단 있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그러한 시간들로 인해 지금의 앨범이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곡마다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 또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가족에 대한 생각들이요. 지금 아카데미를 운영하다 보니 앨범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얼마나 많던 지요. 그래서 곡 작업을 할 때는 이것만 생각하자고 또 한 번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는 했습니다.앨범을 살펴보면 윤호기 작곡가의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이신가요.작곡가이며 회사도 운영하고 계시죠. 음악적으로 천재가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그만큼 아이디어도 많아 콜라보레이션의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그분도 색소폰 전공을 하셨기에 제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채워주시기도 했습니다. 큰 재능을 갖고 계신 분이며 지금도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앨범에 실린 ‘희나리’와 관련한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희나리를 처음 알게 해준 동급생 언니와는 아직도 만나고 계시나요.네, 가끔 만납니다. 그런데 그 기억은 저만 하고 있었다는 게 재미있는 사실입니다. 주변 친구들은 ‘곡 선정이 너무 올드한 거 아니냐’며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저만의 스타일로 해석하여 나온 곡이어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스스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고 만든 것 자체만으로 그분께는 이벤트가 되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대되는데, 다음 앨범은 언제쯤 또 만나볼 수 있을까요.다음 앨범 계획은 작곡자와 프로듀싱 해주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입니다. 앨범을 발매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반응이 괜찮은 것 같으니 차차 준비하자는 분위기라 기분이 좋습니다. 앨범 출시와 함께 계획하고 계신 공연이 있으신가요.기회가 되는 대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연주활동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주로 음악 봉사 취지의 공연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크고 화려한 무대보다 주변 분들과 감사 인사를 나누는 차원의 공연 또한 머릿속에 그리고 있습니다. 최근 토크 콘서트를 많이 하더군요. 음악콘서트를 진행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먼 훗날 ‘색소폰 타운’으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곳이자 공연과 쉼터가 충분히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을 꿈꿉니다. 색소폰으로 최대한 좋은 일을 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색소폰 연주곡 레퍼토리는 무엇인가요?공연할 때는 항상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I Will Always Love You’예요.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본 영화이기도 하고 관객들에게 무대의 감동을 전하기에는 호소력 짙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Beyond the Road’에서 꼭 들려드리고 싶은 곡을 소개해주신다면.공연에서는 역시 앨범 타이틀인 ‘Beyond the Road’를 우선으로 들려드리고 싶네요. 또, ‘Dana, My Love’와 ‘Starlights’를 꼭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현재 색소폰 교육에도 힘쓰고 계신데요, 연주만 고집하는 행보가 아닌 어떤 계기로 하여금 교육을 생각하게 되셨나요.대학 시절 학원과 같은 곳에서 출강을 했습니다. 교사인 부모님의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큽니다. 한 아이를 가르치기 시작하다보니 한 명 한 명 학생이 늘어났고 음악 교육 쪽으로 기회가 많이 찾아온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히 교재도 준비하게 되고 책도 내게 된 것이죠.운영 중이신 학원에서 어떤 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연령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참으로 다양한 분들이 오십니다. 동호회 활동을 주로 하시다가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국제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재즈밴드 클래스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강사의 역량도 중요하지요. 전문 지식을 갖춘 강사들을 채용하고 함께 교육 과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색소폰이라는 악기 자체가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가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현재 60여 명의 회원들이 있는데 모두 다른 색소폰 소리를 냅니다. 색소폰 소리만 듣고도 ‘아, 그분이 연습하고 계시는구나’ 알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색소폰부터 시작해서 마우스피스, 리드까지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 지 궁금해 하십니다.호흡으로 소리를 내다보니 사람마다 고유의 소리가 있는 것이지요. 같은 마우스피스와 리드의 조합을 하더라도 다른 소리가 납니다. 간혹 어떤 분은 유튜브 등을 찾아보면서 어떤 조합으로 어떤 소리를 내는지 궁금해 하십니다. 최대한 비슷한 소리를 내고 싶으신 거죠. 결론은 연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클래식과 재즈 사운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많이 불어보고 경험해봐야 하지요. 연주자의 신체조건으로 봤을 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러 번 시도하며 맞춰가는 것이지요. 안타깝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각자에게 맞는 마우스피스와 리가춰가 있는데 한 사람의 선택에 줄줄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분들도 있더라구요.선생님께서 쓰시는 색소폰과 마우스피스는 무엇인가요.화려한 기교가 드러난 연주를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담백하며 순수한 소리를 추구합니다. 저 또한 마우스피스와 리드의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여 앨범 색깔을 나타내려 했지요. ‘Beyond the Road’에서는 ‘디오웨인’과 ‘셀렉재즈’의 조합으로 소리를 담았습니다. 이번 월간색소폰 8월호에는 리드에 대해서 다루는 섹션이 있습니다. 독자 분들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리드는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는가도 중요한 팁이 될 수 있습니다. 물에 불린 다음 잘 말린 후 번호를 매기고 순번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 순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개인적인 견해로는 하나의 리드에 집중하다보면 이물질이 낄 수도 있어요. 호흡을 만들거나 소리를 만들 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히 무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리드를 바꿔가면서 쓰는 게 도움이 되더라구요. 색소폰과 관련된 시간 외에 관심 있으신 건 무엇인가요.여행입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또, 밴드와 함께 연습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딸의 이름을 따서 결성한 ‘단아밴드’에서 재즈피아노를 하시는 분과 스무스 재즈(Smooth Jazz)를 하고 있습니다. 가요나 팝을 편곡해서 들려드리기도 합니다.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시다면.색소폰 애호가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재즈 음악 자체가 우리보다 10-20년 정도 앞서 있다고 하지만 그건 마인드 차이인 것 같습니다. 간혹 어르신들이 색소폰을 ‘딴따라 악기’라는 조금은 비하하는 듯이 표현하시기도 하지만 색소폰은 재즈의 꽃이라고 부르는 귀한 악기이지요. 색소폰을 연주하시는 분들은 악기 자체를 귀중히 생각하고 존중하는 자세로 다루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너무 한 가지 장르에만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사랑해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어떤 색소포니스트가 되고 싶으신가요. 이번 앨범 콘셉트처럼 편안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습니다. 케니 지의 ‘Loving You’가 1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걸 보면 그래요. 그런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현재는 아카데미 운영에 조금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로 보면 자기 개발도 많이 되었고 앨범 또한 준비를 제대로 했을 때 대중에 잘 전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전공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 또한 음악으로 잘 연결이 되어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테크닉 외에도 마음가짐 등 배우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색소폰의 있는 그대로를 표현해나가고 싶습니다. 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08-01
  • 색소폰의 선율이 닿는 곳까지 연주를…, 강남 도곡동 한강색소폰동호회
    아버지도 꿈이 있는 어린 청년이었다. 당연한 걸 텐데 궁금해 여쭤본 적도, 제대로 자리 잡고 앉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때 그대로 상상한 것 중 얼마나 덜어내며 살아오셨을 지 부끄럽지만 나는 잘 모른다. 선택의 고통을 짊어지고, 덜어내고 덜어낸 끝에 어느 날 갖고 싶은 것 하나가 생기셨단다. 두 손으로 감싼 색소폰 하나에 설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광화문 연가’의 색소폰 멜로디가 흘러 나오는 한강색소폰 동호회를 찾았다. 방음 부스 안에서 광화문 연가를 홀로 연주하는 분의 색소폰 소리가 날씨와 잘 어우러진다. 건너편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에서는 열 명 남짓한 단원들이 모여서 한창 연습 중이었다. 파트별로 자리 잡고 앉아 진지하게 연주에 임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들이 연습하는 곡은 스페인어로 ‘그대 있는 곳까지’라는 뜻의 ‘에레스 투(Eres tu)’였다. * 한강색소폰의 인터뷰는 주로 김상영 부회장과 진행하였다. 오케스트라 연습으로 모인 여러 회원들과 한마디 씩 주고받은 이야기들도 함께 모아보았다. 4인의 어벤져스가 진두지휘 하는 한강색소폰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오케스트라가 정기적으로 모여 연습하는 시간이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오케스트라 연습을 한다. 1부에서는 윤인기 지휘자가, 2부에서는 김청 단장이 지휘를 맡았다. 1부 연습이 진행 중인 터라 김상영 부회장과 김청 단장이 먼저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매년 회장 선출을 하지만 부회장은 바뀌지 않는다는 독특한 관례가 있는 한강색소폰. 올해 회장으로 선출된 박종하 회장과 김상영 부회장은 동호회를 관리하며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하며 회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주인이 따로 없는 스스로 발전하는 색소폰 동호회장마가 시작됨을 알리듯 쏟아지는 폭우에도 오케스트라와 개인 색소폰 연습을 위해 찾아온 회원들. 김상영 부회장은 “나이, 종교를 초월하고 색소폰 하나로 모였어요. 우리 나이엔 동창회 모임이 열리면 반도 오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런데 여긴 자발적으로 옵니다. 스스로 좋아서 오는 곳이죠. 그래서 우리들끼리는 ‘동네 사랑방’이라고 부릅니다”라며 동호회에 담긴 애정을 끊임없이 표현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희망이 된 색소폰연주아버지가 마음을 쉬는 곳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일이 있는가. 김상영 부회장은 평균 연령대가 높은 한강색소폰에 대해 이야기 하는 도중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에게 색소폰이 갖는 의미를 들려주었다.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들에게 ‘무료한 시간이 문제’입니다. 등산하고 골프만 칠 게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시작하다보니 월등히 성장하며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색소폰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내 어머니, 아버지의 말 못할 속내인 것만 같다. 정성호 씨의 ‘중년의 사회학’이라는 책에서는 베이비부머들을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황제처럼 모시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대, 가족을 위해 밤새 일했건만 자식들로부터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따돌림 당하는 비운의 세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색소폰과 같은 악기 연주가 삶의 만족도와 심리적인 고독감을 해소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한강색소폰에 방문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양재천 정기 공연과 재능기부 공연 참여한강색소폰 동호회는 착하다. 참으로 마음 좋은 일들을 위해 동호회 사람들은 재능을 아끼지 않는다. 특출난 연주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갈고 닦은 솜씨를 기꺼이 발휘하는 데 스스럼이 없다. 한 달에 한 번씩 양재천에서 무료 공연을 펼친다. 병원에서도 환우들을 위한 공연을 많이 했다. 특히 요양원 공연 시 적적하셨을 노인분들을 위한 공연 등을 통해 ‘우리가 큰 힘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꿈의 무대 ‘세종문화회관’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다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들에게는 꿈의 무대 ‘세종문화회관’. 한강색소폰은 이곳에서 꿈을 이루었다. ‘공간’이 담는 특별함은 이들에게 색소폰 오케스트라 연주에 몰두하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다. 수십 개 단체가 이곳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오디션을 거쳐야만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불과 몇 달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몇 배나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란 걸 알게 됐죠. 회원들이 쏟은 노력과 시간에 보상은 공연 당일 가족들을 초대하고 연주하였을 때 받았습니다.” 이날 한강색소폰 동호회는 ‘헨델의 사라방드(Saraband)’와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을 연주했다. ‘동백아가씨’도 세련되게 편곡하여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었다. 이 공연 이후 강남구청을 통해 재능 기부 봉사를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쉽지 않은 오케스트라, 가능한 이유는색소폰 동호회는 많다. 그러나 “동호회가 수익의 목적을 갖지 않을 때 그곳은 더욱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김상영 부회장은 말한다. 또한 음악적인 기초를 충분히 다지고 연습에 매진하는 이들이 많다. 윤인기 지휘자는 “최소 3년 정도 연습을 거친 이들이 오케스트라 입단이 가능합니다. 빨리 하시는 분들은 2년 안에도 가능하더군요”라고 한다. 오케스트라 연습의 경우 초반 워밍업의 개념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가 후반에는 틀린 부분을 함께 고쳐나가고 예술적인 부분으로 완성한다.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더라도 ‘즐기는 것도 목적’이라는 점은 회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부분이다. 한강색소폰 동호회는 앞으로 어떤 모습일까연습을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실력, 매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목표로 삼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다는 한강색소폰 동호회. 김청 단장은 “반주기로 혼자 연습할 때는 연습으로 끝납니다. 오케스트라는 어떤 곡이든 화음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주 후의 황홀해지는 느낌을 공유하고 기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보람도 느끼니 이런 색깔로 운영하는 동호회가 흔치는 않지요”라고 말한다. 어벤져스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차근차근 색소폰을 통한 자신의 바람들을 일구어나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베이비부머의 그늘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나고 싶은 색소포니스트 강연을 신청하여 함께 워크숍을 꾸리기도 한다는 한강색소폰 동호회. 즐겁고 기쁜 일에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이들이야말로 국내 색소폰 동호회 문화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선구자이며, 주인공들이다. 글. 남은별 기자 suyeon@ke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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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8-01
  • 색소폰의 선율이 닿는 곳까지 연주를…, 강남 도곡동 한강색소폰동호회
    아버지도 꿈이 있는 어린 청년이었다. 당연한 걸 텐데 궁금해 여쭤본 적도, 제대로 자리 잡고 앉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때 그대로 상상한 것 중 얼마나 덜어내며 살아오셨을 지 부끄럽지만 나는 잘 모른다. 선택의 고통을 짊어지고, 덜어내고 덜어낸 끝에 어느 날 갖고 싶은 것 하나가 생기셨단다. 두 손으로 감싼 색소폰 하나에 설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장마의 시작을 알리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광화문 연가’의 색소폰 멜로디가 흘러 나오는 한강색소폰 동호회를 찾았다. 방음 부스 안에서 광화문 연가를 홀로 연주하는 분의 색소폰 소리가 날씨와 잘 어우러진다. 건너편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에서는 열 명 남짓한 단원들이 모여서 한창 연습 중이었다. 파트별로 자리 잡고 앉아 진지하게 연주에 임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그들이 연습하는 곡은 스페인어로 ‘그대 있는 곳까지’라는 뜻의 ‘에레스 투(Eres tu)’였다. * 한강색소폰의 인터뷰는 주로 김상영 부회장과 진행하였다. 오케스트라 연습으로 모인 여러 회원들과 한마디 씩 주고받은 이야기들도 함께 모아보았다. 4인의 어벤져스가 진두지휘 하는 한강색소폰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오케스트라가 정기적으로 모여 연습하는 시간이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오케스트라 연습을 한다. 1부에서는 윤인기 지휘자가, 2부에서는 김청 단장이 지휘를 맡았다. 1부 연습이 진행 중인 터라 김상영 부회장과 김청 단장이 먼저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매년 회장 선출을 하지만 부회장은 바뀌지 않는다는 독특한 관례가 있는 한강색소폰. 올해 회장으로 선출된 박종하 회장과 김상영 부회장은 동호회를 관리하며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하며 회원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주인이 따로 없는 스스로 발전하는 색소폰 동호회장마가 시작됨을 알리듯 쏟아지는 폭우에도 오케스트라와 개인 색소폰 연습을 위해 찾아온 회원들. 김상영 부회장은 “나이, 종교를 초월하고 색소폰 하나로 모였어요. 우리 나이엔 동창회 모임이 열리면 반도 오지 않을 때가 있지요. 그런데 여긴 자발적으로 옵니다. 스스로 좋아서 오는 곳이죠. 그래서 우리들끼리는 ‘동네 사랑방’이라고 부릅니다”라며 동호회에 담긴 애정을 끊임없이 표현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희망이 된 색소폰연주아버지가 마음을 쉬는 곳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본 일이 있는가. 김상영 부회장은 평균 연령대가 높은 한강색소폰에 대해 이야기 하는 도중 베이비부머(baby boomer)들에게 색소폰이 갖는 의미를 들려주었다. “베이비붐 세대인 우리들에게 ‘무료한 시간이 문제’입니다. 등산하고 골프만 칠 게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시작하다보니 월등히 성장하며 성취감도 느낄 수 있는 색소폰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내 어머니, 아버지의 말 못할 속내인 것만 같다. 정성호 씨의 ‘중년의 사회학’이라는 책에서는 베이비부머들을 “부모님에게 무조건 순종했던 마지막 세대이자 아이들을 황제처럼 모시는 첫 세대,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처와 부모 사이에서 방황하는 세대, 가족을 위해 밤새 일했건만 자식들로부터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고 따돌림 당하는 비운의 세대”라는 표현이 나온다. 색소폰과 같은 악기 연주가 삶의 만족도와 심리적인 고독감을 해소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한강색소폰에 방문하고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양재천 정기 공연과 재능기부 공연 참여한강색소폰 동호회는 착하다. 참으로 마음 좋은 일들을 위해 동호회 사람들은 재능을 아끼지 않는다. 특출난 연주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갈고 닦은 솜씨를 기꺼이 발휘하는 데 스스럼이 없다. 한 달에 한 번씩 양재천에서 무료 공연을 펼친다. 병원에서도 환우들을 위한 공연을 많이 했다. 특히 요양원 공연 시 적적하셨을 노인분들을 위한 공연 등을 통해 ‘우리가 큰 힘이 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꿈의 무대 ‘세종문화회관’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다아마추어 색소폰 연주자들에게는 꿈의 무대 ‘세종문화회관’. 한강색소폰은 이곳에서 꿈을 이루었다. ‘공간’이 담는 특별함은 이들에게 색소폰 오케스트라 연주에 몰두하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다. 수십 개 단체가 이곳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오디션을 거쳐야만 연주할 수 있다고 한다. “불과 몇 달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몇 배나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란 걸 알게 됐죠. 회원들이 쏟은 노력과 시간에 보상은 공연 당일 가족들을 초대하고 연주하였을 때 받았습니다.” 이날 한강색소폰 동호회는 ‘헨델의 사라방드(Saraband)’와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을 연주했다. ‘동백아가씨’도 세련되게 편곡하여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었다. 이 공연 이후 강남구청을 통해 재능 기부 봉사를 더욱 활발하게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쉽지 않은 오케스트라, 가능한 이유는색소폰 동호회는 많다. 그러나 “동호회가 수익의 목적을 갖지 않을 때 그곳은 더욱 순수한 목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김상영 부회장은 말한다. 또한 음악적인 기초를 충분히 다지고 연습에 매진하는 이들이 많다. 윤인기 지휘자는 “최소 3년 정도 연습을 거친 이들이 오케스트라 입단이 가능합니다. 빨리 하시는 분들은 2년 안에도 가능하더군요”라고 한다. 오케스트라 연습의 경우 초반 워밍업의 개념으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가 후반에는 틀린 부분을 함께 고쳐나가고 예술적인 부분으로 완성한다.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더라도 ‘즐기는 것도 목적’이라는 점은 회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부분이다. 한강색소폰 동호회는 앞으로 어떤 모습일까연습을 거듭할수록 나아지는 실력, 매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목표로 삼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다는 한강색소폰 동호회. 김청 단장은 “반주기로 혼자 연습할 때는 연습으로 끝납니다. 오케스트라는 어떤 곡이든 화음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주 후의 황홀해지는 느낌을 공유하고 기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보람도 느끼니 이런 색깔로 운영하는 동호회가 흔치는 않지요”라고 말한다. 어벤져스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차근차근 색소폰을 통한 자신의 바람들을 일구어나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베이비부머의 그늘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나고 싶은 색소포니스트 강연을 신청하여 함께 워크숍을 꾸리기도 한다는 한강색소폰 동호회. 즐겁고 기쁜 일에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이들이야말로 국내 색소폰 동호회 문화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선구자이며, 주인공들이다. 글. 남은별 기자 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 Focus
    2016-08-01
  • 시간의 흐름 속에 더욱 원숙함을 추구하는 색소포니스트 강승용
    (월간색소폰)남은별 기자= 당신이 가진 예술가의 단상은 무엇인가. ‘자유’의 의미가 더해진 다소 과잉된 이미지는 아닐지 감히 추측해 본다. 폴 부르제의 생각처럼 오히려 예술가의 단상에 엄격함을 추구하는 색소포니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색소포니스트는 멜로디 메이커가 돼야 한다”“색소포니스트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이는 색소포니스트 강승용의 확고한 예술철학이다. 대한민국색소폰연주자협회의 협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색소포니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이다. 대한민국 명반이라 일컫는 신촌블루스와 김희갑 악단 등의 결과물 속 세션으로 참여한 그는 대중음악에 대중들의 감성 명맥을 이어온 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다. 예술가는 결과물이 곧 그 자신이다. 인터뷰 전날 들은 신촌블루스 ‘아쉬움’의 색소폰 세션이 그의 첫 인상이나 다름없었다. 문정동의 한 지하 색소폰 연습실에서 진한 믹스커피 한 잔을 두고 그와 두 번째 인상을 마주했다. 처음 색소폰을 품에 안게 된 때는 언제인가요. 음악을 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기타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가요를 좋아하시던 양친 덕분에 어릴 적부터 가요와 익숙한 유년시절을 보냈죠.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접한 때는 고등학교 1학년 재학 당시 브라스 밴드를 시작하면서 입니다. 매일 등·하교 길에 음악을 들으며 하루에 한 곡씩 암기했죠. 그러다 보니 이미 교내에서는 ‘강토벤’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만큼 음악을 잘하는 학생으로 알려졌습니다.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연주가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음악에 빠져 보낸 학창시절을 거쳐 어떤 계기로 프로에 입문하셨는지 궁금합니다.프로 입문을 위해 연습에 매진한 하루하루가 떠오릅니다. 전주태생이며 광주에서 수학하였기에 처음에는 지방극단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극장에서 쇼를 하는 극단 중 양대 산맥이라 일컫는 ‘낙랑쇼’와 ‘중앙쇼’가 있었지요. ‘낙랑쇼’는 가수 혜은이씨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단체였습니다. ‘중앙쇼’ 또한 유명인을 키운 악단과 견줄만한 정도니 지방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곳이었죠. 저는 ‘중앙쇼’에서 악단생활을 시작하여 대전의 비어홀을 거쳐 대구 미군부대 등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후에 서울의 청계천, 종로의 비어홀, 카바레,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연주했습니다. 1986년에는 명동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김희갑 악단의 단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KBS 김강섭 악단장을 비롯하여 길옥윤 선생님과 가수 패티 김 등 소위 탑 클래스라 일컫는 이들의 공연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영광스러운 기억이었죠. ‘고고사운드’, ‘김희갑 악단’의 구성원으로 활약한 이력이 눈길을 끕니다. 긴 시간 앨범의 완성도에 공들였으리라 짐작됩니다. 김희갑 선생님은 탄탄한 기초 이론을 기반으로 한 ‘대중가요 작곡가’면서 섬세한 기타리스트로 정평이 난 인물이시죠. 기타리스트가 악단장을 맡았다는 것 또한 대단한 이력이 아니겠습니까? 1968년에 김희갑 선생님 추천으로 이른바 ‘마장동(유니버샬)스튜디오’에서 세션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로 수많은 곡의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인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한 방송사에서 주최한 경음악경연대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자리였지요. 당시 경연대회의 특성상 경음악 연주와 함께 화려한 볼거리가 마련된 공연이 주를 이뤄 사랑받았습니다. 우리 악단도 출전하였고, 제가 음악 중간 솔로 연주를 했습니다. 연주하는 사람들이 저의 연주를 처음 보셨던 게 계기가 됐죠. 연주를 잘 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던 기억이 납니다. 솔로와 빅밴드 안에서 본인의 연주 양상에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앙상블과 솔로의 연주는 다르지요. 빅밴드는 정확한 비트와 음정에 충실하여 합주에 최적한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솔로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자기만이 가진 테크닉 요소를 더욱 강화하여 들려주어야 하지요. 개인적으로 같이 녹음한 색소포니스트 중 최석재 선배님의 연주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테크닉적인 요소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색소폰을 배우는 이들이 궁금증을 표하는 부분일 겁니다. 먼저 정확한 비트(박자)를 몸에 붙이는 일입니다. 그 다음은 정확한 음정을 찾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곡마다 다른 연주주법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또한 뮤지션이라면 음악을 편중해 듣기보다 클래식 . 가요 . 재즈 등 다양하게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뮤지션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한다면 곡의 해석에 도움이 되겠지요. ‘찰리 파커’의 곡을 들으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색소폰을 하는 이들에게 ‘노래를 듣자’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가요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인수 . 배호 . 조용필 등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이 탁월한 보컬리스트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부른 곡 중 선별하여 집중해서 듣습니다.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목소리를 듣다보면 색소폰을 연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악보대로 연주하기보다 직접 듣고 ‘채보’하는 습관을 통해 본인만의 연주기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들으며 채보를 많이 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최근 집중해서 듣는 음악은 무엇인가요?요즘도 변함이 없습니다. 경음악보다 노래를 더 많이 듣습니다. 아마추어 가수들의 노래자랑 프로그램이나 K-pop 등에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자주 듣는 음악은 일본의 엥카(연가 演歌)나 배호의 노래 등입니다. 선생님의 레퍼토리를 소개해 주세요.라이브 때에는 ‘진정 난 몰랐네’와 ‘리멘시타’ ‘님은 먼 곳에’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이 있습니다.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악기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악기 . 리드 . 조리개 . 마우스피스 등)애용하는 알토색소폰은 1946년 10월에 제작된 올드 모델로 셀마(Selmer)사의 슈퍼 발란시드 액션(Super Balanced Action)이고 일련번호(serial number)는 33588입니다. 마우스피스는 메이어 브로스(Meyer Bros5), 리드는 리코(Rico 2.5)를 사용 중입니다. 조리개(리가춰)의 경우는 셀마 올드 모델입니다. 조리개는 색소폰의 부품에서 차지하는 범위가 2-3%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는 이들은 엄청난 값을 지불하며 쓰고 있지요. 오히려 마우스피스 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합니다. 무조건 비싼 비용을 들여 구입하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음색과 톤을 표현하고 싶은 지가 기준이 돼야 합니다. 색소폰연주자협회 활동은 색소포니스트로서 어떠한 이력으로 남기를 원하시나요. 가족을 만드는 것입니다. 올해로 6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협회가 발전하는 모습이길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어떤 계기로 하여금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마음을 다그쳐 바로잡기도 합니다. 한 예로 작년 포천의 ‘아트빌리’에서 색소폰경연대회 심사를 본 것입니다.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엉터리로 연주하거나 독학으로 충분히 뛰어난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연습의 흔적이 눈에 띄었던 4명의 색소폰 앙상블 또한 깊은 감동을 준 참가자들이었습니다. 요즘 색소폰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의 경향에 우려하는 점이 있으시다면.요즘 많은 분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독학을 하시거나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는 방법을 선택하십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잘못된 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허다합니다. 전문가 교육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갖기 바랍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색소폰 교육에 있어 누군가 앞장서 올바른 이론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색소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반주기로 솔로 연주부터 시작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앙상블로 시작하면 누군가 말해 주어 개인의 실수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색소폰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 제대로 된 강습이 더욱 필요한 실정입니다. 본인의 연주에 있어 영향을 받은 색소포니스트 혹은 그 외의 인물이 누구일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샘 테일러’의 연주입니다. 앨범 명 ‘Sam Taylor in Japan’으로 1961년 일본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입니다. 팝송이 정식 라이선스를 통해 수입되지 않던 시절이라 속칭 백판(불법복제판)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었는데 음질은 떨어지더라도 그때 받은 감동은 충분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어떤 길로 가야하나’ 고민할 때 색소폰을 선택하게끔 이끌어주기도 한 셈이지요. ‘할렘 녹턴(Harlem Nocturne)’으로 유명한 그가 일본 관객을 위해 연주한 일본 곡 두 곡을 들었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의 블루스’와 ‘남천행’이라는 곡이었지요. 훗날 재발매된 앨범을 들어보니 이곡들이 빠져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 현재 그 연주곡들을 디지털 음원으로 복원 요청해 놓았습니다. 샘 테일러가 동양의 감성을 해석하고 연주했다는 것이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음악이론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재즈계의 대부라 칭송하는 ‘이판근’ 선생님께 재즈 이론을 배웠습니다. 버클리 음대에서 4년 동안 가르치는 원서를 입수하여 요점만 정리한 내용으로 3-4개월 만에 끝냈습니다. 총 1년 4개월 정도 그분께 배웠습니다. 박학다식한 분이라 지금도 교육에 임하시지요. 요즘은 일대일로 교육을 하신다는데 저희는 열댓 명이 함께 필기하며 공부했죠. 그 외에도 많은 영향을 주신 분들은 길옥윤 . 김희갑 . 이유신 . 최석재 . 심성락 님이 계십니다. 색소폰 명곡을 추천하신다면.많은 이들이 색소폰 명곡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한 곡의 음악이 다른 장르와 분위기로 새로워질 수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어떤 곡이든 명곡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기에 충실한 다양한 연주 방법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색소포니스트 황천수씨는 ‘고향의 봄’을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로 연주했습니다. 동요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서 동요가 아닌 다른 장르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연주기법을 숙지한 후보다 폭넓게 음악을 즐겨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크게 나눠서 가요는 발라드와 트로트, 이 두 가지 장르입니다. 트로트는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음악 장르로 트로트와 비슷한 장르가 있는 나라는 일본과 대만 정도입니다. 발라드는 서양의 팝을 가요화한 장르이지요. 근래에 느끼는 점은 가요의 경우 트로트가 세련되지 못하고 시시한 음악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상당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입견에 의해 한 장르만 고집하여 배우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반드시 아셔야 할 점은 이 두 가지를 같이 공부해야 하며 연주곡도 유명한 곡이 아니라 ‘연주 방법’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대한민국 색소포니스트를 자부하는 이들을 위해 한 말씀해 주세요.1991년 당시 길옥윤 선생님의 곡(난 정말 빌고 있어요)을 제가 편곡, 연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곡을 가수 정소희 씨가 일본에서 일본어로 다시 음반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마에다 토시아키(前田俊明)’의 편곡에 ‘사노 히로미(佐野廣美)’라는 알토 색소포니스트가 간주를 연주하였습니다. 당시 길옥윤 선생님이 두 음반을 비교해 들으시고는 ‘일본 측이 편곡과 믹싱에서 훨씬 앞섰다. 그러나 색소폰만은 강승용이 훌륭하다’는 칭찬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역량을 다해 색소폰 연주를 하시길 바랍니다. 기본기를 위한 연구와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고 감정이나 곡 해석을 위한 공부도 권합니다.1995년에 길옥윤 선생님께서 저에게 색소포니스트로써 꼭 ‘기록을 남기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후로 색소폰 교본을 위한 채보와 글쓰기, 음반 작업 등 기록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는 시간을 갖고 기록해 보기를 바랍니다. 어떤 색소포니스트로 남고 싶으신가요?앞서 말했듯이 처음보다 중간이 더 좋고 중간보다 마지막의 연주가 더 좋은 연주자. 시간이 흐를수록 최근의 연주가 더욱 감동적인 색소포니스트로 남고 싶습니다. 현재 강습도 하고 계십니다. 강습으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가르치는 일은 10-12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강습을 비롯해 이론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일찍 알고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교습법과 과정 중 겪는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많이 배웠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색소포니스트로써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해왔듯이 악보와 음반으로 기록하는 일과 공연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색소포니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이 흔적을 기록하도록 그 과정도 도울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색소폰 연주와 공연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색소폰을 사랑하는 여러분과 만나게 돼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07-01
  • 시간의 흐름 속에 더욱 원숙함을 추구하는 색소포니스트 강승용
    (월간색소폰)남은별 기자= 당신이 가진 예술가의 단상은 무엇인가. ‘자유’의 의미가 더해진 다소 과잉된 이미지는 아닐지 감히 추측해 본다. 폴 부르제의 생각처럼 오히려 예술가의 단상에 엄격함을 추구하는 색소포니스트를 만날 수 있었다. “색소포니스트는 멜로디 메이커가 돼야 한다”“색소포니스트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이는 색소포니스트 강승용의 확고한 예술철학이다. 대한민국색소폰연주자협회의 협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색소포니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이다. 대한민국 명반이라 일컫는 신촌블루스와 김희갑 악단 등의 결과물 속 세션으로 참여한 그는 대중음악에 대중들의 감성 명맥을 이어온 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다. 예술가는 결과물이 곧 그 자신이다. 인터뷰 전날 들은 신촌블루스 ‘아쉬움’의 색소폰 세션이 그의 첫 인상이나 다름없었다. 문정동의 한 지하 색소폰 연습실에서 진한 믹스커피 한 잔을 두고 그와 두 번째 인상을 마주했다. 처음 색소폰을 품에 안게 된 때는 언제인가요. 음악을 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기타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가요를 좋아하시던 양친 덕분에 어릴 적부터 가요와 익숙한 유년시절을 보냈죠.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접한 때는 고등학교 1학년 재학 당시 브라스 밴드를 시작하면서 입니다. 매일 등·하교 길에 음악을 들으며 하루에 한 곡씩 암기했죠. 그러다 보니 이미 교내에서는 ‘강토벤’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만큼 음악을 잘하는 학생으로 알려졌습니다.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연주가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음악에 빠져 보낸 학창시절을 거쳐 어떤 계기로 프로에 입문하셨는지 궁금합니다.프로 입문을 위해 연습에 매진한 하루하루가 떠오릅니다. 전주태생이며 광주에서 수학하였기에 처음에는 지방극단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극장에서 쇼를 하는 극단 중 양대 산맥이라 일컫는 ‘낙랑쇼’와 ‘중앙쇼’가 있었지요. ‘낙랑쇼’는 가수 혜은이씨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단체였습니다. ‘중앙쇼’ 또한 유명인을 키운 악단과 견줄만한 정도니 지방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곳이었죠. 저는 ‘중앙쇼’에서 악단생활을 시작하여 대전의 비어홀을 거쳐 대구 미군부대 등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후에 서울의 청계천, 종로의 비어홀, 카바레,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연주했습니다. 1986년에는 명동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김희갑 악단의 단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KBS 김강섭 악단장을 비롯하여 길옥윤 선생님과 가수 패티 김 등 소위 탑 클래스라 일컫는 이들의 공연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영광스러운 기억이었죠. ‘고고사운드’, ‘김희갑 악단’의 구성원으로 활약한 이력이 눈길을 끕니다. 긴 시간 앨범의 완성도에 공들였으리라 짐작됩니다. 김희갑 선생님은 탄탄한 기초 이론을 기반으로 한 ‘대중가요 작곡가’면서 섬세한 기타리스트로 정평이 난 인물이시죠. 기타리스트가 악단장을 맡았다는 것 또한 대단한 이력이 아니겠습니까? 1968년에 김희갑 선생님 추천으로 이른바 ‘마장동(유니버샬)스튜디오’에서 세션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로 수많은 곡의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인정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한 방송사에서 주최한 경음악경연대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자리였지요. 당시 경연대회의 특성상 경음악 연주와 함께 화려한 볼거리가 마련된 공연이 주를 이뤄 사랑받았습니다. 우리 악단도 출전하였고, 제가 음악 중간 솔로 연주를 했습니다. 연주하는 사람들이 저의 연주를 처음 보셨던 게 계기가 됐죠. 연주를 잘 한다는 입소문을 타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었던 기억이 납니다. 솔로와 빅밴드 안에서 본인의 연주 양상에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앙상블과 솔로의 연주는 다르지요. 빅밴드는 정확한 비트와 음정에 충실하여 합주에 최적한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솔로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자기만이 가진 테크닉 요소를 더욱 강화하여 들려주어야 하지요. 개인적으로 같이 녹음한 색소포니스트 중 최석재 선배님의 연주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테크닉적인 요소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색소폰을 배우는 이들이 궁금증을 표하는 부분일 겁니다. 먼저 정확한 비트(박자)를 몸에 붙이는 일입니다. 그 다음은 정확한 음정을 찾는 일입니다. 이 두 가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곡마다 다른 연주주법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또한 뮤지션이라면 음악을 편중해 듣기보다 클래식 . 가요 . 재즈 등 다양하게 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뮤지션에 대한 공부도 함께 한다면 곡의 해석에 도움이 되겠지요. ‘찰리 파커’의 곡을 들으면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찾아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색소폰을 하는 이들에게 ‘노래를 듣자’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가요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인수 . 배호 . 조용필 등 감정을 표현하는 기술이 탁월한 보컬리스트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부른 곡 중 선별하여 집중해서 듣습니다.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목소리를 듣다보면 색소폰을 연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악보대로 연주하기보다 직접 듣고 ‘채보’하는 습관을 통해 본인만의 연주기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들으며 채보를 많이 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최근 집중해서 듣는 음악은 무엇인가요?요즘도 변함이 없습니다. 경음악보다 노래를 더 많이 듣습니다. 아마추어 가수들의 노래자랑 프로그램이나 K-pop 등에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자주 듣는 음악은 일본의 엥카(연가 演歌)나 배호의 노래 등입니다. 선생님의 레퍼토리를 소개해 주세요.라이브 때에는 ‘진정 난 몰랐네’와 ‘리멘시타’ ‘님은 먼 곳에’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이 있습니다. 악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악기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악기 . 리드 . 조리개 . 마우스피스 등)애용하는 알토색소폰은 1946년 10월에 제작된 올드 모델로 셀마(Selmer)사의 슈퍼 발란시드 액션(Super Balanced Action)이고 일련번호(serial number)는 33588입니다. 마우스피스는 메이어 브로스(Meyer Bros5), 리드는 리코(Rico 2.5)를 사용 중입니다. 조리개(리가춰)의 경우는 셀마 올드 모델입니다. 조리개는 색소폰의 부품에서 차지하는 범위가 2-3%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는 이들은 엄청난 값을 지불하며 쓰고 있지요. 오히려 마우스피스 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합니다. 무조건 비싼 비용을 들여 구입하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음색과 톤을 표현하고 싶은 지가 기준이 돼야 합니다. 색소폰연주자협회 활동은 색소포니스트로서 어떠한 이력으로 남기를 원하시나요. 가족을 만드는 것입니다. 올해로 6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협회가 발전하는 모습이길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어떤 계기로 하여금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마음을 다그쳐 바로잡기도 합니다. 한 예로 작년 포천의 ‘아트빌리’에서 색소폰경연대회 심사를 본 것입니다.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엉터리로 연주하거나 독학으로 충분히 뛰어난 연주를 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연습의 흔적이 눈에 띄었던 4명의 색소폰 앙상블 또한 깊은 감동을 준 참가자들이었습니다. 요즘 색소폰을 배우고자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최근의 경향에 우려하는 점이 있으시다면.요즘 많은 분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고 독학을 하시거나 전문가로부터 교육을 받는 방법을 선택하십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잘못된 상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허다합니다. 전문가 교육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갖기 바랍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색소폰 교육에 있어 누군가 앞장서 올바른 이론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색소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반주기로 솔로 연주부터 시작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앙상블로 시작하면 누군가 말해 주어 개인의 실수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색소폰에 대한 높은 관심만큼 제대로 된 강습이 더욱 필요한 실정입니다. 본인의 연주에 있어 영향을 받은 색소포니스트 혹은 그 외의 인물이 누구일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샘 테일러’의 연주입니다. 앨범 명 ‘Sam Taylor in Japan’으로 1961년 일본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입니다. 팝송이 정식 라이선스를 통해 수입되지 않던 시절이라 속칭 백판(불법복제판)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었는데 음질은 떨어지더라도 그때 받은 감동은 충분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어떤 길로 가야하나’ 고민할 때 색소폰을 선택하게끔 이끌어주기도 한 셈이지요. ‘할렘 녹턴(Harlem Nocturne)’으로 유명한 그가 일본 관객을 위해 연주한 일본 곡 두 곡을 들었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비의 블루스’와 ‘남천행’이라는 곡이었지요. 훗날 재발매된 앨범을 들어보니 이곡들이 빠져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이 들어 현재 그 연주곡들을 디지털 음원으로 복원 요청해 놓았습니다. 샘 테일러가 동양의 감성을 해석하고 연주했다는 것이 신선한 느낌이었습니다.음악이론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재즈계의 대부라 칭송하는 ‘이판근’ 선생님께 재즈 이론을 배웠습니다. 버클리 음대에서 4년 동안 가르치는 원서를 입수하여 요점만 정리한 내용으로 3-4개월 만에 끝냈습니다. 총 1년 4개월 정도 그분께 배웠습니다. 박학다식한 분이라 지금도 교육에 임하시지요. 요즘은 일대일로 교육을 하신다는데 저희는 열댓 명이 함께 필기하며 공부했죠. 그 외에도 많은 영향을 주신 분들은 길옥윤 . 김희갑 . 이유신 . 최석재 . 심성락 님이 계십니다. 색소폰 명곡을 추천하신다면.많은 이들이 색소폰 명곡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한 곡의 음악이 다른 장르와 분위기로 새로워질 수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어떤 곡이든 명곡이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기본기에 충실한 다양한 연주 방법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색소포니스트 황천수씨는 ‘고향의 봄’을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로 연주했습니다. 동요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서 동요가 아닌 다른 장르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연주기법을 숙지한 후보다 폭넓게 음악을 즐겨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크게 나눠서 가요는 발라드와 트로트, 이 두 가지 장르입니다. 트로트는 우리나라에서 생겨난 음악 장르로 트로트와 비슷한 장르가 있는 나라는 일본과 대만 정도입니다. 발라드는 서양의 팝을 가요화한 장르이지요. 근래에 느끼는 점은 가요의 경우 트로트가 세련되지 못하고 시시한 음악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상당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입견에 의해 한 장르만 고집하여 배우는 이들도 많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반드시 아셔야 할 점은 이 두 가지를 같이 공부해야 하며 연주곡도 유명한 곡이 아니라 ‘연주 방법’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대한민국 색소포니스트를 자부하는 이들을 위해 한 말씀해 주세요.1991년 당시 길옥윤 선생님의 곡(난 정말 빌고 있어요)을 제가 편곡, 연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곡을 가수 정소희 씨가 일본에서 일본어로 다시 음반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마에다 토시아키(前田俊明)’의 편곡에 ‘사노 히로미(佐野廣美)’라는 알토 색소포니스트가 간주를 연주하였습니다. 당시 길옥윤 선생님이 두 음반을 비교해 들으시고는 ‘일본 측이 편곡과 믹싱에서 훨씬 앞섰다. 그러나 색소폰만은 강승용이 훌륭하다’는 칭찬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역량을 다해 색소폰 연주를 하시길 바랍니다. 기본기를 위한 연구와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고 감정이나 곡 해석을 위한 공부도 권합니다.1995년에 길옥윤 선생님께서 저에게 색소포니스트로써 꼭 ‘기록을 남기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 후로 색소폰 교본을 위한 채보와 글쓰기, 음반 작업 등 기록에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하는 시간을 갖고 기록해 보기를 바랍니다. 어떤 색소포니스트로 남고 싶으신가요?앞서 말했듯이 처음보다 중간이 더 좋고 중간보다 마지막의 연주가 더 좋은 연주자. 시간이 흐를수록 최근의 연주가 더욱 감동적인 색소포니스트로 남고 싶습니다. 현재 강습도 하고 계십니다. 강습으로부터 받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가르치는 일은 10-12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강습을 비롯해 이론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일찍 알고 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교습법과 과정 중 겪는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많이 배웠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색소포니스트로써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해왔듯이 악보와 음반으로 기록하는 일과 공연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색소포니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이 흔적을 기록하도록 그 과정도 도울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색소폰 연주와 공연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색소폰을 사랑하는 여러분과 만나게 돼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 남은별 기자suyeon@keri.or.kr
    • 월간색소폰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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